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으어어엉ㅇ... 암호닉 쓸라 했는데 암호닉 안 달아주신 분들이 많이 계셔서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해서 올려드리도록 할게요.
불금 불금! 이따 슈스케봐야지...
늦게 돌아와서 그런지 독자분들이 많이 줄었.... 전 속상하지 않아요... 제 탓이니까요...ㅁ7ㅁ8
댓글, 추천, 신알신, 암호닉 신청은 사랑입니다... 하트.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사랑해요. 받아주세요. 깔깔....♥
08
주저앉아 하염 없이 울었다. 민석이 다시 깨어날 것만 같아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꿈일까봐 여기저기 꼬집어보기도 했지만,
꿈이 아니였다.
깨어나지도, 없어지지도 않는 현실 그 자체였다.
경수는 멍하니 민석의 시체만 바라봤다. 그러다가 눈물을 닦고 일어났다.
"내 생일..."
"뭐?"
"내 생일이였어. 답은."
"근데 왜 이제야 말한거야!!"
"이제야, 생각나서.. 그래서... 왜... 조금 더 기다려주지를 못한거야. 왜..."
경수가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물 밀듯 죄책감에 빠르게 휩싸였다. 경수가 비틀거리자 종인이 다가와 경수의 팔을 잡고 부축했다.
니 책임이 아니야.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목소리가 귓 속에 정신없이 파고들었다. 경수가 아니라며 도리질을 쳤지만, 종인이 목을 쓰다듬었다.
항상, 그랬던 것 처럼.
그래. 넌 항상 이렇게 날 진정시켜줬어.
찬열이 원망스러운 눈으로 경수를 쳐다보다가 2반으로 들어와 커튼을 뜯었다. 덮어줄 거라곤 먼지 묻은 커튼 밖에 없어서 미안하다.
찬열이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그 싸이코 새끼 잡아서 가만히 두지 않을게.
*
"음, 그럼 제일 대박 물건을 타임캡슐에게 바친... 도경수다!!"
"헐 미친, 왜 도경수야?"
"내가 하사하신 야동 CD를 고이 가지고 있다니... 매우 뜻깊도다..."
"저 새끼 야동교 하나 만들 기세다."
박찬열이 박수를 치며 모두를 유도했지만 다들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 없다는 듯이 이미 땅을 파고 있었다.
장소는, 학교 가로수 밑.
많은 가로수들 가운데 찬열의 다리 넓이로 찬열이 좋아하는 숫자인 '21' 발자국을 걸어 가면 나오는 큰 플라타너스 밑이였다.
무조건 박찬열 니 중심이지 아주. 내가 중얼거리며 땅을 파자 종인이 내 머리 위로 흙을,
"야 미친. 미친!! 김종인!! 까만 깜종새끼가!! 박찬열 같은 짓을 하고 있어?"
"어헉 쩐다. 김종인을 내 수제자로 임명하노라."
박찬열이 멍청한 소리를 하고 있을 때, 종인은 모르는 척 땅을 파고 있었다. 내가 이를 갈며 어떻게 복수를 할까 생각하기를 10분정도 지났을까,
땅이 어느정도 파였는지 찬열이 이상한 옷을 메고 있던 가방에서 꺼내 입기 시작했다.
성스러운 의식이라도 거행하는 듯 펄럭이는 가운을 입고 조심히 타임캡슐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다가 다시 내려 구멍에 넣었다.
그리고 흙을 덮은 후 옷을 벗어 가방에 넣고 다시 이상한 약병을 꺼내 무언가 액체를 뿌리기 시작했다.
"...뭐냐, 그거."
"나의 땀."
"...뭐? 아 진짜. 별 병신 짓을 다 본다. 저 새끼 진짜 싸이코아냐? 아니면 변태?"
"닥치고 집중해. 오오. 성스럽도다. 찬열님의 성스러운 의식."
찬열이 만족스러운 듯 땅을 토닥였다. 아이 예뻐, 내 보물. 뭐? 니 보물? 아니아니- 아니야. 우리의 보-물!
그래도 내심 다들 만족스러운 듯 했다. 어쨌든 추억이 생긴거니까.
"그럼, 우리가 졸업하는 그 해에, 경수 생일날 열어보는 거다? 이의 없지?"
"니 멋대로 지금까지 다 정해놓고 뭘 이의야."
"그래. 닥치고 내 말을 듣거라, 이 팸의 대장은 나이거늘."
아까부터 박찬열은 명령하듯 이상한 말투로 얘기하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지적하려고 했으나 닥치라며 다시 묵살 당했다.
나는 씨익 웃으며 땅을 한 번 밟았다. 그 모습을 보고 너도나도 와서 땅을 한 번씩 밟아 대기 시작했다. 아싸- 이거 우리땅! 백현이 헝헝거리며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저 새끼도 박찬열화 되어 가고 있단 말이지. 아, 뭔가 뿌듯하다. 나중에 저 야동은 다시 박찬열 손에 들어가겠지만-
우리 다 같이 열어 볼 수 있겠지? 저거? 옆에 있는 종인을 툭툭 치며 물어봤다.
응. 종인이 입꼬리를 올려 활짝 웃었다.
*
"다 같이 열어 볼거라며..."
찬열이 아까의 폭발로 흠집이 잔뜩 나있는 타임캡슐을 가지고 왔다. 막이 두꺼워서 흠집만 크게 났을 뿐, 깨지진 않은 것 같았다.
옆에 조그맣게 '비주얼신 찬열이꺼' 라고 애들 몰래 적어 놓은 것을 확인했다.
맞구나. 우리가 묻었던거...
그럼, 범인은 우리 중에 한 명이거나, 우리랑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겠지. 그 자리에 없었던 세훈이, 준희누나까지 합치면-.
찬열이 타임캡슐을 가지고 와서 뚜껑을 열었다. 불에 그을려 살짝 녹은 듯 잘 열리지 않았으나 찬열이 안간힘을 써서 억지로 열었다.
우리가 묻었던 것들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는 3반 것인듯한 열쇠가 함께 들어 있었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어? 없어졌어."
"뭐가?"
"그게... 그러니까..."
찬열이 말을 흐렸다. 다 있는데? 백현이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찬열이 누군가의 눈치만 보는 듯 음, 거리고 있었다.
옆을 보니 종인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있었다.
종인을 콕 찔러 니 거 없어졌어? 라고 물어봤지만 종인은 무언가 답답한지 머리만 헝클었다.
"여기 있잖아, 니 거..."
"아니, 있긴 있는데..."
"근데 왜 그래?"
찬열이 종인을 향해 입으로 뭔가를 말하는 듯 큰 입을 뻐끔댔다. 종인이 가운데 손가락을 펼치고 나서야 삐진 듯 나도 몰라. 하며 주저앉았다.
종인이 타임캡슐을 다시 한 번 뒤적거리다가 포기한 듯 그냥 자신의 물건을 가져가 빠르게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뭐야, 저건... 경수가 종인이 무엇을 넣었는지 생각해봤지만 기억이 나지 않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잊기로 했다.
지금 문제는, 한 명이라도 더 안 다치고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시급했다.
준희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열쇠를 집어 들고 3반의 문을 열었다. 일단, 죽은 사람은 생각하지 말고 나가기나 하자.
모두들 그런 준희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준희를 쳐다봤지만, 준희는 그저 한 번 그런 무리를 슥 둘러 보고 고개를 으쓱였다.
나가야지, 안 그래? 여기서 쟤 죽었다고 울기만 할거야? 누나, 그만 해. 준면이 화가 난 듯 준희를 제지했다.
준희가 준면을 향해 씨익 웃었다. 왜 그래, 준면아. 누나한테-
준희의 계속 되는 이상한 행동은 충분히 공포스러웠고, 준면이 그런 자신의 누나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달칵- 소리와 함께 열쇠가 맞물리며 문이 열렸다. 문 열리는 소리마저 지독히 크게 귀를 울렸다. 모든 신경을 반을 먼저 훑어 보는데 집중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듯 했다.
어두운 교실 한 가운데에는,
머리를 밧줄에 매단 여자의 뒷모습이 어렴풋이 비췄다. 검은색 컨버스 운동화가 눈에 띄었다. 민석과 같은 것인듯 했다.
바깥에서는 우르륵,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번쩍이고 그 시체가 약간 열린 창문 틈에서 들어치는 빗바람에 빙글거리며 앞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경악하며 다시 한 번 놀라서 주저 앉았다.
시체는, 언밸런스하게도 웃으며 눈을 감고 있었다. 긴 머리가 가슴께까지 내려와 핏덩이와 함께 엉켜있는 모습에 세훈이 애써 눈을 돌렸다.
*
"경수야."
"...어? 누구..."
"안녕. 음... 나 처음 봐?"
"...아... 본 것 같기도 한데-"
사실 난 누군지 아예 몰랐다. 같은 학교 학생이면 지나가다가 한 번쯤 볼 법도 한데, 거기에 여자애면 관심이 꽤 있었던터라 자꾸 눈이 가는게 사실이였다.
그런데 처음 보는 여자애가 말을 걸다니. 거기에 촌스러운 하트모양 편지를 들고 있는 것을 보니 분명 고백하려는 듯 보였다.
나에겐 적지 않은 신선함이였다. 고백을 받아 본 것이 다섯 손가락안에 꼽으려나.
그 여자애의 표정을 보니 부끄러운 듯 나를 힐끔 쳐다보며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밖이 너무 소란스러운 것 같아 고개를 돌려 보니 친구인 듯한 여학생 무리들이 창문에 다닥다닥 달라붙어 뭐라고 외쳐댔다.
아무래도 입모양을 봐서는 똑바로 봐- 고백해 빨리! 라고 하는 것 같긴 한데...
"저기... 그러니까..."
"응? 왜?"
"나 너 좋아하거든? 넌 날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때 너랑 같은 학교였어."
"아, 그래? 이름이 뭔데?"
"편지에 써 있어. 꼭 봐 알았지?"
"아, 저기-"
"잘 있어! 난 갈게. 부끄러워서 계속 못 있겠다."
나에게 볼을 발갛게 물들이며 웃어 보였다. 예쁘장하게 생긴 것 같은데. 왜 나를? 그리고 그 아이는 소란스러운 친구들을 몰고 사라졌다.
내가 이름을 물어봤을 때, 약간 실망한 듯 보였다. 그래. 실망하겠지. 나 같아도 섭섭하겠다, 그나저나 초등학교까지 같이 나왔다고?
편지를 앞 뒤로 살펴봤지만 하얀색 편지봉투에 주황색 하트스티커가 붙여진 것이 끝이였다.
스티커가 찢어지지 않게 살살 편지봉투를 뜯어 편지를 펼쳐 보았다. 앙증맞은 글씨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내용은 자신의 평범한 일상과 더불어, 넌 어땠냐느니, 그동안 어떤일이 있었냐느니 중간중간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한 문장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답장을 써달라는 뜻인가. 괜히 부끄러워져서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했다. 끝에는 From과 함께 이름이 쓰여있었다.
"...강혜인?"
이따 찬열에게 가서 얘기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편지를 주머니에 고이 넣어두었다.
뭔가 간질간질 기분이 이상했다. 중학교에 들어와 처음 받아 본 편지였다. 그것도 연애편지-?
나는 괜히 히죽 거리면서 혼자 웃다가 빨리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찬열과 종인이 매점에서 돌아오자 마자 그들이 있는 자리로 달려갔다.
애써 큼큼 대며 무심하게 말을 꺼냈다.
"박찬열! 나 고백받았다!"
그러나 내 입을 뚫고 나온 것은 방정맞게 기뻐하는 목소리였다.
근데 김종인은 표정이 왜 저렇게-.
*
"강혜인..."
"뭐? 너 아는 애야?"
"그 때 나한테 고백했다던 그 3반 여자애."
"아 설마 전에... 걔야? 쟤가?"
경수가 벌벌 떨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경수가 갑자기 쓰러지듯 그 자리에서 헛구역질을 했다. 왠일로 세훈이 다가와 안쓰러운 듯 토닥였다.
이곳에서는 혜인을 아는 사람이 경수뿐이라 경수 혼자 그 끔찍함을 혼자 짊어지고 있는 듯 했다.
목에서는 마른 침만이 넘어가고 식은땀이 나는 듯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들어갔다.
오늘만 하더라도, 죽은 사람을 세 번이나 보다니. 거기에 내가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미친듯이 싫었다.
이젠 아까보다 익숙해지는 자신도 어이가 없는 듯 경수는 당혹감에 휩싸였다.
모두들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나 혜인이라는 여학생의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시체가 천장에 밧줄로 매달렸다는 것 외에는 2반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었다.
백현이 무언가를 찾은 듯 손가락으로 시체를 가르켰다.
"저기... 발목에..."
"아.. 씨발..."
"왜 하필 저기에 매달아 놓은거야. 끔찍한 새끼. 도대체 몇 명을 죽일 생각이냐고!!"
"일단 누가 가져오지?"
"...."
"하아...내가 가져올게."
찬열이 끔찍한 듯 몸을 부르르 떨며 눈 한쪽을 꽉 감고 집게 손가락을 뻗어 재빠르게 끌러내렸다. 천이 가벼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무심코 다시 올려다 본 혜인은 여전히 뭐가 즐거웠던 건지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온몸에 닭살이 일어날 만큼 가히 커다란 쇼크로 다가왔다.
친구들끼리 여럿 뭉쳐 있고, 함께라면 무서울 게 없다고 하지만... 아직 덜 성장한 남학생들이 참아내기에도 버거울 만큼, 시체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이리저리 뜯겨 있는 살과, 피가 여기저기 흩뿌려지거나 흘러내리다가 굳어 있었고, 죽은지 꽤 오래된 듯 약간 차가운 색이 돌았다.
다행히 눈이 감겨 있어서 마주 볼 일은 없겠지만, 웃은 채로 죽어 있는 모습이란...
익숙한 듯 검은 천을 바닥에 펼쳐 놓고 눈을 빠르게 굴렸다.
<이 운동화 자주 보이는 것 같지 않아?>
경수는 문득 소름이 확 끼치며 자신의 발을 내려다 봤다. 경수는 물론 모두가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던 사실.
설마-
내가 항상 즐겨 신던.
경수의 발에는 항상 그렇듯이 약간 빛이 바랜 검은색의 하이 컨버스 운동화가 신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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