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닐곱 쯤 되어 보이는 어린 계집아이가 제 어미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그 뒤에 숨어 자신을 빼꼼히 바라보는 시선에
사내아이는 호기심이 생겼다.
늘 서책만 보며 글만 쓰던 제게 또래의 아이가 곁에 생겼다는 것이 신나는 일이기도 했다.
빤히 바라보는 사내아이의 시선에 부끄러움이 느껴지는지 하얀 뺨에 홍조를 띄우고 치맛자락 뒤로 숨는 통에
제 어미가 계집아이의 등을 밀어 앞으로 끌어냈다.
"도련님께 인사 드려야지..어서."
고운 빛깔의 한복을 입고 있는 제 또래 남자아이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던 계집아이가 어미의 성화에 못이겨 수줍게
고개를 숙여보이곤 다시 치맛자락 뒤로 숨었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다정히 묻는 말에도 손톱만 깨물며 대답 없는 아이의 모습에 제 어미가 대신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을 해왔다.
"도련님~이 아이는 제 여식인 '초연' 이라 합니다. 아직 어려서 그러니... 너그러이 용서해주시어요."
"초연..이라..."
얼굴만큼 고운 이름에 계집아이를 바라보는 사내아이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내 이름은 김재호다. 잘 부탁하마."
활짝 웃으며 계집아이에게 손을 내미는 재호의 고운 손을 바라만보다가 초연이 살며시 손을 뻗어 작은 손바닥에 손끝을 가져다댔다.
그 손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재호가 조그마한 손을 꼭 쥐고 아이를 자신에게로 가까이 당겼다.
벚꽃이 흩날리던 봄.
어린 김재호와 초연의 첫 만남이었다.
"하아..몹시 지루하다..."
아버지가 내어주신 서책을 몇장 넘기다 도통 무슨 말인지 뜻을 알 수 없어 한숨만 푹푹- 내쉬던 재호는 기둥뒤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작은 사기 접시에 떡을 담아들고 눈치만 살피고 있는 초연의 모습에 어느새 지루한 표정이 사라지고 얼굴 가득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리 오라며 손짓을 해보이는 재호의 곁으로 초연이 천천히 다가갔다.
"간식을 가져온게냐? 우와~ 맛있겠다!"
빛깔 고운 겉면에 고소한 기름까지 발라져 한눈에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떡을 바라보다 그가 아이에게서 접시를
받아들고 제일 예쁜 것을 하나 집어 초연에게 내보였다.
"맛보거라. 시원찮게 먹을터인데..."
차마 받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리며 뒷걸음질 치려는 아이의 손목을 끌어 재호가 떡을 입 가까이에 가져다댔다.
"어서~ 같이 먹어야 맛있지."
"감사...합니다...도련님....."
그의 한없이 다정한 모습에 초연은 어느새 마음을 서서히 열고 재호의 곁을 맴돌기 시작했다.
대감께서 집을 비우시는 날이면 대감마님의 눈을 피해 그와 함께 뒷 마당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놀기도 했고,
제법 야무지고 똑똑한 초연의 모습에 그가 글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천한 계집이 도련님과 가까이하면 안된다 제 어미에게 꾸중을 들으면서도 초연은 재호의 곁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감님께 혼이 날까 늘 눈치를 보며 그를 쫒았지만 단 한번도 힘이 든다 생각지 않았다.
친 오라버니처럼 자신을 아끼고 챙기는 재호에게.. 초연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 속 깊이 작은 연정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리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도 모르면된다 생각했기에 초연은 그를 향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대감님댁 집살이를 한지 10년이 되었을 무렵,
늘 그의 곁에서 그를 바라보며 하루 하루를 기쁨으로 살아가던 초연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였다.
먼저 출가한 누이의 회임 소식을 듣고 먼 길을 다녀온 재호는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를 눈으로 찾았다.
자신이 올 시간이 된 걸 알고 마중나와야 할 이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 밀려왔다.
마당 한구석에서 일을 하는 하인을 불러 물으니 뭔가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이곤 뒷 마당을 가리켰다.
"아까부터 나오질 않습니다요..."
"혹,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늘 곁을 맴도는 초연을 눈엣가시처럼 여긴 아버지께서 자신이 없는 동안 모질게 대하기라도 하셨을까 재호는 덜컥 겁이 났다.
재촉하여 묻는 그의 말에 하인은 뒷 머리를 긁적이고는 조용하게 목소리를 낮춰 속삭여왔다.
"아, 글쎄... 어제 밤에 초연이 어미가 만식이와 도망을 갔지 뭡니까요.. 아무 말 없이 저만 두고 떠난 걸 알고 저리..."
하인의 입에서 나온 예상치 못한 말에 재호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는 그를 돌려보냈다.
어린 마음에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굳이 보지 않아도 그 아픔이 느껴져 재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채에 들러 일단 돌아왔음을 부모님께 알리고 급한 걸음을 서둘러 초연을 찾아나섰다.
한참을 뒷 마당 곳곳을 둘러보던 재호는 헛간 뒷켠에 항아리를 잔뜩 쌓아둔 구석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천천히 걸음을 멈춰섰다.
등을 보이고 앉아 한없이 어깨를 떨고 있는 모습에 재호의 가슴 한켠이 시려온다.
"흠..."
혹여나 놀랄까 작은 헛기침을 해보이니 작은 어깨가 움찔..하고 떨리며 곧 몸을 일으켜 자신을 향해 돌아섰다.
작은 얼굴에 말라 붙은 눈물 자국이 고운 아이의 얼굴을 얼룩져 놓고 있다.
"여기서 뭐하고 있는게냐."
"..오셨습니까..도련님.."
손으로 얼굴을 감추며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초연에게 재호는 천천히 다가가 아이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얘기는 들었다. 운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지 않느냐. 그만 눈물을 거두거라..."
다정한 목소리로 다독이는 그의 위로에 초연은 참으려던 눈물이 더욱 솟구쳐 나왔다.
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삼키려는 애처로운 모습에 재호는 작은 어깨를 감싸 자신의 품으로 가뒀다.
"네 어미는 떠났지만... 나는 너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
"울지말거라...네 눈물에..내 가슴이 아프다."
커다란 손으로 작은 등을 토닥이며 건네는 위로에 초연은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어미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을 쏟아냈다.
초연의 눈물이 점점 멈추어 갈때 쯤, 두 사람을 향해 날아든 벼락과 같은 목소리에 급히 떨어져 섰다.
처마 밑에 서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대감의 싸늘한 모습에 두 사람은 사색이 되어 얼어붙었다.
"여기서 뭣들 하고 있는게냐!"
다시금 떨어진 불호령에 재호가 겁을 잔뜩 먹어 덜덜 떠는 초연을 등 뒤에 세우고 고개를 숙여보였다.
"울고 있는 아이를 그저 달래었을뿐입니다."
"지금..그것을 내게 믿으라 말하는 것이냐! 당장 나를 따르거라!"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초연을 매섭게 노려본 대감은 흠! 하고 기침을 하고는 몸을 돌려 안채로 향했다.
초연의 떨리는 어깨를 살며시 두드려주고 금방 다녀오겠다..말하는 그의 옷자락을 쥔 아이의 눈빛이 공포로 물들어 있다.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속삭인 재호는 아이를 그곳에 두고 걸음을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
호롱불이 일렁이는 빛 아래에 고개를 숙인채 앉아 있던 그가 자신을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천한 계집과 정이라도 통하였느냐.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게냐!"
".................."
"수없이 모른척 해주었다. 하나, 더이상은 봐줄수가 없구나."
차분한 어조이나 그 뜻을 알 수 없는 살기 가득한 말에 재호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아버지...! 그 아이... 제가 지켜주고 싶습니다. 10년을 지켜본 아이입니다. 제게 해를 가할 아이가 아님을 더 잘 알지 않으십니까."
"시끄럽다..! 그 아이를 지키겠다? ...네가 그 아이를 어찌 지킬것이냐?"
".................."
"천한 신분의 계집을 네 부인으로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냐..?"
".......그리 할수만 있다면....."
입술을 꼭 깨물며 아버지를 향해 간절한 눈빛을 보이는 그의 곁으로 뜨거운 찻잔이 날아들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깨어진 파편이 이리저리 튀며 방바닥을 어지럽힌다.
"나를 원망말거라. 이리 된 것은.. 너의 선택이었다."
독기를 품은 일렁이는 아버지의 눈빛에 재호의 등자락에 식은 땀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공포에 재호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이것이 꿈이길... 현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그날 밤, 대감의 불같은 명령에 김재호는 그대로 공주에 있는 친척집으로 쫒기어 갔다.
혼자 남겨질 아이가 걱정되어 쉽사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자신은 괜찮다며 걱정마시라 위로를 보내는
초연의 말에 더 큰 불호령이 떨어질까 급히 집을 나섰다.
자신을 잠시 쫒는 것으로 모든 일이 해결된다며 좋겠지만.. 그리 쉽게 물러설 아버지가 아님을 알기에
김재호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대감의 눈치가 보여 그 앞까지 배웅하지 못하고 멀리서 그 뒷 모습을 지켜보던 초연은 그 없이 견뎌내야할 앞으로의
시간이 두려워 눈물만 흘렸다.
"대감님께서 너를 찾으신다. 따라오거라."
며칠내 잠잠하여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었는데 자신을 부른다는 말에 초연은 차라리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긴장과 두려움을 견디기엔 시간이 너무도 느리게 흘렀다.
앞장서 걷는 하인의 뒤를 따라 안채로 옮겨간 아이는 안방으로 천천히 몸을 들이고 자신을 매섭게 바라보는
대감의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앉았다.
"네가 살 곳은 이제 이곳이 아니다."
이야기를 지체할 필요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에 초연이 놀란 기색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이 시간 이후, 이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말거라."
"......예......?"
"밖에서 널 기다리는 자를 따라 이대로 떠나라."
"어... 어디로 가라하심 입니까..."
"네가 이제 몸 담을 곳은 '청루각' 이니라. 그곳에서 그 고운 얼굴과 웃음을 팔며 살거라. 그게 너의 불찰에 대한 댓가이다."
청루각이라니.....
대감의 입에서 무심히 흘러나온 이름에 초연은 눈앞이 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싹싹 빌며 그의 발밑에 기어가 납짝 엎드려 빌었다.
"대감님...제발...제발....잘못했습니다... 그곳만은...."
바지 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는 초연의 손을 매섭게 쳐낸 대감은 큰 목소리로 밖에 있는 누군가를 불렀다.
그의 부름에 장정 둘이 방안으로 들이닥쳐 초연을 그에게서 떼어내고 밖으로 끌어냈다.
"자...잘못했습니다!!! 대감님!!!!! 제발....제발....!!!!!!!!"
아이의 절규에도 대감은 대답이 없었다.
흙바닥에 던져진 몇 안되는 옷가지가 담긴 보따리를 하인이 들어 툭툭- 털어내고는 아무것도 도와줄 수 없어
미안한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아이의 손에 보따리를 쥐어주었다.
"아..아저씨..살려주시어요..."
애타는 부름에도 하인은 초연의 시선을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다시 보지 못할 누군가의 모습에...
더이상 소리 지를 기운도 없어 온 몸에 힘이 빠진 초연은.. 남자들에게 양팔을 붙들려 대문 밖으로 끌려나가며
뜨거운 눈물만 쏟아내었다.
"이 아이.. 오늘 밤 머리를 올릴것이다. 각별히 신경을 쓰도록 하거라."
"벌써요? 아직 준비도 안 된 아이를..."
"시끄럽다. 내 소관이 아니다. 잔말 말고 준비나 시키거라."
보름이 지났을 무렵, 초연의 방안에 들이닥친 기생 몇이 자신을 두고 하는 이야기에 아이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아직 열여섯밖에 되지 않은... 기예조차 습득하지 못한 아이에게 일어날 일이 아님에 다른 기생들도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머리를...올린다니..그게 무슨 말입니까..?"
뜻은 모르나 뭔가 불길한 예감에 초연은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그런 아이의 물음에도 위에서 내려진 명이니 어쩔수 없다며 기생 몇이 아이를 끌고 탕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자신을 몸을 깨끗하게 씻겨 주는 여인들의 손길에 안정이 되는 것도 잠시.. 한 여인이 아이의 머리를 곱게 매만지며
조용히 내뱉은 말에 초연의 얼굴이 굳어져갔다.
"모르고 있는 것이 낫다.. 잠시만 참으면 된다. 두려워말거라."
도망갈수도 없는 처지에 자신에게 닥친 현실이 이제야 느껴져서.. 두 눈가에 스미는 눈물에 초연은 입술만 깨물었다.
[도련님... 저는 어찌하면 좋습니까...이제 저는...어찌하면 좋습니까.]
난생 처음 발라보는 향기로운 분내음에도 초연은 아무 표정없이 인형처럼 앉아 여인들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머리에 가채를 올리고 색색이 고운 비녀와 장신구를 달아도 초연은 기뻐하지 않았다.
물끄러미 바라본 경대에 비춰진 낯선 자신의 모습에 신기함도.. 기쁨도 없었다.
그저 이 시간들이 지나가기를...모든게 빨리 끝나기만을 바랬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초연은 침장 앞에 차려진 주안상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여인들이 말한대로 상앞에 곱게 앉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그저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흠..."
문 밖에서 들려온 인기척과 함께 열리는 문에 초연이 빳빳하게 굳어진 고개를 돌려 들어오는 이를 향해 멍한 시선을 던졌다.
발끝을 따라... 옷자락을 따라... 고개를 들던 초연은 그 끝에 닿은 누군가의 모습에 자신의 눈을 믿을수 없어 표정 없던 얼굴에 싸늘한 빛을 띄었다.
"그래. 그리하고 있으니 봐줄만은 하구나."
문을 닫고 자신의 앞에 마주 앉는 이의 모습에 믿을수 없다는 듯 두 눈만 천천히 깜박거린 초연의 입에서...
목이 잠긴 쇳소리가 흘러나왔다.
"...ㄷ....대감..."
시간이 어찌 흐른건지 알 수 없었다.
온몸이 부서지는듯한 고통과 소름에 초연은 몸을 잔뜩 웅크리고 벽에 기대어 앉았다.
불꽃이 일렁이는 눈빛으로 자신을 범하던 대감의 밑에서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으려 입술을 꽉 깨문채
긴 시간을 견뎌낸 초연의 행색이 엉망이었다.
덜덜 떨리는 입술에 맺힌 비릿한 피냄새에 작은 손등으로 천천히 훔쳐내고는 무릎을 당겨 그 안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제 더는 어찌하지 못하겠지."
".................."
"정을 품은 남자의 아비와 몸을 섞고 그 자식과 또 몸을 섞는다면... 너는 그저 짐승만도 못한 계집이 되는 것이다."
"................."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그 남자 또한, 짐승만도 못한 이가 되겠지."
잔뜩 몸을 웅크리고 울고 있는 아이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대감은 그 시선을 거두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추스린 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는 네가 더 잘 알 것이다."
"......................."
"너의 머리를 올린 것이 이조판서인 나이니, 앞으로 먹고 사는데에는 지장이 없을게다."
"......................"
"그럼에도 내 선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재호를 마음에 품는다면... 그땐 이곳보다 더 한 곳으로 보내주겠다. 알겠느냐?"
뜨거운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향하는 여인의 멍한 눈빛에 대감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그대로 문 밖으로 나섰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초연은 꾹 다문 입술 사이로 비져나오는 눈물에 침장에 엎드려
무너지는 가슴을 쥐어 뜯었다.
대감의 밑에 깔려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며 눈앞에 떠오르는 그의 얼굴에 초연은 견딜수 없이 괴로웠다.
어찌 이리도 잔인할 수 있는지...어찌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내치려는지...
그의 잔혹한 행사에 치를 떨었다.
이제는 가슴에서 놓아야하는 이름을 마음속으로 부르짖으며 초연은 여린 가슴을 치고..또 치며... 울음을 삼켜냈다.
"어찌 그런 싸늘한 표정으로..... 초연아! 너를 찾아 한참을 헤매였다. 이리 가까이 있는 줄 알았다면..."
"이리 가까이 있기에 더 괴롭습니다. 돌아가시지요."
자신을 바라보는 초연의 싸늘한 눈빛에 김재호는 차마 입을 뗄 수 없었다.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부쩍 야윈 얼굴의 아이는 예전 싱그럽던 웃음을 지어보이지 않았다.
마치 처음 본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아니, 경멸하는 이를 바라보는 듯한 싸늘한 눈빛에 마른 손에 땀이 베어든다.
"아버지께서 이리 하실 줄은 몰랐다... 네가 상처 받은 것은 당연하다."
".............."
"대신 용서를 구하마... 그러니 이제..."
대신 용서를 구하겠다는 재호의 말에 초연은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흘려보였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모습과 표정에 김재호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구하실 용서는 없습니다. 그저 제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붉은 입가에 떠오른 그를 향한 조소에 김재호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져간다.
[다시는 오지 마십시오.
도련님을 뵈면 제가 견딜 수 없습니다.
.....하루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대로 잊어주십시오...
도련님의 기억속에서 저라는 사람을 지워내십시오.
저 또한 그리 할 겁니다.
...그러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기에... 도련님을 제 가슴속에서 지워 낼 것입니다.]
***
안녕하세요~흰둥이입니다!
오늘은 김재호와 초연의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같은 여자로써..초연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제 아버지에게 험한 일을 당하고 그를 밀어내려 하는 초연의 낯선 모습에
김재호는 당황스럽겠지요...사실을 모르니...ㅠㅠㅠㅠ
두 사람의 과거는 이후에도 에피소드 중간 중간 조금씩 나온답니다.
오늘은 조연들의 이야기라..
조금 일찍 들고 왔어요^^
다음이야기로 다시 올때! 쑨양 분량을 좀 늘려서 가지고 올께욬ㅋㅋㅋ
주연이 까메오라니!!!
미안..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이야기로 다시 만나요~
늘 재밌게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
너무 너무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