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백희야
10(完) |
시간은 빠르게 흘러서 여름도 지나가고 어느새 9월이었다. 그 동안 학교는 또 한번 떠들썩 했다. 다시 붙어다니는 종인과 세훈의 모습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놀란 사람은 찬열과 백현이었다. 야! 니네 뭔데!!! 반에서 세훈과 놀고 있을 때 문을 박차고 들어온 백현이 무작정 종인의 멱살을 잡았다. 장난하냐? 존나 울고 난리를 치더니 와나 진짜! 그러나 누구보다도 걱정했던 것을 알기에 백현이 그러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나저나 화해 했다고 다시 깨소금 뿌리는거 봐라. 찬열의 말대로 세훈과 종인은 수업시간을 제외 하고는 하루종일 붙어다녔다. 쉬는시간 마다 찾아오며, 점심시간에는 같이 밥을 먹고, 집에도 같이 갔다. 종인이 연습 문제로 학교를 못 올때는 하루종일 휴대폰을 손에 달고 다녔다. 그러나 변한게 있다면 전에는 세훈이 일방적으로 들이댔다는 거였고, 지금은 종인이 그걸 받아준다는 거였다. “ 야, 적당히 좀 해라. 니네 무슨 사귀는 것도 아니고. ” “ 형 몰랐어요? 우리 사귀는데요. ” “ … 뭐? 뭐,뭐?! ” 야, 김종인! 니가 뭐라 말 좀 해봐! 내가 뭐 잘 못 들은거 아니냐? 누.누가, 누구랑 사겨? 당황한 얼굴을 한 백현이 마치 못 들을 것을 들었다는 듯이 종인에게 추궁했다. 그러나 틀린말이 하나도 없었기에 종인이 못 들은 척 고개를 긁적였다. 대답을 회피하는 종인의 행동에 헐 미친! 하고 소리를 지른 백현이 힘 없이 철푸덕 자리에 앉았다. 형들 제 짝사랑도 이제 끝이 났으니까 형들도 좋은 사랑 좀 찾아요. 아니 언제까지 솔로로 지낼거에요? 의기양양하게 종인의 손을 마주잡은 세훈이 약 올리듯 말하자 아직도 얼이 빠진 표정을 한 찬열이 게이커플 안 부럽거든, 씨발아? 하고 짜증을 냈다. 찬열과 백현이 꼴 보기 싫으니까 떨어지라며 둘을 방해해도 서로 좋은건 어쩔 수 없는지 떨어뜨려도 언제 다시 만난건지 둘은 붙어다녔다. 세훈과 연락이 끊겼을 때 대회 일정을 잡아 준비하던 종인이 연습으로 바빠져 학교를 못 나오는 날이면 종인의 휴대폰은 불이 나도록 카톡카톡 거렸다. >형ㅠㅠ >어떠캐여 저 응원단 떨어져써영ㅠ.ㅠ <그걸니가왜와 >전 형 애인이잖아요(눈물) <됐으니까 학교에서 공부나 해ㅡㅡ 종인의 대회 당일날 학교 명예를 위해서 응원을 가라나 뭐라나 하는 교감선생님의 말 때문에 30명 정도 종인의 대회를 관람하게 되었는데 세훈이 30명에 들지 못한 듯 눈물바다가 됐다. 지금 직접 마주보고 있지는 않지만 훤히 보이는 세훈의 울상지은 표정에 종인이 픽 웃었다. >형은 제가 가는게 싫어요? >난 형의 애인인데 >난 형의 사랑인데 >난 형의 빛과 소금인데 <시끄러워 <ㅡㅡ <떨어졌다며 <그럼 닥치고 공부나 해 >형 생각하면 집중이 안되요 >형 생각만 나ㅎㅎ >형이 아롱아롱 거려요ㅎㅎ <... >ㅎㅎ왜그래요? 종인과 세훈이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세훈은 시도때도 없이 종인에게 좋아한다 말했다. 원래부터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직접 들을 때 마다 종인은 부끄러워져서 미칠 것 같았다. 지금도 카톡일 뿐이지만 세훈의 돌직구에 종인은 답장을 보내기가 민망해졌다. 종인이 부끄러워 하는걸 알고 일부러 더 이러는 것 같기도 했다. 종인이 답장을 못하는 새에도 카톡카톡 어찌나 메세지를 보내는지 계속해서 알림음이 울렸다. >형 부끄럽죠(부끄) >불타는 고구마 같겠다 >아구 기여워>_< >형형형형 <ㅡㅡ <아진짜 >ㅎㅎㅎ왜요 <몰라ㅡㅡ <그리고 오늘 너 못만나 >헐 >왜요!!!(분노) <내일이 대회잖아 <밤샘 연습해 >미친거 아니에요? >아니 사람을 쉬게 해야지 이게 무슨짓이래? >아 형 나 오늘 형 못 보면 죽어요ㅠㅠ 내일도 못 만나는데ㅠㅠ(눈물) 종인이 연습으로 학교를 못 나오는 날이면 세훈은 종인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서 집 근처에서 기다렸다. 대회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하고 칭얼 거리던 세훈에게는 충격인듯 어느새 카톡은 또 눈물바다가 됐다. ㅠㅠㅠ를 연발하는 세훈 때문에 종인은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요즘 들어 학교를 3번 밖에 못 나간것도 미안하고, 연습이 있는 날이면 기다리게 하는것도 미안해진 종인이 난감해졌다. 여전히 종인보다 세훈이 쏟아붙는 사랑이 더 컸기에 형 뭐라고 대답 좀 해줘요ㅠㅠ 하고 날라온 마지막 카톡에 키패드를 눌렀다. <세훈아 >ㅠㅠ형 진짜에요? >참트루? >나 형 없으면 죽어요ㅠㅠ <아 좀 닥쳐봐ㅡㅡ >ㅇㅇ <모레면 만날 수 있잖아 >그래도요ㅠㅠ <닥치라고ㅡㅡ >ㅇㅇ 아오, 이거 진짜. 진짜로 속상한거 맞는지 심히도 깐족거리는 카톡에 종인이 답장을 안 하려다가 다시 키패드를 꾹꾹 눌렀다. <닥치고 그냥봐ㅡㅡ >넹 <요즘 학교 잘 못가서 미안해 <연습있는 날에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기다려줘서 고맙고 <사귀는 사이 됐는데도 얼굴 잘 못봐서 나도 속상해 <내가 해주는건 없는데 계속 받기만 하는거 같아서 <대회 끝나면 학교도 꼬박꼬박 나가고 <니가 해달라는거 다 해줄게 <그러니까 그만 찡얼거려ㅡㅡ <알아들었냐? 카톡일 뿐이지만 제 마음이 전해졌기를 바라며 종인이 휴대폰을 껐다. 연습 도중에 몰래 하던거라 짧게 할 수 밖에 없어서 종인이 앉았던 엉덩이를 뗐다. 대회가 내일인 만큼 세훈도 중요했지만 대회도 중요했다. 오늘이랑 내일은 대회에만 전념하자. 몸을 가볍게 푼 종인이 음악을 틀었다. 실내 체육관이 떠들썩 했다. 관중석이 꽉찬 모습에 종인까지 덩달아 기분이 업 된 듯 했다. 제 무대를 끝 마치고 대기실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종인은 은상이라는 결과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단상 위로 올라간 종인은 목에 걸어진 은색의 메달에 메달을 만지작 거렸다. 저마다 학교 응원을 온건지 관중석에는 교복이 다양했다. 그 중에는 종인의 학교도 있었는데 아무리 살펴도 세훈은 없었다. 혹시나 싶었던 종인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 했다. 사진을 찍고 단상 밑으로 내려온 종인이 대기실로 향해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는 도중에 걸려온 전화을 확인하니 엄마 였다. “ 여보세요? ” - 아들, 잘 했어? “ 당연하지. 나 은상 땄어. ” - 진짜? 엄마가 회사 일 때문에 못 가서 미안해. 오늘 외식하자. 알겠지? “ 응. 괜찮으니까 일이나 열심히 해. 끊어. ” - 그래, 나중에 봐. 아들. 어릴 적 부터 각종 대회에 참가했었기에 부모님이 없어도 종인은 괜찮았다. 주섬주섬 체육복과, 꽃다발을 챙겨든 종인이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혹시나 세훈에게서 온 연락이 없을까 전화목록, 카톡까지 확인한 종인은 어제 제가 보낸 카톡에 알겠다고 대답을 한 세훈의 카톡을 끝으로 더이상 없는 내용에 실망을 했다. 지금쯤 수업을 듣고 있을 시간이었기에 연락을 못 하는것도 이해가 갔다. 내가 공부하라고 닦달을 했는데 뭘 바래. 끙차, 가방을 멘 종인이 그 순간 카톡! 하고 울리는 폰에 폰을 켰다. >형! 진짜 대박! 형 은상 추카해요! >형 완전 잘생겼어요 완전 잘해! >이런 사람이 내 애인이라니ㅎㅎ >형 진짜 멋졌어요! 세훈이었다. 마치 대회를 보기라도 한 듯한 세훈의 카톡에 얼떨떨해진 종인이 들고있던 꽃다발을 옆구리에 끼고 키패드를 눌렀다. <너 뭐야? >뭐긴 뭐에요. 세훈이죠ㅎㅎ <학교는? >제가 누구에요ㅎㅎ >빌고 빌었더니 같이 데리고 와줬어요 >놀랐죠ㅎㅎㅎ 어제와 다름 없는 장난끼 가득한 내용이었지만 종인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가 없었다. 두리번 거리며 세훈을 찾았지만 퇴장하는 관객들과 무대를 치우는 스태프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세훈을 찾기란 힘이 들었다. 얜 경기 끝났으면 바로 찾아와야지 뭐 하고 있는거야. <너 어디야? >와, 형 좋다고 웃는거봐ㅎㅎ <너 나 보여? >네ㅎㅎ 형 완전 함박웃음인데 <나 보이면 얼른 뛰어와ㅡㅡ >ㅎㅎㅎ어디게요~_~ 종인은 세훈이 보이지 않았지만 세훈은 종인이 보이는 위치에 있는 듯 종인이 다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나 보이는 거라곤 발걸음을 돌리는 관객들 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세훈에 인상을 찌푸리자 어? 인상 찌푸렸다. 찌푸리지마요. 하는 세훈의 카톡이 날라왔다. 장난을 치는 세훈에게 슬슬 열이 받는 종인이 꽃다발을 바닥에 내려놓고 세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를 받기도 전에 끊어버리는 세훈에 오만상 인상을 찌푸린 종인이 키패드를 고쳐 잡았다. 니가 이렇게 나온다 이거냐? <세훈아 >왜요ㅎㅎ >얼른 저 찾아봐요 <ㅎㅎ세훈아 >? <세후나 >왜 그래요? <뎨후나 >형? <뎨후나 어디야? <ㅠㅠ오디야? <뎨후니 안보인다ㅠㅠ <오디야?(눈물) >헐 >형 찬열과 백현이 봤다면 미쳤냐며 타박을 줬겠지만 세훈이라면 껌뻑 죽을 애교 섞인 카톡을 날리자 카톡이 끊겼다. 곧 있음 나타날 세훈을 기다리던 종인은 저 멀리서 팔을 붕붕 휘저으며 나타난 세훈 때문에 웃음이 터졌다. 저 뻔한 놈. 나타날거면 진즉에 나올 것이지. 종인이 정색을 하고 따지는데도 서프라이즈 해줄려고 그랬죠 하고 넉살 좋게 넘어간 세훈이 종인의 목에 걸린 은색 메달을 만지작 거렸다. 이거 진짜에요? 고등학생 대회에 무슨 진짜 은이야. 도금이겠지. 종인의 말에 실망한 세훈이 에이, 진짜 은을 줘야지. 우리 형이 얼마나 잘했는데. 하고 종인을 두둔했다. 참나. 세훈의 아부에 은근히 기분이 좋아진 종인이 픽 웃었다. “ 나 하는거 봤어? ” “ 당연하죠.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어요. 상 받는 것도. ” “ 어떠디? ” “ 진짜 와, 형 진짜 완전 잘해. 저 사람이 내 사람이다 소리 지르고 싶은거 겨우 참았어요. ” “ 놀고있다 진짜. 배 안 고파? ” 저 완전 배고파요!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 종인이 밥도 못 먹었을 세훈이 걱정 됐다. 이거 좀 들어봐. 양 손에 들고있던 꽃다발을 세훈의 품에 안긴 종인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누구한테 전화해요? 집에. 집에 누구 있어요? 아니, 아무도 안 받는거 보니까 없나봐. 우리집 가자. 신호음이 가도 연결이 되지 않는 전화에 통화를 끊은 종인이 다시 꽃다발을 가져가려 하자 제가 들게요. 하고 세훈이 종인의 짐 까지 빼앗아갔다. 체육관 밖으로 나온 종인이 택시를 잡고 둘이 나란히 뒷자리에 앉았다. “ 저 안보고싶었어요? ” “ 경기 딱 끝나고 휴대폰 확인하는데 아무런 연락 없으니까 섭섭하긴 하더라. ” “ 아, 진짜요? 연락할 껄 그랬네. ” “ 그래도 괜찮아. 와줬잖아. ” 종인이 세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자 세훈이 씩 웃었다. 마주잡은 손을 깍지 낀 세훈이 실실 웃었다. 근데 집에 가서 뭐 먹어요? 글쎄다. 뭐 먹고 싶은거 있냐? 배달 음식 말고 형이 해주는거. 음, 스파게티 해줄까? 스파게티요? 형 할 줄 알아요? 누나가 하는거 배웠어. 맛 없어도 다 먹어. 누가 해주는건데 당연히 먹어야죠.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종인과 세훈의 수다는 끊이질 않았다. 내겐너무까칠한
“ 맛있냐? ” “ 대박. 형 요리도 잘하네요. ” “ 그것만 할 줄 알아. 나도 별거 없어. ” “ 그래도요. ” 집에 도착해 씻고 바로 부엌으로 향한 종인이 뚝딱뚝딱 스파게티를 만들어냈다. 스파게티를 만드는 도중에 옆에서 하도 얼쩡거리는 세훈 때문에 식칼을 들고 위협 한번 하자 바로 얌전히 식탁에 앉아서 기다리는 세훈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완성된 스파게티를 세훈의 앞에 놔두자 배가 많이 고팠는지 입에 다 묻히고 먹는 세훈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종인이 휴지를 몇장 떼내서 세훈의 입가를 닦았다. 배에 거지가 들었냐? 안 뺏어 먹으니까 천천히 좀 먹어. 종인이 타박을 주자 세훈이 형도 먹어요 하고 종인의 그릇에 담긴 스파게티를 돌돌 말아 종인의 입에 넣어줬다. “ 형 대회 준비한다고 살이 쏙 빠져가지고 많이 먹어야 해요. ” “ 안그래도 니가 챙겨줄꺼잖아. ” “ …형도 갈수록 완전 대담해지는거 알아요? ” “ 내가 뭐. ” “ 아까는 애교도 부리고, 이젠 막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고. ” “ 그래서, 싫냐? ” “ 아뇨? 오히려 좋은데요? ” 어깨를 으쓱해보이곤 다시 스파게티를 먹는 세훈에 종인도 먹기 시작했다. 스파게티를 먹다 말고 포크를 내려놓은 세훈이 형 하고 말문을 열었다. 입에 든 스파게티 때문에 고개를 갸웃 거리는걸로 대답한 종인이 세훈을 쳐다봤다. “ 저는 다 괜찮아요. ” “ 뭐가? ” “ 형이 저 기다리게 해도 괜찮고, 자주 못 만나줘도 괜찮아요. ” “ …. ” “ 솔직히 저는 형이랑 이런 사이가 될 꺼라고 생각도 못 했어요. 형이 먼저 애교도 부리고, 장난도 치고, 아주 장족의 발전인데요 뭘. ” “ 은근 까는거 같다? ” “ 에이, 아니에요. 아무튼, 형은 제 곁에 있어만 줘도 고마우니까 그런 생각 하지 마요. 내가 잘해줄거라 했잖아요. ” 장난스럽던 분위가 진지해졌지만 그리 오래 가진 못 했다. 입에 묻은 소스나 닦고 말해. 입가에 크림소스를 덕지덕지 묻혀놓고 퍽이나 감동 받겠다. 종인의 말에 무드가 없어, 무드가. 하며 세훈이 입가를 닦았다. 그 후로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금새 비워진 스파게티 그릇에 종인이 귀찮은 듯 소파에 드러누웠다. 형,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살 쪄요. 난 좀 찔 필요가 있어. 음, 그건 그렇네요. 종인이 누운 소파 밑으로 앉은 세훈이 헝크러진 종인의 머리를 정돈 했다. “ 피곤해요? ” “ 응. ” “ 그럼 좀 잘래요? ” “ 너는 어쩌고. ” “ 난 안 피곤하니까 형 자는거 볼게요. ” “ 그럼 심심하잖아. ” “ 형 보는건 안 심심해요. ” “ 웃기네. ” 느끼한 세훈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종인이 제 자리 옆을 툭툭치며 여전히 거실 바닥에 앉아있는 세훈을 불렀다. 세훈이 종인의 옆에 앉자 세훈의 어깨에 기댄 종인이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잠이 오는지 눈가도 비비적 댔다. 형, 피곤하면 자라니까요. 안돼. 좀 있다 부모님 오셔. 아 진짜요? 응, 같이 외식 가기로 했어. 아, 그럼 나 가야해요? 어…맞네. 고개를 들어 벽걸이 시계를 확인한 종인이 난감한 듯 표정을 지었다. 대회가 4시가 가까이 되서 끝났고, 지금은 7시가 다 되가는 시간이었다. 부모님이 아마 8시 근처 때 도착할 텐데 그 전에 세훈을 보내야 했다. “ 야, 미안해. ” “ 아니에요. 형이 나 스파게티도 해줬잖아. 게다가 오늘 못 만났어야 했는데 얼굴도 봤고. ” “ 그래도 쫓기듯이 보내는거 같아서. ” “ 내일 보잖아요. 괜찮아요. ” 현관문 쪽으로 걸어가 신발을 신는 세훈을 바라본 종인의 마음이 편칠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건데 쫓겨내듯 보내는게 영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이 답답이는 괜찮다고만 하고. 현관문 앞에 서서 세훈을 바라본 종인의 얼굴이 울상이었다. 내일 볼텐데 왜 그래요. 내가 너 쫓아내는거 같잖아. 부모님 오신다면서요. 이런날엔 가족이랑 있어야지. “ 넌 나랑 같이 있기 싫냐? 가란다고 그렇게 냉큼가면 내 마음이 편해? ” “ 그럼 같이 있을까요? 그건 또 안되잖아요.” “ …. ” “ 그러니까 저 괜찮아요. 정 미안하면 뭐 뽀뽀라도 해주던가? ” 클클 거리며 웃던 세훈이 신발코를 땅에 툭툭 쳤다. 그럼 저 가볼게요. 부모님한테 맛있는거 사달라고 그래요. 문고리를 잡은 세훈이 인사를 하며 가려하자 급해진 종인이 세훈을 붙잡았다. 야, 진짜, 너…! 답답한지 인상을 찌푸린 종인이 세훈이 무어라 대답도 하기 전에 세훈의 얼굴을 마주잡았다. 형? 쪽, 하는 소리가 났다가 금방 떨어진 얼굴에 세훈이 눈이 덩달아 커졌다. 얼굴이 빨게진 종인이 너 간다며! 가라! 가! 하고 세훈을 문 밖으로 떠밀었다.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자각도 하기 전에 종인의 집 밖으로 쫓겨난 세훈이 그제야 깨달았을 땐 종인의 집 문은 이미 굳게 닫힌 뒤 였다. “ 형! 와, 진짜 도둑놈! ” - 내가 뭐가 도둑놈이야! “ 내 첫뽀뽀도 그냥 가져가더니, 완전 도둑키스! ” 세훈의 입에 짧게 입 맞췄던 종인이 인터폰 너머로 들리는 세훈의 목소리에 부끄러운듯 얼굴을 벅벅 긁었다. 미쳤어, 진짜. “ 나 보내는게 그렇게 미안했어요? 그래서 해달라고, 그렇게 빌어도 안 해주던 키스도 해주고? ” - 아, 좀 가라고! “ 근데 이게 무슨 키스에요. 완전 심심하게. ” - 너 안 가?! 종인의 도둑키스로 종인을 놀리던 세훈이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뛰쳐나와 주먹질을 할 종인을 상상하곤 곧 그만뒀다. 큭, 그럼 저 가볼게요. …빨리 가버려. 진짜 빨리 가요? 완전 바람 같이? …아니, 그건 아니고. 아하하! 그게 뭐야! 그럼 아주 천천히 갈테니까 잘 있어요. 세훈의 말에도 잠잠한 인터폰에 끊겼나? 생각하던 세훈이 벌컥 열리는 문에 깜짝 놀랐다. 아, 심장 떨어질 뻔 했잖아요. “ 잘가. 가다가 딴데로 새지 말고. 곧장 집으로 가. 알았지? ” “ 알았어요. 걱정마요. ” “ 아, 진짜…. ” 그래도 영 마음이 편하지 않은지 종인이 울상을 지었다.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기를 10분. 여전히 집으로 가지 못한 세훈은 울상을 한 평소에는 까칠하다 못해 예민해서 뭐라 말을 걸 때 마다 틱틱대고, 조금만 스킨십을 하려고 하면 밀어내는 한살 연상 종인을 품에 안았다. “ 보내기 싫어. 나도 대회 때문에 못 만나다가 오랜만에 만나는건데 보내고 싶겠어? 근데 넌 내일 만나니까 괜찮다고 계속 가려고 그러고! 넌 나랑 같이 있기 싫냐? 아, 진짜, 징징 대기 싫은데! 왜 계속 가겠다 그래! ” 아파트가 떠나가라 세훈이 품에 안겨 소리를 지르는 종인에 세훈이 놀란 얼굴을 했다. 항상 까칠하거나, 어른스러운 모습만 보여주던 종인의 다른 면을 보자 칭얼 대는 종인이 마냥 귀여워 보였다. 아, 진짜 내가 이래서. “ 형. ” “ …. ” “ 지금 쪽팔려 죽겠죠. ” “…. ” “ 그래도 고개 들어봐요. 내 얼굴도 안보고 보낼거에요? ” 창피한 듯 세훈의 품에 고개를 파묻은 종인을 세훈이 달래자 종인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그 때 세훈의 입이 종인의 입과 부딛히고 쪽 소리가 났다. “ 나도 보고 싶어 죽겠다. 이대로 가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가는거야. 그러니까 그만 울상지어. 이대로 가기 너무 힘들다. ” 세훈의 갑작스런 키스에 놀란건지 종인이 다시금 세훈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요즘 자주 못 만났어도 이 정도면 못 만난 댓가로는 충분한 것 같다. 핑크빛 분위기를 마구마구 풍기는 둘 때문에 아파트 전체가 분홍빛으로 물들어가는 듯 했다. |
TALK |
너무 허무하게 끝났네요ㅠ.ㅠ 첫 중편이라 그런지 너무 마음 가는대로 써질러 놓은 것 같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지금 생각해놓은 소재로 조만간 다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아요ㅎㅎㅎ 세종입덕하신 분들 탈덕 하시지 마시고ㅠㅠㅠ 종총은 사랑입니다!!!!!! 아, 그리고 외전은 텍파로 만들지 않을 생각이에요!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언제 갑자기 외전을 가지고 찾아뵐게요! 지금 껏 재밌다는 댓글 달아주시면서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드려요!!! 하트! 암호닉(하트) 행쇼, 헤이즐, 오미자차, 주스, 똥, 파닭, 여세훈, 종구, 까칠이, 토끼, 봄, 링링, 하읏, 밍밍, 백반, 몽구, 뀨뽕, 숲, 오뎅, 팝콘, 종인시, 큥큥, 창징, 고등어, 모과, B회원, 찰진허벅지, 가물치, 계란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