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로 그대 감사합니다.
[인피니트/다각/수사물] 제 8의 피해자 04
W. 여우
성종이 우현을 하루종일 쫓아다녀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성종은 어린 아이처럼 징징대며 힘들다고 투덜대었다. 결국, 피하다 못해 약속을 잡은 우현은 성종에게 졌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었다. 덕분에 여섯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아니, 새로 들어온 동우까지 총 일곱명이었다. 이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일곱명은 동그란 탁자에 모여앉았다. 늦은 밤,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렸고, 주위는 시끄러웠다. 지글지글 막창이 익어가는 소리와 소주잔 가득 술이 담기는 소리-. 다들 그렇게 한껏 취해가고 있었다. 일곱명이 모여앉은 자리도 하나 둘, 시끄럽게 변해갔다. 다들 한 잔 술이 들어간 듯 싶었다. 알싸한 소주의 향기가 서로의 콧잔등을 간지럽혔다. 오동통하게 부풀다 못해, 진한 기름까지 뿜어내는 막창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굽는 사람은 정해져있듯, 우현과 호원만이 집게와 가위를 번갈아쥐었다. 이에 비해 명수와 성열은 계속해서 애정행각을 해대었다. 게다가 동우는 처음 맞이한 회식 아닌 회식자리에서 이리저리 눈치만 보고 있었다. 결국, 눈에 불을 켜고 막창을 먹어대는 사람은 성규와 성종 뿐이었다.
"성종씨는 무슨 일이 그렇게 힘들다고 우리 예쁜 우현이를 괴롭혀요? 막창 같은 건 혼자 먹으러 와도 되잖아요. 아, 왕따세요? 요즘 사회적으로 왕따문제가 심각하기는 하다던데, 그게 진짠가 보네-."
"어머, 김검사님-. 자기 일 아니시면 그렇게 함부로 말하시나봐요. 우현이 형이 많이 힘들겠네요. 검사님이 사무실에 들어앉아서 보시는 그 자료들, 다 제가 현장가서 사체 사진 찍고, 증거 찾아내서 얻은 것들이에요. 참 나, 제가 이러다가 진짜 범인 지문이라도 하나 찾아오면 어쩌려구요-."
"성종씨는 참 말이 많으시다. 정작 찾아오신 것도 없으시면서. 일은 우리 우현이랑 호원씨가 다 해오는데, 거기다 뭘 하셨다고-."
"김성규-, 입에 있는 거 다 삼키고 나서 말해. 그리고 이성종-. 너는 그래도 성규가 형수인데. 아니, 아니라고 해도 8살이나 많은데 말버릇이 그게 뭐야, 어?"
성규는 사촌동생이라는 이유로 우현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성종이 미웠다. 사람이 어지간히 해야하는 법인데, 도무지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 정도를 지나쳤다. 게다가 저렇게 위아래 구분 없이, 아무에게나 콕콕- 찌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규는 제 편을 드는 우현이 마음에 드는지 그 뒤에 숨어 피식피식- 비웃음을 날렸다. 자신이 이겼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웃음이었다. 지금 서른 여섯짜리는 저보다 여덟살이나 어린 스물 여덟짜리를 이겼다고 행복해 하는 중이었다. 성종은 그런 성규를 보면서 절대로 형수로 인정 할 수 없다는 듯, 씩씩대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다고 했다. 자리마저 성종과 성규자이에 앉은 우현은 괜히 눈치를 보고 앉아있었다. 결국 씩씩대던 성종의 호흡이 쿡쿡- 사지를 찌르는 성열에 의해 멈추어졌다. 성종은 자신을 말리는 성열을 보다 못해 억울했는지, 인상을 쓰고, 짜증까지 내었다. 성열은 그런 성종을 보며 쯧쯧- 혀를 찼다. 그리고는 이내, 뜨거운 막창을 호호- 불어주는 명수의 젓가락을 앙- 하고 깨물었다. 명수는 잘 받아먹는 성열에게 술까지 따라주었다. 설마, 술까지 먹여주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아직 성열과 명수를 모르는 탓이리라. 명수는 이내 소주잔을 들어, 갓난아이에게 젖을 주듯, 졸졸- 성열의 입에 털어주었다.
"아, 거 참-. 여기 몇 년 째 연애도 못하고 사람 신원 조사하면서 썩어가는 사람도 있는데. 이경사님, 진짜 그만 좀 하세요-. 그거 모르세요? 술은 한 번에 털어서 마시는 거에요. 내 참, 더러워서 안 먹겠다. 더러워서-."
"호원씨는 본인이 왜 연애를 못하시는 지 모르시죠?"
"네? 아, 그거야 당연히 제가 너무 잘생겨서 여성분들이 못 다가오시는 거죠. 저같은 외모를 어디서 볼 수나 있겠어요? 너무 잘생기니까 아예 다가올 생각을 못하는 거죠."
"허-. 제가 술도 먹었겠다. 평소에 못했던 얘기 해드리는 건데요. 호원씨는 연애를 못하는 이유가 따로 있어요. 이런 겉모습, 이런 게 아니거든요. 호원씨는 그냥, 그냥 연애를 못해요. 왜냐구요? 궁금하시죠? 호원씨는 왜 그러실 것 같은데요? 봐, 또 말 못하시잖아요. 그게 이유에요. 그게-. 아시겠어요? 본인도, 본인을 모르는데, 무슨 놈의 연애야. 연애가-. 그렇지, 명수야아-."
성열은 명수에게 되지도 않는 애교를 부리면서 호원을 공격했다. 호원은 잔뜩 열이났는지, 어버버- 대며 말 조차 내뱉지 못했다. 단지, 열심히 막창을 자르던 가위를 내려놓고서 소주를 들이켰다. 호원의 옆에 앉아 열심히 다툼을 구경하던 동우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호원이 내려놓은 집게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호원이 다시 그 손을 저지하며, 집게를 가져왔다. '동우씨는 먹기나 해요-.' 동우는 피식-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호원은 잘 구워진 막창을 집어 동우의 앞접시에 가져다주었다. 동우는 살짝 웃으며 입을 가렸다. 그리고 호원의 귀에 입술을 대어 무언가 말을 던졌다. 호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모든행동들이 잠깐 일시정지되었다. 호원이 쥐고 있던 집게를 가지고 다시 팔을 움직였다. 구워지지도 않은 막창들이 자꾸만 뒤집혀졌다. 우현이 아까운 육즙을 뺀다며 혼낼 때까지, 호원은 그렇게 애꿎은 막창만 건드렸다. 결국 호원의 손에 들려있던 집게가 우현에게로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호원은 멍하니 앉아있다가, 다시 소주잔을 들어올렸다. 한 잔 들이키고 나니, 속이 더 타는 것 같았다. 호원은 다시 동우를 쳐다보았다. 동우는 그저 맛있다며 이리저리 막창을 주워먹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한 번 눈이 마주치면 싱긋 웃어줄 뿐, 말이 없었다. 호원은 고개를 내젓다가 동우에게 말을 던졌다.
"정말이에요?"
"네-. 왜요?"
"진, 진심이냐구요."
"네, 진심인데요?"
동우는 다시 젓가락을 움직였다. 지글지글-. 막창이 익어갔다. 호원은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도무지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 지 몰랐다. 자꾸만 심호흡이 절로 되었다. 호원은 동우를 끌어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일곱명의 자리에서 두 사람의 자리가 비었지만,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은 것은 참 다행이었다. 술기운도 술기운이었겠지만-. 성열과 명수는 아직도 주거니 받거니 하느라 바빴고, 우현은 그들이 일용할 양식들을 굽고 자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눈썰미 좋기로 소문난 성규와 성종마저 막창에 눈이 멀었으니, 동우와 호원은 그저 타이밍을 잘 잡았다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다. 가게 밖으로 빠져나온 동우와 호원은 멍하니 서서 서로를 마주했다. 호원은 떨리는 듯, 자꾸만 말라가는 입술을 곱씹었다. 동우는 자꾸만 싱긋-대며 미소를 날렸다. 지글거리던 소음이 줄어들자, 한 단계 조용해진 거리가 두 사람 사이를 채웠다. 바쁜 길거리가 그렇다고 조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안의 조명과는 달리 반짝거렸다. 어두운 공기에 가려 슬프게도 별빛은 볼 수 없었지만-. 동우의 빛나는 눈동자가 생글생글 호원에게 다가왔다. 멈추어 선, 호원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다시 말해주실 수 있으세요?"
"……애인 없는 거 이제 알았어요. 그래서 포기하려고 했는데……, 제가 호원씨 좋아해도 돼요?"
"……아-."
호원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아니, 주저앉아버렸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자꾸만 설레어 오는 이 상황이 꿈같았다. 호원이 번쩍- 일어나 동우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라고 말하였다. 동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호원의 볼을 세게 꼬집었다. '악-.' 호원이 크게 소리쳤다. 볼이 얼얼했다. 추운 날씨탓인지, 혹은 술기운 탓인지-. 그것도,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너무너무 좋아서인지. 호원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호원은 천천히 동우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동우를 끌어안았다. 자신 혼자, 좋아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다. 차근차근, 알아가고 싶다던 여린 마음이 사라졌다. 지금 당장 그를 안아버리고 싶었다. 이 세상 넓은 곳에 단 둘만 남은 듯한 기분이 자라났다. 호원이 천천히 동우에게 입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그 꿈은 무참이 깨어졌다. 기름낀 유리문을 열고, 남은 다섯명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타이밍의 기적은 한 번만 일어났다. 다섯명은 반갑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가 싶더니, 호원과 동우에게도 인사를 건네었다. 내일을 기약하며 그렇게 남아 선 자리에, 호원이 동우에 손을 잡았다.
* * * * *
우현은 술에 취한 성규를 업은 채, 집안까지 들어왔다. 잔뜩- 술에 취한 그 모습이 여간 어지러운 게 아니었다. 우현은 성규를 침대에 뉘어놓고, 정장에 코를 대었다. 안쪽까지 배인 기름냄새가 지독했다. 세탁소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현은 중얼중얼-. 잠꼬대를 하면서도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성규가 사랑스러웠다. 우현은 천천히 성규의 옷을 벗겨내었다. 그리고 이내, 커플로 샀던 회색 후드티를 입혀주었다. 아랫도리가 휑- 했지만, 별로 옷을 입혀주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저 분홍색 곰돌이 속옷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현은 자고 있는 성규를 깨워다, 씻겨줄까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이나 씻어야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 성열과 명수네라도 다르지는 않았다. 명수는 취할대로 취해 비틀거리는 성열을 안고서 방안에 앉혀주었다. 그리고는 성열의 겉옷을 벗기어 정리해주었다. 명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열을 바라보았다. 잘 때 자더라도, 술 깨는 약이라도 사와야 할 것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명수는 톡톡- 성열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성열아, 내가 너 술깨는 약 좀 사올게-. 기다려, 알겠지?"
성열이 술에 취해 고개를 끄덕였다. 명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성열을 쳐다보다가 겉옷을 걸쳐 집을 나섰다. 호원은 떨리는 가슴을 안고, 숙직실 가장자리에 놓인 침대에 몸을 뉘였다. 동우도 마찬가지였다. 내색은 않았다만 술기운에 뱉은 그 말이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그리고 다시 얼마나 다행이던지-. 이에 비해 성종은 홀로 이제 겨우 택시에서 몸을 내려왔다. 느린, 몸짓이 이제 겨우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성종의 전화가 울렸다. 성종은 잔뜩 졸은 눈빛으로 전화를 받아올렸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성종이 한숨을 쉬며 남은 여섯남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 시각이 그랬다. 우현이 샤워를 마쳤을 즈음, 성규가 꿈조차 꾸지 않을 깊은 잠에 빠질 즈음-. 성열이 옷을 다 갈아입고 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졸 즈음-. 그리고 명수가 편의점을 찾아 집을 나간지 거의 30분이 되었을 즈음-. 문자를 받은 여섯남자모두 '에이씨-.' 라며 육두문자를 함께 붙여뱉었다. 하지만 서로를 짜증나게 만드는 그 문자가 그렇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신원미상의 사체가 발견되었대요. 가슴이 잘린 것으로 보아서 다섯번째 연쇄살인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네요. 지금 현장으로 나가 살펴볼 생각입니다. 다들 연구원으로 좀 모여주세요.]
* * * * *
*여우사담*
안녕하세요, 여우입니다. 아잌아잌, 부끄러워요. 허허, 4화 가지고 왔는데, 헐헐.
새벽에 잠깐 보니까 2화가 잠깐 초록글 갓긔 ㅠㅠ 엉엉, 부끄러움
아 진짜 그대들 자꾸 나 이렇게 사랑해주면 어떡해요!! 내가 그대들 더 사랑해버릴꺼야 엉엉, 사랑해사랑해요!!
아잌아잌, 잠깐이었지만 얼마나 설레던지, 저같은 곶아손이 올라가 있는 것이 부끄러웠긔, 엉엉-.
허허허, 근데 그대들 그거 아세요? 저 그대들 엄청 사랑함 매우 사랑함
아, 요즘 동생이 무슨 노래 만든다고 중얼중얼 대서 랩가사 좀 지어줬는데, 계속 해달라구함 ㅇㅇ.. 나쁜냔..
나까짓게 무슨 랩가삽니까, 전 픽이나 쓰렵니다, 아잌 이 글은 12월 전에 다 완결 날 것 같네용..
허허헣, 그리고 12월이 되면 시험이 끝나야하니까 약 2주 정도는 또 돌아오지 못할 것 같구요, 엉엉-.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워요, 그때는 좋은 성적을 가지고 와야 할텐데, 말이죠, 허허헣. 아잌 그럼 저는 이만 뿅하겠습니다! 아잌!!
+) 제나그대, 그대의 필력은 정말 최고입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아연, 그대가 최고임
+) 규닝그대, 보실 지 안 보실지 모르겠지만, 어제 읽은 그 픽은 와우 정말 눈물 줄줄 소름이 끼칠정도로 재미있었어요!
+) 댓글 남기고 가주면 예쁜 그대지롱! 여우가 예쁜짓해드림 잉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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