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10
루한이가 징어의 손을 붙잡고 들어왔다.
신발장에 많은 신발들을 보고 놀란듯 엄마의 손을 더 세게 붙잡았다.
그것을 느낀 징어가 루한이를 안아올리며 말했다.
"루한이 엄마 친구들 본 적 있어?"
"아..니."
잔뜩 긴장한 아이가 안쓰러운지 징어가 말했다.
"보기싫어? 보지 말까? 엄마랑 나가서 맛있는 거 먹을까?"
"응.."
"그래! 그럼 엄마랑 나가서 맛있는 거 먹자! 여보! 나 가디건 좀!"
아이를 남편에게 맡긴 징어가 가디건을 입더니 다시 아이를 안았다.
"애들이랑 놀고 있어, 루한이 긴장 풀리면 들어올게."
"어. 루한이 엄마랑 맛있는거 먹고와!"
"응!! 아빠 안냐!!"
"응!!"
징어가 나가고 벽 뒤에 숨어있던 친구들이 슬쩍 나왔다.
"야, 짱 이쁜데? 너네 둘 사이에서 나왔다고 보기 힘든 듯.ㅋㅋㅋㅋ"
"지랄마 김준면."
준면이 계속 웃으며 남편을 놀렸고 거기에 종인도 합세했다.
잠시 후 놀림이 사그라들때 쯤, 찬열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나 다와감 몇동 몇호?]000
제 12화
이별
그리고 사별
머피의 법칙.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여가는 상황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오늘 하룻동안 그것을 몸소 경험할 수 있었다.
일단 시험이 끝난 건 좋았지만 마지막 시험을 말아먹었다. 진짜 개 죽쉈다.
그런데 김준면은 잘 봤덴다. 나는 거의 매일 종대네 집에서 과외를 받았는데!! 가끔 내키면 오던 김준면한테 개 발렸다.
후.... 존나 화남.
거기까지는 내가 인정을 한다. 타고 난것과 재능은 엄연한 차이가 있으니까. 난 타고나지도 않은 주제에 시험 2주전부터 시작한거였고.
(솔직히 한달전부터 매달렸던 수학은 김준면 보다 훨씬 잘봄ㅎ)
근데! 시발 하는 것마다 안 풀린다. 시험을 다 보고 놀러왔는데, 점심으로 냉면집을 갔다. 난 물냉을 시켰는데 왜때무네 비냉?
다행히 경수가 바꿔주긴 했는데, 왜 때무네 면이 쫄깃하지 못함?
그래, 저것도 머 그렇다 치고. 게임장을 갔다. 갔는데, 시붕 박찬열한테 3판 연속으로 짐.ㅎㅎㅎㅎ
그것도 박찬열 한손 플레이로. 시발 아따따뚜겐.
ㅎㅎㅎ저녁이나 먹으러 가야지.ㅎㅎ
"ㅋㅋㅋㅋ니오늘 무슨 날이냐곸ㅋㅋㅋㅋㅋㅋㅋ"
"몰라 기분 완전 김준면 같아.ㅎ"
"ㅋㅋㅋㅋㅋㅋ해탈한 것 봨ㅋㅋㅋㅋㅋ"
"그래서 뭐 먹자고?"
"박찬열이 알바하는 곳에서 갈비!"
안 좋은 추억이 가득한 곳 아닌가, 그곳은. 체한 기억밖에 없는 슬픈 장소로 걸어갔다.
괜히 속이 더부룩해지는 것 같았다. 근데 거기 갈비가 진짜 맛있었기 때문에 천천히 꼭꼭 씹어먹을 생각이다.ㅎ
도착하기 전 찬열이는 '다 짓밟아 줄테다!!'라고 말했다. 그때는 그 뜻을 몰랐지만 지금 보니 알것같다.
저기요, 여기 컵 드러운데?
불판 좀 빨리 갈아주실래요?
된장찌개 안나와요? 김치는요?
존나ㅋㅋㅋㅋㅋ개때리고 싶었다. 알바 같이 하는 친구들인지 그 친구들도 찬열이의 장난을 받아주었다.
"예예 니가 환장하는 아줌마표 된장찌개요!!!시발것아!!"
다들 그들의 장난에 웃음을 지으며 갈비를 먹기 시작했다.
경수가 고기를 굽다가 찬열이에게 집게를 건네주곤 그제야 고기를 먹기 시작한다. 어익후, 우리 경수..
그동안 못 먹고 있었구나.. 고기에 정신이 팔려서 그만,
"남편! 아-"
내가 먹으려 싸던 쌈을 건너편에 앉아있는 경수에게 건네니 웃으며 받아먹는다.
"마시쬬?ㅎㅎ"
미안함을 담은 애교섞인 말투에 주위가 난리가 났다. 뭐. 내가 하겠다는데 뭐.
"미친 거 아냐?!"
"뭐 병시나."
"와, 이렇게 달라지냐, 니 좋아하는 남자들은 아주 도경수 죽이려 들겠다.ㅋㅋ"
박찬열은 씹어야 제맛b
맛있게 고기를 마저 먹었다.
후식으로 냉면도 시키고 잠시 쉬고 있는데 김민석이 말했다.
"김징어 좋아하는 남자들이 누군데?"
그 말에 물 먹다가 사례들리는 종대.
...?
지금 나 무시하는 거?
"뭐, 종대야 내가 이래뵈도 인기가 많아여, 알아?"
"어? 어, 너 인기 많지.ㅎㅎ"
"그럼! 김징어인기 쩔지.ㅋㅋ"
"아니 근데 이새끼들이,"
"참아. 너 인기많아."
경수가 말리길래 들었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후.. 빡침.
김종인이 갈비를 든 젓가락으로 날 가리키며 말했다.
"모레 저녁 알지?"
고개를 끄덕였다. 모레는 아빠가 귀국하는 날이다. 물론 이틀만 있다가 다시 가셔야되지만.
"뭐가?"
찬열이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빠 귀국."
"오- 좋겠네?"
"응!!ㅎㅎㅎ"
나의 대답과 함께 냉면이 나왔다.
"점심에 먹고 또 먹냐,"
"점심 냉면이랑 갈비 후 냉면이랑 다른거 모름?"
오랜만에 준면이의 말이 맞는 말이라서 하이파이브 한번 하고 냉면을 먹었다. 헐, 개맛. 존맛.
감동 받은 눈으로 찬열이를 보니 뭘 보냐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야, 여기 냉면 개 맛있어.."
"ㅋㅋㅋㅋ자주 오든가."
"남편아 우리 여기 자주 올래?"
"그러자."
오예-!ㅎㅎㅎㅎ
아까 낮부터 기분 나빳던 모든 것들은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냉면을 먹고 있는데 부담스러운 시선이 느껴진다.
고개를 살짝 드니 김민석이 날 보고 있었다. 면을 호로록 삼키고 그를 바로보자 가위를 들이미는 그.
"뭐해?"
"넌 진짜 불편하게 먹는다."
가위로 냉면을 잘라줬다.
ㅎㅎㅎ어쩐지 끝이 안나드랗ㅎㅎㅎ
냉면까지 맛있게 먹은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시험이 끝난지 이틀이 지났다. 하필이면 주말을 껴서 시험을 봐가지고 이런 엿같은,
무튼 금요일이다. 오늘은 아빠가 오기로 한 날이었고 아빠가 공항에 오는 시간이 애매해서
큰길이랑 가까운 종대네 집에 잠시 있기로 했다.
경수가 옆에서 앉아있다가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피아노를 보며 말했다.
"피아노는 누가치는거래?"
"종대!!"
"피아노 잘쳐?"
"쩔어. 쩐다고. 개쩔어."
"징어 너 악기 잘다루는 남자 좋아하잖아."
"종대 쩌러."
말없이 웃는 경수와 이제 막 부엌에서 와 아이스티를 내려놓는 종대. 아이스티를 들고 마셨다.
상큼했다.
시계를 보고 소파에 깊게 기대서 아이스티를 마시는데 종대가 말했다.
"어, 뭐라고 말해야 되지.."
"뭔데?"
재촉같았을 나의 말에도 종대는 한동안 말을 못했다. 괜히 불안함만 늘어갔다. 바닥이 시원하다며 엎어져 자고 있던 찬열이를 보던 종대가
곧 우리를 다시 보았다.
"나, 유학가.ㅎㅎ"
웃으면서 하는 말이길래 그래? 라며 넘어갈려고 했는데 내용은 절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뭐?!"
"음, 피아노, 하려고. 프랑스쪽으로 가기로 했어."
"언제?"
"오늘.ㅎ"
"이건 뭐, 뭔, 뭔데?"
"응?"
"아니, 말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그러면 어떡해!"
"괜히 너네들 고3인데 나 신경쓸 거 없잖아.ㅎㅎ"
"이건 어디서 굴러먹다 온 개뼉다구 같은 소리여. 신경쓸 거 없다니...!"
갑자기 전화가 울린다. 항상 듣던 그 벨소리가 웬지 모르게 소름끼쳤다, 뭐야 이 존나 불안한 감정은...
연수언니
힐끔 본 경수가 나를 보았다. 뭐야, 이거.. 몰라 무서워.. 받기 싫어.
내 모든 감각이 이 전화를 받는 것을 거부했다. 정말 모든 감각이.
"잠시만,"
일어나서 부엌으로 왔다.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 보세요?"
-어, 징어야. 잘 지냈어?
"어? 어, 어. 잘 지냈지.. 무슨일이야..?"
"음, 어떻게 전해야 될까, 난 어차피 새엄마에게 별 감정이 없었는데도 이렇게 슬픈데,"
그냥 멍했다. 언니가 무슨 말을 하든 난 멍할 뿐이었다.
어느새 공항에 가야될 시간이 왔고, 종대에게 잘가라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언니는 잔인하게도 눈물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2014년 7월 1일 오후 4시 5분. xxx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엄마.. 엄마...?
암호닉입니다. |
시카고걸/체리/크림치즈/버블티/매매/죽지마/규야/정동이/슈웹스/구금/안녕/크런키/눈누난나/세젤빛/뭉구/김종이 아! 여러분 혹시 제목 굵은 글씨 밑에 드래그 해 보셨어요? 이별 밑이여.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