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
(500명이나 읽어주셨던데 감사합니다♥.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인사 드리러가겠습니다. 뭐, 주말 안에 마무리 되겠죠? 와...11명 적은 숫자가 아니네요....
소소하게 읽어주십쇼. 뭐, 읽다보면 500명 되고 그러는거 아니겠어여.헝헝헝~)
6반 _ 인기리에 방영 중인 한 시사프로그램이 있다.
저번 주에는 대기오염을 주제로 다뤘는데 애석하게도 문패가 모자이크 처리된 우리학교 건물이 방송 중간 중간 출연했다.
학교가 교통량 많은 도로변에 위치해 대기오염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는데 그 방송이 끝난 후 학교가 좀 시끄러워졌다.
게시판에 문의 글이 끊이질 않고 교무실에 찾아온 학부모께서도 꽤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2학년 교무실을 찾아온 학부모 한 분이 계셨다.
걱정하시는 심정이야 당연히 이해되지만 소리를 너무 높이셔서 교무실 분위기가 험악해지려는 순간이었다.
“괜찮씁니다. 괜찮아요. 안 죽씁니다.”
“뭐..뭐에요?”
“사실입니다! 아침마다 여기서 운동하는 사람도 있어요! 쩌어어어기.”
3반 선생님이 끼어드는 순간부터 분위기는 다행히 소강상태에 들어섰다. 이때다 싶어 어머님 달래기에 나선 우리 담임선생님과
대기오염에 취약하니 주의를 기울이라는 뜻이지 위험 수치를 초과한 것은 아니라며 서류증빙에 나선 9반 선생님의 노력도 있었다.
상황이 마무리 된 후, 3반 선생님은 부장선생님에게 몇 마디 잔소리를 들으셨겠지만 뭐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진짜로 아침 조깅에 우리 학교 도로변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
그 어머님께서, 3반 선생님이 대화 마지막에 가리킨 방향을 유심히 봤다면 아마 6반 선생님의 얼굴을 확인 하셨을 수 있었겠다.
어쩌면 그동안 ‘아 공기 너무 좋아. ♡’ 행복한 얼굴로 아침마다 도로변을 뛰어다녔던 한 청년을 등굣길 오고가며 한 번 쯤은 보셨을지도 모른다.
6반 선생님은 수업 끝나기 1분전에 입버릇처럼 ‘한 마디만 할게요.’라는 말을 자주 하시는데 이건 매일 매일 증명된 거짓말이다.
오히려 저 말을 들으면 그 다음 쉬는 시간 3분 정도는 기꺼이 헌납해야한다.
저 말이 ‘나 방금 엄청 중요한 말 생각남. 시계만 보지 말고 내 말 집중해서 들으란 말이야’ 라는 뜻이라는 걸 학기 초에는 몰랐다.
그래도 요즘은 좀 덜 하시는데, 아마 얼마 전에 7반 선생님한테 ‘야 한마디만 한다며. 빨리 나와. 종쳤어!!’
면박을 제대로 당한 뒤라 민망해 그러시는 것 같다.
우리는 4반 선생님이랑 6반 선생님 사이가 정말 안 좋다고 알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두 분 수업이 3교시(3학년 점심시간 전)로 겹칠 때가 있다.
4반 선생님은 그럴 때마다 6반 선생님이 수업하는 교실에 오셔서 ‘선생님, 오늘 저랑 밥 같이 먹어야 되요. 여기서 기다리세요. 아셨죠?’
이렇게 직접 점심 약속을 잡으시는데 슬프게도 그날 6반 선생님 수업은 늘 30분 만에 끝난다.
우리는 4교시가 끝나야 점심시간인데도 ‘여러부운 식사 맛있게 하세요.’ 이런 인사를 끝으로 혼자 급식실로 가신다.
아직 밥 줄 마음도 준비도 안 되어있다는 이모님들 성화에도 꿋꿋이 식판 들고 대기하시다가
아무도 없는 급식 실에서 굳이 혼자 식사를 하신다는 이야기는 이미 전교생이 다 알지 않나 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6반 반톡에 회식자리 쯤으로 추정되는(교장 선생님이 계셨으니까) 곳에서
두 분이 러브 샷을 하고 있는 사진이 퍼져서 그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7반 _ 7반 선생님은 수업을 진행 하시다 졸고 있는 얘들이 눈에 띄게 많으면
본인의 이야기를 곁들어 조언을 해주시는데 내용은 촌철살인이다.
“선생님은 젊었을 때 운동선수도 하고 게이머로 성공도 했어요.
아 물론, 저는 공부도 잘했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선생님이 됐죠.
여러분은 뭐 하나라도 잘해야 하지 않겠어요? 좀 열심히 하세요.”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교문을 상시 개방하는 방침 때문에 우리는 사실 외부인에 취약하다.
보험회사직원 분들과 다단계직원 분들이 이런 에로사항을 자주 이용하시는 바,
교문에서 비교적 접근 가까운 행정실 직원들은 아예 사설경비를 둬야겠다며 난색을 표했다.
따지고 보면 행정실보다 가까운 건물은 우리 2학년 교무실 쪽이지만, 2학년 선생님들은 이런 일로 곤란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7반 선생님 덕분에.
“보험이요? 와! 요즘은 사기 예방해주는 보험도 있나요?”
“옥장판이요? 그만 들 좀 하세요. 제가 그걸 모르겠어요? 이거 다 사기잖아요.”
커피 믹스 좀 얻어가려고 담임선생님 찾아갔다가 7반 선생님이 눈시울을 붉히며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다.
커피고 나발이고 놀라서 멍 때리고 있는 나한테 5반 선생님이 다가왔다.
“놀랐어요? 아는 사람한테 돈 떼이면 한이 생겨서 그래요. 교무실에는 지금 말고 다음 시간에 오는 게 좋겠어요.”
아 그렇군요, 한이 참 무섭네요.
저번에 북한에서 미사일 팡팡 쏘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거다 뭐다 해서 조마간 전쟁이 날 거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던 때가 있었다.
주워들은 괴담도 꽤 되서 그 분위기에 쉽게 동요 됐던 우리는 ‘이러다 다 죽으면 어떡하지. 너무 억울하다.’
학교생활을 꾸역꾸역 억지로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 때 정말로 다 죽어가던 사람이 있었다.
4반 선생님이랑 7반 선생님.
9반 선생님이 정치적 외교적 대외적 대내적으로 입장 정리 끝낸 서류 한 뭉치씩을 들고 다니면서 선생님들의 불안감해소에 나섰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급기야 7반 선생님은 천둥 번개가 요란하게 치던 그 다음 날 아침, 트렁크 두 개를 질질 끌며 출근하셨다.
밤새 잠 한 숨 못잔 듯 몹시 퀭한 얼굴이었다.
“대피소는 학교겠죠? 뭐 어차피 다 죽겠지만.”
8반 _부장 선생님을 모기라고 부르는 대단한 용기가 있다. 1반 반장이 8반 선생님을 만날 때마다 해야 하는 인사가 있는데
“어, 모기네 반장! Yo Boom Boom!”
주먹 쥔 손을 서로 부딪히면서 입으로는 요란한 소리를 내는 희한한 인사였다.
“어, 너도 모기네 반?”
“...아뇨...저는...2반...”
“YO, Boom Boom!”
"아...예....붐..붐"
엉겁결에 나도 몇 번 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 2학년 선생님들끼리 티타임을 갖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볼 때마다 좀 전에 먹은 음식 다 올라올 정도로 설전이다. 뭐, 저번 주 주제가 좀 흥미진진하긴 했다.
여자 친구 가방 들어주는 남자친구 입장에 대해서였던 것 같은데.
의외로 모기...아니 부장 선생님이랑 8반 선생님이 '절대 안 된다.'같은 편을 먹고 나머지 선생님들을 응수하고 있었다.
두 분이 어찌나 철벽수비 던지. 3반 선생님은 결국 눈을 부라리며 자리를 떴다.
‘와. 진짜 매너가 하나도 읎어.’
그리고 어제, 우리 학교랑 정말 멀리 떨어진 번화가카페(언니가 알바를 여기서 한다. 택시타면 하루치 알바비도 안 나오는)에서 8반 선생님을 만났다.
목에 여자친구의 것으로 추정되는 숄더백을 건 채 애인 분이랑 신나게 어깨동무를 하면서 음료를 주문하러 오던 선생님.
나는 선생님의 사생활을 존중해주려고 눈이 마주치자 그냥 입 꼬리만 슬쩍 당겨 멋쩍게 웃고 금방 카페를 나왔다.
그렇게 하루가 지난 오늘 아침, 별 생각 없이 학교를 가고 있는데 교문 앞이 어째 소란스럽다.
얘들이 교문 주위에서 자꾸 얼쩡거리는데. 뭐지? 부장선생님이 생활지도 하시나? 이제 그거 불법 아닌가? 하는 뭔가 불안한 마음에
둘레둘레 교문을 통과하려는데 누가 뒤에서 내 가방을 위로 확 올리는 거다.
거, 얼마나 쎄개 잡았는지 발뒤꿈치가 들려서 버둥거리는 꼴이 됐다.
순간 짜증이 확 나서 옆을 돌아보니, 왜죠? 8반 선생님이 계셨다.
“...너 기다렸어.”
“....네?”
“너 가방도 들어줄게”
“...네에?”
“맨날 맨날 들어줄게”
“...”
“응?...아무한테도 말 하면 안 돼.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