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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별 

written by.테픈

 

 

 


11.

 

 

 좋아해요, 좋아해요. 아까부터 계속 그말만 내뱉는 준면.
 그리고 준면의 고백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는 크리스. 그 두 명 중 먼저 정신을 차린건 점점 말을 할수록 울먹거리기 시작하는 준면을 깨달은 크리스였다. 때문에 크리스는 그 어떤 대답 대신에 마른 준면의 몸을 끌어 안을 뿐이였다.

 

 


 생각치도 못한 고백이 그러했지만, 자신 또한 준면과 같은 마음이였기에 더 따뜻한 둘의 마음이 닿고 있었다.

 

 


"준면."
"..좋아해요.."
"나도"
"....네?"

 

 


 한참을 같은 말을 내뱉던 준면의 입에서 놀란 목소리가 나왔다. 그게 또 귀엽다고 느낀 크리스가 피식하고 웃을 때까지도 준면은 크리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좋아한다고. 나도 준면을 말이야"
"선생님?"
"수술 마치고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준면이 먼저 말해버렸네"
"...!!"

 

 

 

 그 말과 함께 크리스가 준면을 품에서 떼어내어 시선을 마주 보았다. 여전히 놀란 토끼눈이 되어있는 준면은 크리스 역시 저를 좋아한다는 말에 그제야 부끄러워져 두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그때문에 마주하던 눈이 가려지자 크리스가 그 손을 잡아 얼굴에서 떨어뜨렸다. 왜 가려, 준면. 평소보다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와 함께 크리스가 준면의 양볼을 감쌌다.

 

 

 크리스의 큰 손이 그의 볼을 감싸면서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갔다.

 

 


쪽.

 

 


 하얀 준면의 이마에 크리스의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 후에 닿은 두 사람의 눈이 마주 웃었다. 마주한 준면의 눈을 바라보다가 다시 그를 끌어 안은 크리스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부디 이 작은 사람을 평생 내 곁에 있게 해달라고.

 

 

 


-

 

 

 


 크리스가 주먹을 꽉쥐어 보였다. 언제 준면도 그렇게 자신을 떠나버릴까봐 두려워졌던 것이다. 그것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김선배가 말을 덫붙였다.

 

 


"교수님께도 조금 시간을 줘야하지 않겠어?"
"...."
"기다려봐. 더 일찍 한국에 들어오실지도 모른다고 하셨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보고 안되면 그때가자. 지금은 교수님도 시간이 필요하셔"

 

 


 그 말에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초조해하지 말자, 괜찮을 거야. 라고 캐나다에서부터 생각했던 마음이니까 아주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아예 방법조차 없었을 때보다는 지금이 훨씬 나았으니까. 크리스는 마른 세수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배, 저 이만 가볼게요."
"그래."

 

 


 지금 이 순간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역시나 나의 작은 아이뿐이였다.

 

 


 

-

 

 

 

 

 민석은 퇴근을 하고 나서도 편의점 안을 어슬렁 어슬렁 거렸다. 손에 든 폰을 만지작 거리며 바깥을 몇번이고 쳐다보는 그에 다음 타임 알바인 형이 그를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퇴근 안해?, 하고 물어왔다. 아, 누가 온다 그래서요,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대답을 한 민석이 다시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익숙한 인영이 편의점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변함없이 웃는 얼굴로 제 옆의 친구들과 떠들며 걸어오고 있었다.

 

 

 

'희야, 오늘 토요일이니까 마치고 같이 집에 가요!'


 


 마치기 한시간 전쯤인가 종대에게서 온 문자는 제게 같이 가자는 것이였다. 토요일이라 1시에 수업이 마친다는 그는 마감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있을 때 한통의 메세지를 더 보내왔다. '담임이 빨리 안보내줘요 ㅠㅠ'

 

 


 빨리 안보내준다고 울상일 때는 언제고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는 그를 보다가 풋,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러다가 그가 점점 더 편의점에 가까워 질 때즈음 알바형을 돌아보았다. 형 저 이만 갈게요, 꾸벅 인사를 하자 그 역시 내일 보자며 손을 들어 보였다. 민석이 문을 열고 나가자 그를 발견한 종대가 희야하고 부르며 발걸음을 빨리 한다. 덩달아 옆에 있던 백현과 찬열도 그 뒤를 따라 걸어온다.

 

 

 

"많이 기다렸죠?"

 

 


 교복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민석의 앞까지 다가온 종대가 물어왔다. 민석은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대답해 주었다. 어느새 종대의 뒤로 다가온 백현과 찬열이 민석에게 인사를 했다. 가끔 편의점을 찾아 오는 종대는 혼자가 아닌 셋일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항상 백현, 찬열이 있었다. 그러면서 종대뿐만 아니라 저 둘과도 인사정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둘의 인사를 받아주며 민석이 둘을 힐끗보자 찬열이 어딘지 모르게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하지만 워낙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민석은 찬열의 표정 역시 크게 신경쓰지 않고 종대에게로 시선을 돌릴 뿐이였다.

 

 

 

"얼른 가요!"
"응."

 

 

 

 종대의 말에 민석이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런 두사람을 붙잡은 것은 백현이였다. 정확히는 민석을 불러세웠다.

 

 

 

"희야, 떡볶이 먹으러 갈래요?"
"오오~ 희야가여!"
"야, 뭘 먹으러 가"

 

 

 

 분명 방금까지 불만 가득했던 얼굴의 찬열이 환하게 피기 시작했다. 종대는 친구들의 말에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안간다니까 진짜 왜그래. 무엇때문인지 갑자기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는 백현의 물음에 민석은 눈만 꿈벅거릴 뿐이였다. 그리고 그 시선 안으로 히죽히죽 강아지처럼 웃고 있는 백현과 옆에서 기대에 찬 눈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는 찬열이 들어왔다. 지금 나보고 한 말 맞지?

 

 


"아니 희야, 이 자식이 떡볶이 먹으러가자니까 형이랑 약속ㅇ..우웁! ..너 뭐...야아"

 

 


 찬열은 민석과 눈이 마주치자 제게 무언가를 이르는 듯 말을 꺼냈고, 그의 입을 막아버린 것은 종대였다.

 

 


"야! 김종따이! 너 입술 때렸데이!"
"그러니까 왜 쓸데없는 말을 하노!"

 

 


 투닥거리는 두사람에 백현이 혀를 쯧쯧차며 민석의 옆으로 다가왔다.

 

 


"대따 맛있는 떡볶이집이 있거든여, 토요일날 수업 마치면 늘 먹으러 가는데, 종대가 희야랑 같이 집에 가기로 했다고 오늘 빠진다고 하더라구여"
"아-"
"그래서 그런데 희야도 같이 떡볶이 먹으러 가여."

 

 

 

 백현의 설명을 듣고 있던 민석의 표정이 저도 모르게 살짝 굳어버렸다. 찬열과 투닥대던 종대는 민석과 민석의 옆에 서있는 백현을 확인하고는 머쓱한듯 머리를 긁적였다. 먼저 민석과 약속을 했고, 그래서 먹으러 가지 않다고 한건데 어쩐지 이렇게 말해버리면 뭔가 이상해지는 기분이였다. 자신 때문에 친구들을 버리고 왔다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거라도 말하지 않고 싶었던 것인데, 웃지 않는 민석의 표정을 보던 종대가 팔꿈치로 찬열의 옆구리를 툭, 쳤다. 아, 왜!, 아팠던건지 큰소리로 궁시렁 대는 찬열에, 민석의 시선이 찬열에게로 향한다.

 

 


 사실 종대의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민석은 단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집에는 크리스가 있고 준면때문에는 일찍 갈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이 뒤에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라 그들을 따라 가도 괜찮았던 민석이였다. 이제 어느 정도 종대랑은 친해졌고, 백현과 찬열도 가끔이지만 저를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아직 어색했다. 그들과 같이 떡볶이를 먹으러 갈 정도의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세명 사이에 제가 이상하게 끼어버리는 느낌이랄까. 결국 민석은 집으로 가야겠다고 결정을 짓고 제 앞에 종대를 보며 살풋이 웃어 보였다.

 

 


"떡볶이 먹으러가."
"네?"
"친구들이랑 떡볶이 먹으러 가라구, 나 먼저 들어갈테니까."

 

 


 민석의 말에 백현이 그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같이 가자고 했는데 그는 먹고 오라고 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아직은 어색해서 거절한 거겠지. 눈치없는 찬열이만 왜여?, 같이 가여! 하며 민석의 팔을 갑자기 붙잡았을 뿐.

 

 


"희야 가여!"
"..어? 아니야. 너네끼리 가서 먹어."
"왜여, 왜? 진짜 맛있는 집이라니까여!"
"..아니, 난 집에 가야돼. 야.. 야!"

 

 

 막무가내로 찬열이 민석을 끄는 모습에 백현은 고개를 가로저을 수 밖에 없었다. 저리 눈치가 없어서야. 하지만 그는 그대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였다. 저렇게 막무가내로 하는 행동도 밉지 않아 보이는 건 그 때문이였다. 그 능력은 오늘도 발휘되었는데, 민석이 하참, 하며 헛웃음을 짓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처음 보는 웃는 모습에 찬열이 팔을 끌다가 그대로 멈춰섰다가 다시 히잇,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같이 가는거져?, 하고 말했다.

 

 


"하핫, 아니야. 나 진짜 먼저 가볼게."

 

 


 여전히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면서 민석은 찬열을 거절했다. 그제서야 찬열도 민석의 팔을 풀어 주었다. 그럼 맛있게 먹고 다들 조심히 가라며 민석이 버스 정류장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민석의 팔을 잡은 사람은, 찬열이 아니라 종대였다.

 

 


"희야, 같이 가여."
"..아니 진짜 너네.."
"집에 같이 가자구여."
"...."

 

 

 

 같이 가자는 종대의 말이 떡볶이집인 줄 알고 다시 거절하려던 민석은 집에 가자는 그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집에 같이 가자는 말이 뭐라고 어쩐지 가슴께가 간질간질 거리는 민석은 종대가 백현과 찬열에게 나도 오늘은 그냥 가겠다며 인사할 때까지도 간질간질함을 느껴야 했다.

 

 


"어쩔 수 없지, 뭐. 카면 조심히 드가래이"
"오야"
"다음에는 가는거다, 희야도요!"
"...."
"네? 희야?"
"..어? 어."
"그럼 조심히 드가여! 김종따이 잘가!"

 

 

 

 더이상 그들을 조르지 못하고 돌아선 찬열과 백현이 손을 흔들며 걸어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종대도 민석의 팔을 끌며 반대편으로 걸었다.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면서 민석이 종대를 힐끔힐끔 거렸다. 종대는 그 시선을 느꼈지만 애써 모르는 척 하며 걷기를 잠깐. 민석이 먼저 말을 꺼냈다.

 

 

 

"친구들이랑 같이 떡볶이 먹고오지. 난 괜찮은데."

 

 


 자신과의 약속때문이라고 친구들을 따라가지 않은 종대에, 부담스러움 보다는 미안함이 들었다. 어차피 같이 집에 가자는 약속이였을 뿐, 큰 약속도 아니였기 때문이다. 민석의 말에 종대가 민석은 보지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어차피 걔네랑 가면 혼자 집에 가야되잖아여"
"..응?"
"혼자 버스타면 심심해여.그리고.."

 

 


 희야랑 같이 가고 싶었어여, 말을 끝낸 종대가 웃었다. 생각해보니 종대의 말이 맞았다. 그들과 떡볶이를 먹고나면 종대는 혼자 마을까지 돌아와야 했다. 민석이 종대의 옆모습을 쳐다보다가 겨우 하루이틀전 혼자 버스 안에 앉아 허허벌판을 바라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자신도 그때는 외롭다고 느꼈었는데.

 

 


"고마워요, 같이 가자는 말에 그러자고 해줘서 기뻤어여."

 

 


 어느새 민석의 마음이 또다시 짠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그냥. 나도 혼자 집에 가는 거 심심했을 뿐이야."

 

 


 괜히 무심한 듯 대답을 하자 어느새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있었다. 때마침 도착한 버스에 민석이 먼저 올라타고 뒤에 종대가 올라타면서도 둘은 더이상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타지 않는 버스에는 개인좌석만 나열되어 있었고, 민석은 두리번거리다가 맨뒷자리로 걸어가 앉았다. 종대 역시 그의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버스가 출발하고 민석은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MP3를 꺼내 들었다. 이어폰을 풀고 제 오른쪽 귀에 꽂던 민석이 잠시 손을 멈추었던 것은 평소와 다르게 오늘은 종대와 함께라는 것을 느끼면서였다. 아이돌 노래라든지 유명한 노래없이 제가 좋아하는 음악밖에 들어 있지 않아 종대에게 권할까 말까 고민하던 민석은 조심스럽게 종대에게 이어폰 한쪽을 스윽 내밀었다.

 

 


"들을래?"

 

 


 그의 말에 종대가 씨익 웃으며 민석의 이어폰을 받아 들어 자신의 오른쪽 귀에 꽂았다. 민석도 이어폰 위치를 바꿔끼고는 음악목록을 열어 제 MP3에 몇없는 유명한 노래를 틀었다. 종대도 크게 싫어하는 노래는 아니였는지 제 귀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폰을 두드렸다.

 

 


 한곡, 두곡 노래가 끝나갈 때까지도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달렸다. 그러다 문득 민석이 창가에서 종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평소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옆모습이 꽤 날카로워 보이면서도 눈썹때문인지 유해 보였다. 그러고보니 눈썹도 팔자눈썹에 옆에서 봐도 올라가있는 입꼬리. 서로를 마치 바라보고 있는 듯한 눈썹끝과 입꼬리가 신기하면서도 재밌어서 민석은 뚫어져라 그 옆모습을 몇분이나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옮기는 시선의 끝에는 찬열, 백현과 연락하는 것인지 아까부터 그의 손에서 울려대는 폰이 있었다. 그리고...

 

 


"어?"

 

 


 민석은 저도 모르게 종대의 무릎 위에 올려져 있는 책을 집어 들었다. 그에 종대가 민석을 쳐다보았다. 겨우 2년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반가운 그것은 '수리 가형'이라고 적힌 문제집이였다. 민석에게도 익숙한 그 문제집을 펼치자 종대가 풀었던 것인지 연필로 수학공식들이 마구 나열되어 있었다.

 

 


"이과야?"
"네, 희야도요?"
"응. 나 이과였어."

 

 


 나 수학을 좋아하거든, 덫붙이는 민석의 말에 종대가 정말이냐며 되물었다. 민석은 수리를 좋아했다. 그저 머릿속에 넣고 외우고 읽기만 하는 언어보다는 답을 찾아내기 위해 연신 손을 움직여야 하는 수학이 좋았다. 물론 수학공식도 외워야 했지만 언어보다는 수리가 나았다. 그렇다고 대답하는 민석에 종대가 기쁜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나두요! 나두 수학이 좋아요."
"정말? 그럼 수학 잘하겠네?"
"네!.. 아 뭐, 다른 사람들보다는 잘하는 편?"

 

 


 사실은 수리 전교 1등이면서 종대는 그 사실을 감췄다. 굳이 민석에게 자랑하듯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민석은 종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문제집으로 시선을 옮겼다. 풀어 놓은 흔적을 봐도 그가 수리를 얼마나 잘하는지 알 수 있었다. 겸손한 편이네, 민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문제집을 한장 한장 넘기자 익숙한 수학공식들이 보였다. 약 2년 전에는 저도 이 공식들을 다 외우고 있었다. 문제들을 보면서 다시 풀라면 답지부터 확인하게 될 것만 같을 정도로 까먹고 있던 것들이였다.

 


"희야는요? 수학 잘했어요?"
"..음.. 조금?"

 

 


 종대는 민석이 수학을 좋아한다는 말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도 수학을 좋아했고 그래서 이과를 간것이였는데, 민석이 저와 똑같은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신에게 수학을 잘하냐고 묻고 나서 문제집을 한장 한장 넘겨보는 민석은 마치 오랜만에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은 사람처럼 반짝거리는 눈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문제집을 넘기던 민석의 눈에 빨간색 별표로 되어 있는 문제가 보였다. 빈곳에 연필로 풀어낸 흔적은 있는데 답이 적혀져 있지 않은 걸로 봐서는 풀지 못한 문제 같았다.

 

 


"아, 이거."
"미적분 문제네?"
"네."

 

 


 어려워보이면서도 간단한 문제가 미적분이였다. 하지만 사실은 이 간단한 풀이를 몰라서 어려운 미적분은 다른 공식을 만나면서 더 꼬였다. 그 공식을 적용하지 못한 종대는 결국 풀어내지 못한 문제. 어제 야자시간에 저 문제만 들여다 본 것 같았다. 문제풀이를 봐도 될법도 한데 괜한 욕심이 생겨서 더 그랬다.

 

 


"희야 이거 풀 수 있어여?"
"..벌써 안풀어본지 2년전이라.."
"아."
"...근데 대강 나올 것 같기도?"
"진짜여?"

 

 


 민석은 눈으로 문제를 대강 읽더니 대답했다. 미적분은 민석이 가장 자신있는 파트였다. 어떻게 꼬아놔도 풀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다 까먹어서 풀 수 있을까 했었는데, 새삼 기억이 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가르쳐줘요!"
"응?"
"나 이거 모르겠어여. 아무리 풀어봐도 답이 안나와여"

 

 


 그 때 종대는 저도 모르게 민석에게 말했다. 자신은 잘 모르는 문제를 민석이 풀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종대 역시 놀랐다. 저는 아무리 풀어도 나오지 않는 답을 민석은 대강 읽어보고는 알 것 같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일단 내릴까?"

 

 


 언제 도착했는지 어느새 마을 근처에 와 있었다. 종대는 민석에게서 문제집을 받아들고는 반대로 이어폰은 그에게 내밀었다. 민석이 그것을 받아 가방에 다시 고이 접어 넣었다. 종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뒷문 앞에 서서 벨을 눌렸고, 따라 나온 민석이 그 옆에 섰다.

 

 


 마을 정류장에서 내려 둘은 자신들의 집으로 걸어갔다.

 

 


"처음이네여."
"뭐가?"
"이렇게 빨리 도착했다고 느끼는 거여."

 

 


 걸으면서 종대는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은 늘 길기만 했는데 오늘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금새 도착해버린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아마 오늘 저와 같이 버스를 탄 민석때문일 것이다.

 

 


"그러게. 나도 이렇게 빨리 도착하는 건 처음인 것 같아"

 

 


 민석 역시 똑같은 마음이였다.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창밖만 바라보며 앉아 있을 때와 달리, 외로움 따위 느낄 수 없듯이 달려왔다. 학교에서 여기까지 이렇게 짧았나. 괜히 버스가 빨리 달린 건 아닐까 하며 걸었다.

 

 


 조금 걷자 민석의 집과 종대의 집이 나란히 서있는 것이 보였다. 민석의 집 앞에 도착하자 종대는 아쉬움을 뒤로 한채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진짜 같이 와줘서 고마워여. 희야 덕분에 즐겁게 왔어여."

 

 


 그의 매력적인 입꼬리가 또다시 올라간다.

 

 


"나도."

 

 


 민석도 종대를 향해 웃어주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대문까지 걸어갔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대문을 연 민석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던 종대도 제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때 민석이 종대를 다시 붙잡았다.

 

 

 

"내일 우리집 올래?"

 

 


 갑작스런 초대에 종대가 뒤돌아 대문 앞에서 문을 잡은 채로 저를 보고 있는 민석을 마주보았다.

 

 


"오면 그 문제 풀이 알려줄게."

 

 


 그렇게 말한 민석이 대답은 문자로 하라는 말만 남긴 채 그대로 대문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민석이 사라지고 나서도 너무 갑작스러운 말에 그대로 서있던 종대. 금방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고는 다시 제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민석의 집에 초대 받았다. 

 

 

 

 

 

-------------------------------------------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건데요, 사투리도 존댓말을 하면 잘 안나온다는거예요~

그래서 분명 비글 삼형제는 사투리를 쓰게 되어 있는데,

그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해 아쉽네요 ㅠㅠㅠ

특히 우리 종대가 쓰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 말이죠 ㅠㅠㅠ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민석이가 점점 맘을 여네요~~ 종대도 귀엽고~~ 민석이한테 희야 보단 히야~~ 라고부르는게 더 네이티브같은데요~~ 지도 경상도에 살고있는지라^^
11년 전
대표 사진
테픈
ㅎㅎ 희야와 히야 같은거죠???ㅋㅋ 점점 열어가고있어욯ㅎ 언제될지 ㅎㅎ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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