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비타님, 리로님 감사합니다.
김성규는 여우가 아니다 12
W. 여우
성규는 인상을 찌푸린 채 애꿎은 노트북 자판만 두들겼다. 에이씨, 일 안해……. 성규는 짜증가득한 말투로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벌써 크리스마스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성규는 케이블채널의 보험광고를 보고 있는 동우를 보며 한숨을 쉬다가, 사과를 깎고 있는 모습에 얼른 리모컨을 갈취해왔다. 연기대상이나보자-. 동우는 아무것이나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성규는 실실 웃음을 흘리며 냉장고에서 오렌지주스를 가지고 왔다. 쇼파에 기대어 오렌지주스를 마시고 있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다. TV에서는 한창 명수의 수상소감이 나오고 있었다.
"내가 저 꼴뚜기새끼, 연기대상 받는 거 알고 있었는데-. 확 기자들한테 뿌려버릴걸."
"어, 성규야- 너 어떻게 알고 있었어?"
"지금 저, 드라마 설명하고- 김명수 역할 설명하는 거 들려?"
"아, 응-. 저 추격자 뭐시기 저거?"
"어-. 저 큐시트 내가 적었거든. 그러니 당연히 저 꼴뚜기 새끼가 연기대상이지."
동우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여간, 엄청 귀엽네- 귀엽기는. 동우는 성규의 칭찬아닌 칭찬이 마음에 들었는지 계속 실실거리며 사과를 깎았다. 성규는 동우에게 언제 칭찬했냐는 듯, 다시 명수의 욕을 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엽사들을 모두 방출해야한다느니, 하하- 라는 웃음소리가 가식적이라느니. 그 순간, 동우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성열을 사랑한다는 저 커다란 목소리는 자신이 아는 그 친구, 김명수의 목소리였던가……. 하하-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동우는 멍하니 과일을 깎던 손을 응시했다. 설마, 설마…… 커밍아웃은 아니겠지. 하지만 갑자기 성규의 말소리가 멈추었다. 동우는 절대적으로 화면을 쳐다봐야겠다는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건만, TV화면이 큰 것이 당황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TV도 사이즈가 커서 그런지, 적나라한 성열과 명수의 입맞춤이 다른 화면보다는 수백배, 아니 수천배 더 크게 들려나오는 것 같았다. 성규는 들고 있던 리모컨을 똑- 하고 떨어트려버렸다. 미……미친놈-. 성규의 입에서 강한 억양이 튀어나왔다. 성규는 멍하니 떨어진 두 남정네의 입술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다가 헛웃음이 나오는지 뒷통수를 긁적였다. 와- 저 게이라고 밝히는 포부 좀 보소, 사내대장부네……. 성규는 당당하게 드러내는 명수를 보면서 멍청한건지, 순진한건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소속사 사장하고는 다 얘기 끝난건가……. 성규는 괜히 명수와 성열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사과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접시를 쳐다보니, 사과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장, 장동우- 너 임마!"
"……어, 어? 왜?"
"너, 피나잖아. 아무리 놀라도 그렇지- 사과를 깎으랬더니, 지 손을 깎는 놈이 어디 있어!"
성규는 급하게 동우의 손을 부여잡았다. 피가 줄줄 흐르는 게 벌써 하얀 사과를 흠뻑 적셔버렸다. 김명수 개새끼……. 성규는 뇌세포에서 뱉는 말들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툭툭 내뱉었다. 하여간 대책이 없다느니……, 맞아야된다느니-. 동우는 그와중에도 멍하니 TV화면을 응시했다. 자신도 저렇게 당당하면 좋으련만. 성규가 호들갑을 떠는 것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갑자기 동우의 머릿속으로 '이호원'이라는 세 글자 펑- 하고 튀어나왔다. 그리고 얼마전 호원의 집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면서 방금 전 명수와 성열의 키스가 오버랩되었다. 동우의 얼굴이 새빨간 토마토처럼 익어버렸다. 구급상자 가져올게-, 꾹 누르고 있어. 성규가 구급상자를 가져오겠다며 일어서는데도, 동우는 그저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이호원, 이호원……. 동우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그날 밤, 잠들기 전-. 동우의 입술에 살짝 닿았던 그 따뜻하고 촉촉했던 감촉이 떠올랐다. 으으, 미치겠다……, 장동우, 돌았나봐-.
* * * * *
성규는 베란다 끝자락 선반위에 놓여진 구급상자를 가져왔다. 동우는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가만히 앉아서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너도 미쳤냐……. 성규의 질문에 동우가 흠칫 놀라더니, 무슨 말이냐며 큰소리쳤다. 성규는 괜히 큰소리내는 동우가 의심스러웠는지 눈꼬리를 게슴츠레하게 내려깔았다. 그리고는 취조라도 할 모양인지 음흉한 눈빛을 보내왔다. 눈치를 보아하니 미쳤다기 보다는, 미칠 만한 일이 있었구만……. 성규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돌려 질문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우는 절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성규는 얄밉다는 듯 연고를 꾹꾹 눌러 발라주었다. 아, 아파!. 동우는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서 괘씸하다는 눈빛으로 성규를 바라보았다. 흥, 뭐-. 성규는 오히려 말해주지 않는 동우가 더 괘씸하다는 듯, 반창고를 붙여준 이후에도 다시 한 번 베인 곳을 꾸욱- 눌러주었다.
"이씨, 아프다니까-."
"아, 그니까 그 영계랑 무슨 일 있었는지 곱게 말해주면 되잖아-."
"싫, 싫대도-."
"어우, 치사해- 진짜."
"아- 마, 맞다. 그러고보니 너도 우현이랑 오늘 14주년 아니야?"
"어? 무, 무슨 14주년?"
동우의 질문에 성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생각해보니, 명수네와 자신네가 연애를 시작한 날짜가 똑같았으니, 아무래도 오늘은 틀림없는 14주년이었다. 성규는 맑은 헛기침만 콜록대었다. 동우는 입술을 주욱- 내밀고는 성규를 괴롭힐 만한 건수라고 생각되었는지, 계속해서 종알종알, 입술을 멈추지 않았다. 성규는 홧김에 티비를 꺼버렸다. 동우는 성규가 화났다고 생각했는지 입술을 앙 다물고서 볼에 빵빵히 바람을 집어넣었다. 성규는 깎던 사과를 마저 깎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과도를 들었다. 동우는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는 줄 알고, 순식간에 저 멀리까지 도망가버렸다. 야야, 안 찌르거든?-. 성규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동우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대체 그 어린 영계는, 아니 이호원은 어디가 좋아서 저런 말괄량이 삐삐 뺨치는 원숭이같은 놈을 좋아하는 걸까. 성규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동우는 성규의 표정을 이리저리 확인하다가 퉁퉁 삐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너희 맨날 크리스마스에 너희들끼리 놀러가고, 나 왕따시켰잖아-."
"그……,그게 무슨 왕따야-. 내가 같이 놀자고 하면 너가 괜찮다면서 집 가버려놓고선."
"야, 김성규-. 너 아무리 이제 솔로라고 그렇게 말 막하는 거 아니다? 참, 웃겨진짜. 야-, 그럼 그 뒤에서 따라오면 죽여버리겠어요-라는 눈빛으로 눈알을 부라리고 있는 남우현은 어쩔껀데, 어? 내가 진짜 따라가서 재밌게 놀고 싶겠다. 그렇지? 그리고 너도 은근히 내가 집가서 놀기를 바라는 눈치였잖아-."
"이, 이성열이 같이 놀자고 해도 싫다고 했잖아!"
"김성규바보다, 바보-. 남우현이 그 정도인데, 내가 따라갔으면 김명수가 나를 죽이고 말지, 살려뒀겠냐-."
"……그, 그렇네-."
성규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도무지 반박할래야, 반박할 수가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성규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내가 그렇게 남우현하고 알콩달콩했던 시절이 있었구나……. 이제 더 이상 우현을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도 사라져버렸다. 그냥 우현을 생각하면 조금 간지럽고, 긁다보니 아픈……, 모기에게 물린 상처같았다. 남우현과 김성규, 김성규와 남우현……. 언제부터 그렇게 됐을까. 성규는 스스로 생각해도 이제 별로 우현에게 큰 감정이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다. 어쩌면 시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성규는 계속해서 투덜거리는 동우를 보다가 또 다시 한숨을 뱉었다. 아오……, 저 또라이 조증 환자 같은 놈……. 성규는 멍하니 쇼 하는 동우를 구경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빠르게 우현과 자신의 관계를 정리했다. 14년동안 헛고생했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언제 또다시 귀찮아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성규는 고개를 숙여 사과를 깎는데 집중하려다, 영 안됐는지 과도를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어어……?, 성규야 잘꺼야?"
동우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성규가 다시 방에서 나왔다. 성규의 손에 들려있는 건 검은 색 점퍼하나와 동우의 차키였다. 그, 그거 내 차키……. 동우가 더 말을 잇고 싶어했지만, 성규는 그저 알겠다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 아니……. 동우는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성규는 그저 현관에서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어, 어디가는데……! 동우가 현관까지 나와 성규에게 질문을 던졌다. 성규는 그저 생긋 웃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찬 바람이 거친 소리를 내며 거실로 들어왔다. 동우는 몸을 움츠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성규는 그런 동우의 머리칼을 쓱쓱- 쓰담아주었다.
"아주 잠깐 집에 좀 다녀올게. 먼저 자-. 좀 오래 걸릴 지도 몰라. 차는 금방 쓰고 가져다줄게. 제대로 주차까지 깔끔하게 해놓을 테니까, 우리 아우디님 걱정은 하지 마시고, 푹- 주무세요-."
* * * * *
성규는 부드럽게 차를 몰았다. 운전을 안한지는 꽤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 실력이 녹슨 것은 아니었다. 이래보여도, 한 번에 실기를 통과한 이력이 있는 성규였다. 성규는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며, 천천히 심호흡을 내뱉었다. 집에 가면 무엇부터 말해야할까. 얼마나 딱딱하게 말해야 우현이 말귀를 알아들을까.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이 차처럼 부드럽게 말했다가는 분명 기어오를 것이었다. 성규는 늦은 크리스마스에 집과 점점 가까워져가고 있었다. 천천히 머릿속을 정리했다. 그 동안 우현에게 버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지금 이순간만큼은 자신에게 쓰기를 당연시하며.
* * * * *
*여우 사담*
안녕하세요, 허허- 여우입니다.
아잌, 제가 지금 열봄 텍파를 만들고 있어요. 허허- 바쁩니다.
엉엉ㅠㅠ 늦을지도 모름, 흡흡- 죄송해서 어떡행.. ㅠㅠ 그래도 이번 달안에 백퍼 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걱정마세여, 그대들! 아잉, 저 그럼 독서실로 가요 ..
답글 못달아드리는 건, 시간이 없어서에요 ㅠㅠ 정말로
시간날때마다 달아들리고 있어요 ㅠㅠ 이해해주세요! 늦어도 사랑해주셔요 ㅠㅠ 감사합니다!
+ 그리고 오늘 좀 짧네요.. 다음화하고 이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ㅠㅠ
이해해주세요 정말 죄송해요 여우가 애물단지네요 엉엉 ㅠㅠ
하지만 이 애물단지는 독자여신님들과 사랑하기를 바래요 ㅠㅠ 댓글 달아주셔요 ㅠㅠ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인피니트/다각] 김성규는 여우가 아니다 12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b/7/9b7f0c0240a8658ab00591e034e8d642.jpg)
![[인피니트/다각] 김성규는 여우가 아니다 12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e/6/4/e64a22c5a767e34618708c4b35c9bb4d.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