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징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경건한 마음으로 모니터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합격자 확인 란을 조심스레 클릭했어.
제발, 제발…. 눈을 꾹 감은 채로 붙게 해주세요, 붙게 해주세요. 하는 작은 기도와 함께 살짝 실눈을 떠 결과를 확인해.
수험번호 0000번 오징어 님 합격 되셨습니다. 비비적비비적. 너징이 퉁퉁한 손가락을 들어 눈가를 마구 비볐어.
수험번호 0000번 오징어 님 합격되셨습니다.
오마이 갓. 신이시여.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글자가 거짓이 아니란 말입니까. 너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양손으로
제 볼을 탁탁 쳤어. 헐, 아파. 아파! 이게 웬일이야. 내가 합격했어!!! 너징이 드디어 상황 파악이 된 건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어.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던 탓에 저려오는 다리에 다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지만.
ㅇㅇ대학교. 너징이 고등학교 3년을 모두 바쳐 합격한 너징이 앞으로 4년 동안 다니게 될 학교야.
실용음악과로 굉장히 유명한 학교이기도 하고, 다른 과들도 실용음악과 못지않게 유명하기 때문에 들어가기 어려운 학교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해.
그런 학교에 너징이 합격하다니. 대단한 거지. 너징은 뒤늦게 재능을 발견한 케이스야.
원래부터 노래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한 번도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거든. 그냥, 음치는 아니네. 정도?
그리고 너징은 애초에 가수를 꿈꾸지도 않았었어.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뚱뚱하다 못해 퉁퉁한 몸은 거대하고, 그나마 어릴 때 예쁘장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던 얼굴은 살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아.
한마디로 가수를 할 비주얼은 아니다, 이 말이지. 그럼에도 너징이 실용음악과를 온 이유가 뭐냐고? 실음과 가면 꼭 가수만 하나.
너징은 보컬 트레이너가 되고 싶었어. 그러려면 실용음악과를 나와야 했고.
너징이 다시 한번 대학교 입학처가 띄워져 있는 인터넷 창을 새로 고침했어. 뭐 전산오류라도 난건 아니겠지….
너징이 수험번호를 다시 차례차례 입력했어. 후우, 다시 클릭.
수험번호 0000번 오징어 님 합격되셨습니다.
가지런히 배열된 글자를 확인한 너징이 깊게 숨을 들이쉬었어. 진짜, 진짜야. 내가 붙었어.
너징은 노래도 예쁜 애들이 해야 듣기가 좋은 거라며 무시했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입술을 꾸욱 감춰 물었어.
그리고는 하나, 두울….
"엄마아!! 나 붙었어! 붙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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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썰의 시즌 2
이번엔 대학교로 갑니다.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