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드실에 앉아서 컴퓨터를 켰어
그리고 전정국은 웬일인지 원래는 내 컴퓨터도 켜놓고 먼저 앉아있었는데
오늘은 늦게 들어와서 앉았어.
그리고 내 눈을 보지않는 전정국을 바라봐도, 돌아오는 건 무관심 뿐이었지.
어려운 캐드 강의에 인상을 쓴채로 한참을 있었던 것 같아
"야 전정국이~ 오늘 한 것 좀 메일로 보내줘봐~~"
호석오빠의 말에 정국이는 뒤돌아 고개를 끄덕였어
죽어도 나랑 눈을 마주치지 않더라.
강의가 끝났고, 전정국은 교재를 덮고선 갈 준비를 했어
이런 상황에서 나는 도대체 뭘 해야할까 싶어서 생각해 본 건
말을 걸어봐야겠다..였어
"ㅈ.."
"형 오늘 풋살 몇시에요?"
"7시! 사복과 여자애들이 구경온다던데??"
"아 그래요?"
"너 번호 딴 애 사복과 아니야?"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관심이 없어 왜? 아무튼! 국방과 애들이랑 하는 거니까.
무조건 이겨야 된다. 지는 팀이 술사는 거야."
내가 입을 열려고 하자마자 전정국은 교재를 챙겨 먼저 호석이오빠랑 나가버렸어
그래서 난 뻘쭘히 앉아서 허공만 바라보다
애들이 다 나가서야 강의실에서 나왔어.
그냥 아무 생각도 안나더라.. 뭔 생각이라도 하고싶은데
아무 생각도 안나는 게 답답해서 한숨을 쉬었어
이런 느낌을 받아본적은 한 번도 없었어.
전정국이랑 헤어지고.. 이사를 가고 따로 지낼 때에도 정말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이렇게 이상한 건 왜일까.
"……"
잊을뻔했던 너를 다시 만나서 그런 걸까?
몇개월이 지나서도 나를 계속 기억해주는 너를 보고 감동을 먹어서일까?
몇개월이 지나서 나를 더 좋아해주는 널 보고 놀라서일까?
강의실 앞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아서 한참을 있었어
잠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거든
"도담이 왜 안오지?"
"전화 안받아."
"엥?? 전화를 왜 안받지.."
지수는 고개를 갸웃 하고선 곧 자연스레 정국을 바라보며 소리친다.
"야 정국아! 혹시..."
"……."
"아.. 아니다. 아,호석이오빠! 혹시 도담이 못봤어요?"
"어...어... 분명 우리 따라 나왔을텐데?? 왜 안와? 연락해봐."
"전화를 안받으니까 그르죵.."
지수는 허어얼.. 하고서 좌절을 했고
호석이 정국을 바라보자, 정국은 '왜요'하고서 정색을 한다.
교수님이 들어오자 모두가 자리에 앉았고
지수는 걱정이 되는지 괜히 계속 뒷문을 힐끔 보았고
은비는 도담이에게 전화를 한 번더 해본다.
그럼에도 전화를 받지않자 은비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나 걱정을 한다.
출석을 부르고서 강의를 시작하려고 하자, 곧 윤기가 입을 열었다.
"교수님."
"그래 윤기야."
"죄송한데..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다녀와라."
"네."
윤기가 뒷문으로 향하면서 걱정이 되는지 표정이 좋지않은 은비의 어깨 위로 손을 올리고선 작게 말한다.
"도담이 데리고 올게요."
"……."
캐드실 앞에 의자에 편히 앉아서 멍 때리는 도담이 보이자
윤기는 곧 인상을 쓴채로 도담이의 앞에 다가갔다
도담이는 뭔 생각을 그리 하는지 윤기가 온지도 모르는듯 했고
윤기가 곧 테이블을 똑똑- 노크하듯 두드리자 도담이 놀란듯 고개를 들었다.
"뭐냐."
"뭘 뭐냐? 니 강의 안듣냐? 어디서 땡땡이여?"
"강의?"
"강의 시작했다."
"아.. 몰랐네."
"아직 우리 1학년이다.. 벌써부터 결석은 좀 아니지않냐."
"일부러 그랬냐."
"그럼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데?'
"그냥 생각할 게 있어서."
"자칭 집순이라면서? 집 가서 생각해. 집에서 할 것도 없으면..
왜 굳이 학교에 와서 머리 아프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을 하냐?"
"당장 생각이 필요해서."
"어허.. 이 형이 끝나고 들어주마. 일단 강의나 들으러 가자."
"안갈래."
"왜."
"그냥 강의 들을 맛 안나. 하루 빠진다고 문제 되는 것도 없고.. 먼저 가라."
윤기가 도담이의 말을 듣지않고 도담이의 맞은편 의자에 앉자
도담이 물었다.
"안가?"
"의리."
"의리 지랄하네. 지랄말고 빨리 가."
"안가. 나 생각보다 의리 쩔어."
윤기가 웃어보이자 도담도 따라 웃었다.
쓸데없어 보이면서도 되게 고맙네.
"아 존나 그냥 다음 강의도 쨀래?"
"뭐래 병신이."
"지 생각해서 째자니까 바로 욕 박네."
"나쁘지 않아."
"그리고."
"……."
"호석이가 유교과에 친한 친구 있다고 하길래, 너 소문 안좋게 퍼진 거 좀 처리해달라고 부탁했어.
그러니가 소문에 대해선 너무 신경쓰지 마."
"이젠 아무렇지도 않거든."
"너 운 거 그거 때문에 운 거 아니였냐?"
"그런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아닌 것 같아."
"엥?"
"전정국이랑 나랑 엮으면서 자꾸 말도 안되는 욕을 하는데.
그게 다 전정국이 나를 좋아하는 걸 티내서 그런거라고 생각하니까 괜히 기분이 잡쳤어.
전정국이 나한테 아는척만 안해도, 전정국이 나를 좋아하지 않았어도 저런 소문이 안났을텐데 싶어서."
"……."
"그래서 전정국한테 화풀이를 했어."
"……."
"왜 화풀이를 하고 하루도 안 돼서 후회가 되는지.. 지금은 무척 후회중."
"……."
"전정국이 다른 여자랑 있는 게 빡치는 거 보니까. 나 쟤 좋아하는 거 맞는 거 아니야?"
윤기가 곧 푸흡- 하고 터져버리자 도담이는 괜히 민망한지 인상을 쓴채로 윤기를 바라보았고
윤기는 겨우 웃음을 참고선 말했다.
"아 네가 인간다운 모습 보이니까 왜 이렇게 웃기고 뿌듯하냐.
너도 사랑이란 걸 하는구나.. 축하한다. 로봇인줄..."
"미친놈이."
"그래 너 좋아한다니까. 난 여태 너희 둘다 서로 계속 관심 있는줄 알았어."
"……."
"으휴 나도 아직 어린 거지만, 너흰 더 어리다 더 어려. 특히 배도담 너."
"……."
"왜 니 감정 하나 컨트롤을 못하냐? 요즘엔 초딩들도 그건 잘한다."
"초딩 얘기가 왜 나와?"
"오늘 풋살 하는데 구경이나 와."
"……."
"빙수 먹으러 갈래?"
"이 추운날에 무슨 빙수야."
"먹을래 말래."
"먹을래."
"야 도담이는 어디갔고, 민윤기 얘는 왜 화장실 간다그러고 안오냐?"
"둘다 빙수 먹으러 갔어."
"빙수??????? 강의 빼고??????"
"엉."
"왜!?!?!?!?!?!"
"내가 어떻게 알아."
은비가 곧 교수님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자 석진이 은비의 옷깃을 잡아 당기며 말했다.
"야 너는 왜 나한테만 그렇게 차갑냐??????"
"아 옷 늘어나."
"이유를 말해주던가아!!!!!!!"
"너는."
"난???"
"만만하니까."
"……."
"간다."
"와! 야!!!!!! 너 진짜 돌았냐!?!?!?!"
"밤에 막창 먹으러 가고 싶으면 연락해라."
"어. 그래!"
은비가 저 말을 하고선 지수와 멀어졌고
옆에 서있던 태형이 석진에게 말했다.
"형 은근 단순하다니까..."
곧 석진이 자신의 뒷머릴 매만지며 말했다.
"그런가???"
결국엔 풋살은 구경을 못갔어
그냥 민망할 것 같아서.
지수랑 언니가 풋살이나 구경하러 가자길래
나는 그냥 안간다고 집에 박혀있었어.
8시니까.. 벌써 다 했겠지 싶어서 윤기오빠한테 전화를 걸었어.
- 엉.
"풋살.. 끝났어?"
- 아직 하고 있는데. 이제 끝나.
"……."
- 올 거면 얼른 와라. 다같이 밥도 좀 먹자.
"……."
- 여기 지수랑 은비누나도 있네. 얼른 와.
"……."
- 조심히 와. 알겠지?
"5분도 안걸리는데 설마 가다 죽겠냐..?"
- 어휴 말도 참.. 죽을 수도 있지!!
"알았어, 끊어."
그렇게 전화를 끊고서 한참을 계속 망설였어
나갈까 말까.. 하고 말이야.
전정국한테 미안하다고 붙잡아? 그러기엔 나 한 번도 쟤한테 진지한 얘기 먼저 꺼낸적도 없는데.
아.. 어떡하냐. 배도담!! 가?? 말아?? 가????????????
'가!'
머릿속에 천사가 나한테 가라했어
그래 나 간다.
가서.. 내 마음 솔직하게 말해본다.
나는 살면서 꼭 해야 되는 거라 생각하는 것중에 하나가.
"그래 그래 가자."
내가 하고싶은 말은 꼭 하고 사는 거야.
풋살장에 왔더니 다 끝났는지 다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었어
다른과 여자애들은 막 서로 우리 과 오빠들 가리키면서 설레했고
전정국 얘기가 들려올 때마다 인상이 써졌어.
지수가 날 먼저 발견하고 막 뛰어오길래 웃었더니 지수가 웃으며 말했어
"왜 이제 와!! 연락도 안받고! 요즘 섭섭해!!"
"그냥.."
"같이 저녁 먹으러 가장!!! 막창 먹으러 가기로 했어!"
"나.. 그.."
"응?"
"전정국이랑 얘기 하려고 온 거야."
"아..?"
"……."
"어!!! 당연히 그래야지! 얘기 하고!! 우리 만나고 싶으면 연락해!!"
곧 언니도 내쪽으로 왔고
지수가 언니한테 귓속말로 내 상황을 말해줬어
곧 언니도 웃으면서 내게 말해
"장하네. 배도담. 얘기 하고 와, 우리집에 가있을게."
곧 오빠들도 나를 보더니 '어이 배도담~'하고 계속 장난을 쳤어
그리고 난 아주 당당하게 전정국을 불렀어
"야 전정국."
내 부름에 공을 가지고 걸어가던 전정국이 날 바라봤어.
"나랑 얘기 좀 할래?"
할래?가 뭐야. 해.. 이래야지! 싫다그러면 어쩌려고 아오! 진짜...
"어이구! 그래! 야 얘기 하고 와라! 우리 먼저 가있는다!! 야야야 가자 가자! 얼른."
"그래 야! 전화 해라. 전정국!"
다들 우리 상황을 보고서 눈치를 보고서 다 먼저 가있겠다며 가버렸어.
몇명 아직 남아서 우릴 보던 다른과 여자애들이 갈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야
나는 전정국을 올려다봤어.
전정국이 무심한 얼굴을 하고선 날 내려다보는데 되게 이런 상황이 어색해서 무슨 말부터 꺼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
"……"
너무 어색해서 전정국 눈치만 본 것 같아.
그렇게 한참을 있는데 기다려주던 전정국이 말했어.
"차인 건 난데 왜 네가 눈치를 봐."
"눈치.."
"……."
"안봤는데."
"……."
또 조용해졌어.
진짜 거짓말 안하고 몇분동안 말도 없이 가만히 있으니
전정국이 또 먼저 입을 열었어
"할말 없으면 간다?"
"미안해."
"……."
"말 심하게 해서 미안해."
"……."
"……."
"괜찮아."
이렇게 끝나면 안 돼.
난 너한테 분명 할말이 많아.
"……."
"이거 말하려고 그랬구나."
"……."
"할말 다 끝났으면 가도 되지? 형들 기다려서."
전정국이 내 대답도 안듣고 먼저 날 지나쳐서 지나가려고 했고
나는 급히 전정국의 손끝을 덥썩 잡았어
나보다 훨씬 큰 전정국 손은 여전했어.
전정국이 날 내려다봤고
나도 모르게 나오는 눈물을 손등으로 대충 닦아내고선 말했어.
"얘기 안끝났어."
"……"
-
-
-
-
-
어ㅏ아아아 2시가 넘었다니이이이이 하아아아아가가라핡 더 쓰고 싶지만!!!!!!!!!!!!!!!!!!!!!!!
오늘도 늦었음마누마루머ㅜㅏㅓ주마ㅓ 내일봐여 >< 핡 담편 빨리 쓰고시퓨닭 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