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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범권] 선이없는 경계 00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c/f/9cfbaf2a93df73e781263c2bee3e8eaf.gif)
유권씨 이젠 안불편하신가봐요?
안불편할 때가 어디 있겠어요. 늘 불편한걸요.
지독하게 우울한 이야기인데도, 그는 오히려 밝은 모습이었다. 테이블위에 올려진 휴대폰을 잡으려다 건드린 찻잔이 중심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테이블을 굴러 떨어져버리고 만 잔이 깨져 사방으로 흩어지고 향기가 가득한 홍차가 쏟아져 나와 마룻바닥 위를 축축히 적셨다.
이런...미안해요..찻잔을 여기 두신 줄 몰랐네요
축처진 눈꼬리로 미안한 표정을 짓는 유권이 휴대폰을 꼭 쥔채 고개를 숙인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파편을 치울동안 자리에 계세요, 다칠지 몰라요
얕은 한숨을 쉰 그녀가 깨진 찻잔의 조각들을 주워 담았다.
가구들은 대충정리가 된것같네요. 자잘한건 내일 복지사들을 더 불러서 정리하도록 하죠. 도면은 잘 익히셨죠? 그리고 모든 식기는...말 안들으실걸 알지만 깨지지않는 플라스틱으로 바꾸는게 좋겠네요. 내일뵈요 유권씨. 이사하느라 피곤할텐데 일찍 주무시구요.
멀어져가는 구두소리를 들은 유권이 씁쓸하게 웃었다. 아무리 봐도 허튼짓 하지말고 내일까지 얌전히 있으라는 말 같은데...일어나 느리게 걷던 그가 벽을 손가락으로 스윽 긋다가 발치에 툭, 걸린 상자를 열었다. 여기에 뭘 넣었더라...고민을 하던 그가 쿵 닫히는 현관소리에 놀라 숨을 삼켰다.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고 이후로는 정적뿐이었다. 상자안에 쓸모없는데도 처박아놓은 시계 초침 소리, 베란다 밖에서 들려오는 차 소리, 아이들소리. 상자를 열어 물건들을 더듬던 유권이 정리할 맘이 날아가 버린 듯, 눈을 감았다. 가끔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도 헷갈린다니까...양손을 들어 감긴 눈꺼풀 위를 톡톡 건드린다.
시력을 완전히 잃은지 1년째, 깊은 한숨을 쉬던 유권이 침대를 찾아 발을 내딛는다. 복지사가 불을 켜고 갔던가...끄고 갔던가... 에이모르겠다. 하고 누워버린 그가 침대시트를 매만지다 손끝을 들어 입꼬리를 억지로 당겨 올렸다. 이젠 태연하잖아? 웃자, 그럼 기분이 좀 나아지겠지.
이런 내가 더 비참할까?...이내 이불을 머리끝까지 당겨 덮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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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범권] 선이없는 경계 00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c/2/f/c2f6343c3a583ac495338dfbfdf1bcf3.jpg)
날 설득하라고 하던가.
캡틴...포기하십시오. 할 만큼 하셨습니다...
할 만큼 했다고 결론 지을수있는건 나뿐이야.
저희는 캡틴을 잃고싶지 않습니다...
Good buddy...난 이미 은퇴한지 1년째고 이미 캡틴도 아냐. 이만 끊도록 하지, 그동안 고마웠다. 서로 총구를 겨눌일이 없기를 기도하자.
...Roger.-...
블라인드 사이로 밖을 내다보던 민혁이 들고있던 무전기를 짓밟아 완전히 부숴버렸다. 전방 150m, 텅빈 옥상위에 그가 설치해놓은 트랩. 역시나, 위치추적을 한 무장경찰들이 가득 몰려들어 이중으로 설치해놓은 전화기를 발견하곤 허탈함에 빠지고 말았다. 옥상과 대각선으로 위치한 호텔 15층, 시선을 거두고 뒤로 돌아선 그가 짝짝, 박수를 쳤다.
의자에 단단히 묶여진 사내가 어깨를 떨었다. 눈이 가려지고 입에 재갈이 물린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그가 공포에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팔걸이에 묶인 손끝, 잘린 8개의 손가락에서 떨어진 피가 바닥에 깔아놓은 커다란 비닐에 속속들이 모인다.
...두렵나요...
라텍스장갑을 끼고 꼼꼼히 절단기를 조립한 그가 의자로 천천히 다가왔다.
내 아내도 당신과 같은 맘이었을 거에요.
절단기가 돌아가는 소리에 사내가 크게 몸부림치기 시작한다.
겁먹지 말아요. 시험구동을 해봤을뿐이니까. 꼭 한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페니스까지 잘리기전에 남자대 남자로 대화나 해볼까요?
절단기를 의자옆 테이블에 올려놓은 민혁이 물려두었던 재갈을 천천히 풀어주다가 룸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사내를 보곤 웃었다.
하하...웃어서 미안해요, 혹시 몰라서 이층전체를 당신카드로 빌렸거든요.
Bull shit!!이민혁...이민혁대위...말로 하지...이 방법이 좋지 않은 대처법이란건 알고있지않나...
흐느끼는 사내의 뺨을 어루만지다가 안대를 벗겨내며 말한다.
전 더 이상 미군소속이 아닙니다...
오...아니야...리사의 일은 정말 유감...
그녀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십시오
뺨을 후려맞은 사내가 구역질을 했다. 반쯤 소화되다 쏟아져 나오는 양질의 스테이크, 와인. 역겹군. 얼굴을 바짝 가까이 대고 그 역한 눈동자를 마주본다.
"...그거아세요...? 리사는 뱃속에 우리의 아이를 품은지 3개월째였습니다..."
"나를 용서해주게...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줄은 상상도 못했네...살려만준다면 자네에게 어떤일이라도 해주지...제발...자비를..."
테이블위에 올려져있던 스톱워치가 5분이 지났음을 알리는 알람을 울렸다. Time's up. 이제껏 표정이 없던 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사내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 절단기를 든 그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손목부터 잘라내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튄 핏방울, 뺨에 튄 핏자국을 문질러 닦은 그가 20센치 간격으로 완전하게 절단된 시체를 비닐과 함께 트렁크에 눌러담았다.
너무 늦었지 리사, 곧 곁으로 갈게
![[블락비/범권] 선이없는 경계 00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7/7/c/77c245e9f66858eace8598f0d81e0b91.gif)
무표정한 그의 얼굴엔 분노를 뛰어넘은 광기가 어려있었다. 옷을 갈아입은 민혁이 룸을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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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요 !! 새로운 픽으로 찾아뵌 오두막입ㄴ니다. 준비기간이 좀 오래 걸렸네요 ㅜㅜㅜㅜ한살씩 모두 잘 드셨나요.....나이먹기 싫다.....3편까지는 이틀을 텀으로 바로 올릴 예정입니다. 다들 감기조심하시길 ㅜ
제목을 받습니다 !!!!! 아직 정하지 못한 제목 지어주실 독자분 계시나요 ㅜㅜ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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