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로 그대 감사합니다.
[인피니트/다각] 제 8의 피해자 02
W. 여우
네 번째 사체의 신원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부검실에는 이미 훼손이 될 대로 되어, 알아볼 수 조차 없는 사체가 누워있었다. 얼굴은 이미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되었으며, 몸 이 곳 저 곳에 난 생채기가 끔찍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우현은 아랑곳않고, 그러한 사체의 입을 벌렸다. 호원은 천천히 차트를 들어올렸다. 사체의 입 속으로 시선이 던져졌다. 사체의 치아상태를 살펴보는 호원의 손은 빠르게 그 기록을 적어내려갔다. 몇 번 치아가 어떻게 손상되었는지, 어떠한 치료를 받았는지-. 일반인이 본다면 전혀 구별 할 수 없을 만한 미세한 것도 모조리 적었다. 우현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갔다. 입을 벌려주는 기계도 있을 터인데, 왜 굳이 이런 일 따위를 자신을 시키는 걸까-. 이호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놈이었다. 우현은 잡고 있던 사체의 입을 툭- 놓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분명, 더 심한 일을 도와달라며 칭얼댈 호원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우현의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우현은 다시 사체의 입을 벌렸다. 호원은 그런 우현을 보며 찡긋- 웃는가 싶더니, 다시 빠르게 펜을 놀렸다. 그리고는 이내 차트를 내려놓고, 소독된 핀셋을 이용하여 치아의 끄트머리를 긁어, 그 조각을 끄집어내었다.
"치아조각은 또 어디다가 쓰려고."
"혹시 진료기록이 없으면 못 찾을 수도 있잖아요-. 우선, 지금까지의 피해자들이 7살 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고 했으니까, DNA 검사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럼 입 안쪽 볼을 긁지 않고 왜-."
"모계로만 전달되는 DNA가 있잖아요. 그 왜, 미토콘드리아라고-. 우선은 혹시 모르니까 챙기려구요. 만약에, 진료기록이 존재하지 않으면 최근에 어머니가 실종된 7살 남아를 찾고, 그 후에 그 아이들의 모계 DNA와 대조하는 방법이 괜찮을 것 같아서요."
"……뭐, 너 알아서 해라-."
우현은 잡고 있던 사체의 입을 톡- 놓아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사체보관처에 그 사체를 밀어버렸다. 지금 우현에게 있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물론, 호원의 결과까지 최종적으로 이어져야 사체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선은 집으로 돌아가 깨끗히 씻고, 잠에 빠지고 싶었다. 우현은 이리저리 몸을 뒤틀었다. 찌뿌듯한 몸에서 뿌드득- 뿌드득 소리를 내었다. 우현은 입고 있던 작업복을 벗어 캐비넷에 넣고는, 의자에 걸려 있던 겉옷을 걸쳤다. 호원은 멍하니 그런 우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자신은 검사실로 가서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호원은 방금까지 적은 내용들을 컴퓨터로 디지털화 한 후, 전국의 치아기록들과 일일이 대조해야 했다. 아무리 좋은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었다고들 하지만,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는 법이었다. 호원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자신을 도와달라는 은근한 구원이 눈빛이었다. 하지만 우현은 전혀 자비를 베풀만한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호원의 눈동자가 실망으로 가득 차다 못해, 서러움으로까지 가득 찼다.
"좀 도와주지, 형-. 진짜 너무하십니다."
"너무하기는 임마. 집에 못가게 하려고 아주 별 수작을 다 부리네, 이게-. 안돼, 가야해. 오늘 밤도 새면 이틀 밤이야. 어제도 새벽에 성규 데려다주고 다시 나왔잖아. 이젠 늙어서 밤도 잘 못 새겠더라, 젊었을 때는 일주일도 꼴딱 꼴딱 샜었는데……."
"서른 여섯이나, 서른 넷이나-. 저도 늙은 건 매한가지인데, 저라고 야근이 하고 싶겠어요? 그것도 이틀 연속으로? 조금만 더 하면 갈 수 있으니까 같이 들어가요, 네?"
"허, 이거 웃기는 놈이네. 난 가정이 있는 남자야. 집에서 밥해놓고 기다리고 있을 여우같은 마누라가 있다고. 알겠어? 그러니까, 열심히 하고-. 푹 자고, 내일 낮에 보도록 해-."
"아, 진짜, 형. 혼자 사는 사람이 더 구슬프고 옆구리가 시린 법이에요. 이럴 때는 서로 윈윈하고 그러는 거죠. 사람이 뭐 그렇게 매정해. 네? 형, 제발요-. 아, 진짜. 저 이거 다 끝내면 진짜 거짓말 안하고 해뜨는 거 보면서 자야해요. 사람한테 생체리듬이 얼마나 중요한 지 모르세요? 아, 형-. 제일 잘 알고 계신분이 왜 그러……."
"시끄러워. 네 번째 피해자 사망 사인이나 받아적어. 늑골(肋骨: 갈비뼈) 골절로 인해 폐가 찔렸어. 그것 때문에 혈흉(血胸: 출혈로 인해 흉강내의 혈액이 저류된 상태)이 발생했고, 늑막강에 피가 찼어. 아, 가슴은 살아있을 때 잘려졌고. 결국에는 혈흉때문에 산소가 제대로 교환되지 못해서 호흡곤란이 일어났고, 과다출혈도 사망원인에 한 부분이야. 무엇보다 늑골이 잘게 부서져서 폐를 찌른 점이 의아한데, 아마 망치등의 둔기로 내려쳐진 것 같아. 그건 너가 알아서 찾고-. "
우현이 호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고생하라는 의미였다. 순식간에 호원의 얼굴이 더 깊이 시무룩해졌다. 한 달 가까의 비를 맞지 못한 식물같았다. 하지만 우현은 굳게 마음 먹은 듯, 빠르게 부검실을 벗어났다. 혼자 남은 호원은 괜히 나오는 한숨을 깊게 마셔버렸다. 어차피, 우현이 남아있었어도, 할 일은 다 제가 했어야 할 것이었다. 그냥, 홀로 집에 보내는 것이 아니꼽고, 치사해서 보내지 않았던 것 뿐이었다. 기왕 할 김에야 빠르게 끝내놓고 놀자는 생각이 들었다. 호원은 가정이 없어 집에 가지 못하는 자신을 스스로 위로했다. 그리고는, 검사를 위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어떤 의미로든 하룻밤을 샌 자신으로서는 재빠른 일처리와 동시에, 퇴근을 해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호원은 제발 피해자의 치료기록이 컴퓨터에 뜨길 바라며, 깊게 기도했다. 그리고 해가 뜨기 전에 침대 속으로 들어가리라 스스로 다짐했다.
* * * * *
호원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피해자의 신원이 확인 되었을 뿐더러, 그 자료를 바탕으로 한 파일이 완성되었다. 이제 이것을 성열 혹은 성규에게 전해주기만 하면 되었다. 호원의 입가에서 실실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한 숨이 나왔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리 고생을 하는 건지 참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저장과 완료까지 누른 이 손이 참 기특했다. 호원은 자리를 벗어나 창가에 기대었다. 짙게 드리운 커튼을 거두자, 주름진 햇살이 그 속을 채웠다. 눈이 부셨다. 그리고 괜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정말, 해가 뜨기 전에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해는 떠버렸고, 지금 잠들면 깰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차라리 완벽하게 파일을 넘겨 준 후에, 퇴근 하는 것이 나을 듯 싶었다. 호원은 휴게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도 없는 연구원은 텅 빈 듯 조용했다. 타박-타박. 차가운 소리가 연구원을 울렸다. 그리고 윙-윙 돌아가는 커피자판기의 소리가 그 속을 채웠다. 따륵-. 동전이 자판기 속으로 쏙 들어갔다. 삑- 소리와 함께 버튼이 눌리어졌다. 이와 동시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자판기는 뜨거운 블랙커피를 뿜어내었다. 호원은 두 손 가득 종이컵을 꺼내어, 입가에 대었다.
"아씨, 뜨거워-."
호원은 빠르게 커피를 들이켰다. 호원의 식도를 타고 흘러가는 커피처럼, 시간도 급하게 흘러갔다. 하나 둘, 사람들이 연구원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다들 바쁜 듯, 약간의 인사치레만 하고 지나갔다. 호원은 회의실에 혼자 멍하니 앉아있었다. 한 삼십분만 더 있으면 성규와 성열이 올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호원의 기대를 더 하듯,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이렇게 일찍 올 사람들이 아닌데……, 뭐지-. 호원은 고개를 돌려 입구를 바라보았다. 언뜻 보이는 실루엣이 달랐다. 성규처럼 노년의 설움이 보이는 그림자도 아니었고, 성열처럼 커다란 그림자도 아니었다. 호원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처음 보는 사람이 등장했다. 눈꼬리를 내린 채, 이리저리 고개를 흔드는 모습이 강아지같았다. 호원의 눈동자가 커졌다. 아, 첫눈에 반했다는 이야기가 이런 걸까-. 호원이 껌벅이는 눈을 벗어나, 헤- 하고 입을 벌렸다. 동우는 그런 호원을 지긋이 바라보며 그 곁까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이번 살인사건을 맡게 된 장동우 경사라고 합니다. 이호원 연구원님 맞으시죠? 처음 뵙는 자리라서 긴장되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 아닙니다. 저,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일찍 나오셨네요? 아, 네 번째 피해자가 신원파악이 되었다면서요. 정말 대단하세요! 어휴, 언제 이렇게 또 다 하신 거에요? 혹시 밤 새셨어요? 죄송해서 어떡해요. 남부검의님께서 안 도와 주신거에요?"
호원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서 대충 대답을 얼버무렸다. 그리고서는 손에 쥐고 있던 자료를 넘겨주었다. '읽어도 괜찮아요?' 동우의 질문에 호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우는 이내 넘겨받은 자료를 한 장 한 장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글자 하나까지 완벽하게 쓰여, 읽기 쉽게 정리된 모습이 대단했다. 동우는 마지막 장까지 차례차례 글을 읽어내려갔다. 그리고는 페이지의 마지막이 휘릭- 넘겨졌다. 동우는 존경스럽다는 표정으로 호원을 바라보아다. 밤새도록 일했을 호원의 얼굴이 괜히 초췌해보였다. 호원은 자신을 쳐다보는 동우탓에 제대로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호원은 볼에 손을 올려 얼굴을 가렸다가, 다시 손을 내렸다. 손자락에 주륵주륵 땀이 흘렀다. 동우는 얼굴 가득 함박 미소를 띄우고는 호원에게 말을 걸었다. 진심이 가득 담긴, 그리고 사랑이 가득 담긴 달콤한 음성이 호원의 심장에 스파크를 내세웠다.
"너무 고생하셨어요. 어쩜 이렇게 완벽하게 만들어주셨어요? 제가 밥 한끼 대접할게요. 너무너무 수고하셨어요. 아침 안 하셨으면 같이 아침이라도 할까요? 오늘 회의 끝나고 시간 있으세요?"
"아, 네? 아, 네!"
* * * * *
"호원씨가 너무 고생해주셨네요. 우현이는 어젯밤에 들어와서 다 자기가 했다고 그러던데, 아무래도 거짓말이 날로 늘어나요. 어쨌든,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무슨 고생을 했나요, 우현이 형이 그래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도, 집에 가서 그렇게 티 낼 줄은 몰랐네요. 성규씨께서 지난 밤에 제 욕 많이 하셨겠어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세요! 아, 아침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 하러 가실래요? 저랑 성열씨랑 같이 하러 가기로 했는데?"
호원이 살짝 우물거리다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래도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동우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동우는 아직 성규와 성열 사이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고 있었다. 호원은 슬쩍 눈치가 오는지 대답해주었다. '저, 같이 먹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요-.' 성규는 좋다고 따라올 줄 알았던 호원의 대답에 괜히 웃었다. 분명 집에 가자마자 쓰러질 것이 분명했다. 성규는 살풋 웃으며 다시 한 번 물었다. 아무것도 안 먹고 자면 속에 안 좋다는 이야기를 흘렸다. 하지만 호원은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성규와 성열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성규와 성열은 먼저 일어나 보겠다며, 자리를 떠버렸다. 회의실은 정적으로 가득차고, 둘만이 남아 조용한 정적을 만들었다. 호원은 괜시리 머리를 긁적였다. 동우는 이리저리 눈을 굴리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끼륵- 거리는 소리가 실내를 울렸다. 호원은 가만히 동우를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도 함께 일어섰다. 동우는 긴장한 듯, 한 톤 높은 목소리로 말을 뱉어냈고, 호원은 그저 세차게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 호원은 다 커버린 서른 넷이 아니라, 금방 사랑을 시작한 열넷, 소년이었다.
"설렁탕……, 좋아하세요?"
* * * * *
*여우 사담*
여우입니다, 아잌. 오늘은 제가 많이 늦었죠? 주무시는 여신님들이 많으실 것 같네요 어휴.
사실 오늘은 8.9교시가 특기수업이라서 (전 자율입니다.) 컴퓨터를 할 수 가 있는데..
아아아하하하하하, 무슨 주제발표 PPT 때문에 다들 컴퓨터에 매달려서 일하느라, 업뎃을 못했어요..
그리고 바로 교육강의를 들으러 갔지요ㅋㅋㅋㅋ 아, 정리하고 이것저것 머리 좀 정리하고 다시 쓰니까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3화는 내일 올라올 예정입니다. 아, 제가 이렇게 단어 찾고, 풀이 찾고 그러니까.. 제 동생이 제가 한심해 보인대요.
아핰핰핰하캏, 망할 지지배. 그거 아세요? 제 동생은 팬픽 읽는데 제 것은 절대 안 읽어요. 왜 그럴까요?
쿡...☆★ 지금 물어보니까 읽기 싫다네요. 이렇게 가까운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똥손 인증 받으니까, 기분 상큼하고 좋네요 흡흡,
아잌, 어찌되었든 그럼 저는 다음화에서 뵙도록 할게요! 그럼 그대들 제가 사랑하는 거 잊지 말아주세요 뾰로롱!
+) '굿', '잘봤긔' < 이 말 한마디 쓰는 거 어렵지 않습니다, 부탁드려요!
+) 초록글 올라갔어요! 헐헐, 그대들 진짜 자꾸 이렇게 나를 감동시키면 울어버릴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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