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猫)하다
세훈x민석X루한
written by.테픈
그는 묘(妙)했다. 처음 봤던 그날, 작은 몸이 두다리를 꼭 껴안고 웅크리고 있어서 더 작아보였다. 그 상태로 차가운 비를 맞고 있던 그에게 다가가 그 앞에 앉아 그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던 건 그 묘한 분위기 때문이였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제 시선을 그제야 느끼건지 고개를 든 그는 묘했다. 아주 묘(猫)한 얼굴이였다.
***
"뭐라고?"
"...민석"
"민..석?"
그 묘(猫)하고 묘(妙)한 그를 안아들고 제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은 한순간의 충동이였다. 분명 김종인이 알면 미친놈이라고 욕을 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역시 제가 안아들고 와서 침대 위에 앉히고 마른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아주어도 한번의 거절 없이 받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저를 올려다보며 물어보는 질문에 작지만 가는 목소리로 대답해 오는 것이였다.
민석.
이름이 민석이라고 했다. 그제서야 그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는 고양이같은 눈을 하고 있었는데, 그 눈이 마치 집잃은 고양이같았다. 그리고 동그란 코에서 인중으로, 다시 입술로 떨어지는 그 선이 묘(妙)한 라인을 만들어 내고 있어 저도 모르고 손을 뻗어 찬비를 맞았음에도 분홍빛을 잃지 않은 그의 윗입술 끝을 지분거렸다.
그대로 그의 입술을 머금은 것은 한순간이였다. 손에 들고 있던 수건을 내려놓고 그의 하얀 볼을 감싸 그대로 잡아 당기자 힘없이 끌려와 입술을 마주했다. 넘치도록 달콤한 것이 아니라 머금으면 머금을 수록 조금씩 느껴지는 입술의 맛은,
정말로 묘(妙)했다.
***
그날 이후, 그는 우리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날 그대로 묘한 입술만을 탐했고, 그도 전혀 나를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였다. 다음날 아침, 전날밤 내가 준, 그에게는 조금 크다싶은 제 옷을 입고 출근하는 저를 마중했다. 하지만 잘 다녀오라느니, 기다리고 있겠다느니 하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저 고양이가 저를 마중하듯 그렇게 현관에 서 있었다. 신발을 다 신고 본 그에 다시 한번 충동적으로 다가가 그의 입술에 쪽, 하고 키스를 했다.
둘째날은 술이나 한잔 하자는 김종인의 말을 무시한 채로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그를 데리고 쇼핑을 나섰다. 저는 큰 옷을 입은 작은 민석이 마음에 들었지만, 그래도 그건 정말로 펫으로 데리고 있는 것 같다는 죄책감에 그의 옷을 사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옷을 사면서도 그저 내가 맘에 드냐고 물으면 고개만 끄덕일 뿐. 결국 내 마음에 드는 옷으로 몇벌 골라 사왔다.
그는 굉장히 깔끔한 성격인 것 같다. 제가 출근을 하고 나면 맨날 뭘하는 건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던 옷도 어느새 빨래걸이에 걸려져 있다가 다음날이 되면 고이 접혀져 옷장에 들어가 있었다.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올려져 있던 장식품들도 마치 원래 그 자리였던 마냥 놓여져 있었고, 컴퓨터며 TV며 쌓여있던 먼지들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그는 내가 돌아오기 전에 저녁 준비를 해놓고 저를 기다렸다.
하루는 된장찌개, 하루는 두부부침과 콩나물국, 하루는 전골...
하나같이 맛있어서 매번 사먹고 들어오던 저녁을 이제는 그가 해주는 저녁이 먹고싶어 집에 와서 먹었다. 그런 내 변화를 느낀건지 김종인이 요즘 무슨 일있냐고 물어왔지만, 그저 웃을 뿐 그에게는 민석에 대해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할 뿐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조용했다. 그 작은 입술은 네, 아니요, 하고 대답을 할 때나 혹은 제가 한참이나 입술을 탐하고 나면 내뱉어지는 숨을 쉴 때에만 움직였다. 결국은 그때마다 달싹거리는 그 입술을 또다시 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그의 입술은 정말로 묘(妙)했다.
그렇게 점점 그와의 생활에 익숙해져 갈 무렵, 그가 사라졌다.
고양이가 집을 나가버린 것이다.
***
한동안 미친듯이 찾아다녔다. 또 어디서 비를 맞으며 웅크리고 있지는 않을까, 혹시나 길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절대로 저를 떠난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만큼 필사적으로 그를 찾아나섰다. 한달, 두달... 그를 찾아다니며 나는 점점 더 피폐해져 갔다.
그 묘(妙)한 입술에, 그 묘(猫)한 그에 빠져 버린 나는 그가 사라짐과 함께 이성을 상실하고 있었다.
어느날 무단결석을 하고 집에 누워있기만 하는 나를 찾아온 김종인이 정신을 차리라며 내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하지만 그는 내 마음까지 송두리째 가져가버려 나는 원래의 나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가 보고 싶다.
***
"오늘 중국 바이어분이 오실거니까 오대리하고 김팀장이 맡아서 잘 하도록 해."
"네 부장님."
"예"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제 정신을 차리고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오는데 말이다. 이 모든 것은 김종인 덕분이였다. 매일 저를 찾아와 정신을 차리라며 주먹으로 때리기도 하고, 욕을 퍼붓기도 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친구야, 제발... , 오열하는 모습에 겨우 제 옆에 널부러져 있던 한가닥 남은 이성을 잡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 사이 종인은 대리로 승진을 했다가 프로젝트 성공과 함께 팀장급이 되었고, 나는 조금은 늦었지만 좋은 기획을 계획하고 담당하게 되면서 대리로 승진을 했다. 그리고 둘이 맡게 된 최근의 일은 중국 바이어와의 거래를 성공시키는 것이였다. 한달여 동안 준비한 일이였고, 드디어 오늘 결전의 날이였다. 특히 대기업의 사장이 직접 오는 것이였기에 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약속시간에 맞춰 긴장되는 마음으로 회의실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중국 바이어는 ,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젊은 남자였다. 저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저 남자가 사장이라니. 순간 놀라서 인사도 하지 않고 그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뒤에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민석...
사장의 뒤를 이어 들어온 사람은 묘(猫)한 그 남자였다.
집나간 고양이가 나타났다.
"루한입니다."
"저는 김종인입니다."
"....."
"....야.."
"..아, 오세훈입니다. 근데 이분은..."
"제 비서 김민석입니다."
"안녕하세요."
루한사장의 비서라고 하는 그는 여전히 묘(妙)하게 탐스러운 그 입술로 인사를 해왔다.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저를 눈치챈건지 루한사장의 미간이 구겨지는 것이 보인다. 대체 민석과 그는 무슨 사이일까.
그럼 앉아서 이야기를 진행하자는 김종인의 말에 루한이 걸음을 옮겼다. 물론 그전에 민석의 작은 등에 손을 얹은 그는 민석이 먼저 앉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사이가 묘(妙)하게 거슬린건 그때부터였다. 한참을 거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어려운 한국말이 나오면 루한사장은 바로 고개를 돌려 민석을 바라보며 중국말로 뭐라고 물었고, 그러면 민석이 다시 설명해주었다. 그것뿐이였다면 아무 신경도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둘은 사장과 비서의 관계였으니까.
하지만 루한사장의 시선이 민석의 입술에 가있다는점, 그 시선이 너무나 달콤하다는 점, 또한 둘의 얼굴이 너무나도 가깝다는 점이 나를 거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아까부터 루한사장의 손이 민석의 턱을 쓰다듬고 있었다.
"하참..."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사라졌는데 다시 나타난 것도 모자라 마치 연인이라도 되는 것 마냥 묘하디 묘한 행동을 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옆에서 김종인이 내 팔을 툭툭치며 미쳤냐고 말했다. 그때문이였을까 민석이 나를 바라봤고 우리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긴 회의가 지속되던 와중에 민석이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오래 앉아 있어 찌뿌둥하다며 잠시 쉬고 오겠다는 종인이 회의실을 나섰고, 그 안에는 루한사장과 나만이 남아 있었다.
"민석을 알죠?"
루한 사장이 물어왔다.
"네."
전혀 놀라지 않고 대답하는 저에 오히려 루한사장이 살짝 놀라더니 피식,하고 웃었다.
"고마워요."
뭐가 대체 고맙다는 건지. 루한사장은 의자에 몸을 편하게 기대며 내게 고맙다고 했다. 무슨 말인지 몰라 쳐다보는 저를 안다는 듯이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민석을 잠시 잃었었어요. 길 한가운데서, 비가 오는 날."
"...."
"너무 화가나서. 나는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그를 버려두고 등을 돌렸어요. 그 작은 사람을 빗속에 남겨둔채로"
"...뭐?"
"내가 민석을 잘 몰랐던 거예요. 그는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였어요. 좋아도 표현하지 않아요, 먼저 다가오지 않아요, 다만 상대가 먼저 다가가서 안아주는 것을 좋아하죠"
마치 고양이처럼.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느꼈던 그를 루한사장도 다 알고 있었다. 어쩌면 나보다 더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잃어버리고 나서야 찾아 헤맸어요. 지리도 모르는 한국을 여기저기... 그리고 찾았어요. 당신과 걷고있는 민석을."
".....!"
"당신의 집으로 들어가던 민석을 보며 화가 났어요. 나의 사람인데, 나의 민석인데 하고 말이죠. 그래서 다시 찾아왔어요. 당신이 집을 비운 사이. 데리고 나왔죠."
"...대체 너 뭐야?"
"저요? 민석의 진짜 주인이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민석은 나의 민석이예요. "
나.만.의.민.석.
그 말을 듣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이였다. 나만의 민석이라니, 자신이 방금 버렸다고 해놓고 나만의 민석이란다. 다시 찾아왔다고 한다. 주먹으로 회의실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그에도 동요하지 않은 그는 아까보다 더 여유로운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회의실을 빠져나와 내 이름을 부르는 김종인을 무시한 채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서자 손을 씻고 있는 민석이 보였다. 나의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드는 민석과 거울 속에서 눈이 마주쳤다. 나는 한번의 멈춤도 없이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대로 그의 입술을, 그토록 찾았던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여전히 그의 입술은 묘(妙)한 느낌이였다.
.
.
................그리고 여전히 그는 나를 밀어내지 않는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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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쌍둥이별을 쓰고 또 생각나는 것이 생겨서 급하게 썼네요 ㅋㅋㅋ
민석인 정말 묘(妙)하고 묘(猫)한 아이니까요 ㅋㅋㅋ 생각나서 ㅋㅋㅋㅋ
너무 급하게 써서 이상하긴 하지만요 ㅠㅠㅠㅠ
이제 진짜로 도망가버리겠어요 ㅋㅋㅋㅋ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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