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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P/대영] royal plaza .01 | 인스티즈



[B.A.P/대영] royal plaza .01 | 인스티즈

 

[쇼팽 - prelude Op.28, No.15 (빗방울 전주곡)]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

 

 

*굉장히 김

*지루함 주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현/영재] - royal plaza 01

 

 

 

 

 

W. 깔로레

 

 

 

 

은은한 빛을 내는 샹들리에가 작게 빛났다. 제일 앞쪽에 자리한 BAR 에서는 바텐더들의 능숙하고 화려한 손놀림을 음료가 만들어 지고 있었다. 바에서 반대편으로 들어갈수록 앤티크한 카페 테이블들로 매워져 있었다. 카페지만 간단한 식사와 함께 술도 즐길 수 곳이다. 이곳은 클래식을 기점으로 한 바 카페이다. 실내는 많은 사람들로 매워져 있었지만 소란스럽지 않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작게 담소를 나누거나, 혼자 앉아 책을 읽거나 말없이 음료를 마셨다. 천박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사람들에게서 느껴지지 않았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기품과 교양이 흘러넘쳤다. 간간히 들려오는 짧은 말에도 예의가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그 말 속엔 감춰진 가시들이 종종 있었고, 선한 눈은 어딘가 표독스러웠다. 언제부터 인가 이 카페에는 평범치 않은 사람들만 모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지 원래는 이 카페에 이름은 따로 있었는데 이 사람들의 입방아를 오르내리면서 새로운 이름이 붙여지고 그것은 곧 카페 간판이 되어버렸다. 테이블 사이를 지나가자 내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아는 체를 했다. 남성들은 가만히 손을 들고, 여성들은 눈웃음으로 나를 환대했다. 그에 맞게 나도 작은 몸짓으로 경의를 표했다. 이곳에 오는 사람은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제는 낯익은 면식들이 꾀 많다. 종종 그들은 나에게 팬이라 말하고는 한다. 그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그런 식으로 표의를 할 때면 좀 아이러니했다. 내 자리에 앉자 카페 내에 조명이 찬찬히 꺼지고 한 조명만이 내 머리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나마 작게 소곤거리던 말소리도 사라지고 시선들은 무대로 집중되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향해 마주 섰다.


"오늘도 royal plaza 에 찾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좋아 하실만한 곡들은 선별했어요.. 지극히 제 주관적이지만요."


푸스스 작게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살짝 미소를 머금고 피아노앞에 앉자, 작게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지휘자의 시작과도 같은 알림. 건반위에서 손가락을 주암거리다가 이내 가볍게 내려앉아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첫 번째 곡은 밝고 가벼운 모차르트 소나타 16번 k.545 그중에서도 제1악장을 연주했다. 영롱하고 맑게 이슬이 굴러가는 듯 한 선율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귀에 익숙하고, 착 감기는 곡이다. 곡이 중반부를 갈 때도 사람들은 집중을 흐트러지지 않고 연주에 집중해 주었다. 그 모습에 나는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손가락을 더 경쾌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 손짓은 점점 잦아들면서 곡의 마침표를 찍었고, 곧 바로 다음 곡을 연주하였다. 작곡가를 딱 정해서 연주하는 날이 아니었기 때문에 악장 전체를 연주할 생각은 없다. 단조로웠던 선율이 순식간에 기교 넘치고 화려하게 바뀌었다. 쇼팽의 Etude(에튀드) Op.10 No.5 [흑건]이 흘러나오자 기분 좋은 탄성들이 여기저기 쏟아졌다. 역시 대중성이 있는 클래식은 어딜 가나 호평이 쏟아지는 것 같다. 손이 건반을 따라가는 데로 어깨를 흔들며 비교적 짧은 흑건의 연주를 마치었다. 마지막 건반을 내리 누르자 작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 박수가 잦아 들 때 즘 나는 무릎위에 올려 뒀던 손을 다시 건반위로 올렸다. 마지막 곡은 꾀 고민했는데 역시 결국 이곡 이었다. 조금 우울할 수도 있지만 그 잔잔한 선율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지만 이곳 royal plaza 를 찾아 내 연주를 들은 손님들의 평 중 가장 좋은 곡이기도 했다. 베토벤 월광 소나타 제1악장 의 중후하고 잔잔한 섬세함이 카페 내로 퍼져나갔다. 느리고 여유로운 곡에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곡에 심취해 눈을 감고 감상하는 사람, 이때만큼은 저명한 비평론가 가되어 작게 곡에 대해 논 하는 사람들. 다들 제각각의 모습으로 음악을 느꼈다. 사람들은 하나의 클래식 같다. 저마다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며 느낌도 다르고, 악장을 더해 갈수록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과 같이 첫인상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곤 한다. 주욱 시선을 타고 건반으로 돌아 올 때 즘 바로 제 앞에서 혼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다리를 꼬고 손에 턱을 괸체 나를 중시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오늘 로열멤버가 한 명 더 는 것일까. 베토벤이 이 악장은 페달을 굴려 극도의 섬세함을 표현해야 한다는 말이 뇌리에 스쳤다. 나는 페달을 구르며 남자에게서 눈을 떼었다.

 

          
연주를 끝내고 자그마한 무대에서 내려왔다. 연주를 하고 난 뒤면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작은 인사를 나누고, 무대를 돌아 나와 테이블 쪽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그때 바에서 일하는 친구, 김힘찬이 내 앞을 가로 막으며 트레이에 올려진 칵테일 한 잔을 내게 건넸다.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 드렸다. 연주가 끝나고 꽃다발이나 부담스러울 정도의 고가의 물건은 종종 받아 봤지만 술은 또 처음이었다.


"뭐야?"


"저 쪽에 계신 분께서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닭살 돋아. 웬 존댓말?"


"야야, 일하고 있잖아 좀 장단 좀 맞춰."


피식 웃자 김힘찬이 다시 손을 공손히 하게 펴 누군가 가리켰다. 아까 마지막 곡을 연주했을 때 보았던 남성이었다. 저 사람이? 친구에게 묻자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니 연주가 무척이나 맘에 들었나 보다?"


"왜? 무슨 말씀하셨어?"


"했지. 아주 쎈 걸로"


"뭐라고 했는데?"


"집으로 초대할거란다 너를."


"뭐? 날 언제 봤다고.."


"이쪽 사람들 상식밖인거 이제 알았냐? 그리고 거절은 없다는 거 알지?"


남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 왔다. 김힘찬은 일적인 매너로 눈치껏 자리를 비켰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본 그의 클래식슈트는 블랙인 줄 알았더니 가까이서 보니 약간의 딥블루 였다. 내 앞에서 정중하게 인사하는 그에 당황해 얼떨결에 같이 허리를 숙였다. 마주한 남자의 인상은 꾀 서글서글했다. 내 이름을 알고 있었는지 유영재 라고 그의 입에서 올려졌다.


"연주. 정말 잘 들었어요."


"아, 음료 감사드려요."


"그쪽의 연주의 비하면 너무 볼품없는 답례인걸요."


내 연주를 높게 사주는 그의 평에 살짝 기분이 좋아 입 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손에 들고 있던 칵테일 잔의 기둥을 검지와 엄지로 잡고 빙빙 돌렸다


"저를 집에 초대하신다고 들었는데.."


"아.. 당신의 연주를 더 듣고 싶은데, 역시 초면에 실례겠죠?"


카페는 곧 닫으니 자기 집에서 연주 해달라는 소리다.


'그리고 거절은 없다는 거 알지?'


대답을 하려던 순간 친구 녀석의 말이 떠올랐다. 이쪽 계통의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거 없다는 소리다. 그것은 부정 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고, 어마어마한 영향력에 나 뿐만 아니라 이 카페에도 피해가 가는 것은 이미 가정사실이다. 결국 그의 청을 받아드렸다기보다 거절 하지 못해 카페를 나와 오늘 처음만나 몇 마디 못 나눈 그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 전용기사 운전하고 나와 남자는 널찍한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내발로 탄 차지만 상황이 참 어이없고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남자가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는 통에 불만을 씹을 겨를도 없었다.


"실은 오늘 이 카페는 처음 왔어요."


"어떻게 아시고 오셨어요? 거긴 이제 그 무리에서만 은어처럼 떠오르는 것 같던데"


"제 지인중에서도 카페 단골이 있더군요. 그 사람에게 추천 받아 왔어요."


"아.."


"카페를 소개 받으면서 당신도 소개 받았어요. 그 곳에 작은 피아니스트가 있는데 비싼 연주회를 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극찬을 하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작은 카페의 아마추어가 한다면 얼마나 하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들어보니 어떠한 찬사를 해도 부족할 정도로 훌륭했어요. 잠시나마 당신에게 경솔했던 것을 이 자리를 빌려 용서를 구할게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정중하게 사과하는 모습에 나는 고개와 함께 손을 휘휘 저었다. 남자의 말대로 난 아마추어에 불과하고 카페 라이브를 하는 사람인데 기대를 하지 않는게 정상이다. 그리고 royal plaza 에 왔다는 것은 저에게 이렇게 고개를 숙일 위치의 사람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남자의 말끝과 행동에서 부터 느껴졌다. 그런데 아까 부터 나한테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고 극존칭을 사용하는 것도 그만두지 않았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혹시 제가 이러는 것이 부담..스러운가요?"


"아니에요, 그저 미천한 저를 굳이 피아노 하나 때문에 집까지 초대를 하신다는게.."


"미심쩍나요?"


"제 입으로 직접 올리긴 힘든 말이네요."


"순한 인상과는 많이 다르시네요."


"순진하기만 해서는 지체 높은 신분들과 일 못하죠."


말을 끝마치자, 남자는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에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꿍꿍이가 아예 보이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남자의 느낌은 그리 나쁘지만 않았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제 실력을 칭찬해주는 것도 처음이고 말이다. 차가 미끄러지듯이 커브를 돌더니 살짝 흔들리면서 멈추었다. 내려야 할 것 같아 차의 문손잡이에 손을 뻗으려는데 남자가 내 손위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행동을 멈추고 손에서 부터 시선을 타고 올라가 눈을 마주쳤다. 남자는 잔잔하게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는 듯 손등을 토닥거려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바로 차문이 열렸다. 운전을 하던 기사님이 열린 문 앞에서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아아.. 이런 게 익숙한 사람들이지. 나는 다시 한 번 이쪽 세상의 현실을 느끼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으리으리한 저택에 또 한 번 정신을 빼앗겼다. 제 집에 몇 배나 될까? 스스로 생각해도 바보 같은 궁금증이었다. 넋을 놓고 있는 나의 허리에 팔을 둘러 살짝 민 남자의 손에 조금 놀라며 걸음을 띄었다. 허리에 손을 떼고 앞장 서 걸어갔다. 단정한 뒷모습을 따라 저택으로 들어가 이층에 오르자 바로 보이는 문을 열고 한 쪽으로 비켜서 내가 먼저 들어가길 권했다. 나는 그 호의가 무의미해지지 않기 위해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자칫 보면 평범한 방이었지만 한 가운데 놓여진 피아노에 방의 의미는 크게 달라졌다.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는 것으로 놀라움을 작게 표했다. 몸을 돌려 남자를 보았다. 문을 닫고 내게 걸어왔다.


"피아노 치세요?"


"이젠 거의 치지 않죠."


"왜요?"


"듣는 거에 비해 흥미가 그다지 생기지 않더군요."


나를 지나쳐 검은 그랜드 피아노의 덮개를 열었다. 피아노를 치진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관리는 하는지 피아노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고 광택이 났다. 피아노의 우아한 자태에 홀려 나는 남의 집이라는 것도 잊고 피아노 앞에 풀썩 앉았다. 티를 내진 않았지만 빨리 치고 싶어 벌써 부터 손가락이 달싹거렸다. 듣고 싶은 곡이 있냐고 묻자 남자는 커다란 눈을 높은 천장을 향해 굴렸다. 남자의 고민하는 모습도 나는 흥미스럽게 바라보며 기다렸다. 남자는 이내 고개와 함께 시선을 내려 입을 열었다. 베토벤. 그에 입에서 가장 친애하는 작곡가의 이름이 나오자 선곡은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월광 소나타 1악장. 올라가는 입 꼬리를 주체를 못하고 건반을 눌렀다. 남자는 살짝 떨어진 테이블의자에 카페에서와 같이 앉아 연주를 경청해 주었다. 건반에서 손이 미끄러지듯이 움직이면서 멜로디를 만들어 내었다. 곡을 치면서 간간히 남자와 눈이 마주 치곤 했는데 그때 마다 난 어색웃음으로 피하기 일 수 였다. 막상 시작할 땐 아무렇지 않았지만 누군가 저를 보고 있다는 게 적나라게 의식이 되서 그런지 곡의 마디가 나아갈수록 묘하게 긴장이 되었다. 카페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 할 때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런저런 잡생각에 곡에 집중을 못하게 되었다. 그는 눈치 챘을까? 미소를 머금고 있는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어 낼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연주를 했다기 보다는 건반에서 손가락이 엇나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연주가 끝나자 입을 꾹 다물고 그의 눈치를 보았다. 자존심 쎈 나도 이때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왜 눈치를 봐요?"


"연주가.. 일부러 피아노도 빌려주셨는데.."


"전 너무 맘에 들었어요."


"..정말요?"


"전 거짓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랍니다. 연주는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네?"


"카페에서도 느낀 거지만, 당신의 월강은 좀 들떠있네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들떠있다. 그 말이 머리에 콕 박혔다. 월강은 그중에서도 제 1악장은 베토벤이 이미 자신의 청력이 절망적인 것을 깨닫고 있을 무렵 쓴 곡으로 어둡고 부드러운 분위기 사이에서 슬픔과 비탄이 새겨진 곡이다. 그런데, 그런 곡에서 들떠있다는 느낌이 들다니 살짝.. 아니, 꾀 쇼크였다. 지금은 몰라도 카페에서까지 그랬다니 지금까지 원곡의 느낌을 잘 표현해왔다고 생각했는데.. 혼란으로 정신줄을 놓으려던 찰나 그가 옆에서
서 내 오른손을 살며시 들어 올렸다.


"연주자에 감정에 따라 곡의 느낌도 달라진다고 하잖아요. 당신은 연주하는데 있어 감정표현이 솔직하고 섬세하다는 거죠"


"..굉장히 긍정적이시네요"


"전 묵직한 월강보다 훨씬 더 좋아요"


남자가 내 손등을 엄지로 부드럽게 쓸었다. 움찔. 그에 손안에서는 나는 작게 떨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죠? 어떻게 이런 조그마한 손이.. 저 넓은 건반 다 장악하며 곡을 연주하는 걸까요."


그 말을 끝으로 내 손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한동안 말이 없다. 그러더니 그의 말캉한 입술이 내 오른손 손등위에 내려앉으려던 찰나 그는 눈만을 살며시 들어 올려 깊게 눈을 맞춰왔다. 나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살짝 웃더니 손등을 자신의 손으로 살며시 덮으며 내려놓았다. 


"당신은 정말 매력적 이예요."


"작업이 너무 성급하신 거 아닌가요?"


"맘에 들지 않으세요?"


"그럴 리가요."


내 능청스러움에 남자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활짝 웃었다. 나는 피아노의 덮개를 가만히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할 일은 다했으니 가야겠다는 의미였다.


"내일도 카페에 나가시나요?"


"네, 오늘이랑 똑같이."


"그럼 너무 늦게 까지 붙잡고 있으면 실례겠네요. 바래다 드릴게요. 나가시죠."


"아뇨. 그냥 큰길 나가는 길만 알려주시면 알아서 갈게요."


"제 호의가 부끄럽게 하지 말아주세요."


남한테 뭔가 얻어 받고 그런 게 싫어 거절했지만 그의 말에 계속되는 사양도 예의는 아닌 것 같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저택을 나와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준비된 차에 오르려 하자 이번에도 기사님께서 문을 열어 주었다. 살짝 어색한 반응을하고 올라탔다. 인사를 하려 살짝 고개를 숙였는데 남자가 차에 타려는지 허리를 숙이는 모습에 나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밤도 너무 늦었고, 차를 태워주셨으니 혼자 갈수 있다고 들어가라고 했다. 남자는 뭔가 말하려 하자 나는 괜찮다고 그의 말문을 막았다. 호의를 받아들이는 건 여기까지였고, 지금까지 와서 봤을 때 그에 정중하고 매너 있는 말재간에 몇 마디 들으면 분명 몇 분 후에 그와 같이 차를 타고 있을 것이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네, 기사님도 계시고, 무엇보다 차도 빌려 타는데 여러 가지 민폐예요"


"제 욕심에 데리고 온 건데 민폐는요."


"아무튼 들어가세요."


나는 있는 힘껏 웃으며 작별의 인사로 살짝 손을 흔들었다. 그러더니 남자의 표정이 묘하게 멍해졌다. 아, 이런.. 평소 친구들과 인사하는 습관이 저도 모르게 나와 버렸다. 흔들던 손짓이 소심해 질 때 즘 남자는 눈웃음을 지으며 내가 했던 것처럼 살짝 손을 나에게 흔들어 주었다. 잘가요. 그의 음성과 함께 차문이 닫혔다. 곧 차의 시동이 걸렸고 승차감이 좋은 차는 꿀렁거림도 없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지만 막상 순간순간들이 지나고 나니 마치 꿈을 꾼 것 마냥 조금 전 일이  현실감이 없었다. 오늘 내가 뭐했지. 누구랑. 카페를 들어선 순간부터의 기억을 차근차근 되짚어 올라가면서 그가 나왔고, 지금 까지 나에게 했던 말, 행동, 표정. 떠오르는 생각이 지루한 귀갓길을 달레 주었다. 

    

 

 


라이브를 위해 옷과 외관을 정돈 하였다. 무대 위는 아직 준비가 될 되어 어수선해 보였지만 곧 있으면 스태프 분들의 정성으로 멋지게 변할 것이다. 조용한 걸음으로 스태프전용 테이블 찾아 걸어가 앉아 휴식을 취했다. 여기서 유일하게 쉽게 말을 걸고 친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어제 바텐더 친구 힘찬이가 멀리서 슬쩍 나를 발견하고 눈인사를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받아냈다. 친구 녀석이 글라스를 정리하며 턱짓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뭔가 하고 가리키는 것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지금 카페 분위기가 조금 다른 것이 느껴졌다. 묘하게 사람들이 저를 힐긋힐긋 눈치를 보며 쳐다보고 귓말을 나누었다. 기분 탓..이라고 하면 멍청한 거겠지. 힘찬이를 보려던 순간 어디선가 높은 하이톤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다 말았다. 상큼한 노란드레스와 매혹적인 붉은 드레스를 입은 두 여성이 내게 다가왔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일어났다. 두 여인은 내가 카페에서 일하고 나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진 두 아가씨다. 귀엽고 어린상의 노란 미니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요제피나, 키가 크고 꼭 모델을 연상케 하는 강한 외모의 붉은 롱 드레스를 입은 여성은 조르주 상드. 외국 사람은 결코 아니고 , 두 사람은 본명을 쓰지 않는다. 어차피 그 쪽 세계일이니까 나는 굳이 이유는 묻지 않았다. 담소를 나누자며 나를 끌고 아무 자리에 착석했다. 상드양은 붉은 네일로 치장한 손가락을 마디마디 맞물려 껴 턱받침을 만들어 날렵한 턱을 살며시 올렸다.


"카페가 평소랑 다르게 좀 어수선하지?"


"글쎄요."


"또또, 시치미 떼긴..사람들이 힐긋힐긋 보지 않아? 널 보고 숙덕거린다거나"


"그 행동에 이유라도 있나요?"


"그거야.. 소문이 났거든."


"소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royal plaza 에 세기의 스캔들이 났다는 소문이."


"어젯밤 royal plaza의 어린 피아니스트가 그곳에 어떤 남자와 함께 나가 집까지 갔다."


엄청난 발언을 요제피나 양은 너무나 해사하게 말했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 소문이 흘러 간 걸까. 어제 있었던 일은 분명 밤이고 딱히 눈에 띄지도 않았었는데? 상드 양은 웨이터의 메뉴판을 손짓으로 거절했다. 붉은 루즈를 바른 입술처럼 고혹적이고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한 쪽 눈썹을 들썩였다. 


"어떻게 아냐고? 그야 우리처럼 뒤 꿍꿍이가 많은 사람들은 남 일에 관심이 많거든, 특히 스캔들엔 더 더욱."


나는 불쾌하듯 눈썹사이를 좁혔다. 하여튼 이쪽 사람들이란..


"그 피아니스트 상대의 남자가 로얄멤버 인 것도 놀라운데.."


" 'B' 사에 곧 주인이 될 정대현이라는 남자라는 거지."


"곧 'B' 사의 이사회에, 주주총회가 열릴거야 아마도 99.9% 는 그가 될테지"


"그렇군요."


"어머, 뭐야 이 시시반응은? 알고 있었어?"


"관심도 없고, 여기 오시는 대부분이 그런 분들이잖아요?"


"뭐, 영재는 그런 걸 놀릴 아이는 아니니까.. 그런데 저 사람은 별로 알려 진게 없어서 사람들은 더 관심을 가지거든."


상드양의 말에 나와 요네피나 양은 고개를 돌렸다. 카페 입구 쪽에서 서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그였다. 그의 얼굴을 보자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들이 그의 얼굴위로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B' 사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기업이다. 그런 기업의 소위 말하는 후계자라는 소리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성킁성큼 내게 다가왔다. 나는 자리에서 스멀스멀 일어났다. 어제 격식을 차린 무겁던 그의 의상이 오늘은 가벼운 댄디룩 이었다. 한층 더 어려보이기 까지 했다. 두 여성들의 꺄르르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내게 먼저 인사를 하고 두 여성분에게 시선을 내려 단정하게 인사를 했다. 상드양이나 요제피나 양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
지만 가끔 짓궂은 면이 있어 무슨 말을 하지 않을까 불안 했지만 다행이 별 말 하지 않았다. 그는 뭔가 우물쭈물 하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왜요? 라고 물어 보려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상드 양에 입을 다물었다.

 

"저희는 볼일이 있어서 그만."


상드양이 내게 눈짓을 하며 갑자기 어딜 가냐는 요제피나 양과 함께 자리를 떴다. 그는 자기 때문에 일어서는 두 여인에게 미안해하는 듯 했지만 나와 마주보며 자리에 앉았다. 한 참을 말이 그렇게 앉아 있다가 먼저 입을 연건 나였다. 


"생각보다 꾀 높은 자리의 분이셨더라구요."


"무엇을.."


"미리 말씀을 해주셨다면 행동을 좀 더 조심했을 텐데 집에 따라가지도 않았을 테고.. 저 때문에 괜히 귀찮은 소문이 났네요."


남자는 내 말에 맹점을 찾으려 생각하는 듯 짙은 눈썹을 굳혔다. 그리고 이내 알았다는 듯 눈에 초점을 내게 정확히 맞추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는 평소처럼 여유로워 보였다.


"그 어떠한 것도 아직 결정된 건 없어요. 그리고 소문은 결코 당신 탓이 아니니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마음에 담긴, 누가?  남자의 말에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예의상 그냥 뱉은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것이 연예인 걱정이랑 부자들 걱정이다. 그런 말을 곱게 속으로 접어 넣으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폐가 되진 않을까요?"


"무엇을 듣던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이 아니라면 믿지 마세요."


"...전 그쪽 일이든 이름도 타인한테 들었어요. 본인 입으로 나오는 말만 믿으라면서 좀 모순된 거 아닌가요."


물론 그도 다른 사람에게서 나를 소개 받았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찝찝한 구석이 있었지만 당당히 말했다. 그는 내말을 듣고 가지런한 치아를 보이며 작게 웃었다. 그의 행동엔 항상 단정함이 묻어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저도 잘못이 있네요. 영재 씨한테도 피해가 간 것도요."


"사과를 받자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속 보이는 거짓말에도 그는 웃으며 넘어가 주었다. 주변반응에 비해서 별 것 아닌 일처럼 무마되었다. 마주보고 앉아있자 자연스럽게 그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다. 여전히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있었지만 나는 그의 이야기와 얼굴에 몰두할 뿐 신경 쓰지 않았다. 뭐든지 말하겠다는 남자는 정말 사소한 것부터 내게 말해주었다. 나이는 부터 시작해 최근에 하고 있는 일도 알려주었다. 나이는 25살로 나보다 한 살 위였다. 외모는 그렇지 않았지만 하는 행동이나 말투 때문에 좀 더 위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이를 들었을 땐 조금 놀랐다. 그리고 아직 회사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이런저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일적인 부분에서 그는 더 어른스러웠다.  관심 없는 듯 하면서 그의 말에 집중해 듣고 있을 때 웨이터가 다가오더니 무대에 오를 시간이라며 귀띔해주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는 기다리겠다고 웃음으로 보내 주었다. 무대 위를 올라가는 순간이 오늘은 왠지 더 가볍게 느껴졌다. 피아노 앞에 앉아 카페석을 한번 둘러보았다. 그는 어제보다 좀 더 안쪽에 앉아 있었지만 얼굴은 확실히 보였다. 심호흡 한번 깊게 내쉬고, 손을 익숙한 건반 위에 살포시 올렸다. 쇼팽의 prelude(프렐류드) Op.28 No.15 [빗방울 전주곡] 의 첫 음의 시작으로 잔잔한 선율을 그려냈다. 1부는 아름답고 차분하지만 2부는 빗방울이 매섭게 내리치는 듯 어둡고 음이 무겁다. 그렇게 때문에 건반을 내려치는 손에 힘을 실어야 할 필요가 있다. 3부로 들어서면 1부를 함축시켜놓은 듯 다시 음이 잔잔하게 돌아오는 형식이기 때문에 현란한 기교는 필요치 않지만 감정전달이 중요시되는 곡이다.

 

짤막한 연주곡들은 마치고 무대를 내려 왔다. 뻐근한 손가락을 풀며 무대에서 내려오는 계단에서 발을 빠르게 굴렸다. 총총 뛰어 가는데 누군가 제 팔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화들짝 놀랐다. 무대 뒤 커튼 뒤로 끌려 들어온 나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놀란 가슴을 쓰려 내렸다. 놀란 나에 미안한 듯 사과를 했다. 나는 그가 무안하지 않게 괜찮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여기 있는지 의문이었다. 물으니 곡이 끝날 때 즘  저를 기다리는 뭇 여성들이 벌써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더렌다. 뺏기기 전에 몰래 빼네. 왔다는 소리에 나는 웃으며 농담조로 그를 놀리 듯  질투해요? 라 물었지만 단호하게 네. 라고 말하는 바람에 입이 쏙 들어갔다. 그가 푸스스 웃으며 등 뒤에 숨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줄기가 짧고 잎이 많고 풍성한 흰 꽃 한 송이었다.


"당신에겐 술보다는 이쪽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아서요"


이때만큼은 나도 모르게 우와, 하고 작게 탄성을 뱉었다. 꽃을 받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의 손이 훨씬 빨랐다. 꽃은 내 손이 아닌 한 쪽 귀에 걸려 놓여졌다. 어색하게 손가락으로 꽃을 매만지자 부들부들한 꽃잎의 감촉이 느껴졌다.


"꽃이 해사해 질 줄 알았는데"


"..."


"당신이 더 해사해 졌어요."


순간 멍해져 잠깐 말을 잃었다. 농담을 하던 저와 다르게 웃곤 있지만 장난기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연주에 있어서 감정표현이 솔직하다면 그는 실제 감정표현에서 솔직했다. 매우!  원래 이렇게 말주변이 좋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팬들과 만나고 오라고 자기는 앉아서 기다리고 있겠다 하며 먼저 나갔다. 양손을 파닥거리며 얼굴의 열을 식히고 나도 무대 뒤를 나갔다. 그의 말대로 몇몇 여성분들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몰려왔고, 언제나 그렇듯 이런저런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모두들 귀에 꽂은 꽃에 출처를 묻자 나는 멍청하게 꽃을 그냥 귀에 꽂고 나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황급히 꽃을 빼고 엉성하게 둘러 덴 다음 무리 속에서 빠져 나왔다. 그를 찾아 고개를 바삐 움직여 찾았다. 그리고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 테이블에 앉았다.


"꽃, 왜 뺐어요?"


"꽂고 다니는 게 이상한 거예요."


"예쁜데.."


그는 말끝을 흘리며 하얀 잔에 담긴 커피를 홀짝였다. 나는 내손에 감싸진 꽃이 시들까봐 놓여진 물 잔에 꽃을 담갔다. 집에 가서 꽃병에 담아 둬야지. 그런 소소한 생각을 하며 그가 주문해준 차를 마셨다.


"이제는 제 이야기 말고 당신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저요? 음.. 들어도 별로 재미없으실 텐데요"


"가장 궁금했던 건데 왜 큰 무대에 안서세요? 실력은 전혀 부족하지 않은데"


"..그건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솔직히 예체능이라는 게 돈이 많이 들잖아요? 아니, 많이 들어요. 잘 모르시겠지만.. 암튼 저 같은 평범한 집에는 그럴 만 한 돈이 없었거든요. 유학은 물론 음대는 꿈도 못 꾸고.. 그런데 계속 피아노는 치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은 행사며 봉사며 피아노를 쳐달라는 데는 돈 안 받아도 장소가리지 않고 이곳저곳 뛰어다녔어요. 그러다가 지금 여기 오너 눈에 들어와서 그때부터 쭉 카페에서 연주하게 된 거고요. 저는 오히려 여기가 좋아요 수천명 수만 명이 보는 큰 무대보다 이렇게 소소하게 관객 한명 한명과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여기가 좋아요."


말을 끝내고 나도 차를 홀짝였다. 그래서 결국 서민이 어떻게 피아노를 치는지 궁금한 거야? 자기들은 돈 때문에 대학을 못가는 둥 유학을 못가는 둥 이런 이야기는 전래동화 같은 데서만 나오는 이야기겠지.. 속을 툴툴거리며 찻물을 곧 씹었다.


"대단해요.."


"그냥 아등바등 거린 거죠"


"꿈을 포기하지 않은 거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의 연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있어요. 그 증거가 연주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달려와 당신에게 감사를 표하는 일이죠. 이 철저한 계급사회에선 어려운 일이예요. 그만큼 대단

한 거예요." 


"...진심이세요?"


"네?"


"방금 하신 말씀 진심이냐구요."


"어제도 말했지만 전 거짓을 즐기지 않아요."


푹신한 의자 등받이에 등을 완전히 기대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올라가는 입 꼬리를 숨기려는 듯 커피를 신한 모금 마셨다. 그는 잔을 내려놓고 소매를 살짝 걷어 시계를 보았다. 그러더니 표정이 살짝 굳어진 것을 보고 나는 등받이에서 허리를 일으켜 세웠다. 가야 되요? 라 묻자 그는 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일어서자 따라 일어났다. 그냥 안에 있으려고 했지만 방금까지 이야기를 나누 있던 손님을 그냥 보내는 것은  카페의 직원으로써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밖까지 따라 내려갔다. 카페에서 완전히 나오자  어두운 오렌지 빛이 내리 비치는 작은 골목이 나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주변에는 사람 없이 조용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아쉽다는 그에 나는, 어차피 또 오실거잖아요. 하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로얄에 온 적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 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자는 뭐가 웃긴지 두 눈을 꾹 감으며 웃었다.


"안 올 거예요?"


"아뇨, 아뇨"


"근데 왜 웃으세요?"


남자는 웃음을 훔치며 계속 아니라며 손을 저었다. 근데 왜 웃냐구요.. 이상한 사람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남자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큼큼 거리며 목을 정리하고 바르게 내 앞에 섰다. 이제 가려는지 나는 대충 고개를 까닥였다. 


"오늘은 손 인사 안 해줘요? 전 그게 좋은데"


"네?"


순간 푸핫, 하고 나오는 웃음에 죄송합니다. 하고 급히 손으로 입을 가렸다. 입장이 바뀌어 이번엔 그가 왜 웃는지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좀 엉뚱한 면이 있는 사람 같다. 못내 어색하게 손을 들어 올려 다섯 손가락을 활짝 펴 짤짤 흔들자 그는 정말 좋은 듯 오늘 받은 꽃처럼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렇게 좋은가? 민망한 손을 내리는데 살며시 뻗은 그의 손안에 포근하게 떨어졌다.


"어제 못했던 무례를 범할게요."


가볍게 쥐고 내 손등에 베이비키스를 했다. 갑작스런 키스였지만 나는 이번에도 아무런 동요 없이 그의 입맞춤을 받아내었다. 외국에서 살다 왔을까, 스킨십이 적극적이다. 그 순간에도 그런 잡생각이 지나갔다. 내 손을 놓고, 그는 뒤돌아 섰다. 그러자 어디에서 나왔는지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두 남자가 그에 양옆에서 같이 걸어갔다. 그가 완전히 골목에서 사라질 때 까지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오, 세상에 요제피나 목소리 좀 낮춰"


"그 남자 완전 대박이다!"


"그 천박한 말투는 요새 핸드폰만 붙들고 있었던 탓이겠지? 인터넷을 끊던가 해야겠어.."


상드양의 머리가 아픈 듯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앉아 요제피나 양의 조름에 못 이겨 그와 만났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요제피나 양이 이야기를 듣더니 꾀 흥분하셨다. 상드 양 못지않게 깜짝 놀란 나는 그녀를 진정 시켰고, 표정을 굳힌 상드양은 처신을 지키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제피나 양의 나의 팔을 짤짤 흔들며 이야기를 더 해달려 재촉했다. 못해드릴 것도 없는데 그때 이후로 내가 카페에 나오지 않아서 만나지 못했다.


"오늘 오겠네?"


"글쎄요."


"올 거야, 안 오곤 못 빼 길걸? 그리고 그렇게 너한테 마음 있다고 티를 내는데."


"그냥 장난이겠죠. 그리고 저도 남자고, 그 사람도 남자데요?"


"사랑에 성별이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그런 장난 칠 사람으론 안보이던데"


"마음을 떠나서 아예 사람을 못 믿는 거야. 그렇지?"


그 말에 상드 양을 빤히 바라보다가 물파장 치는 홍찻물에 시선을 내렸다. 사실이다. 원래부터 이쪽 부류의 사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여기서 연주하면서 그들의 진 모습을 보고 난 뒤 더 싫어질 뿐더러 신뢰감은 옆 집 개만도 못 한다. 그녀들은 조금 예외긴 하지만 내 관념에서 완전히 벗어 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한다는 게 조금 모순 될 수도 있지만, 내가 이곳에 왔을 때부터 그런 사람들이 온 것도 아니고 저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내 무대에서 내려가는 것도 자존심상 허락하지 않아 카페는 관두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부류 중 뭐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사람이 저에게 잘해주는 것도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하는 것도 진심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근데.. 집에 돌아가 그가 준 꽃을 가끔 멍하게 쳐다 볼 때가 있다. 하루에 한 순간은 꼭 그를 떠올리곤 했다..스스로 생각해도 소름끼치는 현상이었다. 내가 왜? 그 망할 부르주아를? 그저 신기한 사람이라 그런 거야. 그렇게 부정했다. 아니 부정이라고 하기엔 그것은 내 기준에서 사실이었다. 생각에 빠져 홍차에 몇 개의 각설탕을 넣다가 가벼운 음성에 손을 멈추었다. 심란하지? 상드양은 파우치에서 거울을 꺼내며 말했다. 항상 눈치가 빠르고 꾀 뚫어 보는 그녀에 감탄한다. 희미하게 웃으며 나는 먼저 실례하겠다고 일어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힘찬이를 보려 바로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오너가 나를 발견하곤 급하게 달려왔다. 오늘 피아노가 문제가 있어서 사람을 불렀는데 그게 아직까지 오질 않아 무대는 취소됐다고 하였다. 아마 손님들이 심심치 않은 실망을 할 게 뻔해 오너는 사과의 의미로 디저트를 제공해줘야 한다 하여 다시 또 바삐 걸어갔다. 그럼 그냥 가는게 나을까?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10분만 있다가 가야지. 바 쪽으로 다가가 높은 의자에 폴짝 앉았다. 손님에게 음료를 제공하고 있던 힘찬이가 앉는 저를 흘깃 보았다. 손님에겐 친절을 웃음을 짓곤 뒤돌아서니 표정이 싹 굳는다. 직업정신이 참 투철한 얘라고 해야 하나.. 내 앞에 다가와 글라스를 닦으며 나에게만 들릴 정도의 소리 높임으로 말을 걸었다.


"웬일이냐, 술 마실 거면 가라."


"아니거든! 그냥 딱히 할일도 없고 해서 왔어."


"무대 취소됐다며? 누구 기다려?"


"내가 누굴 기다려?"


"그 남자?"


"지랄."


"너네 팬들이 듣는다."


"들으라 그래.."


"그날 남자 집에 가서 뭐했어?"


"뭘 하긴, 피아노만 치고 나왔지 1시간도 안 있다가 나왔어."


"하긴 너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부르주아랑 한 공간에 있으려니 한 시라도 빨리 나오고 싶었겠지. 근데 그 남잔 열렬히 너가 좋다고 티를 내던데 꽃도 갖다 바치고"


"뭐?.. 너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난 말 한 적 없는데"


"여기 있으면 안 보일 것도 다 보여. 너가 꽃보고 헤실 거리는 것도 다 봤고."


"..보여도 보지 마, 기분 나빠! 그리고 내가 언제 헤실 거렸다고 그래?"


힘찬이는 얄밉게 큭큭 거리며 글라스를 놓더니 나는 봐도 잘 모르는 병을 들어 지커에 계량했다. 그것을 쉐이커에 넣고 얼음과 함께 화려하게 흔들었다. 그 모습이 꾀 능숙하고 멋이 났다. 손님들이 이 녀석에게 꼭 음료를 받아 마신다고 하던데 그게 꼭 헛소문은 아닌 것 같다. 칵테일 잔에 부으니 사과쥬스같은 색이 나왔다. 글라스 테두리에 슬라이스한 레몬을 꽂더니 무알콜. 이라는 무뚝뚝한 말과 함께 내 쪽으로 밀어주었다. 배시시 웃고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상큼함이 입안에서 톡톡 쏘아 뎄다. 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질끈 감았다.


"으~ 너 일부러 이런 거지? 완전 셔!"


"손님, 레시피데로 제조했습니다만?"


한참을 그런 식으로 티격태격 거리며 말장난을 하다가 일이 바빠진 친 구덕에 심심해진 나는 말없이 시디 신 음료를 꿀떡꿀떡 들이켰다. 칵테일을 한 잔을 다 비워 갈 때 즘 시계를 보니 정해졌던 10분은 이미 훌쩍 지나가 있었다. 거봐, 결국 이런 거지. 뭐가 진심이고, 뭐가 마음이야? 주변에서 했던 같잖던 말을 속으로 조롱하며 조금 남은 칵테일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뒤로 넘어갈듯 고개를 뒤로 젖혀 들이키는데 천장이 아닌 다른 것이 갑자기 눈앞을 채웠다. 응? 시야가 반대로 뒤틀려 바로 알아보진 못했지만 곧 그 남자라는 것을 알아 체고는 놀라 사래가 걸렸다. 다행히 역류하는 것을 참고 꿀꺽 삼켰지만 신거를 잘못 삼킨 목구멍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숨이 넘어 갈듯 콜록 데자 힘찬이는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내 앞에 물 잔을 놓아 주었고, 그는 내 옆에 앉아 등을 두드려주었다.


"괜찮아요? 놀라게 할 생각 없었는데 미안해요.."


"콜록! 가, 갑자기..켁,켁!"


"물, 물 마셔요"


직접 물 잔을 들어 내 입에 갖다 대 주자 나는 꼴깍꼴깍 물을 삼켰다. 몇 모금 물이 들어가자 기침도 잦아들고 화끈거렸던 목안도 진정이 되었다. 대롱대롱 맺힌 눈물을 닦았을 때 서야 부끄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래 걸린 것은 그렇다고 치고, 그렇게 괴상한 모습으로 마주쳤으니.. 눈물을 닦던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괜찮냐고 묻는 그의 고개만 끄덕였다. 얼굴을 가린 손가락사이로 웃겨 죽겠다는 듯 멀리서 비식거리는 김힘찬의 표정이 보였다. 연신 사과만 하던 남자도 자꾸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었다. 웃음을 참으려는 듯 그는 화제를 돌렸다.


"연주는 하셨어요?"


"..취소됐어요."


"아, 정말요?"


"네, 그래서 이제 가려고요."


"그쪽 보러 왔는데 이렇게 바람맞히기예요?"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바 테이블위에 올렸던 두 손을 내렸다.


"저를요? 그냥 지나가다 들리신 거겠죠."


"저,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닙니다."


"저를 보러 온다는 거 자체가 한가하신 거라고요."


"이건 공식적인 스케줄중 하나예요."


내가 어디 가서 말로는 안 지는데 이 남자.. 좀 강적이다. 같이 있을 거죠? 라고 생글생글 거리며 말하자 나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의자에 꾹, 눌러 앉아 바 앞을 쳐다봤다. 그는 한 바텐더에게 술을 주문했고, 나에게도 메뉴판을 건넸다. 코팅지로 싸여 매끈한 메뉴판을 한 번보고 그를 보았다. 사주겠다고요? 나도 모르게 경계심이 가득한 말투가 나왔다. 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메뉴판을 내 쪽으로 끌어 앞뒤로 대충 훑어보고 넘겼다. 술도 못 마시는데다가 딱히 아는 칵테일도 없어 그냥 초콜릿 안주를 하나 부탁했다. 남자는 음료는 필요 없냐고 묻자 안 올라가는 입 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아까 보셨다 시피. 비운 내 칵테일 잔을 들어 올렸다. 그는 민망한 듯 웃으며 실례했다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제조 과정이 없는 메뉴들이라 그런지 얼마 안지나 그냥 나왔다. 내 앞에 앙증맞은 크기의 네모난 초콜릿이 남자 앞에는 양주에 얼음이 든 글라스가 놓여졌다. 초콜릿 하나를 집어 입안에 넣었다. 아까 신맛 때문인지 별로 달지도 않고 맛도 잘 안 느껴진다. 망할 김힘찬.. 눈을 돌리자 멀찍이 떨어져 일하기 바빠 보인다. 입안에 초콜릿이 거의 없어질 때 즘 귀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던 카페에 흐르던 음악에 귀가 띄었다. 클래식이었다. 몇 마디 듣고 그것이 베토벤의 곡인 것을 알아 차렸다. 시간이 흐르자 그의 글라스에 든 얼음이 녹아 찰랑거리는 소리가 클래식에 섞여 들어왔다. 그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곡의 제목을 생각해 내려 애를 썼다.


"베토벤 곡인가요?"


"네, 맞아요."


"아.. 뭐였지? 음.. 템페스트?"


"정확히는 템페스트 2악장. 베토벤..좋아하세요? 그때도 베토벤 곡 말하시던데.."


"그분 곡이 좋아요. 곡에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잖아요. 확실하고 작곡자 성격처럼 거칠고, 강렬하게."


"..베토벤이 좀, 성격이 괴팍하긴 했죠. 말도 못되게 하고, 주변에서 욕도 많이 먹었던 건 사실이죠."


"하지만 마음까지 못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왜요?"


"좋아하는 뭇 여성들에게 곡을 헌정하는 것도 그렇고, 조카 칼을 친아들처럼 굉장히 아껴 돌봤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성격이 그런 것도 귀가 먹어가서 더 예민해지고 더 신경질 적으로 변해 오해도 많이 샀다고 하고.."


가장 좋아하는 작곡자였기 때문에 유독 그의 관한 서적을 많이 봤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 그는 거친 외모만큼이나 성격도 모난 구석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연애는 많이 했지만 결혼은 못했던 걸까? 그런 생각에 작게 웃음이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베토벤의 성격은 일종의 일탈이었다. 어머니는 일찍이 폐결핵으로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매일 술을 마시며 방탄한 생활을 보냈다고 했다. 어린 소년의 베토벤은 어린 두 남동생을 돌보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좋지 못한 가정환경에 이리치고 저리 치여 뾰족하게 깎여 만들어진 성격이다. 그래서인지 저도 아파봤기 때문에 마냥 심술만 가득한 사람은 아니었다. 실제로 월광 소나타는 아름다운 달빛을 보지 못하는 가난하고 눈먼 한 소녀를 위해 달빛의 풍경을 담아 즉흥적으로 그가 작곡한 곡이기도 했고, 남자가 말했듯 조카가 있었는데, 남동생이 이혼하고 짐짝처럼 맡긴 아이였다. 하지만 그는 조카를 매우 아끼고 사랑했다. 거칠지만 부드러움이 숨겨진 분이셨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 강한 모습에서 멈춰 더 이상 그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열렬한 팬으로써 그 점이 매우 안타까웠다. 그런데 클래식도 전공하지 않는 남자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자 꾀 놀랐다.


"..굉장히 잘 아시네요.."


"그냥 몇 가지 주워들은 거예요. 당신의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 말에 그냥 넌지시 웃어 주었다. 그가 술잔을 입가에 기울이자 나도 초콜릿을 하나 더 입에 넣었다. 초콜릿을 녹이면서 그와의 담소를 이어나갔다. 음악에는 일가견이 없을 줄 만 알았던 남자는 꾀 많이 알고 있어 공감대를 형성 할 수있었다. 베토벤 뿐만 아니라 다른 작곡가들의 일화를 감히 들추었다. 음악 쪽으로 빠지니 나도 모르게 들떠 입을 바쁘게 조잘 데었다. 남자 앞에서는 몇 가지 짓지 않던 표정이 이때만큼은 참 현란했다. 말 하면서 중간 중간 그것을 깨닫곤 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입에 넣었던 초콜릿이 벌써 자취를 감추었다. 달아진 입을 쩝쩝거렸다. 남자의 글라스도 비워진 상태다. 그런데 남자는 술이 꾀 쎈 듯 했다. 그 독하디 독한 양주를 두 잔을 안주도 없이 다이렉트로 마셨는데도 흐트러짐도 없어 보였고, 발음도 정확하고, 눈은 오히려 더 똘망해졌다. 그런데 원래 옆에서 술 마시면 기분도 따라 가는 건가? 어째 알딸딸하면서 눈꺼풀이 무겁다. 졸리운건가? 몇 시 인지 보려 손목시계를 보았다. 흐릿한 눈앞에 머리를 세게 흔들고 초점을 맞추었다. 아씨.. 안보여.. 몇 시야?.. 꾀 늦었네.. 아, 근데 목말라.. 혼자 그렇게 중얼거렸다.


"야, 야, 김힘찬."


저도 모르게 편하게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당당했다. 이름이 불리자 김힘찬 뿐만 아니라 다른 바텐더들도 고개를 틀어 내 쪽으로 보았다. 불러도 쳐다보기만 하고 대답을 안 하자 다시 야야 거리며 불렀다. 그랬더니 그제야 다가온다.


"..손님?"


"나 목마르다. 물 줘. 물.."


"영재씨..?"


김힘찬은 저를 보다가 내 주위를 한번 쭈욱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남자에게 정중히 말을 걸었다.


"혹시 이분이 여기 있던 초콜릿 다 드셨나요? 혼자?"


"그래, 내가 다 먹었다. 뭐?"    


"..거기엔 알콜이 첨가 돼 있습니다만, 제가 알기론 손님께선 술을 조금도 못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취하신 것 같네요."


"뭐? 뭔 소리야? 나 안 취했거든?!"


김힘찬이 이상한 소리를 해 덴다. 나보고 취했다니, 아무리 초콜릿에 술이 들어있어도 그렇지 그 정도로 취하진 않는다. 날 뭘로 보고! 내 두 발로 집에 돌아 갈 테니 잘 보라구. 어기적 자리에 일어 지면에 두 다리를 내렸다. 그런데 한 걸음을 내걷는 순간 머리가 띵, 하면서 몸이 휘청거렸다. 어어, 거리며 김힘찬은 바 안에서 이상한 소리를 냈고 남자는 급히 나를 붙잡았다. 붙잡은 손이 나를 취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불쾌해 팔을 들었다 내리며 뿌리쳤다.


"아! 나 안취했다니까? 그냥 현기증 난거야"


"그래요. 당신, 안 취했어요."


남자는 나를 높은 의자에 힘겹게 앉히고, 재밌다 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그걸 보니 또 욱.


"왜 자꾸 웃어요?"


"웃으면 안돼요?"


"나만 보면 왜 자꾸 웃냐구요.. 내가 만만해요?"


"아니요."


"그럼 왜 기분 나쁘게 계속 웃어요?"


"좋으니까 그렇죠."


"뭐가요?"


"당신이."


초점을 맞추려 남자에게 가까이 했던 얼굴을 멀찌감치 뒤로 빼고 얼굴을 구겼다.


"선수죠? 이런 식으로 몇 명 꼬셨어요?"


"몇 명한테 했을 것 같아요?"


"이봐, 또 이런 식으로 능구렁이처럼 넘어 갈려하고.. 말은 청산유수지 아주. 저는 그쪽 진~~짜! 싫거든요!"


"야야, 유영재, 너..!"


"내가 싫어하는 부류 중 탑 오브 탑!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부르주아! 당신 같은 사람들이야! 망할 부르주아!!"


소리를 빽! 지르고, 남자와 김힘찬에게 뭐라 더 열심히 떠들다가 나는 이마를 테이블위에 쾅! 내리찍었다.

 


폭풍전야 같은 상황이 영재가 테이블에 머리를 찍는 순간 일단락되었다. 안 그래도 조용한 이 카페에서 영재가 조잘댈 때부터 한두 명씩 쳐다보더니 소리를 빽 지르는 순간 카페안 사람들의 시선이 바 쪽으로 쏠렸다. 하지만 힘찬의 대처로 그 시선은 의심만 남긴 체 금방 다시 흩어졌다. 영재가 잠들자 힘찬은 이때 빨리 집에 보내야 갰다는 생각에 바 안에서 나왔다. 대현은 그 순간에도 난동부리는 영재가 귀엽고 재밌어 소리를 죽이며 웃고 있었다. 그런 대현을 보며 힘찬은 몰래 고개를 저었지만 이런 재미없는 영상을 감상 할 때가 아니었다. 영재가 다시 깨면 정말 곤란해 질 테니 들쳐 업고 라도 나가야 했다. 영재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대현이 힘찬에게 친구냐고 정중히 물었다. 그에 힘찬도 존어를 지키며 대답했다.


"술이 굉장히 약하네요."


"약하기만 했으면 말도 안 할 텐데 이지경이니.."


"제 차로 집에 바래다 드릴게요. 친구 분은 아직 일하시던 중 인 것 같으신데"


"아, 죄송하지만 그래주시겠어요? 안 그래도 피크타임이라 바쁘거든요."


"괜찮아요. 일 보세요."


"그럼 빨리 데리고 나가죠. 얘, 다시 일어나,"


"아! 더워.."


그때 영재가 상체를 벌떡 일으키더니 첫마디를 제외하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중얼 거렸다. 힘찬은 집에 가자며 조심조심 의자에서 내렸다. 대현은 벌벌 떠는 힘찬이 조금 의아스러우면서 같이 영재를 부축했다. 두 볼이 상기된 영재는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두 사람에게 기대 걸었다. 제발 이대로만 있어 주길.. 힘찬의 바람이었지만 잘 걷던 영재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고개를 천천히 돌려 반쯤 풀린 눈으로 힘찬을 노려보았다. 힘찬은 슬금슬금 영재의 눈치를 보았다.


"왜, 왜?.. 가자 집에."


"..놔"


"어?"


"..손 놔라고 새끼야, 한대 치기 전에."


순간 대현과 힘찬 두 사람의 영혼 없는 눈동자가 서로 얽혔다.


"아하하하하 많이 취하셨나봐요? 헛소리를 하시네?"


"헛소리? 너나 개소ㄹ..! 읍!"


힘찬이 영재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자 영재는 큰 손안에서 발버둥 쳤고 급기야 때리려는지 손까지 휘둘렀다. 그런 영재를 무시하고 힘찬은 질질 끌다 시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살짝 벙 쪄진 대현은 손 쓸 정신도 없이 옆에 따라 붙어 내려갔다. 카페에서 나오자마자 대현은 영재를 넘겨받고, 바쁜 힘찬을 올려 보냈다. 정말 괜찮겠냐고 하던 힘찬이였지만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해 하는 게 보였다. 힘찬이 올라가고 한 손으로 영재를 안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차를 불렀다. 영재는 대현의 손을 타자 어쩐지 얌전해 졌다. 대현의 어깨에 입술을 묻고 계속해서 웅얼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차가 도착했고, 대현은 차문을 열라고 고갯짓 하자 기사는 빠르게 문을 열었다. 영재를 먼저 조심히 안으로 집어넣고 차안에 들어갔다. 차문이 닫히고 기사가 운전석에 앉자, 영재 집으로 가달라고 했다. 기사는 저번에 영재를 집에 한 번 바래다줬기 때문에 목적지를 알고 있었다. 고개를 딱딱하게 끄덕이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뜨끈한 히터바람이 나오자 영재는 덥다며 칭얼거렸다. 대현은 기사에게 히터를 꺼달라고 했고, 곧바로 시끄러운 소음을 내던 모터소리가 사라졌다.


"그래도 자꾸 그렇게 벗지 말아요. 감기 걸려요."


마이를 벗으려던 영재의 손을 가만히 내리고 다시 깃을 여며 주었다. 다행히 대현의 손길을 얌전히 받는 영재였다. 달콤한 초콜릿 향밖에 나지 않는데 양주를 두어 병 쏟아 부은 사람처럼 널 부러져 있으니 대현은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가 정말 영재를 보고 계속 웃는 저를 발견했을 땐 영재가 자신을 보며 기분 나빠 했을 만 하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현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영재의 매력에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실은 대현은 영재가 클래식과 베토벤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미리 이것저것 공부해왔다. 그것이 역시 도움이 됐는지 신나서 재잘 데는 영재의 모습에 대현은 뿌듯해 했다. 그런 모습을 본 것만으로 기쁜데 이렇게 뜻 하지 않는 수확에 대현은 만족스러웠다. 흔들거리는 차에도 영재는 눈꼬리를 접고 세상모르게 잠을 잤다. 대현은 그 모습을 기사가 도착을 했다고 말을 할 때까지 감상했다. 문이 열리고, 대현은 조심히 영재의 손을 흔들어 깨웠다. 꿍얼거리던 영재는 투정을 부리며 손을 휘둘렀다. 그것을 대현은 가볍게 피하고 다시 깨웠다. 집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들어왔는지 영재는 엉금엉금 기어 차에서 내렸다.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영재를 기사가 부축하려 하자 대현이 저지했다. 직접 허리를 받치고 걸어갔다. 내린 곳은 한 빌라가였다. 영재는 귀소본능으로 대현에게 기대면서도 제 발로 집 쪽으로 발을 굴렸다. 대현은 영재가 가는대로 한 빌라로 들어갔다. 일층인지 계단으로 가지 않고 바로 현관 앞에 섰다. 문을 열려는지 도어락에 손가락을 뻗었다.


"우리 집 비밀번호 뭐게요?"


"알려줄 거예요?"


"흐응..쉬운데? 힌트는 베토벤."


"모르겠는데요?"


"에이,"


영재는 입을 삐죽거리며 빠르게 번호를 눌렀다. 기계음소리가 나면서 잠금장치가 시원하게 풀렸다. 대현의 품에서 빠져나와 문을 열고 영재는 집으로 들어갔다. 대현은 영재가 들어가고 닫혀지는 문에 뒷모습이 사라질 때 까지 고민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눈이 산만하지 않고 진중하다. 현관문이 다치려던 순간 손으로 턱 잡아 다시 활짝 열어 젖혔다.


"들어가도 돼요?"


영재는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대현을 보았다. 시큰둥하게 잠시 쳐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대현은 그것을 허락이라 받아들이고 집으로 들어갔다. 구두를 벗고 대현은 집안을 차근차근 하나씩 관찰했다. 집은 따로 방 없이 현관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침실 왼쪽은 부엌으로 나눠져 있었다. 영재는 쫄래쫄래 걸어 침대에 몸을 던졌다. 대현은 가구며 소품을 들을 보았다. 영재는 노란색을 좋아하는 걸까 잘잘한 것들 중에 유독 노란색이 많았다. 선반에는 많은 클래식앨범들이 있었고, 낡은 피아노 교재들이 꽂혀있었다. 부엌을 가는 쪽 구석에 피아노가 놓여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을 끝으로 다시 영재에게로 돌아왔다. 푹신한 침대에 앉아 또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구들이나 소품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듯 한 느낌이 귀여웠다. 영재는 엎드렸던 몸을 한번 굴려 바로 누워 대현을 쳐다보았다.


"서민집 신기하죠?"


"앞에 말은 제외하면 맞아요."


"완전 좁죠?"


"아담하고 귀여워요."


영재는 몸을 한 번 더 굴려 대현 쪽으로 옆으로 누었다.


"여기 왜 들어왔어요?"


영재가 나른한 표정으로 두 눈을 느리게 깜박이고 침대 시트에 얼굴을 부볐다. 침대 위에 올려진 대현의 손등위로 영재가 피아노를 치듯 손가락을 굴렸다. 미세하게 대현의 손이 들썩였다. 대현은 영재를 내려 보았고, 영재는 대현의 손등만을 바라본 체 개구지면서도 어딘가 야한 웃음을 흘렸다. 아마 영재는 지금 초콜릿에 취해 저가 무엇을 하는지 도 모를 것이다. 톡톡 두드리던 손이 이제는 손등을 살살 쓸었다. 대현의 시선이 더 진득해졌고 영재가 눈만을 들어 올려 그 시선과 마주했다. 살짝 접힌 눈꼬리가 예뻤다.


"저랑 자려고 왔어요?"


"..."


"저랑 잘 거예요?"


대현이 제 손등을 쓸던 손의 손목을 잡고 침대에 내리 눌렀다. 덮치듯 영재의 몸 위에 순식간에 올라탔다.


"저랑 잘래요?"


대현은 그렇게 말하며 영재의 눈이며 코며 입술을 진하게 눈으로 훑어 내려갔다. 내려갔던 시선을 다시 올라오면서 영재와 농염하게 눈을 맞췄다. 한 참을 말없이 바라보고만 있다가 대현이 피식 웃으며 영재에게서 떨어졌다. 영재는 그런 대현을 무심하지만 궁금스러운 듯 눈으로 행동을 쫓았다. 대현은 처음처럼 침대에 단정하게 앉았다.


"오늘은 참을게요."


"..."


"당신이 술에 취하지 않고  제 존재를 확실히 눈에 담을 수 있을 때, 그때 안을 거예요."


"..무서운 사람이네요."


"감사해요."


"칭찬 아닌데요."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제 이야기가 전부 칭찬이죠."


"...선수야 선수."


영재는 고개를 흔들며 대현을 등지고 돌아 누었다. 대현은 활짝 웃고 영재의 등을 눈에 담았다. 새근새근한 숨소리가 들릴 때 까지 침대에 앉았다가 대현은 천천히 영재의 집에서 나왔다.  


 


           

     
"어으으.."


괴상한 소리를 내며 힘겹게 눈을 떴다. 몽롱한 정신에 제 집이라는 것을 알고 편안해 졌다. 머리가 살짝 아팠지만 못 참을 것도 아니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제 몸을 보니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 였다. 아, 뭐야 씻지도 않고 잔거야? 새집이 지어진 뒷머리를 헝클어트렸다. 근데 이상한 게 속이 느글거려 인상을 쓰며 배를 쓸었다. 술도 안 마셨는데 왜 꼭 마신 것 같지? 중간에 기억도 없고.. 이상하네.. 어제 초콜릿밖에 안 먹었는데.. 요상한 제 속을 쓸어내리며 바에서 초콜릿을 먹었던 것을 생각했다.


'..거기엔 알콜이 첨가 돼 있습니다만'


순간 뇌리에 스치는 대사가 있었다. 그때부터 머리털이 바짝 서는 느낌이 들었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찾았다. 어디 있지? 어딨어?! 바지 주머니를 뒤지다 침대에 밑에 떨어진 마이 주머니에서 찾았다. 단축 번호를 누르고 급히 귀에 가져다 댔다. 짧은 통화 연결음에도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며 초조해 했다. 빨리 좀 받아봐..! 연결음이 몇 초 더 지나고 나서야 스피커 너머로 잠이 들깬 김힘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나 어제 뭔 짓했어?! 어?!"


[아씨..귀청 떨어지겠네! 아침 댓바람부터 소리 지르고 난리야!]


"어제 나 취해서 뭔짓했냐구! 아무 짓도 안했지? 응?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취해서 아무 짓도 안하면 그게 유영재냐?]


"뭐, 뭐했는데.."


[너 나한테 욕하고, 때리려고 손까지 휘두르고..]


"그건 괜찮고."


[이게 뒤질려고! 아..그래 그건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니까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닌데.. 너, 그 남자한테..]


김힘찬의 말을 듣다가 하나 둘씩 떠오르는 어제의 내 추태에 얼굴이 삽시간으로 굳어갔다. 김힘찬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모든 일이 다 생각나 나는 손에 힘이 풀려 김힘찬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핸드폰을 손에서 떨어트렸다.

  

'아! 나 안취했다니까? 그냥 현기증 난거야'

 

'선수죠? 이런 식으로 몇 명 꼬셨어요?'

 

'저는 그쪽 진~~짜! 싫거든요!'

 

'내가 싫어하는 부류 중 탑 오브 탑!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부르주아! 당신 같은 사람들이야! 망할 부르주아!!'

 

'손 놔라고 새끼야, 한대 치기 전에.'
  


'저랑 잘 거예요?'

 

"아아악!!!!!!!!!!!!!!!!!!!!!!!!!!!!!!!!!!!!!!"

 

 


한 바탕 울부짖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잊을 만하면 떠오르는 기억에 머리를 쥐어뜯다가 또 영혼 없이 누웠다가 또 이불 킥하다 멍 때리다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발을 동동 굴렸다가 어제 만큼은 아니더라도 굉장히 추하고 정신없었다. 그러다 침대를 더듬거리며 핸드폰을 찾아 다시 김힘찬에게 전화 걸었다.


"왜, 그 초콜릿 먹게 그냥 놔뒀어? 때려서라도 못 먹게 했어야지이..흐엉.."


[왜 자꾸 자는 사람 깨워 씨이.. 끊는다.]


-5분후


"욕할 때 차라리 창밖으로 던져버리지!! 나 취하면 소리 빽빽 지르고 다니는 거 몰라?!"


[잠 좀 자자고요..]


-5분후


"집은 왜 너가 안 데려다 주고 남자가 데려다 줬데? 너 일부러 그랬지? 나 엿 먹이려고?? 너가 그러고도 친구야!?"


[영재야..제발..]


거의 반 패닉 상태로 주절대며 흐느꼈다. 김힘찬은 다른 의미로 흐느꼈지만 그딴 걸 신경 쓸 주제가 아니었다. 내 인생 망했어.. 완전 망했어.. 유체이탈 수준이었다.

 

 

          to be continued..

 

 

안녕하세요..괜히 주늑 드네요 이런 글을 들고 와서..ㅋㅋ

평소 글을 쓸때도 제 취향이 그득그득 담기긴 했는데 이건 유독히 강하게 담긴 것같네요..

평소 피아노곡을 좋아해서 최근에 클래식도 듣고 있는데 그게 참..

여러분 클래식 한 번 씩 들어 보세요 ㅠㅠ 매력이 철철 넘쳐요 ㅠ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가 베토벤. 그리고 그 분의 월광소나타를 제일 좋아합니다 ㅠㅠ

위에 올려드렸는데 들으시자 마자 아!!!!!! 하고 알아들으실거예요 ㅎㅎ

글에 나온 곡에 표현같은건 네이버캐스트를 많이 참고했어요ㅋㅋㅋ

원래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없었던 단편인데 어째서 저는 제목 뒤에 上 를 집어 넣었을까요...;ㅁ;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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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이번편도 너무 좋아요ㅠㅠ
이거 읽다가 월광소나타 듣고싶어서 중간에 찾아들었는데 브금이 월광소나타였어요...ㅋㅋㅋㅋㅋ
다음편도 기다리고있겠습니다!!

10년 전
깔로레
감사합니다ㅎㅎ 아,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브금은 월광이아니랍니다ㅎ 혹시 헷갈리시까봐ㅎㅎ
10년 전
독자2
아아 작가님 오늘도 이렇게 제취향을 저격하시면..ㅠㅜㅠㅜ 감사합니다ㅠㅜㅠㅜㅜㅜ전 템페스트3악장굉장히좋아하는데! 다음편도기대하고있을께요!
10년 전
깔로레
오오! 템페스트도 정말 좋죠ㅜㅜㅜ 말씀하신 3악장도 1,2악장도 정말 명곡♥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10년 전
독자3
와 진짜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
술취한 욘대는 또 왤케 귀여운지ㅠㅠㅠㅠㅠㅠ

10년 전
깔로레
ㅜㅜㅜ영재의 귀여운술꼬장ㅋㄱㅋㄱ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4
작가님 진짜 꾸준히 제취향저격하시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오열)다음편 기대할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깔로레
취향 탕!탕!ㅋㅋㅋㅋㅋㅋ제글을 그렇게 꾸준히 읽어주시다니(오열)ㅠㅠㅠㅠㅠㅠ감사해여!!ㅠ
10년 전
독자5
우왕ㅜㅜㅜㅜㅡ취향저격ㅜㅜㅜㅡ길어도지루하지않고ㅜㅜㅜㅡ재밌어요신알신하고가여
10년 전
깔로레
취향 빵야!빵야!ㅋㅋㄱㄱㅋ
신알신 감사해요!ㅠㅠㅠ

10년 전
독자6
헐 ㅠㅠ 할 ㅠㅠ좋아요 ㅠㅠㅠ좋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디루하지안ㅍ았어요 ㅠㅠㅠ뭔대 ㅠㅠ분위기 깡패ㅠ ㅠ
10년 전
깔로레
너무길어서 지루하지않았나 했는데 다행 이네요ㅜㅜ감사합니다ㅜㅜ
10년 전
독자7
우와귀여워ㅋㅋㄱㅋ제가 항상영대만보다가 대영보니까 자꾸 이미지가 바뀌네요 ㅜㅜ대영중독자인드수ㅜㅜ이제부터는 대영에 빠질거같아요ㅠㅜㅜ
10년 전
독자8
와 피아노라니...........분위기..........저격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문체도분위기도 취향저격제대로인것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잘읽고갑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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