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Friday8
"태환."
그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그런데 걸어오는 동안 태환의 표정이 서서히 달라졌다.
웃음이 가득했던 얼굴은 점차 표정이 사라지더니 고운 미간에 살짝 주름을 세운다.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 것일까?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마저 사랑스럽다.
나 정말 중증이구나.
아니다. 보통 사람도 나와 다름없을거야. 특별히 유난스러운 생각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이정도 생각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테니까.
"무슨 생각을 하면서 걸어오는거에요?"
"아무것도. 그냥 힘이 없어서요."
그냥 태환의 생각이 어떤지 궁금해서 물었는데, 힘이 없어서란다.
혹시 점심을 거른 것은 아닐까 싶어서 물었다.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는 그가 싫어서 화를 낸 이후로 잘 챙겨먹는 것 같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또 밥 안먹어요?"
"먹었어요. 아니면 쑨양이 혼낼테니까. 후후."
그러나 웃으며 대답하는 태환의 말에 겸연쩍어서 뺨을 긁적이고 말았다.
내가 너무 화를 냈나? 크흠. 흠흠.
"아...그건...꼭 챙겨먹어야 되는거에요. 크흠. 몸이 안좋으면 그냥 쉴까요?"
"아니에요. 영화보러 가요."
"그래도..."
태환이 힘이 없다고 하니 괜스레 걱정이 되었다. 혹시 또 통증이 찾아와 그를 괴롭힌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태연하게 보이려 노력했지만 최근들어 고통에 더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훔쳐 보았던터라 쉽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어서 고백하면 좋을텐데. 홀로 고통을 짊어지는 것보다 나와 함께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
비록 슬픔과 달리 고통은 나눌 수 없는 것이지만 육체적 고통에 지친 정신이라도 보듬어 줄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민성형이 말했듯이 섣불리 내가 먼저 말할 수 없는 노릇이라 가끔은 태환이 답답했다.
밀려오는 쓴물을 삼키고 괜찮다며 영화 보러 가자고 하는 태환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그래. 힘든 건 그야. 내가 아니라.
멍청아. 기다리자. 그가 말해줄 때까지.
"정말 괜찮아요. 오랜만이라 꼭 영화가 보고 싶어요."
"알았어요. 혹시라도 몸이 안좋으면 말해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태환을 보고 조수석 차문을 열어 어서 앉으라고 손짓했다.
태환이 자리에 앉고 재빨리 안전벨트를 클립에 꼽는 것을 보고 아쉬웠다.
기념적인 첫데이트인지라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었던지라 무척 아쉬웠다. 혹시라도 태환이 눈치챌까봐 이내 아쉬움을 지워냈다.
운전석으로 돌아가 앉고 차를 출발시켰다.
자동차는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평소와 달리 느리게 운전했다.
주변 차량들과 비교해서도 조금 느린 속도였다. 솔직히 답답했지만 태환을 위해 안전운행하자고 자기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
하지만 때때로 쾌속을 하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느라 힘들었다.
내가 느끼기에는 아주 느린 속력의 자동차였지만 어느 새 멀티플렉스영화관에 도착했다.
차안에서 나눈 태환과의 대화가 즐거워서 인식도 못했나보다.
주차를 한 후 태환이 앉아 있는 조수석 문을 열어주려 부랴부랴 시동을 끄고 운전석에 내렸지만 그 사이 태환은 내려버렸다.
아쉬워서 금세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조금은 느릿하게 움직여도 될텐데.
스마트폰이라는 편리한 기계덕분에 예매이력을 모바일을 통해 보여주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영화관의 히트아이템 팝콘과 음료를 사러 갔다.
카라멜팝콘은 달아서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태환의 시선이 카라멜 팝콘쪽을 보고 있어서 그것으로 주문했다.
그리고 탄산음료를 주문하려는 태환을 제지하고 이온음료로 주문을 바꿨다.
"탄산은 몸에 좋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걸로 마셔요."
"그렇게 따지면 팝콘도 몸에 좋지 않은데..."
"하나만 몸에 나쁜게 낫죠. 곱할 필요는 없잖아요?"
황당하게 쳐다보는 태환에게 이상한 논리를 펼치며 그를 납득시키려고 했다.
안그래도 아픈 사람이 나쁜 것만 먹으려고 하니 이렇게 하나라도 먹지 않도록 해야 된다고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영 마뜩치 않게 보다가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이는 태환을 보고 나의 논리가 먹혔다고 생각했다.
상영시간이 다되어서 해당 상영관쪽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내내 감탄사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힐끔 바라보니 여자들이었는데 화장을 하고 예쁜게 입은 모습이 꽤나 남자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그녀들의 눈길이 신경이 쓰였다. 혹시 태환이 너무 예뻐서 보는 걸까.
첫데이트로 로맨틱한 무드를 잡으려고 노력하는데 왠 타인이 끼어들어 망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이 들었다.
그냥 보아도 여자들의 얼굴은 붉고 눈은 초롱초롱한 것이 나의 확신을 더 해주었다.
어릴 때부터 예뻤던 형은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었다.
형과 둘이 노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그 누나들이 우리 사이를 방해하는 것 같아서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났다.
지금도 그때랑 다를 것이 없어 보여 초조해졌다.
"태환 이쪽이에요."
헛기침을 한번 하고 슬쩍 태환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상영관 입구로 이끌었다.
여자들과 태환 사이를 가로막는 접근 금지의 분위기를 내풍겼다.
어깨에 두른 손을 놓지 않아서 키차이로 내 품에 안기듯 옆에 선 태환에게서 은은한 향이 났다. 집에 있는 바디워시 향이었다.
이상하게 같은 제품을 쓰는데도 태환에게는 나와 다른 향이 났다. 좀더 향기롭달까.
그의 어깨를 더 꽉 감싸안았다.
태환과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는데 우리 뒤로 여자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왠지 기쁨이 담겨진 목소리라서 의아했다. 왜 그러지?
-
태환을 이끌고 상영관 내부로 들어왔다. 내부는 오렌지빛 조명으로 어둑하게 빛나고 있었다.
모바일에 적힌 좌석 위치를 찾고 뒤에 따라오는 태환에게 손짓했다.
옆으로 온 태환은 우리 좌석을 보더니 갸우뚱 고개를 기울였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쪽 좌석은 다른 좌석들과 다르네요?"
아. 좌석이 달라서 궁금했던 것이구나.
내가 예약한 좌석은 커플좌석이라는 특별좌석이었다. 그 명칭에 어울리게 붉은 톤으로 깔려 있었고 일반 좌석처럼 분리된 것이 아니라 붙어 있었다.
나도 이런 좌석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지만 비서실장의 조언으로 이 좌석으로 예매했다.
첫데이트란 모름지기 로맨틱해야된다며 일반 좌석보다는 비싸지만 그만한 값어치를 할거라고 했다.
그리고 난 키가 너무 크기 때문에 사람들을 위해 맨 뒤 좌석에 앉아주는 것이 예의라고 했다.
그 점을 이용해서 이 커플석에 앉아야하는 이유를 짜내었다. 다행히 태환도 키가 큰 편이라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껏 미소를 머금고 태환의 질문에 답을 했다.
"커플석이거든요."
"아?"
나의 말에 눈을 홉뜨고 나를 쳐다보더니 좌석을 여기저기 훑어보고는 되묻는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준비된 답변을 내뱉었다.
"왜 이 좌석으로 했어요?"
"이상해요? 아, 남자끼리 이런 좌석에 앉는게 이상하긴 하죠."
"전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일반적으로는 보통 남녀커플들이 앉겠죠."
"다행이네요. 싫어하진 않아서. 다 큰 남자들이 커플석에 앉는 건 좀 그렇지만 그러할 이유가 있어요."
"이유? 뭔데요."
"여기 봐요. 앞좌석과 거리가 일반 좌석보다 더 넓죠?"
"음...그러네요."
조금 긍정하는 태환을 보고 좀 더 확신있게 말을 이어나갔다.
"태환도 알죠? 앞좌석에 무릎이 닿고 옆 사람들 때문에 다리를 옆으로 뻗지도 못하는 고충을."
"맞아요. 그래서 영화볼 때 항상 끝좌석에 앉아요. 통로의 비상불빛때문에 불편하지만 그나마 다리를 뻗을 수 있으니까."
"전 어떻겠어요. 태환보다 더 크고 덩치도 있는데. 거기다 키가 큰 만큼 앉은 키도 커서 뒷사람한테 피해주니까 아예 뒤로 빠지는거에요."
그전에 태환이 내가 아닌 누구와 영화관을 찾았는지 궁금했지만 궁금증을 저편으로 밀어냈다.
그도 남자였고 상당히 멋진 남자니까 여자친구랑 왔었겠지. 나도 그런적이 없는 것은 아니니 쌤쌤인가?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벌써부터 독점욕으로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제 내가 있으니까 그러지 못하도록 할거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말에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태환을 내려다 보았다.
"앉아요."
먼저 태환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태환이 앉자 그옆에 조심스럽게 남은 자리에 앉았다.
둘 다 기본 뼈대가 있다보니 좌석을 거의 다 차지했다. 그만큼 밀착도가 높아져서 만족스러웠다.
아. 비서실장님이 이래서 값어치가 있다고 한 것이군.
분명 그녀는 데이트 상대가 태환, 즉 남자인지 모르는 상태라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닐테지만 현상황도 마음에 들었다.
곧 영화가 시작되었고 상영관 내의 불빛이 모조리 꺼졌다.
순간 움찔하는 태환을 느끼고 그의 손 위에 나의 손을 겹쳤다. 혹시 이토록 새카만 공간이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싶었다.
괜찮다는 의미에서 손을 잡았다. 내 예상과 비슷했는지 그에게서 느껴지던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곧 스크린에서 뿜어지는 불빛으로 상영관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의 손을 태환의 손 위에서 떼어내지 않았다. 그의 부드러운 피부가 손바닥의 얇은 피부를 통해 느껴졌다.
영화는 통상적인 남녀의 사랑이야기였다.
평점이 높길래 예매했는데 나름 괜찮았다. 흘깃 쳐다보니 태환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멜로물을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망했다.
잠깐 찾아온 패닉에 눈앞이 어질어질했지만 옆에서 움추리는 태환을 보고 놀라 정신을 차렸다.
몸이 떨리는 모양새가 통증이 찾아온 모양이었다. 순식간에 뒷덜미가 식은땀으로 젖어들었다.
챙겨온 휴대약통에서 약을 꺼내 이온음료와 함께 삼키는 모습을 보았다. 가슴이 아팠다. 몹시 아파왔다.
고통에 물든 태환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내 가슴도 멍이 들었다.
몸에는 남지 않지만 퍼런 멍투성이였다. 신음소리마저 내뱉지 않은 채 고통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눈물을 꾹 참아냈다.
울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태환, 그였다.
얼마 후 통증이 가라앉았는지 미약한 한숨을 내쉬다가 이내 나의 어깨에 기대는 태환을 내려다보았다.
"어? 태환, 왜 이렇게 땀을 흘려요?"
그 핑계로 대고 식은 땀으로 젖은 뒷머리카락과 목덜미를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순수건은 금세 흥건해졌다. 마치 물에 샤워라도 한 것 같이 땀을 많이 흘렸다.
이렇게 식은 땀을 흘릴 정도면 얼마만큼의 고통이 태환에게 찾아오는 것일까. 겪어보지 않은 나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다.
그저 몹시 아프구나..라는 어렴풋한 느낌만 가지고 있었다.
땀을 닦아주는 내내 태환은 움찔거리며 몸을 들썩였다. 간지럽나?
"다 닦아냈어요. 태환, 어디 몸이 안좋아요?"
또 몸을 움찔거리는 태환에게 뒤이어 물었다. 아픈 그는 영화 볼 상태가 아니었다.
차에라도 가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나갈까요?"
태환도 나가고 싶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휘청이는 그를 붙잡았다.
통증에 시달리다보니 힘이 모조리 빠진 탓인 것 같았다. 속이 쓰라려왔다.
내가 대신 아파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한심스러웠다. 한번이라도 대신 아파할 수 있다면 그때만큼은 그가 편해질텐데.
전혀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들이 머릿속을 헤엄쳤다.
아직 한창 상영중인 그곳에서 나왔고 왠지 속이 답답해져서 태환을 붙잡았다.
왜그러냐며 물어오는 그에게 말했다.
"나에게 할말 없어요?"
순간 흠칫하는 태환의 표정을 보았다. 그러나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곧 부정했다.
"네. 할말없어요."
"그래요. 혹시 몸이 안좋아서 그러거면 어쩌나 했는데 괜찮으면 됐어요."
"걱정 끼쳐서 미안해요. 쑨양."
"태환이 미안할 필요 어딨어요. 내가 미안해요."
"쑨양이 왜요?"
"몸도 좋지 않은데 내가 영화보자고 해서."
"아니요. 나 건강해요! 그리고 오랜만에 영화를 봐서 좋았어요."
"정말요?"
"네. 저 행복해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 태환은 나의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도 그를 위해 모른 척했다. 그러자 태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오랜만에 영화를 봐서 좋다고 말하며 웃는 그가 무척 예뻤다. 사랑스러웠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가 너무 좋았다. 아픈 그를 괜히 밖으로 이끈 것이 아닐까 내심 생각했던 나를 다정히 달래었다.
나보다 작고 어여쁜 그를 뒤에서 안았다.
영화가 끝이나고 사람들이 몰려나오기 전까지 태환을 품에 안고 서로의 체온에 취했다.
대화조차 없이 고요함에 물든 상영관 통로에서 태환을 안고서 그의 은은한 체향을 맡았다. 꼭 끌어안았다.
"쑨양."
"왜요? 태환."
태환의 부름에 대답했다. 태환은 잠시 뜸을 뜰이다가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에요. 싱겁게."
그가 웃는다. 내가 좋아하는 예쁜 눈이 휘어지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하얀 이가 드러났다.
그의 예쁜 미소가 취한다. 마약과도 같아서 태환의 미소없이는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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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했던 영화관씬의 쑨양버전.
중간에 아파하는 태환은 안쓰럽지만..ㅠㅠ
어떠신가요?
암호닉 |
린연 / 팬더 / 슈밍 / 마린페어리 / 흰구름 / 광대승천 / 허니레인 / 포스트잇 / 여름향기 / 아와레 / 보석바 / 순대 / 쌀떡이 / 태꼬미 / 렌 / 땅콩이 / 쿠엔크로 / 쥬노 / 아스 / 텔라 / 루키 / 잼 / 샤긋 / 빌보드 / 비둘기 / 사과담요 / 박쑨양 / 응가 / 초코퍼지 / 소어 / 회사원 / 촹렐루야 / 피클로 / SY / 우구리 / 태쁘니 / 무슈 / 태쁘닝 / 플레인 /찰떡아이스 / 그냥(부랄) / 빠삐코 / 레인 / 토야 / 하양 / 쑨양자기 / 양갱 / 소띠 / 연두 / 뺑 /아마란스 / 에트리 / 태환찡 / 김쥰슈 / 또윤 / 에이삐씨 / 오름오름 / 주엘 / 눕는독자ㅇ<-< / 햄돌이 / po쑨환wer / ㅌ/ 고구미 / 코난 / 딸기빼빼로 / 박태쁘 / 유스포프후작 / 달룽 / 탱귤탱귤 / 복숭아녹차 / 별빛 / 꾸워엉 / 차느 / 고무 / OM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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