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러블리즈 - 나의 연인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너는 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가면 속의 네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렵지 않게 너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유는 나도 알 수 없었다. 그저 하얀 가면을 쓰고 검은색 정장을 입은 너를 보자마자 '아. 김남준이다.' 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손을 내밀었다.
너는 하얀 장갑을 끼고 있었다. 네 손을 잡으려 손을 내밀자 너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왜 그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너에게 다가갔다. 내가 한 걸음씩 다가갈 때마다 너는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네 뒤로는 모든 것을 다 집어삼킬 것만 같은 어둠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너에게 다가갔다. 내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아윽..."
결국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래를 보내 내 발에는 굽이 높은 구두가 신겨져있었다.
이런 신발을 신고 거의 뛰다시피 걸었으니 발목이 나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너는 말없이 그런 나를 바라보았다. 내게 다가와 아프냐고 물어보지도 걱정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렇게 가만히 나를 바라보다 너는 그대로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네 뒤를 따라갈 수 없었다. 아니, 자리에서 일어날 수 조차 없었다.
아니. 이 꿈에서 깨어날 수 조차 없었다. 그저 멍하니 네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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六
w. 복숭아향기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너무 오랜만에 외출이어서 그런지 내 몸이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이었다.
손발이 찬지라 잘 오르지 않던 열이 잔뜩 올라 얼굴이며 온 몸이며 울긋불긋 물이 들어버렸다.
눈 앞이 흐릿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눈에 힘을 주고 깜빡여봐도 눈 앞을 가리고 있는 희뿌연 무언가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손을 더듬었다. 한참을 더듬다보면 침대 옆에 올리고 있는 네 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그대로 네 손가락 사이에 깍지를 껴 네 손을 그러쥐었다.
너는 그럴 때마다 땀에 젖은 내 머리칼을 쓸어넘겨주었다. 너도 나도 이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선배."
"응."
"졸려요?"
"응."
"죽 먹고 약 먹고 자야죠."
"싫어."
"..."
"다 안먹을 거야."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어요.
웃음기 어린 네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내가 이런 투정을 부릴 때마다 너는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하곤 했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어요?
다 알면서. 내가 뭘 원하는지 다 알면서 너는 꼭 그게 무엇인지 내 입으로 확인을 하려했다. 나는 그런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뭐. 어차피 나도 한 번에 대답을 해준 적이 없으니 너나 나나 똑같은 거겠지만.
"맛없어."
"약은 맛으로 먹는게 아니죠."
"죽도 맛없어."
"약 먹으려면 죽도 먹어야해요."
"안먹어."
그니까 가지마.
나는 뒷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머리가 좋은 너라면 눈치를 챘을 것이다. 이미 알아채고도 남았겠지.
배가 고팠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약도 먹고 싶었다. 하지만 네가 죽과 약을 준비한답시고 방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 싫었다.
내 눈 앞에서 네가 등을 보이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았다.
요즘들어 매일 꾸는 꿈이었다.
나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너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발 밑으로 치렁치렁 늘어진 드레스 자락을 볼 때마다 찢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구두 굽으로 찢으려 해봤지만 꿈 속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드레스 소재가 이상한 건지 드레스 자락은 올 하나 나가지 않았다.
구두를 신고 드레스 자락을 질질 끌어대며 네 뒤를 쫓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야속하게도 너는 너무나도 빠르게 사라지곤 했다. 그래서 더더욱 네 뒤를 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 이런 꿈을 꾸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어도 현실에서만큼은 네가 나가지 않도록 막는 일 뿐이었다.
그래서
"안먹어."
"선배."
"안먹을거야."
이렇게 말도 안되는 투정을 부릴 수 밖에 없었다.
꼴사납지만.
-
"선배."
네가 침대 위로 올라왔다. 나는 여전히 입술을 앙 다문 채로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내 몸을 일으켜주었다. 그리고는 나를 너와 마주보도록 네 무릎 위에 앉혔다.
나는 여전히 네 손을 그러쥐고 있었다. 손을 놓으면 그대로 네가 문 밖으로 나가버릴 것 같았다.
갑작스레 찾아온 불안함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불안함의 이유를 알고있었다.
이유는 알고 있지만 너에게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이유를 말을 하는 순간 네가 나에게 완전히 질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선배."
너는 내 눈을 마주한 채로 내 머리칼을 다시금 쓸어넘겨주었다.
밤새 올랐던 열 때문에 내 머리칼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내 얼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열 때문에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을 것이고 여기저기 퉁퉁 부어서 못생겼을 것이다.
나는 네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네가 내 옆에 있었으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런 내 못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너는 내 등을 가볍게 토닥여주었다. 그 손길이 너무나도 다정해서, 너무나도 조심스러워서 나는 너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약 먹을까요?"
"싫어."
"오늘따라 왜 이렇게 고집이 세요."
"나 원래 이랬어."
"어리광도 부릴 줄 알고."
귓가에 푸스스 바람빠지는 듯한 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쁜 놈. 나쁜 새끼. 개새끼. 나는 속으로 네 욕을 중얼거리며 네 옷자락을 세게 그러쥐었다.
오늘은 왜 발목에 족쇄를 채우지 않은 걸까. 오늘은 왜 이렇게 자꾸 내 옆을 떠나려고 하는 걸까.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지난 번 영화를 보고 온 이후 묘하게 계속해서 나를 풀어주고 있던 너였다.
왜. 왜. 어째서 갑자기 이러는 거야.
다시금 눈물이 왈칵 쏟아질 거 같아서 더욱 네 목덜미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너에게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준아."
"네."
"네가 처음으로 나한테 줬던 꽃 기억해?"
"그럼요."
"..."
"검은 장미였잖아요."
"... 응."
검은 장미.
꽃말로는 당신은 영원히 나의 것 입니다.
네가 처음으로 나에게 안겨주었던 꽃이었다. 정호석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그 꽃이 불길하다며 너를 만나지 말라 나에게 말을 했었지.
사실 다른 아름다운 꽃말과 거리가 멀기는 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 꽃을 품에 안았다. 검은 장미 옆에 뿌옇게 흩뿌려진 안개꽃도 같이 안아들었다.
안개꽃의 꽃말은 죽음. 고로 네가 나에게 준 꽃은 영원히 죽을 때까지 당신은 나의 것 입니다. 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꽃이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늘 네 작업실에 있던 검은 장미 꽃다발은 이미 자취를 감춘지 오래였다.
그리고 얼마 전 네 작업실에 또다른 꽃다발이 새로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받았을 가능성은 전무했다.
지금껏 너에게 화환을 보냈던 사람은 있어도 꽃다발을 보냈던 사람은 없었으니까.
얼마 후 나올 네 차기작 원고를 보려고 들어갔던 작업실이었다.
원래도 가끔 너는 퇴고 전의 원고를 나에게 보여주곤 했었으니 여기까지는 별다를 게 없던 일상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늘 비어있던 네 책상 위에 꽃다발 하나가 놓여있었다는 것이었다.
노란 장미였다. 노란색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꽃다발이었다. 꽃다발 옆에는 작은 카드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카드에는 네 글씨체로 무언가 적혀있었다.
당신에게 노란 장미를 바칩니다.
노란 장미의 꽃말은 이별이었다.
-
지금쯤 그 노란 장미는 모두 시들어버렸을 것이다.
네가 하루종일 내 옆에 있느라 꽃에 물을 갈아주지 못했을테니까.
누가 보면 별 거 아닌 그냥 꽃 하나를 가지고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느냐 라고 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아니었다.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표현하지 않는 너였기에 네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큰 의미이자 메세지였다.
애초에 처음 나에게 건넸던 메세지도 꽃말이었는데?
"선배."
"응."
"나 봐요."
"싫어."
"왜요."
"나 지금 못생겼어."
"매일 못생겼으면서."
"죽는다."
네가 내 볼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나는 여전히 네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로 두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너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내 등을 두어번 토닥이다 다시 나를 침대 위에 눕혀주었다.
나는 말똥한 누으로 너를 올려보았다. 잠시동안 괜찮았던 머리가 다시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그 꽃이 나를 위한 꽃이었어도 문제였고 나를 위한 꽃이 아니었어도 문제였다.
네가 말을 하는 '당신' 이 나라면 나에게 곧 이별을 의미하는 꽃을 준다는 말이었고 내가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에게 이별을 통보한다는 말이었으니까.
이별이라는 것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에만 나올 수 있는 말이었다.
고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는 의미가 되겠지.
그게 누군데? 나 이외에는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하지 않던 너였다. 기껏해야 편집장 정도.
그런데 네가 편집장에게 이별을 통보한다고? 조금 있으면 책을 내는 네가?
나는 네 옷자락을 그러쥐었다. 너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손길로 내 손을 떼어냈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손길이었다.
선배 약 먹어야죠. 네가 다독이듯이 내게 말을 건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문을 열고 나가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이불을 세게 그러쥐었다. 지금 여기서 내가 내 몸에 상처를 내거나 그럴 수도 없었다.
그러면 너는 더욱 호들갑을 떨면서 문 밖으로 나갈 것이다. 상처를 치료해야 한다 말을 하며.
두려웠다. 네가 죽이나 약이 아니라 그 노란 장미 다발을 갖고 들어올까봐 두려웠다.
그 두려움 하나 때문에 며칠동안 제대로 먹지도 않고 약도 고사하며 너를 붙잡아두고 있던 나였다.
나는 혀로 입술을 축여냈다. 그리고 어느새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는 너를 향해 입을 열었다.
"가지마."
"선배 약 가질러 가는..."
"나 두고 가지마."
"선배?"
"준아. 김남준."
"네."
입술이 다시금 말라왔다.
나는 손을 너를 향해 손을 뻗었다. 네가 내 손을 그러쥐었다.
다행이었다. 뿌리치지 않았다.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너를 올려보았다.
꿈 속에서 처럼 너는 아무런 표정없이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아. 꿈 속에서는 네 표정을 볼 수 없었구나.
아무튼 너는 가만히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나는 네 손을 이끌어 네 검지 손가락을 입가로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이빨로 네 손가락 끝을 잘근 깨물었다. 너는 다른 한 손으로 네 볼을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왜그래요."
"준아."
"네."
"나, 나..."
"..."
"나 너 사랑해."
"..."
"그니까 나 두고 나가지 마. 응?"
말을 내뱉자마자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방금 전까지는 선명했던 네가 다시금 뿌옇게 흐려져보였다.
네 얼굴 보고 싶은데. 지금 내가 한 말에 대한 대답도 들어야하는데.
한 번 아득해진 정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조금은 앞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내 볼을 쓰다듬던 네 손이 천천히 움직여 내 아랫입술을 매만져왔다.
나는 혀를 내밀어 네 손가락 끝을 할짝였다. 아. 짜거나 그럴 줄 알았는데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다.
멀리있던 네가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입술 위로 따듯하면서 말캉한 무언가가 올라왔다.
너였다. 나는 눈을 서서히 감으며 입술을 살짝 벌렸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네 혀가 밀고 들어왔다.
점점 뿌옇게 변해가는 머릿속에서도 너의 입맞춤은 선명하게 내게 다가왔다. 나는 손을 들어 네 목뒤로 팔을 감아 너를 끌어안았다.
쪽. 소리와 함께 네 입술이 떨어졌다. 너는 여전히 내 입술에 입술을 포갠 채로 입을 열었다.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네 목소리가 분명했다.
"잠시만 기다려요."
"..."
"선배 약 먹어야 하니까."
그리고 순식간에 나를 감싸고 있던 온기가 사라졌다.
얼마 후 쿵 하는 문소리가 들려왔다. 문소리를 마지막으로 내 손은 침대 아래로 힘없이 고꾸라졌다.
꿈 속과 다를 바 없는 그런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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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두유망개 뱐드 현 꾸룩 방칠이방방 달 뜌 윤기와산체 열렬 토끼 다이아몬 뷔스티에 슬픔이 기쁨에게 대추차 땅위 보보 숭니 녹차맛콜라 뉸뉴냔냐냔 헤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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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장미 = 시기, 질투, 이별 그리고 완벽한 성취, 영원한 사랑
남준이의 장미는 무슨 의미였을까요?
난 알지
오늘도 제 글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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