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아!"
눈을 질끈 감았다 뜨는데 정말 농담안하고 귀여워 돌아가시는줄 알았다.
그런데 저놈 저거는 자신의 그러한 매력을 모르는 것인지 이젠 아예 혀로 입술을 축이며 자꾸만 윙크를
해댄다.
그러지 말라 저번에 몇번 말했었는데 자신의 버릇이라나 뭐라나.고칠기미를 보이지않는다.
뭐..나야 좋지만.저런 녀석의 특이한 버릇의 볼수있는것도 녀석과 함께 방을 쓰는 나만의 특권이랄까.
괜히 다른녀석들이 모르는 녀석을 모습을 알고있단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버렸다.
"야,김루한.나 슈퍼갔다올테니까 집 잘보고 있어.어지럽히지 말고"
"그러지말고 나도 같이가"
"싫어"
"아 왜에?"
물론 말 몇마디 하면 아까의 그 귀엽던 이미지는 다 날라가 버리지만.정말 생기거랑 안 어울리게 논다.
어릴때는 그렇게 잘웃고 해맑은 정말로 귀여운 아이였는데,왜 저렇게 되버린건지
말 한마디 한마디 정이 뚝뚝 떨어진다.그땐 애가 너무 여리기만 해서 걱정이였는데..
"귀찮아"
"에이 내가 뭐가 귀찮아.안 귀찮게 할께~응?"
"싫어"
도가 지나치게 시크한게 한가지 단점이라면 단점일까.
"치..알겠어"
정말 귀찮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그 눈빛에 기가 죽어 안간다고 그러니 그말을 기다렸다는듯이 집 잘키
켜-라고 다시한번 강조하곤 문을 쾅-닫고 나가버렸다.
쳇..내가 그리 귀찮은가.맨날 나만 두고 다녀.
큰 소리를 내고 닫힌 문을 한참을 노려보다가 쇼파끝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 중얼거렸다.
내가 뭘 그리 귀찮게 했다고,그냥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고 그래서 계속 붙어있고 싶고,같이 있고 싶은
건데.너무 했다.김민석
혹시 내가 민석이에게 무얼 그리 잘못했나 생각해봐도 모르겠다.아무리 기억을 뒤지고 뒤져도 그가 지나
쳤던거다.
몇년만에 만난 그는 처음부터 내게 쌀쌀맞게 굴었으니까.솔직히 한국에 들어와 처음 그를 봤을땐 그가
아닌 줄 알았다.내가 모르고 있던 쌍둥이라던가,아님 정말 지나치게 닮은 사촌.심지어는 도플갱어라고
누가 그를 모방하여 성형수술한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역시 그건 아니였고,내가 자리를
비운동안 그가 변한거였다.차갑게 그리고 냉정하게.다른사람같이
중국에서 지내던 몇년동안 나는 다시만나게될 다정한 민석이만을 생각하며 견뎌냈었는데...밀려드는
억울함과 서운함에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기대감을 품고 돌아온 한국은 너무 시리고 차가워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단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꽉 깨물고 무릎에 고개를 묻는데 식탁에 얌전히 놔두었던 핸드폰이 요란한 소리
를 내며 마구 울려댔다.
"누구세요?"
[나야.]
"왜?"
[우리가 언제 용건이 있어야만 통화했어?]
"할말없으면 끊는다."
[아 잠깐잠깐.형 한국갔는김에 김치 쫌 보내주라.주소는 뭐 알테니까 얘기안할게.친구 좋다는게 뭐냐?형
부탁할게.사랑해 김루한!]
뚝-제 할말만하고 끊겨진 전화에 대고 연신 박찬열!박찬열!야 이새끼야!하고 소리쳐보지만,돌아오는 대답
은 없었다.그래도 같이 중국에 있던 동안 매일같이 김치타령을 해댄 그임을 알기에 대충 지갑만 챙겨들고
근처 대형슈퍼로 향할수 밖에 없었다.할짓도 없는데 직접 만들어 주지.
박찬열은 내가 중국에 가서 처음사귄 동생이자 형제같은 놈이였다.내 인생 최고의 친구를 뽑으라면
민석이와 애를 고를 만큼 내겐 그 어느 누구보다 소중한 놈이였다.
장난끼도 많고,정도 많으면서 은근히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녀석은 겉으론 틱틱 거리면서도 낯설기만
한 그곳에서 누구보다 날 잘 챙겨주었다.
그래서,내가 민석이의 빈자리에 그리 힘들어 하지 않았으니까.
지금처럼 이렇게 힘들고 우울할때면 슈퍼맨 처럼 날라와 날 위로해준다.
"너 어디갔다왔어"
주위에 대형마트가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 화근이였다.
잠깐 집앞 슈퍼에 다녀오면 민석이 모르게 빨리 다녀올수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나와보고나니 근처에 김
치 만들재료가 파는곳이 없었다.그래서 민석이에게 전화를 걸어 사오라 할까..생각도 했지만 급히 나왔
던지라 폰도 두고왔고 민석이와 길도 어긋난 모양인지 집에 도착하니 잔뜩 화나 보이는 민석이만 있었
다.
"어디갔다 온거냐고 김루한"
"슈퍼에.."
"내가 슈퍼간다그랬지.필요한게 있었으면 나한테 얘기했음됬잖아!폰은 장식으로 들고다녀?전화는 왜또
안받아.적어도 나가면 나간다고 말은 해야할꺼아니야!폰이라도 챙기던지,내가 집지키고 있으라고 했어,
안했어?너 지금 나랑 장난치는거야 어?그래?"
"아니야.."
팔짱을 끼고 있는 그에 손에 들린건 아까 전화를 끊고 그대로 쇼파위에 두고 나간 내 폰이였고 그는
화가 많이 난건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순간이 난 왜이리 감동스러운건지.
내가 한국으로 들어온이후 그가 가장 말을 길게해서인지
아님 날조금이나마 걱정한것같다는 기대감에서 인지 그 이윤 알수없었지만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어짜피 그가 변했다는 그거 하나만큼은 변하지않을테니까
"뭐가 아니라는거야?너 정말 왜이렇게 변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