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로 그대 감사합니다.
[인피니트/다각/수사물] 제 8의 피해자 05
W.여우
피곤에 절어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모인 사람들은 부검실 한 가득 모여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다섯번째 살인 사건은 도무지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끔찍했다. 사체는 이미 끔찍한 모양을 하고서 부검실 한 켠에 위치해있었다. 성규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성열을 대신하여 자리에 온 명수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는지, 자꾸만 숨을 참았다. 우현은 머리끝까지 차오른 짜증을 결국 분출해버렸다. 부검도 감정 의뢰의 한 부분이었다. 서류상 하나의 부분이라도 빠진다면 승인을 받을 수 없었다. 승인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지시사항이 없다는 이야기였고, 이것은 저 위에 놓여진 사체를 이리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처럼, 전혀 관여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우현은 한쪽에 가만히 서 있는 성종을 노려보았다. 가장 쉬운 증거물 표기를 잊다니, 정말 욕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사체를 발견한 위치를 잊어먹는 바람에, 성열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성규는 기다리다 지쳤는지, 손톱만 똑똑- 깨물었다. 성종은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버렸다. 자신이 사체를 발견한 위치를 적어놓기만 했어도, 이런 사단은 나지 않았을 것이었다.
"나, 왔다-."
헉헉- 대는 숨을 몰아쉬는 성열이 시야에 들어왔다. 부검실 문을 열고 들어온 성열은 한 쪽 손을 내밀었다. 구겨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종이가 지루히 기다리던 모든 이들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공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의 도장이 콱- 찍혀있었다. 우현이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 공문을 들어올렸다. 부검의뢰서를 인정한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우현이 살짝 뒤를 돌아 호원에게 말을 붙였다. 그리고 사체의 곁으로 가서 온 몸을 덮은 하얀천을 거두었다. 우현의 손에 의해 벗겨진 하얀 천 밑으로 징그럽다시피 부패한 시체가 보였다. 다들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이제서야 시작할 수 있다는 듯, 안도하는 우현이 호원을 불렀다.
"호원아, 시작하자-."
"……네."
* * * * *
부검이 시작되고, 한참이나 흘렸다. 우현은 장기 이곳저곳을 들춰보며 하나씩 적출해내기 시작했다. 잘 익은 고기처럼 우글우글한 것이, 곳곳이 타 있었다. 명수는 성열이 오자마자 자리를 떠 버렸고, 성열 또한 몇 년을 보아도 전혀 적응이 되지 않는다며 헛구역질을 해대었다. '나, 나가 있을게요…….' 결국, 성열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부검실을 나가버렸다. 이에 부검실에 남은 사람들은 부검중인 우현과 호원, 흥미로운 듯, 옆에 와서 지켜보고 있는 성규. 그리고 덜덜 떨고 있는 동우였다. 우현은 자신의 옆에서 걸리적 거리는 성규에게 나가있으라고 하다가, 끌끌 혀를 찼다. 성규가 이런 흉측한 것들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데……, 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참 고집이 셌다. 진지한 표정을 해서는 팔짱을 끼고 모든 장면을 내려다보는 것이, 괜히 떨리기까지 했다. 우현은 그런 성규를 향해 한숨을 쉬다가 이내 부검을 이어나갔다. 호원은 우현이 불러주는 이야기들을 꼼꼼하게 적어나갔다. 아무것도 없는 정적에서, 호원은 언뜻 동우를 바라보았다. 벽에 찰싹 붙어, 경외로운 눈빛으로 저들을 바라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지 헉헉- 대며 심호흡을 하는 모습도 괜히 신경쓰였다. 도대체 왜 저렇게 열심히 하려고 안달이 난 걸까……. 만약 자신이었다면 성열을 따라 이 방을 나갔을 터였다. 호원은 멍하니 동우를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우현이 불러주는 것들을 다시 적기 시작했다. 그 순간, 성규가 동우를 향해 단호한 말걸음을 붙였다.
"장경사님, 나가세요."
"아, 저……저, 볼, 볼 수 있어요."
"나가시라구요."
"……저, 저 진짜 볼- 수 있어요…….읍."
"억지로 괜히 보려다가 형사짓 그만 둔 사람 한 두번 본 거 아니에요. 차라리 정 못 보시겠으면 성열이처럼 나가시던가요. 있을 거면, 왜 거기에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벌벌 떨면서 서 있냐는 말씀이에요. 괜히 다른 사람 신경쓰이게-. 어줍잖은 책임감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피해주지 마세요."
"죄, 죄송해요-. 하, 하지만……."
"성규야-, 그만해.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굴어. 동우씨, 원래 처음엔 그래요. 여기 계시고 싶으시면 계셔도 돼요. 이렇게 차차, 적응해나가는 거죠. 그런데, 혹시라도 보기가 너무 힘들다 싶으시면 바로 나가셔야해요, 아시겠죠? 괜히 노력하려다가 트라우마라도 생기면 형사 일 영영 못해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정말이에요, 성규 말도 맞는 말이에요. 아시겠죠?"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몰아붙이는 성규에게 우현이 한 마디를 던졌다. 우현의 말에 동우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다. 호원은 생각했다. 저렇게 나긋나긋하게 말할 줄 아는 남우현이 왜 자신한테만은 저렇게 매정한 지-. 아마 제일 만만해서겠지 싶었다. 호원은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우현의 손끝에 집중했다. 빠르게 집중하여 사체를 매만지는 그 모습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리 저리 움직이는 손끝이 굳은 피를 따라다녔다. 호원은 집중하려고 애썼다. 아니, 사실은 시선만을 우현의 손 끝에 둔 채, 계속 다른 생각중이었다. 그렇게 혼나고도 아직 저 자리에 서서 벌벌 떠는 동우생각이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징그러운 작업을 보려고 애쓰는 걸까, 싶었다. 자신보고 나가달라면 얼씨구나- 하고 다른 일을 하러 갈텐데……. 이내, 매일 옆에 서서 구경하던 성규가 못마땅하다며 중얼거리던 우현의 말이 떠올랐다. 지난 날, 그 무슨 고민이냐며 투덜댔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법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것을 이제서야 이해했을 뿐이었다. 호원은 우현의 손끝에서 시선을 떼었다. 그리고 눈물을 머금고 덜덜 떠는 동우에게서 한참이나 그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자상 흔적 없음. 목 뒤, 도려낸 듯한 궤양형태 보임."
"……."
"……이호원? 야, 이호원-. 너 뭐하는 거야."
"네? 아, 네……. 잠깐만 쉬었다가 할까요?"
"……힘들어?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에휴, ……그래, 그러자. 그럼."
우현이 사체를 밀어넣었다. 사체 보관실에서 진한 냉기가 흘러나왔다. 호원은 사체가 놓여져 있던 공간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동우는 사체가 사라진 후에야 벅차오르는 구역질을 터뜨렸다. 충격이었을 것이었다. 동우는 미끄러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보고 싶지 않으면 보지 않아도 충분했을 것인데. 호원은 그런 동우가 안타까웠다. 가만히 바라다보고 있자니, 너무나 불쌍했다. 호원은 동우와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함께 주저앉았다. 그리고, 동우를 끌어안아 토닥여주었다. '속 많이 안 좋아요?' 호원이 사근거리는 목소리로 동우를 감싸안자, 그제서야 동우는 진정된 듯,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우현과 성규는 멀찍이 서서 그들을 바라보다 부검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제 부검실 안에는 호원과 동우 둘 뿐이었다. 호원은 동우를 일으켜세워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초점을 잃은 눈이, 아무래도 트라우마가 생길 것만 같았다. 오늘 밤 잠은 잘 수 있을 지 걱정되었다. 호원은 최대한 다정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동우를 달래기 위해 애썼다.
"동우씨, 어디 카페라도 갈래요?"
"……아, 네……."
* * * * *
시내가 잘 내려다보이는 카페였다. 창가 구석 한 곳에 자리잡은 두 남자는 계속 말이 없었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동우는 덜덜 떠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다 따스한 머그잔을 부여잡았다. 호원은 이내, 이 정적이 싫었는지,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동우는 그제서야 정신이 든 듯, 자신의 뺨을 톡톡- 두들겼다. 하지만 자꾸 떠오로는 사체의 해부장면이 눈에 거슬렸다. 얼굴색이 창백했다. 호원은 손을 뻗어 동우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다행이 열은 나지 않았다. 호원이 안도하는 숨을 내뱉었다. 강한 충격을 받으면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가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호원은 천천히 동우의 눈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자신을 피하지 않는가 살펴보았다. 지난 날, 만났던 여자들이 소름끼치게 바라보았던 그 눈빛처럼, 동우가 변하지는 않았나 두려웠다. 다행히 동우는 호원의 손길을 느끼다, 이내 자신의 눈을 가져다대었다. 그리고 호원도 처음에는 이렇게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원은 그저, 뜨거운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매만질 뿐이었다. 동우가 손을 들어, 천천히 호원의 손을 감쌌다. 그러자, 호원이 그 손을 벗어나 다시, 동우의 손을 포개어 잡아주었다. 커피의 따스함이 온기로 바뀌어 동우에게로 전달되었다. 두 손을 맞잡은 호원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된다니까……, 왜 그렇게 고집 부렸어요."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김검사님께……."
"……동우씨, 성규씨는 그저-."
"……알, 아요-. 그리고 검사님이 저 싫어하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워낙 이경사님이랑 오래 일하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좀 불편하셨을 거에요. 그리고,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포기할 거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불편했어요-. 그래서, 저도…… 저도 할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동우씨."
"네, 알아요-. 다음부터는 참기 힘들면 나갈게요. 걱정하지 말아요."
동우가 싱긋 거리며 커피를 들이켰다. 쌉싸름한 아메리카노가 호원에게까지 전해졌다. 동우는 말이 없었다. 그냥,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속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언젠가-, 그리고 금방, 곧 이야기 하겠다고-.' 동우는 그렇게 다짐했다. 호원은 괜히 미안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애쓰는 동우가 안쓰러웠다. 이런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겪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호원이 손을 뻗어 동우의 머리위에 얹었다. 호원은 살살- 동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머리칼이 손 사이로 스며들어왔다. 아직도 사체가 떠오르는 듯, 말하기 힘든 고통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는 듯-. 부르르 몸을 떠는 동우의 움직임이 손을 통해 느껴졌다. 호원은 그저 말없이 계속해서 동우의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동우는 천천히 쓰다듬어주는 호원의 머리칼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호원씨, 흐읍-. 지금은……, 아니에요……. 흐윽-."
"……동, 동우씨-.."
"미안해요, 미안해요- 흡, 정말 너무……, 미안해요-."
아무것도 말해주지 못해서-.
* * * * *
*여우 사담*
안녕하세요, 여우입니다. 허허, 오늘은 많이 늦었네요, 아니 이렇게 늦을 줄은 몰랐는데..
바쁘게 다시 시험기간이 돌아오는 바람에 오늘 할 일이 많아서, 집에 이제 왔네요.
아잌, 아잌 밤이 늦어서 4화 댓글도 빨리 못달아드릴 것 같습니다ㅠㅠ..
내일 함께 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ㅠㅠ 엉엉, 죄송해요. 그대들
아 맞다, 제 8의 피해자는 한 12편 정도? 번외포함해서 그 정도 될 것 같아용..
미리 써 놓은 건, 지금 7화 정도에요! 허허, 다행히 어제 많이 써 두었어용.. 아잌, 저는 그럼 또 교과서 타이핑하러..
흡, 독학의 슬픔, 엉엉-. 영어 교과서 타이핑은 왜 300타가 최고인가요,....아, 신이시여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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