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편의 댓글들을 보니깐 여러분들이 동창모임에서 무슨 일이 생길거라고 예상하시더라구요
과연 그럴까요?(웃음)
PS.글에 대한 질문이 생기시면 언제든 댓으로 달아주세요
빠른 시일내로 대답해 드립니다 :)
그나저나 다음편은 오랜만의 불맠 이겠네요...흐흐흐(의심미)
암호닉 |
궁디 하얀콩 수지 구슐 쑨진이 알로에 잇치 쿵니 변남 시나몬 새우초밥 플랑크톤회장 K 찬종짱좋음 은팔찌 호식 으르렁공주 찬찬백 엄지공주 준짱맨 얄루대 됴토리 에어컨 감자빵
허준
비비빅
빠오즈
종구멍멍
색종이
나루님짱
호빵걸
|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
"백현아, 아까 보고 있던거 억제제 아니었어?"
끝내 마음에 드는 옷이 너무 많아 못 고르겠다 말하는 백현을 데리고 백화점을 2바퀴쯤 돌았을즈음에 첸이 물은 말이었다. 백현은 1바퀴를 막 다 돌았을쯤에 샀던 회색 라운드 셔츠의 소매깃을 만지작 거리다가 갑작스러운 첸의 질문에 당황했는지 두 눈을 크게 뜨며 첸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깐 너, 히트사이클 대비는 하고 있는거지?억제제는 많이 있고?"
"..."
"없는거야? 그러면 그냥 지금이라도 가서 하나 사자. 혹시 모르잖ㅇ,"
"아,아니에요.저 억제제 아직 많이 남아있어요."
"...진짜?"
"아...네."
백현은 살짝 의심스럽다는 어조의 물음에 대충 얼버무렸다. 사실 백현 자신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억제제 가 얼마나 남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남아있어도 하루이틀 버틸 양 밖에 없을 것 이었고, 최악의 경우엔 하나도 남은것이 없을것이 분명했다. 그것보다도 우선은,백현은 자신이 억제제를 가지고 왔는지 조차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히트사이클 때마다 죽을 것 처럼 앓는 사람 의 태도 치고 백현의 태도는 상당히 안일해 보이는게 사실이었다. 백현은 지금이라도 첸 에게 부탁해서 하나 살까 하고 고민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고 첸을 따라 백화점 매장을 다시 구경하기 시작했다.
첸과 백현의 쇼핑은 5층을 총 3바퀴 를 돌고 6층 까지 - 6층은 아동복매장 이었는데 백현은 왜 첸이 자신을 데려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첸은 그런 백현을 알지 못한채 신나서 이리저리 구경했지만. - 보고난 후에야 끝이 났다. 그렇게 몇번 씩이나 둘러봤는데도 시간이 조금 남았던지라, 한쪽에 위치해있던 테라스에 앉아 잠시 쉬기로 한 두 사람은 자신들이 샀던 옷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 숨을 골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백현만 숨을 골랐다.
"형은 안 힘드세요?"
"얼마 돌지도 않았는데 힘든게 뭐가 있어?"
백현은 첸 의 체력에 속으로 감탄을 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쇼핑을 끝낸지라 더 이상 백화점에 머무를 이유는 없었다. 옷들이 든 쇼핑백들을 챙겨든 백현과 첸은 슬슬 나갈 준비를 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아무 생각없이 옆을 본 백현은 무언가를 발견하고선 멍하니 그것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자신을 따라오지 않는 백현이 의아했던 첸 이 백현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그 시선의 끝에는 국내에선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꽤 유명한 브랜드 축에 속하는 L사의 정장이 전시되어 있었다.
"왜,저 정장이 마음에 들어?"
"...이요."
"응?"
"저 말고 찬열이요."
백현은 전시되어 있던 정장을 보는 순간 깔끔하게 정장을 입고 있는 찬열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신이 찬열과 오랜만에 대면했을때도,몇시간 전에 만났을때도 정장대신 깔끔한 블랙 계열의 와이셔츠 만 걸치고 있었던 찬열 인 지라 정장을 입은 모습이 어떨지 궁금해 지기도 했다. 그런 백현의 생각을 읽었는지 첸 은 망설임 없이 매장으로 걸어가 전시되어 있던 정장을 계산했다.
"자.찬열이한텐 네가 샀다고 해."
"...형."
백현이 감동 받은듯한 눈빛으로 첸을 바라보자 첸은 쑥쓰럽다며 백현의 머리를 한번 헝클인뒤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백현은 미소를 지으며 첸의 뒤를 따라갔다.
* * *
동창모임 장소로 가자 입구 에서 부터 요란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첸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외행성 고등학교 41~43회 동창모임' 이라는 요란한 현수막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아직 저녁도 되지 않은 시간임이 분명한데도 챙- 하고 술잔을 부딫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첸이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누군가를 발견했는지 오센! 하고 부르자 어두운 계열의 분홍 머리를 한 남자가 여기에요! 하며 손을 번쩍 들었다.
"형! 진짜 오랜만이에요! 지난번 모임때 안나와서 저 엄청 까인거 알아요?"
"네가 까여봐야 얼마나 까인다고 그래?"
"아, 그건 형이 안봐서 모르는 거라니깐요?근데 이분은..."
"아까 전화로 말했었지?내 친한 동생."
"안녕하세요. 변백현 이라고 합니다."
백현의 인사에 분홍머리의 남자는 물론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반갑다며 백현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오랜만에 보는 기분좋은 환대에 백현은 얼떨떨 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저는 오세훈 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서울시장."
"서울시ㅈ...아,형!"
"왜,맞잖아.서.울.시.장.오.세.훈.씨."
세훈은 차마 첸에게 무어라 따지지는 못하겠는지 살짝 씩씩 거리다가 이내 표정을 풀며 첸과 백현을 자리로 안내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자리를 잡은 백현과 첸은 세훈에게 간단한 안주거리와 맥주를 주문해달라 부탁했고 세훈은 알았다며 카운터로 향했다.
"백현이 너, 술은 어느정도 마셔?"
"그냥 뭐...소주 두세병이랑 맥주 한캔 정도? 그정도 마셔요."
"그래? 그러면 이따 술자리 시작하면 너무 많이 마시진 마. 내일 아침에 너 속쓰릴수도 있어."
"걱정마세요."
백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점원이 맥주가 가득 차있는 맥주잔 두개와 말린 오징어 를 두 사람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올려놓고 갔다. 첸 은 가볍게 웃으며 순식간에 맥주잔의 1/3 을 비웠다.
* * *
술자리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길어야 두세시간 이면 끝날 것이란 백현의 예상과는 달리 시간은 벌써 10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첸의 말대로 술을 얼마 먹지 않은 백현은 오징어를 잘근잘근 씹으며 저 앞쪽으로 가있는 첸을 바라봤다. 정작 술을 많이 마시지 말라던 첸은 이미 인사불성 상태가 되서 테이블 위에 올라가 큰 소리로 노래 - 라기 보단 고함 - 를 부르고 있었다. 음을 잘 들어보면 요즘 유행하는 걸그룹 노래 같긴 했지만 가사를 알아들을수 없으니 확실히는 알수가 없었다.
백현은 씹고 있던 오징어를 삼킨뒤 아무런 생각 없이 김이 다 빠져 밍밍한 맛이 도는 자신의 맥주를 한모금 삼켰다. 그런데 그때였다. 헉- 하는 소리와 함께 백현은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았다. 다행히 맥주잔이 깨지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백현은 최대한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때 다시 한번 백현은 헉-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움츠렸다. 이번에는 소리가 조금 컸지만 다행히 들은 사람은 없는듯 했다. 백현은 맥주잔을 내려놓고 최대한 걸음을 빨리해 화장실로 향했다.
백현은 화장실 문을 잠그고 물을 틀어 소리가 새나가는걸 막은뒤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은 열꽃이 핀 것 마냥 벌개져 있었다. 게다가 숨이 조금씩 가빠왔고 다리에 힘이 조금씩 빠졌다. 낭패였다. 이 증상은, 누가봐도 히트사이클 의 전조 증상 이었다. 아직 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지만 짧으면 몇십분, 길면 몇시간 내로 페로몬이 분비되면서 정신을 잃을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첸 에게 가 이 사실을 말하기엔 첸의 상태가 영 아니었다.백현은 급히 주머니를 뒤져봤지만 안타깝게도 억제제는 없었다. 첸 이 억제제가 있냐고 물었을때 살걸 하고 후회가 되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점점 다리에 힘이 풀리던 백현은 결국 화장실 바닥에 쓰러지다시피 앉아 숨을 골랐다. 이젠 온 몸이 뜨거웠고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만큼 가빠왔다. 이 상황에서 누군가가 화장실에 들어오려 한다면, 백현은 꼼짝없이 그 사람의 밑에서...생각하기도 싫었는지 백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였다.
'똑똑-.'
"저기요-,누구 안에 계세요?"
백현은 눈앞이 아득해졌다.
*백현이 봤던 찬열에게 어울릴것 같은 수트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 저는 어울릴거라 생각했는데...너무 올드한가요??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