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신부
12
혼란
눈을 뜨고 일어나니 내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리에는 내가 잠들고 간 건가.
비몽사몽 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는데 갑자기 인기척이 들렸다.
"리에?"
눈을 찡그려 흐린 초점을 맞추자
살짝 굳은 표정의 그가 보였다.
"아쉽게도 리에가 아니네"
"...어?"
하지만 그 표정도 잠시. 그는 나를 보며 베시시 웃어보였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몸을 들자
그가 다시 내 몸을 눕혔다.
"더 자"
"아, 괜찮아요"
"신부야"
"네?"
"아직도 내가 불편해?"
"...."
네, 불편해요.
차마 이 말을 그에게 할 수가 없었다.
그의 표정이 너무나도 슬퍼보였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있잖아, 나는 네가..."
"아무 말도 하지마요"
"...."
"그냥 아무 말도 하지마요"
혼란스러웠다.
그냥 그가 다음에 무슨 말을 뱉을 지 예상이 갔기에
그 말을 들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질 것같아서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아침, 먹어야지"
"아... 그렇죠"
"같이 먹자"
"네?"
"너랑 같이 먹을래"
그는 내 팔을 잡고 어딘가로 데려갔다.
아직 얼굴도 못씻었는데
나는 눈에 붙은 눈꼽도 떼지 못한 채, 그에게 이끌려 갔다.
도착한 곳에는 맛있는 음식의 냄새가 솔솔 풍겼다.
커다란 식탁에는 호화스러운 음식들이 담겨져 있었다.
그는 나를 앉힌 후 맞은 편에 자리를 잡았다.
항상 방에 있는 상에서 밥을 먹다가 이렇게 커다란 식탁에 많은 음식을 먹는 건 처음이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다.
"맛있게 먹어"
"...."
"뭘 좋아하는 지 몰라서 우선 한식으로 준비했어"
"....잘먹을게요"
"응"
눈 앞에 있는 고기를 집어들어 입안에 넣었다.
육질이 부드러운 것이 입 안에서 녹는 것 같았다.
맛있긴 맛있는데
자꾸 쳐다보는 그의 눈빛 때문에
속이 답답하고 불편했다.
"맛 없어?"
"아, 아뇨 맛있는데"
"다행이다"
그가 내 말에 안심했는지 눈이 휘어지도록 웃었다.
문득 리에 생각이 났다.
이 맛있는 걸 리에도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저..."
"왜?"
"리에는요?"
"...."
"그냥... 리에도 같이 먹었으면 해서... 둘만 있으니깐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리에가 있었으면 좋겠어?"
"네, 그게 좀 편할 것같아요"
"....알겠어"
그가 작게 손가락짓을 하자 뒤에 있던 여우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의 말을 들은 여우는 그에게 허리를 숙인 뒤 다시 허겁지겁 달려갔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왠지 살짝 굳어 있었다.
여우가 나간지 얼마 가지 않아 리에가 들어왔다.
리에를 보는 내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부르셨어요"
리에는 그에게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는 젓가락을 탁 내려놓고 리에를 바라봤다.
"신부가 너랑 같이 먹고싶다고 해서"
"....아뇨 전 괜찮ㅅ"
htt
"앉아"
"....."
"네가 있어야"
"...."
"편하대잖아"
그의 눈썹이 미세하게 들썩거렸다.
표정이 묘하게 굳어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리에가 내 옆자리로 오려고 발걸음을 옮기자
그가 리에의 팔목을 잡았다.
"아, 넌 내 옆에 앉아"
"네"
그는 무심하게 다시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리에의 앞으로 여우들이 밥이 담긴 접시와 앞그릇, 수저를 가져다 놓았다.
리에는 멀리 있던 호박전을 가져다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호박전 드세요. 호박전 좋아하시잖아요"
"내가 알아서 먹으니깐 얼른 먹기나 해"
"네, 맛있게 드세요"
리에가 가볍게 웃어보였다.
그는 호박전을 좋아하는 게 맞았는지 호박전을 바로 제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리에는 이후에도 그가 좋아하는 반찬을 그의 앞으로 옮겨놓았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기분이 묘했다.
리에가 그를 끔찍이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200년을 함께 했으니, 그에 대해 잘 알겠지.
둘의 모습이 아주 잘 어울렸다.
오히려, 내가 불청객이 된 기분이 들 정도로
둘의 모습은 굉장히 안정적이고 보기 좋았다.
나를 계속 쳐다보는 그의 시선을 빼고는
나를 계속 쳐다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나중에 호박전 만들어줘"
"....네?"
"예전에 네가 만들어줬던 그 호박전이 먹고 싶어"
"...."
"엄청 맛있었는데"
"....있잖아요"
"응"
"전 예전에 당신을 떠났던 그 여자가 아니에요"
"...."
"그 여자랑 내가 같다고 착각하지마요"
"...."
"난 당신이 찾는, 그 여자가 아니니깐"
"...."
"착각 좀 하지마요"
그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나를 계속 과거의 그 여자와 같은 사람 취급하는 것이 싫었다.
나는 그 빌어먹을 전생의 여자가 아니라고
그의 눈이 붉게 빛났다.
화가 난 건지 그의 손에 들려있던 젓가락이 그의 힘에 의해 휘어졌다.
리에는 그런 그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덮었다.
무언가 참으라는 무언의 압박같았다.
리에는 그를 너무 잘 안다.
그렇기에 그를 다룰 줄 알았다.
"숲에 꽃이 잔뜩 피었던데, 두 분이서 오붓하게 산책하시면 좋을 것같아요"
"...리에! 나는"
"신부님이 꽃을 좋아하시더라고요. 같이 가시는 게 어때요?"
"난 신부랑 있으면 어디든 좋아"
"신부님은요?"
"난..."
"가실 거죠?"
간절한 리에의 눈빛에 차마 거절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그가 아이같은 미소를 보였다.
결국 밥을 다 먹은 후 그와 함께 숲에 오게 되었다.
화창한 날씨에 푸른 숲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단 둘이라는 게 조금 불편하지만
"예쁘다"
"네?"
"네가 너무 예뻐"
"...."
"나는 네가 너무 좋아"
"전생의 제가 좋은 거겠죠"
"맞아"
"그 여자는 제가 아니라니ㄲ"
"근데 지금의 너도 좋아"
"...."
그가 내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쥐었다.
"네가 너무 예뻐서 네가 나만 봤으면 좋겠어"
"...."
"널 보면 가슴이 쿵쿵 뛰어"
"...."
"조금이라도 네가 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
"...."
"말했잖아. 나는 널 사랑한다고"
"그러니깐 제발 떠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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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ㅏㅇ아아앙아악!
생각보다 빨리 연재할 수 있어서 넘 기뻐요!!
방금 브이앱 라이브로 보느라 조금 늦어졌네요!
애들 넘넘 이뻐여ㅠㅠㅠㅠ
제가 지금 바로 나가야 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다 못하네요ㅠㅠㅠ
나중에 사담으로 찾아오께여!!!
우리 도짜님들 넘넘 고마워여
도짜님들 댓글 보고 솔직히 눈물 찔끔 나옴
제가 독자복은 타고난 듯ㅎㅎㅎㅎㅎㅎ
아, 저 참고로 지민이 머리로 염색하려고 머리 다 탈색했더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