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어주세요
"이게 뭔일이야.."
폭풍을 맞은듯한 지훈의 집에 권의 입이 떡벌어졌다
"왜왔는데"
귀찮은듯 지훈이 퀭한 눈을하고서 뒷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지훈의 말은 듣지도않고 청소를 시작하는 권이다
청소하러왔나
"학교는 왜 안나와?"
"그냥"
"집은 왜 이꼴이고"
"그냥"
"너 진짜!!"
마지막날 보았던 태일이 떠올랐다
계속 이유를 물어도 그냥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던 무심한 태일의 얼굴이 보였다
술이 덜깼나
"내가 너의 연애사에 괜히 끼고싶지않지만 그래도 학교는 나와라 학기초부터 찍히고싶어?"
니가 이러는 이유야 뻔하지 뭐. 콧방귀를 뀌는 권을보고 말했다
"헤어졌어"
"뭐?"
한숨을 쉬던 유권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쩌다가!!"
"그러게 어쩌다가 이렇게 됬지.."
그냥 평소때처럼 영화보고 밥먹고 그리고나서 집에와서는 벌어진일이였다
집에 오기전까진 별반 다를바없는 일상이였다
권의 표정이 짐짓 무게가실렸다
술을 싫어하는 지훈의 집에 초록병들이 굴러다니는것을 심심치않게 발견할수있었다
"한번도 이런적 없었잖아"
"응 그랬었지"
싸우기는 했어도 삼년간 한번도 헤어진적은없었다
그래서 더욱 이별이 실감이나는걸지도모른다
아무말없는 지훈을 권이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또 혼자서 끙끙대고있었냐 등치에 안맞기는."
"............."
자극을 해보아도 아무런반응이없었다
"밥은 먹었어?"
"어"
"뭐에다 먹었는데"
"밥"
"볶음밥?"
"아니 그냥 밥"
그냥 밥?
혹시나하는 마음에 지훈의 어깨넘어로 부엌을보았다
식탁위에는 햇반 하나만 덩그러니 비워진채로 놓여있었다
"버릇 나오네 또.."
한동안 괜찮던 지훈의 버릇이 나오기 시작했다
슬프거나 마음에 들지않는 일이 생기면 그일이 해결될때까지 밥을 먹지않는 지훈이였다
굶어죽지않을만큼만 몇일에 한번씩 오로지 밥만 먹는 이상한 식습관이였다
"너 그러다 또 영양실조로 거식증걸려"
"..............."
"태일이형 마른사람 싫어하는거 알잖아"
태일?
권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하던 지훈이 태일의 이름이 나오자 고개를 돌렸다
"방금 뭐라고 했어?"
"............말을말자"
그런 지훈의 모습에 친구인 자신의 마음도 아팠다
제정신 아니네 저거
"전화는 왜 안받아"
"그냥"
그놈의 그냥!!
그냥이라는 말을 없애버리고 싶은 권이였다
사실 그제까지만해도 손에 쥐고 놓지않던 핸드폰이였지만
기다리던 태일의 전화대신 다른 전화만 오는 탓에 던져버린지 오래였다
또다시 방안의 대화가 끊겼다
일방적으로 떠들던 권의 입이 닫히자 사람이 없는듯 고요하기만했다
무심코 보았던 지훈의 옆모습이 태일과 많이 닮아있었다
사랑하면 닮는다더니 그런건가
"뭘봐"
신경안쓰는줄 알았던 지훈이 고개를 돌리며 권을 응시했다
"그냥...너랑 태일이형이랑 좀 닮았다고 느꼈어"
나랑?
차라리 자신의 얼굴이 태일과 똑같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생각을하다가 웃어버렸다
"말도안되는소리"
"얼굴보다 그냥 분위기 같은거 몰라. 그냥 뉘앙스가"
설명하려던 권이 이내 귀찮은듯 말을 덮었다
"그러고보니 삼년이나 됬구나"
맞다는듯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너도 참 풋풋했었는데"
자신을 아련하게 바라보는 유권의 어깨를 팍 쳤다
"으어..농담이야 농담"
외모완달리 예전과 다르지않은 파워에 절로 신음이 나왔다
그떄 지훈과 유권은 열일곱살 태일은 스물넷이였다
"기억도 안난다 야"
열심히 기억을 더듬어보던 권의 입에서 나온말이였다
권과는 다르게 태일이 입었던 옷 매었던 가방 하나하나까지도
생생히 기억하는 지훈이였다
"노란색가방"
"그때도 노란색이였냐"
노란색을 특히 좋아하던 태일이였다
하다못해 속옷색깔까지 노랑이였다
'난 노란색이 좋아'
'왜?'
'그냥. 환하잖아'
그렇게 말하던 태일의 얼굴이 더 환해서 행복했던 순간이있었다
'나보다 노란색이 더좋아?'
'글쎄'
'헐 결정못하는거봐'
완전 어이없다는듯 헐헐 거리는 나를 보며 네가 웃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난 노란옷 입은 표지훈이 제일좋아'
그렇게 말하고 베시시웃던 너의 모습이 정말 노란색보다 몇배나 더 환했다
세상을 다 비출수있을만큼 그정도로 밝았다
"야 표지훈"
".............."
"야!!"
순식간에 추억이 지훈을 삼켰다 뱉어냈다
마치 고향에 다녀오듯 묘하게 향수를 품었던 기억이였다
"자냐?"
"아니"
"그럼 이거.."
"권아"
"어?"
지훈이 고개를 숙인채 말을 이어나갔다
"나가줘"
"어?"
"..........."
살짝 흐느끼는듯한 소리가 나고
권이 주섬주섬 옆에있는 옷가지를 챙겼다
언제부터 이렇게 잘울게된걸까
시도때도 없이 터지는 눈물샘에 지훈자신도 당황스러울때가많았다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필요한거있으면 불러"
그말을 끝으로 권이 나가고 흐느끼는 소리가 점점 격해졌다
"흐어....흐으..."
거친숨을 내뱉고 다시 들이쉬며 온몸에 있는 수분을 다 내보내려는듯 계속 눈물은 흘렀다
그 소리에 묻혀 침대 아래서 웅웅대는 핸드폰 진동을 듣지못했다
발신자가 그토록 기다리던 태일이였는데도
손이 벌벌벌벌 떨렸다
왜 전화 안받지?
벌써 다섯통째인데도 지훈은 전화를 받지않았다
"이럴리가 없어.."
무슨일이있어도 전화를 피하지않는지훈이였다
설령 우리의 관계가 끊어졌다하여도 지훈이 연락을 피하는일은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왜 늘 곁에 있을거라 생각한걸까
생각을하면 할수록 자신의 어리석음이 보였다
모든게 다 거꾸로였다
내가 양보하고 내가 지훈을 걱정하고있는줄알았다
늘 지훈이 양보하고 배려하고 있었다는걸 이제야 알았다
모든게 다 지훈 덕분이였다 늘 내가 지훈을 위로한다고 얄팍한 우월감을 느꼈지만
정작 지훈에게 위로받고 의지하던건 나였다
지훈은 나와 다르게 호모가 아니였다
나를 만나기전까진 예쁜 여자친구가 있었다는걸 말안해도 알고있었다
처음에는 그럴생각이였다 지훈에게는 나보다 예쁜 여자친구가 더 잘 어울릴꺼야
여기서 헤어지는게 서로를 위한거야
그렇게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지훈을 보낼 생각이였다
자신의 욕심보단 지훈의 미래를 더 위하는 착한 옛연인으로 남기위함이였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지훈의 옛연인으로 남기엔 지훈을향한 자신의 마음과 미련이 너무컸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이제 되돌릴수없다
지훈을 만나야겠다. 만나서 용서를 구해야겠다
다시 나를 사랑할수없겠느냐고 그렇게 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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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읽어주시는 그대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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