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와"
한 단어만을 말하고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짜증나. 갑자기 내 인생의 전부를 송두리째 잃은 느낌이 든다. 나는 지금까지 잘 해왔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잘 해 나갈 것 이다. 확신한다. 난 앞으로 정말 잘 해나갈 것 이라고 확신하는데도 짜증난다. 정말로 내가 끝까지 해나갈 수 있을까?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많은 이곳에서? 내 어깨 위에서 무언가가 점점 커져 기어코 나를 덮을 것 같다. 안돼. 이러면 안돼. 펜을 잡았다. 하지만 펜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권지용. 이러지마. 반대쪽 손으로 떨리는 내 손을 잡았다. 이러면 안돼. 어떻게 올라온 자리인지 생각해.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 생각해.
"지용씨? 다 했어요?"
문이 벌컥 열리고 해맑은 목소리가 들린다. 이 사람의 웃는 모습이 연상된다.
"지용씨? 지용씨!!"
대답없는 내가 걱정됬는지 그 가까운 거리를 뛰어와 나를 흔든다. 흔들지 마. 나를 더이상 흔들지 마.
"놔"
지금 나를 흔들면 나는 정말로 흔들릴 것 같아서 그래.
"괜찮은거죠?"
매니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벤으로 향했다. 이미 어두워진 이 시간이 너무 춥다. 아직도 머리는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머리에서 맴도는 사장님의 말. 나는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과연 그럴까? 지금 이 모습을 보고도 사장님은 나를 그렇게 생각 해 줄까?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이러는거지?
"아 요즘 잠은 잘 자는거에요? 엄청 피곤해 보여요"
매니저의 걱정섞인 말에 어. 하고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매니저는 의심쩍은 표정으로 백미러를 통해 나를 보았다. 하. 이런데만 눈치가 빠른건가?
"요즘 잠은 잘 못자는데 원래 곡 작업하면 잠 잘 못자 그러니까 신경 꺼"
곡 작업 때문에 잠을 못잔다라. 곡이 안써져서 잠을 못자는 거겠지. 매니저한테서도 약해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해버렸다. 입술을 꼭 깨물고 다시 곡을 구상하기 위해 이것저것 빠르게 뇌를 굴리고 있을 때에 매니저가 나에게 병원에 갔다오는게 어떻냐고 물어왔다. 병원? 날카롭게 되묻자 매니저가 조금 움찔하는 것이 느껴진다.
"네. 병원이요. 잠을 못자면 스케쥴 소화하는데도 무리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내일 당장이라고 가는게 좋을 것 같아요."
허. 소신있는 사람이었구나. 내가 계속 째려보고 있음에도 말을 무르지 않는다.
"이대로 병원 안가고 있다가 무대위에서 실수라도 하면 어쩔건데요?"
무대위에서의 실수. 입술을 깨물었다. 무대 위에서만큼은 완벽하고 싶다는 내 바람을 알고 있는 건가. 한참을 고민하다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에 가는 그 시간동안 곡 생각이 나면 어쩌지. 악보를 챙겨갈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 쓸데없는 고민은 아닐까. 벤의 뒷좌석에 완전히 몸을 맡기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서 밀려들어오는 암흑이 마치 나의 미래가 어둠에 휩싸이는 것 처럼 보였다. 오늘도 역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칩대 위에서 눈을 떴다. 역시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대 위에는 내가 잠을 못자 뒤척인 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하자 곧 매니저가 올 시간이다. 옷을 챙겨입고 매니저의 연락을 받고 스케쥴을 소화하러 갔다. 음악방송을 마치고 벤으로 가려는 도중에 내 팬인듯한 사람이 저 멀리서 소리치고 있었다.
"형!!! 지용형!!! 으악!!! 형 사랑해요!!!"
형이라. 남팬인 것 같다.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 주고는 벤에 올라탔다. 손을 흔들어주는 나를 보고 매니저가 의외라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뭐. 팬이라서 잘해줘요? 어. 팬이니까. 적어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니까. 뒷좌석에 올라타 큐브를 집어들었다. 이제 병원에 가? 매니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의 큰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미리 예약을 해둔 터라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 정신과라. 썩 좋지는 않은 어감이다. 의사에게서 진료를 받고 나오자 나는 불면증 환자가 되어 있었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내 손에는 수면제가 들려 있었다. 매지저는 꼭 뭐라도 먹고 약을 먹으라며 집으로 가는 길에 죽집에 들러 죽을 사주었고 지금 나는 죽을 식탁에 올려놓고 약봉투를 쳐다보고 있다. 불면증이라고? 내가? 그냥.. 스트레스 때문에 잠이 안오는게 아니었나. 숟가락으로 죽을 떠서 먹었는데 너무 짜다. 숟가락을 놓고 그냥 약을 삼켰다. 부엌에서 침대로 걸어가는 도중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다음부터 약은 침대 위에서 먹어야겠군. 강제적인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다음 곡 걱정을 하는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내 몸 관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나는 무엇을 더 바라는 건지.
하 일호팬님 늦게 올려서 죄송해요!! 그리고 이런 똥글 죄송해요!!ㅠ
제가 지금까지 좀 일이 생겨서 못올렸어요..ㅠㅠ 다음부터는 꾸준히 올릴게요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