여러분 제가 지금 뭐하는지 알아요?
화면의 반은 인티,
남은 반은 교내 인터넷 강의.
미래의 대학생이 될 여러분들,
혹은 현재 대학생인 여러분들
이러면 안 됩니다. ^ㅁ^...
그래서 겨수님, 강의 계획서 읽으시는 거 언제 끝나나여...?
아, 아. 정말 제가 글을 쓰는 힘은 아이들의 예쁨도 있지만, 독자님들의 댓글 덕이 너무너무 큽니다.
언제나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하트 x100
Livin' Out Loud-I Can't Stop
이불에 맨 다리가 쓸리는 감촉을 느낀 윤기가 천천히 눈을 떴으면 좋겠다.
부드러운 이불이 구름마냥 뭉게뭉게 뭉쳐진 채로 윤기의 다리를 감싸고 있었으면.
푹신한 감촉에 윤기가 나른함에 그대로 잠겨 그 이불들을 한껏 품에 끌어안고 얼굴을 부볐으면 좋겠다.
창을 가린 블라인드는 올라가 있고,
그 아래로 햇빛과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 여름의 한 낮.
얼핏 귀에 들려오는 풍경의 소리에 윤기의 입꼬리도 같이 올라갔으면 좋겠다.
서늘한 바람이 한 줄기 창 틈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가 윤기의 뺨을 부드럽게 스쳐지나갔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거실에서 강아지의 모습으로 벌떡 일어나 손을 최대한 뻗어 유리창 위에 매달린 풍경(風警)을 건들였으면.
최대한 발톱까지 세워서 부들부들 온 몸을 곧게 뻗어도 쉽게 닿지 않았으면.
결국 사람으로 변해서 손을 뻗어 종 모양의 풍경을 톡, 건들였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손길에 맞춰서 풍경은 맑은 소리를 냈으면.
그러다 창이 열린 틈으로 다시 바람이 고개를 내밀어 남준이의 머리를 헝클이고 지나갔으면.
남준이와 놀아주듯이 풍경을 흔들고 그 투명한 몸을 돌려 돌아가버렸으면.
맑은 종소리와 푸른 색의 장식들이 모두 부딪쳤으면.
남준이의 눈동자는 가지각색의 푸른색을 담아냈으면.
준아.
풍경소리만 울리던 조용한 집에 윤기의 목소리가 그 사이를 조용히 스며들어와 남준이를 불렀으면.
귀를 쫑긋,
세운 남준이가 고개를 돌려 깼냐고 윤기의 물음에 답했으면.
햇빛이 남준이 근처의 모든 것들을 더욱 환하게, 짙게 비추고 있을 즈음,
윤기가 남준이에게 물을 부탁했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가 목소리를 높여 답했으면 좋겠다.
냉장고를 열고 잠시 훅 끼쳐오는 냉기에 기분이 좋아 입꼬리를 올려 배싯, 웃었다가
손을 뻗어 찬 물을 꺼내고 다른 손으로 플라스틱 컵을 가져와 내려놨으면.
투명함과 햇빛을 담아낸 물이 잔에 찰랑거리며 차올랐으면.
물을 다시 넣어두고, 남준이가 냉동실의 문을 열어 얼음판을 꺼내 와드득, 우드득 이리저리 얼음판을 비틀어 얼음을 빼냈으면 좋겠다.
갑자기 위로 퐁 튀어나온 얼음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발등을 툭 치고 바닥에 굴러가버리는 얼음을 주우려 허리를 숙였다가,
얼음판의 얼음을 몇 개 더 후두둑 떨어뜨렸으면 좋겠다.
... 어쩌지.
... 햇빛이 다 얼음을 녹여주겠지? 물도 없애줄거야. 햇빛이 다 데려가버려라.
남준이가 발 끝으로 얼음을 가장 햇빛이 쨍하니 비치는 부엌의 바닥 한 켠에 밀어놨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은 얼음을 컵에 덜어낸 뒤 다시 냉동실에 얼음판을 넣어놨으면.
냉장고 문을 닫은 남준이가 손에 컵을 쥐고 그 차가움에 귀를 바짝 세웠으면.
무더운 열기가 남준이의 이마를 조금 적실 즈음, 남준이가 손을 뻗어 풍경을 딱 한 번만 더 건들였으면.
날카롭지만 그 끝이 둥글어 예리하지 않은 소리에 남준이가 꼬리를 흔들며 뒤로 돌아 침실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입에는 그 사이 하나 빼내어 문 얼음을 오도독 씹으면서 윤기의 옆에 앉았으면.
입술이 아릴 정도로 올라오는 차가움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윤기가 비척비척 일어나자 그 옆에 더 다가가 허리를 껴안고,
윤기의 손에는 얼음물을 쥐어주었으면.
시원한 물을 마신 윤기가 그제야 나른함이 조금 깨는지 길게 기지개를 핀 뒤에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뭐 먹는거야, 얼음?
응. 얼음. 주인도 먹을래?
여기 있는 거 먹을게.
얼음 몇 개만 다닥 붙어있는 물잔을 흔든 윤기가 고개를 돌린 순간
와작,
남준이가 마저 얼음을 모두 씹어 삼켰으면.
귓가 바로 옆에 들린 소리에 윤기가 손을 들어 귀를 만지작거리다가 얇고 풍성한 이불을 끌어와 품에 안았다가,
제 턱을 잡아 돌리는 손길에 그대로 고개를 다시 돌렸으면.
입가에 묻은 물기를 엄지로 닦아낸 남준이가 윤기의 볼에 짧게 입을 맞췄으면.
볼에서부터 느껴지는 차가운 체온에 윤기가 익숙치 않아 작게 인상을 찡그리면,
남준이 너는 윤기의 이마에,
발그레한 볼에,
미적지근하지만 말랑한 입술에
정중하게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시원해?
남준이의 물음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아직 플라스틱 컵 안에 남아있는 얼음을 내려보던 윤기가 컵을 입가에 대어 기울이고는
얼음 하나를 입술로 물어올렸으면.
그대로 남준이를 바라보다가
씨익,
입꼬리를 올렸으면.
윤기의 눈이 감기고,
남준이의 눈도 감긴 채로
줄곧 마주하던 시선 대신에
입술을 마주했으면 좋겠다.
--
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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