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백희야
04 |
종인은 배 고프지 않냐며 매점엘 갔다오겠다고 말리기도 전에 휙 나가버린 세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거 또 저래. 종인의 깊은 한숨에 옆자리에 앉아있던 찬열이 의아한 듯 물었다. 왜그래? “ 왜, 너 좋아한다고 난린데. ” “ 그럼 넌 너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남자랑 사귈꺼냐? ” “ 뭐, 그건 아니지만. 솔직히 너도 오세훈 편하잖아. ” “ …난 저럴 때 마다 부담스러워 죽겠다. 그냥 헛된 희망만 주는게 아닌가 하고. ” 책상에 철푸덕 엎드리는 종인에 얼, 김종인 그런 생각도 했냐? 하고 백현이 종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최근 들어서 진지하게 세훈에 대해서 생각해본 종인은 역시 아니다 라는 대답 밖에 나오지 않았다. 사실 종인도 남자고, 세훈도 남자인 상황에서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고백을 한게 가볍게 볼 수도 있는건데 또 한편으로는 남자끼리 무슨 지랄이나며 떨떠름해 하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종인은 난감했다. 게다가 세훈이 여자들한테 인기가 없는것도 아닌데다, 어디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사귀겠다고 대답해줄 수 있는것도 아닌데 이렇게 질질 끌어도 되나 싶은 정도로 종인은 세훈에게 미안했다. 혹시나 좋은 동생 같다고 친하게 지내는게 세훈에게 더 독이 되지 않을까. “ 그래서 넌 오센이 진짜 별로냐? ” “ …그냥 좋은 동생이지. ” “ 솔직히 말하는건데 니가 오세훈이 고백한게 진짜 싫었으면 너 이렇게 오세훈이랑 얘기도 안 했어. 면전에 대고 꺼지라고 욕은 했겠지만. ” “ 내가 뭘 그렇게 까지 하냐. ” “ 심각하게 말하는건데 너 성격 존나 더러워. 솔직히 우리 아니면 너 누가 받아주냐. 까칠해가지곤 여자애들 고백할 때 내가 고백한 애 된 거 처럼 존나 심장어택이야. 그런애가 오세훈이랑 잘 지내는거 보면 나 진짜 신기해. 그치, 찬열아. ” 고개를 끄덕이며 너 개같던 성격 나름 풀린거다. 하고 찬열이 맞장구를 쳤다. 내가 뭘 그 정도야. 하고 종인이 시치미를 뚝 떼자 백현이 종인의 과거의 행적에 대해 줄줄 읊었다. 너 빼빼로데이 때 여자애들이 준 빼빼로 어쨌어? 단거 안 먹는다고 다 버린다는거 나랑 박찬열이 겨우 뜯어 말렸지. 야, 발렌타인 데이 때는? 내가 다 민망해죽는줄 알았어. 좋아한다고 편지 줬던거 그 자리에서 딱 보더만 난 너 누군지도 모르는데. 하면서 돌려준거 기억 안나냐? 난 그 여자애 닥빙 해가지고 내 마음이 더 아프더라. 어? 더 많은데 더 읊어줘? 하고 백현이 말하자 예전의 기억들을 다 떠올린 종인이 머쓱한 듯 고개를 긁적였다. 큼, 내가 그랬나. 머쓱해 하는 종인에 옳다구나 싶은 백현이 게다가 너 오세훈 한테 번호도 줬다매. 그냥 애 맘 좀 받아줘라. 난 솔직히 너랑 오세훈 사귀는거 찬성. 하며 종인의 두 손을 마주잡았다. “ 내가 게이에 대해서 관대한게 아니라 몇 개월 얼굴 맞대면서 만나다 보니까 정도 들어서 그러는거야. 나한테 고백 했으면 당장 싹 부터 잘라냈다? 진짜로 너 생각해서 이러는거야. ” “ …됐어,임마. ” 두 손을 마주잡은 백현의 부담스러운 눈비에 손을 뿌리친 종인이 머리를 헤집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종인은 제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대체 뭔지 모호한게 제일 걱정이었다. 진짜로 세훈이 진지하게 호감이 된건지, 아니면 좋은 동생 같다는 편한 마음인지.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감정이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라면 종인은 싹을 잘라야 겠다고 생각했다. 남자대 남자로 좋아하는게 좋은 인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계속해서 달려드는 세훈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 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데 막상 직접 말하려니까 너무 미안해서 종인은 복잡한 상황에 골머리를 썩였다. 아, 진짜 미치겠다. “ 형! 나 많이 기다렸죠! ” 그 순간 뒷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세훈 때문에 급하게 얼굴 표정을 풀었다. 한 아름 들고 있는 빵을 책상위로 잔뜩 늘어놓은 세훈이 빵 하나를 까서 무작정 종인의 입에 물렸다. 사온 것 몽땅 다 종인의 입으로 들어 갈 것을 알았기에 찬열과 백혀은 몰래 하나를 챙겨선 꾸역꾸역 입으로 밀어넣었다. 아, 형들이 그걸 왜 먹어요! 우린 입도 아니냐! 고거 하나 먹었다고 지랄이야! 입에 든 빵을 튀겨가며 삐걱 거리는 셋을 한심하게 쳐다본 종인이 심란한 상황에서도 티격태격 대는 셋을 바라보다가 곧 있으면 수업이 시작되서 세훈을 밀어냈다. “ 곧 있으면 종 쳐. 얼른 너네반 가. ” “ 그럼 형도 열공해요. 석식시간에 데리러 올게요! ” 팔을 흔들어 보이며 인사를 하고 사라지는 세훈에 세훈이 나가버린 문 쪽을 바라보던 종인은 저래도 안 받아줄꺼냐? 하고 빵을 우적우적 씹는 백현 때문에 더욱 더 마음이 심란해졌다. 나도 몰라 새끼야. 니 자리로 꺼져. 아무렇게나 백현을 밀어낸 종인이 책상 위로 엎드렸다. 말로 하면 되지 꼭 이렇게 미냐? 아우, 저 성격 개 같은 놈. 백현이 궁시렁 대면서 떠나자 종인이 두 눈을 꼭 감았다. 나도 모른다고. 내겐너무까칠한 형! 석식시간이 되자마자 세훈은 기다렸다는 듯이 종인의 반을 찾아왔다. 참나, 수업 끝날 때 까지 기다린것도 아니고. 가방을 싸던 종인이 어서 나오라며 손 짓하는 세훈에게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세훈에게 다가갔다. 아, 잠시만. 그러다가 숙제가 기억난 듯 사물함을 뒤적거리던 종인의 귀에 수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저 게이새끼 존나 티내네. 의도적인 목소리가. 공부를 잘 하는것도, 그렇다고 딱히 노는것도 아닌 것들이 더 난리다. 반에 몇명씩은 있는 허세 부리는 놈들이었다. 3명이서 둘러 앉아선 종인과 세훈이 들으라는 듯이 수근 거리는 목소리에 굽혔던 등을 편 종인이 셋을 바라봤다. 그러다 수근거리는 무리들로 시선이 고정된 세훈을 봤다. 그냥 못 들은척 하고 가주면 안되나 싶었지만 오히려 무리들에게로 다가가는 세훈에 종인의 골이 아파졌다. 저거 또 사고 치는거 아냐? 사물함을 닫고 세훈을 말리려던 종인은 종인 보다 빨리 무리들 앞에 서서 매서운 눈빛을 한 세훈에 하려던 행동이 멈췄다. “ 야. ” “ 야,야? 우리? ” “ 그래, 니들. ” 아 진짜. 그냥 못 들은척 가면 될 것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세훈 때문에 종인이 머리가 더 아파졌다. 마치 심심했던 차에 잘 걸렸다는 듯이 히죽히죽 웃는꼴에 기분이 더러웠다. 방금 뭐랬냐. 뭘. 방금 뭐라 그랬냐고, 아, 게이 새끼? 니네 게이새끼들 맞잖아. 좋다고 서로 붙어다니고. 아니냐? 니네 아닌 척해도 몰래 사귀고 있는거 아냐? 상대할 마음도 없게 하는 질 낮은 놀림에 종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종인이 대답을 안 하는것을 보고 진짜냐며 저들끼리 웃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씨발, “ 재밌냐? ” “ 어, 재밌다. 존-나 재밌어 죽겠네. ” “ 병신새끼들. ” “ 무,뭐? ”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뒤로 도는 세훈 덕분에 종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무시로 일관 된 세훈에 당황한 무리들이 더 속을 긁을 참인지 저들끼리 떠들어댔다. 아 참,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냐? 손은 잡았냐? 씨발, 야 섹스도 했겠지. 근데 누가 박냐? 오세훈? 그럼 김종인이 박혀? 씨발 저 새끼 무용하니까 허벅지 존나 탄력 쩔겠네. 미친 존나 웃겨. 다 들으라는 듯이 떠드는 목소리에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 입 닥치라고 경고를 하려던 세훈 보다 종인이 더 빨랐다. “ 누가 박고, 누가 박혀? ” “ …어,어? ” “ 궁금하냐? ” “ …. ” “ 씨발, 있는 구멍으로 다 박고 박히겠지 뭐가 그렇게 궁금해. 왜? 너도 궁금하냐? 게이들은 어떻게 섹스 하는지? 그럼 너도 옆에 있는 새끼랑 한판 뜨던지. 어? 좆 같으니까 니들 마음대로 엮지마. 니 새끼들 저렴한 대화 듣기도 싫고, 나 저 새끼랑 안 사귀니까. ” 잇새로 눌린 화를 억누르는 목소리에 떠들던 입들이 다물렸다. 신경질적으로 반을 나온 종인이 종인을 쳐다보는 세훈도 내버려두고 학교를 나섰다. 세훈이 따라오든 말든 지금은 그냥 짜증이 났다. 점점 빨라지는 발걸음에 정문을 막 지나칠 때 붙잡힌 어깨 때문에 종인의 몸이 뒤틀렸다. 뒤를 돌아보니 화가 난 듯한 얼굴의 세훈이 종인의 앞에 서있었다. “ 놔. ” “ 왜 먼저가요. ” “ 놔라고. ” “ 그런 식으로 말하고 가면 어떡해요. ” “ 아,놓으라니까! ” 억지로 화를 참는 듯 하는 세훈의 말투에 더 화가 치밀었다. 니가 왜 화를 내냐, 정작 화를 내야 할 사람은 난데. 신경질적으로 세훈의 손을 뿌리친 종인이 마침 잘 됐다는 듯이 세훈을 향했다. 야, “ 내가 너랑 사귀냐? 손 잡고, 키스하고, 섹스하고 막 그래? ” “ …. ” “ 내가 너 나 좋아해주는게 너무 고마워서, 좋은 동생으로 생각하는게 너무 미안해서, 그래서 너한테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 고민하는것도 벅차 죽겠는데! 내가 저런 소리나 들어야 되냐? 뭐 박혀? 씨발새끼야 내가 저런 소리를 왜 들어야 하는데. ” “ …형, ” “ 내가 왜 그딴 취급 당해야 하냐고! 솔직히 까고 말해서 너랑 나랑 될거라고 생각하냐? 남자야. 둘 다 같은거 달린 남자새끼라고. 어? ” “ 형, 일단 내 말 들어봐요. ” 진정하라는 듯이 다시금 종인을 붙잡아 오는 세훈의 손을 뿌리친 종인의 눈이 붉은 빛이 돌았다. “ 됐으니까 집어치워. 너, 앞으로 내 앞에 얼쩡 거리지마. 좋다고 따라오지도 말고, 우리반도 찾아오지마. 나 집에 안 데려다줘도 되고, 먹을거 안 사다줘도 돼. 웬만하면 마주쳐도 아는척 하지마라. 씨발, 나도 이딴식으로 너한테 통보하는게 진짜 엿 같은데. 나도 사람이잖아. 앞으로 니 얼굴 꼴도 보기도 싫다. ” “ 형! ” “ 내 몸에 손 대지마. ” 굳은 표정을 하고 종인이 쏘아 붙이자 세훈의 손이 힘 없이 떨어졌다. 충격 받은 듯 뭐라 대답을 하지 못하는 세훈에게 할 말이 남았는지 다시금 종인이 입을 열었다. “ 다신, 보지말자. ” 끓어오르는 화 때문에 숨을 몰아쉬던 종인이 세훈에게서 등을 돌렸다. 붙잡지도 뭐라 하지도 않는 세훈 때문에 종인은 빠르게 혼자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 가방을 내려놓자 어 오늘은 걔 안 왔네? 하고 세훈에 대해 아는체를 하는 누나에게도 대답 않고 방으로 향했다. 쾅! 닫은 문에 기댄 종인이 미끄러지 듯 바닥에 앉았다. 불도 키지 않은 방이 깜깜했다. 마른 세수를 하듯 얼굴을 쓸어내린 종인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딴식으로 통보하고 싶진 않았는데. 꽉 물린 입술새로 흐느끼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
05 |
종인의 자리 앞, 옆자리에 앉은 백현과 찬열이 종인의 눈치를 살폈다. 등교 하자마자 들리는 오세훈이랑 김종인이랑 존나게 싸웠다더라, 오세훈이 이제 김종인 안 좋아한다더라, 김종인이 오세훈 차버렸다더라 하는 하더라 소문에 바로 종인을 찾았다. 그러나 종인은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이 태연한 얼굴의 얼굴에 소문이 잘못된건가? 싶었다. 그러나 1시간이 지나고, 점심시간이 지나도 매일 같이 찾아와야 할 세훈이 찾아오지 않아 무슨일이 있긴 있구나 하고 직감적으로 드낀 둘이 결국 참다 못해 종인을 불러냈다. 너네 뭔데. “ 뭐가. ” “ 니네 둘 싸웠냐? 소문은 또 뭐고. ” “ 무슨 소문. ” “ 니네 깨졌다던데. ” “ … 나랑 그 새끼랑 깨지고 말고 할게 있냐? 처음부터 사귀는 것도 아니었잖아. ” 세훈을 그 새끼라 칭하는 종인의 말투에 백현이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리 세훈이 싫다고 틱틱 대도 세훈의 이름만은 제대로 불렀던 종인의 태도가 눈에 띠게 변했다. 굳은 표정을 한 종인의 얼굴에 틀어져도 단단히 틀어졌다.고 생각한 백현이 그럼 이제 어쩔건데. 하고 말문을 열었다. “ 이대로 걔 안 볼거냐. ” “ 어. ” “ 그냥 화해해라. ” “ 뭘 화해해. ” “ 그냥 예전처럼 잘 지내라고. ” “ 예전처럼? 예전처럼 걘 들이대고 난 그거 받아주고? 언제까지 그럴껀데. 언젠가는 끝날 사이였어. 그리고 그 새끼 이제 앞으로 안 나타나니까 그 새끼 얘기 그만 꺼내. ” 더 이상 얘기도 하기 싫다는 듯이 대화를 끊어버리는 종인 때문에 할 말을 잃었다. 하루만에 대체 무슨일이 일어났기에 이러는지 백현과 찬열은 난감했다. 더 할 말 없냐? 그럼 나 간다. 벙쪄있는 둘을 뒤로한 종인이 먼저 반으로 들어가 버리자 아흐, 난 모르겠다. 하고 찬열이 종인을 뒤 따랐다. 반으로 향하는 둘을 지켜보던 백현도 찬열의 뒤를 따랐다. 먼저 올라간 건지 코빼기도 안 보이는 종인에 뭔 일이 일어난거냐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둘에게로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야, 잠깐만. ” “ 네? ” “ 뭐라고? 김종인이랑 오세훈이 싸워? ” 여학생들끼리 떠들던 대화에서 종인의 이름과 세훈의 이름을 캐치해낸 백현이 여학생을 붙잡았다. 어, 그게, 어제 집에 가는길에 본건데. 종인선배가 막 울면서 오세훈 한테 뭐라 그러던데요? 저도 다 알아 듣진 못하고.. 막 너 때문에 내가 이 지경이 됐다 같은 식으로 얘기 하더라구요. 그냥 분위기로 봐서는 오세훈이 선배님한테 잘못한거 같던데…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급하게 자리를 뜨는 여학생을 바라보던 백현이 짜증스럽게 머리를 헤집었다. 나도 진짜 모르겠다. 내겐너무까칠한 세훈과 종인이 안 붙어다닌지 6일이 지났다. 그러니까 종인이 세훈에게 더 이상 나타나지말라며 통보한지 6일이 지났다. 종인의 말에 정말로 세훈은 종인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혹여나 복도에서 마주쳐도 서로 모른체 하고 지나가버린 탓에 옆에 있는 백현과 찬열이 오히려 둘의 눈치를 살폈다. 세훈과 종인이 같이 있는 모습이 확연하게 줄자 모두들 소문이 맞다고 생각했다. 세훈은 세훈대로 친구들과 어울렸고, 종인은 종인대로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둘이 이렇게 끝나나 싶었으나 종인이 교복 단추 좀 잠구고 다니라고, 흑발로 염색하라고 했던 부탁은 여전히 세훈에게 적용 됐다. 종인이 예쁘다고 칭찬해줬던 모습 그대로 세훈은 학교를 다녔다. 점심시간에 항상 넷이던 자리가 셋으로 줄었고, 석식시간이 되면 종인은 홀로 집으로 향했다. 겹치는 수업 때도 서로 모르는체 했고, 요란스럽게 사고를 치던것도 아예 사라졌다. 몇 일 사이에 확연하게 변한 둘에 오히려 주위가 적응을 못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런 나날들이 반복 되던 차에 종인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 “ 야, 너 진짜 애인 생겼냐? ” “ 어. ” “ 미쳤어? ” “ 내가 뭐. ” “ 오세훈은. ” “ 걔가 무슨 상관인데. ” “ … 오세훈 아니었어도 너 여자 잘 안 만났잖아. ” “ 이제 만나보려고. ” 백현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전개에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여자친구라니. 누가봐도 세훈을 대신해서 사귀는게 분명한데. 그리고 놀란 주위와는 달리 너무나도 태연한 종인의 반응에 답답한건 백현과 찬열이었다. 종인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문에 반신반의 하던 모두도 종인의 옆에 딱 붙어 다니는 여학생을 보고 진짜로 김종인이 오세훈 버리고 여자랑 사귀는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설마, 하다가도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둘의 모습에, 처음부터 세훈이라는 존재는 몰랐던 것 처럼 세훈에게 해주는 것 보다 더 잘해주는 종인의 모습에 세훈은 서서히 잊혀져갔다. 그리고 여느날 처럼 집에 가려던 종인이 정문 앞에 서있는 세훈 때문에 발걸음이 느려지다가 세훈을 못 본척 지나쳤다. “ 형, ” “ …. ” “ 나랑 얘기 좀 해요. ” 그러나 붙잡지도 막지도 않았지만 세훈의 목소리 하나에 종인의 발걸음이 멈췄다. 마주한 세훈은 화가 난것도, 그렇다고 슬픈 얼굴도 아니었다. 오히려 담담한 얼굴이었다. 세훈을 마주하고서 아무말이 없자 종인이 먼저 물었다. 할 말이 뭔데. “ 진짜로 사겨요? ” “ 어. ” “ 어때요? ” “ …. ” “ 편해요? ” “ …. ” “ 좋아하긴, …진짜 좋아해요? ” 종인은 세훈의 물음에 하나도 대답해 줄 수 없었다. 오기 겸으로 사귄 여자친구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다.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도 몰랐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말을 걸어도 제대로 대답을 안 해주는게 일쑤 였고 그냥 불편했다. 매일 장난스레 세훈을 밀어낸 탓에 제대로 세훈의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던 종인은 진지한 세훈의 얼굴에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서 있었다. 더 이어질 말을 기다리는 종인에게 세훈이 다시 얘기를 꺼냈다. “ 저 아직 형 좋아해요. ” “ …. ” “ 제대로 고백도 못 해봤는데 차이긴 했지만. ” “ …. ” “ 그래서 생각 많이 해봤어요. 진짜로 형을 너무 귀찮게 하진 않았나, 너무 강요하진 않았나. ” “ …. ” “ 저 때문에 그런 소리 듣게 해서 미안해요. 너무 내 생각만 했나봐요. 이제 그만 좋아할게요.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 “ …. ” “ 미안했어요. ” 미안했어요, 세훈의 말 한마디가 둘 사이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럼 가봐요. 할 말이 끝난건지 말을 마치자 마자 뒤로 돌아서 학교로 돌아가는 세훈의 뒷 모습에 종인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돌렸다. 미안했다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면 안되겠냐는 말을 예상했던 종인은 의외로 허무하게 끝나버린 마지막에 허탈해졌다. 집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세훈의 표정, 세훈의 말들이 떠올랐다. 좋아해요. 진심이 담긴 고백이 이렇게도 강력하구나 싶었다. 진지해보이던 세훈의 표정이 잊혀지질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 가로등이 파지직 거리더니 순간 픽 하고 꺼져버렸다. 꺼져버린 가로등 밑에 선 종인이 고개를 숙였다. 눈가가 축축히 젖어들어갔다. |
TALK |
헐;ㅋㅋ 이거 왜 이렇게 막장이에요...;; 제가 쓰고도 너무 민망한 급전갴ㅋㅋ...;;;;; 어제만해도 달달~이었는데 갑자기 깨짐 헐ㅋ; 처음 써보는 중편이라서 너무 미숙하네요ㅠㅠㅠㅠㅠㅠ 그래도.....노여워마시고...ㅎㅎㅎ;;;;; 죄송함댱(ㅠㅠ) 암호닉(하트) 행쇼, 헤이즐, 오미자차, 주스, 똥, 파닭, 여세훈, 종구, 까칠이, 토끼, 봄, 링링, 하읏, 밍밍, 백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