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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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택운이 오소소 떨리는 몸을 양 팔로 감싸쥐고 자신의 방 문을 열었다.
"-아저씨,"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다시 한번 조금 목소리를 높여 아저씨, 하고 불러 보지만 역시나였다.
오늘따라 아무도 저택 안에 보이지 않는다. 청소하는 하녀라도 두어 명 보여야 정상인데,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2층인 택운의 방에서 완전히 벗어나 계단을 타고 천천히 1층으로 내려왔다. 1층 역시 아무도 없다.
"보일러…."
보일러실은 지하에 있었다. 저택의 벽에 커다랗게 나 있는 창문이 쉴 새 없이 덜커덩거렸다.
택운이 조그맣게 기침을 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던 터라 겨울에는 난방에 꽤나 신경 썼던 부모님이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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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 문은 쇠로 만들어져 있었다.
매일 하인들이 관리해주기 때문에 지하실에는 들어갈 이유도 없었고, 부모도 택운에게 지하실은 더러운 곳이니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했었다.
그 때문에 택운은 잠깐 망설였지만, 몸 겉에 망토를 둘러썼음에도 저며오는 냉기에 살짝 손을 뻗어 문을 밀었다.
기분 나쁜 마찰음이 들렸다. 택운이 조심스럽게 지하실로 발을 들였다.
택운이 들어서자마자 쾅 하고 닫히는 무거운 쇠문에 택운이 잠깐 움칫했다.
"보일러 실이… 어디더라…."
문득 어릴 적에 지하실 맨 안쪽에 있는 보일러실에 들어가보았던 기억이 난 택운이 살금살금 지하실을 걸었다.
지하실 역시, 굉장히 추웠다. 택운이 몸을 더욱 꼭 끌어안았다. 왠지 공기가 기분 나빴다.
"아 혹시, 여긴가."
택운이 지하실의 좁은 통로를 따라 걷다, 막다른 벽에 부딪혔다.
지하실의 끝인 듯 했다. 통로 왼쪽에 지하실 문과 비슷한 느낌의 쇠문이 자리잡고 있었다.
굉장히 컸다. 눌려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택운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안 열려- 윽,"
택운이 있는 힘껏 문을 밀었다.
갑자기 열려 버린 문에 택운이 중심을 잃고 방 안에 나동그라졌다. 차갑고 딱딱한 바닥이 얼굴에 쓸렸다.
화끈화끈한 볼을 문지르며 택운이 천천히 일어섰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확실히, 보일러실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이, 이게 무슨…"
택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늑대, 그래, 늑대였다. 두 앞다리가 들어올려져 쇠사슬로 묶여 있었고, 몸체는 공중에 떠 있었다.
털은 짙은 회색이었고, 관리를 전혀 받지 않은 듯 푸석푸석하고 더러워 보였다. 얼마 동안 갇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늑대는 만신창이였다.
먹은 것도 없어 보였다. 입가엔 침이 말라붙어 엉긴 털들이 수북했다. 뱃가죽과 등가죽이 붙을 정도로 앙상했다.
"…늑대… ?"
이 집에서 18년을 살아왔지만 늑대를 기른다는, 아니, 가둬두고 있다는 소리는 그 누구에게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
무서웠지만, 몸이 원체 약한 탓에 밖에 잘 다니지 못했던 택운에게 처음 보는 야생동물이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택운이 한 발짝 늑대에게 다가섰다.
그 순간 늑대의 예민한 귀가 작게 움직였고, 몇 번 눈을 깜박거리던 늑대가 고개를 들었다.
늑대와 눈이 마주친 택운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늑대의 눈동자는 선명한 노란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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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돌쇠입니다.
독방에서 틈틈히 짧게 연재하던 썰인데 글잡 연재를 원하시는 독자분이 계셔서 옮겨왔어요.
4편까지는 독방에서 연재하던 거라 분량도 짧고 보신 분들도 있으실 테니 구독료를 걸지 않고 진행하며,
정식 글잡 연재가 될 5편부터는 분량도 길어지고 구독료가 걸릴 예정입니다 :)
좋아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