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팅에서 전남친 만난 썰 txt. 4
W. 로맨틱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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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얘가 이렇게 능글맞았었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니 원래 그랬던 거 같기도 했음. 어쨌든 우리는 농구장에서 벗어나서 아이스크림 가게로 가게 되었음. 물론, 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온 건 아니었고, 약간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한 내가 아무 말이나 생각하다가 "덥다" 라고 내뱉은 말이 시초가 되어서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임. 왜냐면 내 말을 들은 민윤기가 "그럼, 따라와" 라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거든. 근데, 아까 다쳤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먼저 한 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음. 알아서 아이스크림을 주문해온 민윤기가 탁자에 아이스크림을 내려놓았음. 그래도 한 때 사겼던 사이라고 내 입맛을 기억하고 있는지, 죄 내가 좋아하는 맛으로만 채워진 아이스크림 통에 웃음이 나왔음. "고마워,잘 먹을게" 계산도 민윤기가 마쳤으니, 감사인사 정도는 해 주었음. 둘 다 말 없이 아이스크림만 퍼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왠 목소리가 들렸음. "민윤기...그리고 김탄소?!"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 누구인지 확인하자. 내 친구였음. 병원까지 와 줄만큼 친한 나의 친구, 친구는 나를 보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너, 과팅? 그거 끌려나가지 않았냐?" 라고 말했음. 물론, 그랬지. 그리고 또 내 앞의 민윤기한테 다시 한번 끌려나왔지만. 고개를 끄덕이자. "근데 어떻게 ...둘이 같이 있는데?" 친구는 무언가를 기대하듯 눈을 빛내며 물었음. "그냥 어쩌다보니" 그러자 친구는 내 옆에 앉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음. "너네 화해했구나. 그래 내가 너네 화해할 줄 알았어" 그러면서 본인이 더 신이 난 친구는 우리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냈음. 우리 아직 화해 안 했어라는 말을 차마 친구에게 꺼내지 못한 채로 그냥 친구의 얘기를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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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되었다고 자꾸만 말하는 친구에. "그런 거 아니야" 라고 하자. 자신에게는 숨길 것이 없다며 자기는 이미 둘이 다시 만날 줄 알았다며 웃었음. 그리고는 내가 알지 못했던 일까지 전부 얘기해왔음. "야, 내가 너네 다 알아봤어. 며칠 동안 김탄소 울고불고 하길래. 진짜 헤어진 줄 알았더니, 무슨, 둘 다 미련이 뚝뚝 떨어져가지고" 내가 더 얘기하지 말라는 눈치를 주는데도 친구는 계속 입을 열었음. "그래도 긴가민가 했는데, 내가 민윤기가 김탄소 병원에 데리고 갔을 때 확신했지. 아, 얘네 다시 만나겠다" 친구의 말에 놀란 건 나뿐이었음. 놀란 마음에 친구와 민윤기를 번갈아 쳐다보는데 녀석은 그저 다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작게 끄덕일 뿐이었음.
"그게...무슨 말이야?" 당황한 내가 친구에게 되묻자. 그제서야 친구는 "뭐야, 민윤기 말 안했어?" 라더니 나에게 그날의 진실을 들려줬음. 한 밤중에 갑작스럽게 민윤기한테 전화가 와서 뭐냐고 짜증을 내는데도 평소 같으면 짜증으로 되받아칠 놈이 다급하게 내가 아프다고 병원에 있다며 제법 횡설수설을 했었다고 했음. 내가 아파서 응급실에 왔다는 민윤기의 말에 친구는 그 날 밤 병원으로 향했고, 민윤기를 만났다고 했음. 그리고 친구는 그날 그런 모습의 민윤기를 처음 봤다고 했음. 놀라서 급하게 데리고 왔는지 옷도 대충 걸쳐입고 무엇보다 신발 한 쪽은 검은색 슬리퍼, 한 쪽은 파란색 슬리퍼. 그러니까 짝짝이로 신은 채로 서 있었다고 하며, 심지어 친구가 그걸 말해줄 때까지 민윤기는 몰랐다고 했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민윤기를 쳐다보고만 있었음. 친구는 자기가 껴 있어서 아무 말도 못하는 거냐면서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음. "이제 알았으면 이제라도 고맙다고 하고, 둘이서 잘 얘기하고" 그러면서 생긋 웃고는 인사를 건네며 가버렸음. 친구가 떠난 자리에는 침묵만이 맴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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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사이에 어떤 한 대화도 오고가지 않았음. 물론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아서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은 천천히 진득하게 녹아내리고 있는 중이었음. 먼저 입을 연 건 나였음. "왜, 왜 말 안 했어?" 그러자 씁쓸한 미소를 지은 민윤기가 말했음. "힘들다며, 내가 너 데리거 간 그 날도 아파서 내가 누군지도 잘 모르면서 나 때문에 힘들다고 울더라" 그 말에 나는 숙연해져서 어떠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음. 아니 사실은 목에 뭐가 박힌 듯 말이 잘 나오지 않아서. "근데, 내가 거기서 너한테 뭘 더 말해서. 짐을 주겠어. 너도 정리하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 말에 눈물 샘을 막고 있던 뭔가가 툭 터져서 눈물이 소리없이 볼을 타고 내렸음.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말하고 있어서 내가 눈물을 흘리는 걸 처음에는 알지 못하던 녀석은 내 대답이 없자 고개를 들었음. 눈물을 흘리는 나를 보고 놀란 녀석은 내 옆으로 와서 눈물을 닦으며 나를 달랬음. "또, 운다. 맨날 울지 김탄소" 아이 달래듯 다정하게 구는 녀석을 보니 애써 밀어내려 했던 내 마음이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듯 진득하게 녹아내리는 것 같았음. "너, 진짜 나빠. 알아?" 그러자 나를 품에 안고는 등을 살살 쓸어주며 "그래 내가 나빠. 그러니까 울지마" 그렇게 말해왔음.
그렇게 한참을 울었을까? 생각해보니 여긴 아이스크림 가게 안이었음. 그러니까 둘이서 아이스크림 가게 안에서 신파극을 한 편 찍은 거임.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 사람들은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며 우리를 슬쩍 슬쩍 쳐다보고 있어음. 내 인생의 흑역사가 한 편 만들어지는 날이었음. 창피해진 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민윤기의 셔츠 끝 자락을 당겨서 나가자는 의사를 표했음. 그러자 푸스스 웃음을 터뜨린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데리고 가게를 나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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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날카로웠던 분위기는 어디가고 한결 누그러진 분위기가 우리 주위를 감쌌음.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나와 카페로 자리를 옮기는 길에 민윤기는 계속 나를 놀렸음. "김탄소 완전 울보네, 울보야" 그러다 애써 부은 눈을 꾹꾹 누르던 내가 슬쩍 째려봐야 조용해지고는 했음. 카페에 들어가자 민윤기는 꼭 예전처럼, 나를 자리에 앉히고는 "생과일 주스지?" 라고는 기다리라며 주문을 하러 갔음.
민윤기가 주문을 하러간 사이 나는 내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음. 헤어졌다고 생각한 지난 몇 달동안 나는 너무 힘들었음. 마음이 종이 접듯이 접히고 무 썰듯 한 번에 잘리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건 내가 너무 잘 체험했음. 확실한 건 민윤기는 나랑 헤어질 생각이 없고, 나도 민윤기랑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거임. 아직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 그치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게 있다고 생각했음. 나는 그 일을 정확히 담판 짓고 싶었음. 우리가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말고도 신뢰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니까. 그러니까 배세희. 그 망할 것에 대해서 나는 확실히 알아야만 했음.
어느새 음료수를 받아온 민윤기가 내 앞에 생과일 주스를 놓아주며 반대편에 앉았음. 진지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녀석을 바라보는 나를 본 민윤기를 "왜" 라고 물었음. 잠시나마 부드러워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건지도 몰랐음. 간신히 돌이킨 우리 관계가 다시 무너질 수도 있었고, 하지만 문제를 해결짓지 않은 채 놓아두면 우리가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하나만 확실히 하자" 내 진지한 표정에 민윤기도 자세를 바로 하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음.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 나는 민윤기의 눈을 쳐다보고 말했음. "배세희, 그 일 나한테 하나도 빼지말고 정확하게 얘기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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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올 게 왔다는 표정의 민윤기는 제 앞에 놓인 아이스 커피를 아무 말 없이 몇 번 마시다가 "우선, 아무 사이도 아니야. 무슨 일이 있던 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건 확실히 해두고 싶어"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내 마음을 표현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민윤기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음.
사실 민윤기도 처음부터는 몰랐다고 함. 배세희가 자기를 좋아하고 뭐, 그런 것들을. 하지만 조금 지나다보니 바로 알 수 있었다고 했음. 그렇지만 본인에게는 걔 마음이 중요하지 않았다면서 "나한테는 너가 있는데, 걔 마음이 뭐든 무슨 상관이야" 라는 민윤기스러운 말을 하며 말을이었음. 걔가 치대는 게 귀찮아서 몇 번 경고를 한 적도 있다고 함. 이건 몰랐는데, 근데 배세희는 열번 찍어 안 넘어 오는 나무는 없다는 되도 않는 말을 했다고 함. 민윤기도 그 때부터 짜증이 났다고 말했음. 내가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아하는 게 보여서 걔가 고백한 건 일부로 말하지 않았다고 함. 자기 딴에는 그게 배려한다고 한 행동이었는데 그게 너한테 상처가 될 지 몰랐다고 말했음.
고개를 간간이 끄덕이며 반응만 하던 내가 "그래서 내가...헤어지자고 문자 보낸 날은 왜 같이 있었는데?" 라고 묻자. 내내 부드럽게 나를 달래듯 말한 민윤기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배세희? 그 미친 게, 니 얘기를 하잖아"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니가 ...다른 남자랑 있었다고 해서"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손을 내저으며 "아...널 믿었는데,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나..."라고 하다가 머리를 헝클이며 "그래, 솔직히 나도 그 때 조금은 의심했어. 내 여자가 다른 놈이랑 있다는데 그걸 그냥 넘기는 새끼도 있냐?" 그러더니 속이 타는 지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음. "그래서 얘기 좀 했어. 근데 걔가 그러더라, 거짓말이라고.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자기랑 얘기해줄 것 같았다고. 그래서 욕 내뱉고 다시는 이딴 짓 거리 하지 말라고 한 게 전부야" 민윤기의 말이 다 끝났지만 내가 아무 말 없이 쳐다만 보자. 애가 탔는지 민윤기는 간절한 목소리로 "진짜야..." 라고 그렇게 말해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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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참 애매한 끊기 ㅎㅎ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제 갈등이 조금 해결되는 것 같아요.
다음화에는 달달한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벌써 전남친썰도 끝을 달려가는 것 같아요.
오늘 편은 쓰는데 시간이 정말 오래걸렸네요. 갈등 제조보다 해소가 어려운 것이었어요.
글을 쓰다보니 문득 제 글이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영 맘에 들지도 않고 잘 쓰지 못한 기분이라 어딘가 찝찝하네요.
그래도 늘 예쁜 댓글들 고마워요! 항상 힘이 된다고 제가 말했죠?
다음화에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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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황금양꼬치 / 물병 / RMJ / 키딩미 / 크앙 / 땅위 / 울샴푸 /
아듀 / 쫑냥 / 너만보여 / 봉이 / 누구보다 / 예희 / 습규 /
쌀떡밀떡 / 00203 / 우주 / 정국어린이 / 찡긋 / 꾸끼쀼쮸빠쮸 / 에떼뽀
신청해주신 21분 감사드립니다.
(혹시 잘못된 점이나 빠진 분이 계시면 말씀해주세요!)
통합으로 받은 거라서 사실 어느 글을 좋아하시는지는 잘 몰라요...
그렇지만 어떤 글이든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암호닉은 언제든지 받고 있지만, 암호닉 신청방이 따로 있는 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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