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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중 입니다 ^*^ 나중에 연락주세요]
민석은 쟁반에 아메리카노 한잔, 카푸치노 한잔을 담았다. 제 손으로 직접내린 커피. 민석은 자신의 커피에 대해 자부심이 강했다.
카페를 차리기 위해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했던가. 그리고 완벽한 커피를 만들기 위해 또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만큼 민석의 커피는 맛보기 힘들었다. 가끔 중요한 손님, 맘에 드는 손님, 그리고 제 모자란 친구를 위해 한두잔 내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곧 자신의 손에 든 커피가 불쌍해졌다. 저 곳에 내놨다간 찬밥 취급을 당할게 뻔했으므로.
제 친구는 멀끔한 모습을 한채 상대를 대동하고 있었다. 가끔 찬열은 자신의 직장동료들을 데려와 커피를 한잔 하곤했는데
오늘은 분위기가 야릇하면서도 묘한게 확실히 직장동료거나 그냥 친구가 아닌 것 같았다.
"난 케잌도 하나사줘, 야 찬열씨 너 케잌 먹어?"
민석은 저번 이상했던 그날의 찬열이 머릿속에 문득 스쳐지나갔다. 찬열은 저런 사람에게 서툴렀다. 자신의 속을 다 내보이는, 잃을 것도 없다고, 자 이제 어떡할 거냐고.
민석은 커피를 가져다주며 찬열의 상대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떻게 봐도 강아지인데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는 고양이처럼 앙칼졌다.
찬열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저 사람의 성격은 찬열의 상대가 되고도 남았다. 보통이 아니었다.
"찬열씨 아주 제대로 귀엽더라?"
"쫑알대기전에 커피나 들지. 설탕 넣어줘요?"
"응"
"몸은 괜찮아요?"
"야 너라면 괜찮겠냐? 니가 한번 당해볼거야?"
"왜 토요일에 불렀어요. 무슨 할말이라도 있어요?"
"야"
"왜요"
"보고싶어서"
보고싶은데 어떻게해 그럼. 그냥 그 잘난 얼굴 보자고 불렀지.
민석은 조각케잌이라도 건네주려다 손을 움찔했다. 저 엄청난 솔직함. 찬열의 상대남은 이야기의 흐름을 순식간에 제것으로 휘어잡았다.
실은 처음부터 찬열이 주도하는 대화가 아니었다. 묘한 신경전이 자신마저도 거슬려 민석은 눈썹을 위로 올렸다.
몇마디 나누지도 않았는데 두사람의 주변 공기가 팽팽히 긴장되어 있었다. 유달리 저 남자만 편안히 앉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찬열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사람다루는데 능숙한 것은 찬열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에게도 가면을 쓰며 얘기하는 찬열은, 일종의 버릇같은 것. 하지만 저 남자는,
백현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민석은 찬열의 그 단단했던 평정심이 휘청거리는 것이 보였다. 저 남자는 찬열은 계속 콕콕 찌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기분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흥미로웠다. 찬열이 신경쓰는 누군가가. 백현과 찬열 둘중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것 같았지만.
"하는 일이 뭐야?"
백현은 질문했다. 무대뽀정신으로 찬열을 캐고 파헤치기 시작했다. 인간적으로 궁금하고 보고싶으니까, 우연적 인연이 아니라면, 어떻게서든지 제 손으로 인연의 끈을 잇고싶었다.
찬열은 심기가 불편한듯이 보였다. 미간을 찌푸리고 백현을 쳐다보았다. 순간 잠깐 감정이 상했으나 백현은 겉보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황금같은 토요일날 나한테 잡혀 이러고 있는게 싫은거겠지. 하지만 남의 감정보다 자신의 호기심이 더 컸다.
박찬열이라는 사람이 하는일, 취미, 직장, 사는곳, 친구. 그냥 사람끼리 사귈때의 통성명 비슷한 그것. 백현은 그것을 원했다.
그냥 알고지내는 사이라도 되고싶었다. 자신이 왜 그러는지 이유는 모르지만, 불쾌한 이유는 아닐테니 저사람을 만나고 싶어 안달복달 하는 것보다 늦기전에 직접 얼굴대고 알아가는것이 제 속에도 편했다.
"왜 물어요 그건."
"철벽 치지 말고 대답해줘. 궁금하니까 묻지."
"그냥 회사원이에요 굳이 궁금해야할 필요없어요"
"누가 회사원인거 모른대? 그냥 하는 일이 뭐하냐고, 회사에서 어떤 일을 맡냐구."
"이런거 궁금해야할 사이인가."
"몸 마주댔으면 궁금해야할 사이지."
"아니죠. 몸만 마주댔으니 궁금해야 할 필요 없죠."
백현은 찬열의 철벽에 짜증이 났다. 내가 이렇게 궁금해하고 있는데, 저 요망한 년은 자신을 무심하게 대해도 너무 무심하게 대했다.
찬열과 같은 족속들을 잘 알았다. 귀찮게 될까봐 자신과 엮이기 싫다는 저 말투. 나를 싼년으로 보는게 맞았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아니, 저 무심함마저도 앙탈처럼 귀여워보였다. 찌푸려진 얼굴, 저 미간.
기필코 깔아주리. 백현은 속으로 다짐했다. 찬열의 기분은 생각하고 싶지않았다. 자신의 머릿속도 충분히 엉켜있었다.
"그래. 좋아 회사원, 그럼 어디회사다녀?"
"나는, 왜 이걸 나한테 묻는지 모르겠다고. 뭐하자는 거에요. 지금."
"그럼 그것도 패스. 사는곳은 어디?"
"....하"
"사는곳, 나이, 친구 직장. 그대로 불어. 그거 알고싶어."
"말해줘야할 이유가 없잖아요."
또다시 제자리인 대화. 백현은 아무말도 안하고 찬열을 쳐다보고있었다. 오히려 근처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민석이 안절부절할 지경이었다. 자신의 친구는 너덜거리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백현이 케잌을 아무말 없이 먹기시작했다. 찬열은 맞은편에서 오물대는 백현의 입술만 바라볼 뿐이었다.
마침내 마지막 남은 케잌까지 싹싹 긁어먹은 백현이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저렇게 나오자 당황한건 찬열과 백현이었다.
핸드폰을 보고 시계를 확인하고 커피까지 한모금 마시자, 백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지금 가는거예요?"
"어. 지금 가는거. 나 약속있어."
"이러자고 불렀어요?"
"응 이러자고 불렀어. 근데 별로 수확이 없네. 재미도 없고. 난 가야겠음."
"저랑 장난치는거에요?"
백현은 여전히 찬열이 귀여웠다. 하지만 상황자체는 맘에 들지 않았다. 자신도 사람인지라 상대가 이렇게까지 나오면 상처도 받았다.
그래도 좀 참고, 다음을 기약하려고 했다. 이렇게까지 하는 참는 자신이 한편으로는 대견스러웠다.
정말 성질 많이 좋아졌다 이러고 도닥이며, 카페를 나오려 했다. 하지만.. 장난.. 장난? 그 단순한 말이 거슬려 참을 수 없었다.
"야. 박찬열씨."
"네, 말씀하세요."
"왜 이자리에 나왔어?"
"그쪽이 불러서 나왔죠"
"내가 뭣때문에 부른다고 생각해?"
"저야 알일이 없죠."
백현은 한마디도 지지않는 찬열의 입에게 머리끝까지 성질이 돋았다. 제 자존심과 감정을 누르고 불러낸거였다.
그것도 일주일이나 고민해서, 자신의 노력으로 이자리를 만들었다. 비협조적으로 나와도 제가 부르는 거니 참았다. 그래도 이렇게 따박따박 나오는 것은 맘에들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상황이지만, 피해자는 저였다. 포지션을 바꾸면서 까지 잠한번 자려고 이렇게 애를 썼는데, 모든것이 장난으로 치부되어 버리는 순간이었다.
찬열은 여전히 귀여웠지만, 행동은 하나도 귀엽지 않았다. 아무말도 않고 다음을 생각하며 나오려 했는데, 찬열은 제 눌러왔던 감정을 툭툭 건드렸다.
저쪽은 너무 이성적이었다. 섭섭해도 참고 참았던 자신이 너무 짜증났다. 저번에도 느꼈던 감정이 올라왔다. 이런거에 섭섭하는 자신이 싫었다.
"아까 말했잖아, 얼굴이 보고싶었다고"
"장난.. 치지 마세요."
"어."
백현은 한숨을 훅 내쉬었다. 자기 감정을 내뱉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제스쳐였다. 왠만하면 카페에서 도란도란 얘기하고 싶었는데.
"내가 널 불렀어. 토요일날 시간이 되냐고 말했잖아. 너가 알았다며 응한다며. 우리가 공적으로 만난 사이야? 개인 대 개인으로 여기서 커피 마시는거야. 사적이라고. 넌 잠깐의 담소도, 니 자신을 알려줄 이유도, 날 알고싶어하는 마음도 없으면서. 왜 이자리에 나왔어? 왜 내가 불렀는데 나왔어?"
백현은 무표정으로 찬열을 쳐다보았다. 기분좋고 달달하게 이야기를 하고싶었는데, 깨져버림에 속이 쓰렸다. 이렇게까지 내가 나오면 다음을 기약할 수도 없는데,
머리론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쏟아져 나오는 자신의 입을 막을 수 없었다. 백현은 다 무너졌다는 생각에 화가났다.
"차라리 나오지 말지. 그런 개인적인 것도 알수 없는 사이면 왜 나왔어?"
"백현씨."
"서로에게 아무것도 아니란 말에 동의해. 아무것도 아니니까 뭐라도 만들려고 나왔잖아. 왜 불렀냐고 물어서 이유를 말해줘도 안믿어. 그렇게 내가 가볍게 말했다면 나한테도 문제가 있겠지. 그래서 지금 가잖아."
백현은 평소에 그 장난스럽고 여유있던 표정을 싹 지워냈다. 더 이상 화내고 싶지않았다. 저 사람에게 더이상 화낼 수 없었다. 그게 좀 더 백현의 기분을 가라앉게했다.
백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었다. 뒤에서 아무말도 않고있던 찬열이 신경쓰였다. 밉게만 말하는 찬열의 입술이 미웠다.
제 속에서 답답함이 치밀어 올랐다. 아무것도 아닌관계에 자기만 안달나는것 같아 머리가 아팠다.
세번째 만남이었다. 자신은 너무 쉬웠다. 꽤 맘에 드는 상대였는데, 감정적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며 문을 나섰다.
"백현!"
***
한바탕 고요한 침묵이 휘돌았다.
민석은 가만히 앉아있는 찬열에게 다가갔다. 자신의 야심작인 커피가 차갑게 식어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백현씨라고 했던가. 네 친구."
민석은 백현의 몫인 카푸치노를 한모금 들이켰다. 있는 그대로 먹었으면 참 맛있었을 텐데. 설탕을 너무 많이 넣어 참 달았다.
인상을 찌푸렸다. 하고싶은 말이 있었다.
"그 친구분, 데리러 왔던 남자는 누구야?"
민석의 목소리 끝자락이 떨렸다. 그제서야 찬열은 고개를 들고 민석을 바라보았다. 민석은 덤덤하게 찬열을 마주 바라보았다.
***
암호닉 ★ 얼룩말님 솜사탕님♥
찬열이를 후려쳐버리고 싶었어요...
너무 짧아서 포인트도 받기 미안해요..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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