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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민 민뷔 

 

나의 태양을 위하여. 

 

 

 

 

 

 

 

 

 

[방탄소년단/뷔민/민뷔] 나의 태양을 위하여 | 인스티즈

 

"왜 그리 표정이 안좋은 거야?" 

 

"..예?" 

 

"내가 왕좌에 오르게 된 것이 기쁘지 않아?" 

 

"....기쁩니다.다만," 

 

 

 

다만?태형이 큰 눈을 깜빡이며 뒷말을 재촉했다.지민은 대답대신 작게 한숨을 쉬며 그런 태형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태형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별 말 없이 지민의 손길을 받으며 눈을 감았다.여러모로 복잡해진 상황에 숨이 막혀 죽을것 같은 저는 보이지도 않는건지,그저 만사태평하기만 한 제 주군을 내려다 보며 지민은 말없이 태형의 이불을 끌어올려주었다. 

 

 

 

 

 

 

꼭두각시. 

그들은 태형을 그렇게 불렀다. 

 

태형의 아버지인 선왕폐하께서 병으로 숨을 거두고 난 뒤부터,행복이 넘치던 왕실은 온통 암흑 속으로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지나치게 정직하고 청렴한 정치를 탐탁치 않아하던 어둠의 세력이,저들끼리 한데 뭉쳐 왕실을 암흑으로 잠식시키려는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시켜 버렸기 때문이었다.그들의 힘이 강해질수록 왕실은 점차 무너져갔고,그들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힘없는 백성들은 하나 둘 빛을 잃어갔다.그런 세상에서 어둠을 걷어 줄 유일한 희망은 오직,폐하의 선한 피를 물려받은 태형 뿐이었다.그러나 태형은 심성이 여리고 지나치게 순수했다.선하고 올곧으며 또한 어질고,동시에 단호할 수 있었던 제 아버지와는 너무도 달랐다. 

 

왕실을 어둠으로 물들인 악의 세력은,더욱 강력하고 거대한 권력을 원했다.그들은 왕실를 넘어 이 나라,천하를 품길 갈망했다.그러기 위해서 그들에게는 왕 노릇을 해줄 꼭두각시가 필요했다.저들의 말에 복종하며 질질 끌려다닐 만큼 나약하고,허술한 '가짜' 왕이. 

 

그리고 그들에게 선택된 것은 어리고 착한,또한 그만큼 한없이 나약한 존재. 

김태형이었다. 

 

 

 

 

 

 

왕실에는 이제 태형 쪽 세력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태형이 아이 티를 벗어내고 나날이 자라날 수록,보이지 않는 손들은 사방에서 그를 압박해오고 있었다.그들은 태형의 뒤에서 숨을 죽인 채 기다렸다.자신들이 세워 둔 꼭두각시가 제 역할을 다 해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가 될 그 날을.아무리 예전보다 몸집이 커졌다고 한들,태생부터 약했던 어린아이가 혼자서 감당해내기엔 벅찬 것이었다.그럴때마다 지민은 제 전 주군이셨던 태형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부디 세상에 하나뿐인 내 핏줄을 지켜주거라. 

그 아이가 이 왕실의,이 나라의 유일한 희망이 될 것이다. 

 

왕은 주름이 자글하게 진 손을 들어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감싸주며 그렇게 말씀하셨다.지민은 눈앞에서 사라져가는 제 주군의 생명의 불빛을 보며 한없이 목놓아 울고 또 울었다.그리고 하늘에 맹세했다.태자전하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한몸 다 바쳐 지켜내겠다고. 

 

 

 

 

 

 

*** 

 

 

 

 

 

 

바깥이 점차 소란스러워 지는것이 느껴졌다.드디어 때가 온 것이었다.지민은 비장한 얼굴을 하곤 허리춤에 늘상 지니고 있던 까만 검집을 열어 날카롭게 뻗은 은색 장검을 뽑아들었다.태형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지민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서서 손을 꼼지락거렸다.초조해하는 태형을 느낀 지민이 검을 쥔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지민아....태형이 불안한 기류를 감지하곤 떨리는 손으로 지민의 소매를 끌어당겼다.지민은 느릿하게 숨을 고르곤 애써 태연한 척 미소지으며 태형을 돌아보았다. 

 

 

 

"아까 말씀드린 숨바꼭질을 이제 시작해야 할 듯 싶습니다." 

 

"....싫어....널 혼자 두고 가지 않을것이다.."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울먹이는 태형에 지민이 잠시 주춤하며 표정을 굳혔지만,이내 평정심을 되찾곤 다시 부드럽게 웃어보였다.태형은 그런 지민에도 안도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지민의 소매를 제 쪽으로 더욱 끌어당겼다.약하디 약한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면 더이상은 저 자신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게 될 것이란 걸 지민은 잘 알고있었다.그리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 또한 아주 잘 알고있었다.더 이상은 1분 1초라도 지체할 수 없었다.지민은 떨리는 목소리를 들키지 않으려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곧 모시러 가겠습니다.그러니 폐하께오서는 서둘러 도착하시어,저를 맞이해 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 

 

"그렇게 해 주십시오." 

 

 

 

다정하고도 단호한 그 말에,잠시 우물쭈물 거리던 태형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꼭 잡고있던 지민의 옷자락을 스르륵 놓았다.안타까움과 미안함 등의 감정이 마구 뒤엉킨 표정으로 태형을 바라보던 지민이 서둘러 뒷문에 대기하고 있던 사내에게 고갯짓을 했다.서둘러야 한다.지민의 말에 빠르게 고개를 끄덕인 사내가 태형의 옆으로 와 섰다.이제 그만 가셔야 합니다 폐하.태형은 제 옆의 사내를 힐끗 바라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지민을 보았다. 

 

태형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얼굴이었지만,입술을 꾹 깨문 채로 끝까지 제법 독하게 울음을 참아냈다.지민은 그런 태형이 대견스럽다는 듯 살풋 웃어보이며 검을 쥐고있지 않은 손으로 조심스레 볼을 감쌌다.그리곤 태형과 얼굴을 가까이 해 눈을 맞추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강해지십시오,폐하." 

 

"....지민아...." 

 

"그리고 반드시....반드시 돌아오시는 겁니다." 

 

"....흐..읍.." 

 

"보란듯이 이 자리에,당신의 자리에." 

 

"...." 

 

"반드시." 

 

 

 

지민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바깥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챙!시끄러운 칼부림 소리가 더해지자,마음이 급해진 지민이 황급히 태형을 뒷 문으로 밀어넣었다.태형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신하들이 서둘러 태형이 마차에 오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지민아.지민아.참지 못하고 결국 울음을 터뜨린 태형이 볼품없이 갈라져 나오는 목소리로 쉴새없이 지민의 이름을 불러댔다.콰앙!멀지 않은 곳에서 문짝이 부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젠 정말로 시간이 없었다.안타까운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고 선 궁녀들과 호위무사들을 보며 지민은 말없이 미소를 지어주었다.폐하를 부탁하네.덤덤하지만 어딘가 울음기 섞인 그 말에,호위무사들은 지민을 향해서 일제히 경례를 해 보였다.궁녀들은 뒤돌아 소리없이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이랴!마무가 있는힘껏 채찍을 내려치자 놀란 말이 힘차게 발을 구름과 동시에,마차의 바퀴가 드르륵 굴러가기 시작했다.갑작스런 움직임에 놀란 태형이 마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그리고 눈물로 얼룩져 엉망이 된 얼굴을 하고선 목놓아 소리질렀다. 

 

 

 

"꼭 와야 하느니라!어명이다!" 

 

"....폐하.." 

 

"꼭..!..흐읍,꼭 살아서 돌아와야 한다!" 

 

"...." 

 

"살아남거라!흐윽,지민아..!살아남거라..!!" 

 

 

 

덜컹.덜컹.마차가 멀어지자 태형의 목소리도 귓가에서 희미하게 울려퍼졌다.지민은 마지막으로 본 태형의 얼굴을 떠올리며 손에 든 검을 고쳐쥐었다.태형을 실은 마차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진 걸 확인한 지민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나의 폐하.나의 주군.나의 태양. 

 

안타깝게도 당신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난 그 말씀은 들어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그러니 부디 이 못난 신하의 몫까지 가져가,끝까지 살아남도록 해 주십시오.그것이 폐하께 올리는 제 마지막....부탁이자....전부입니다. 

 

 

 

지민은 미련없이 몸을 돌려 이미 피바다가 된 궁을 향해 걸어나갔다.그리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휘둘렀다.서걱.순식간에 수많은 병사들이 지민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지민은 검을 휘두르다 말고 잠시동안 가만히 서서 황궁 내부를 훑어보았다.바닥이며 벽이며 온통 피로 얼룩진 모습에 지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한눈에 보기에도 가망이라곤 없는 상황이었다.지민은 실소를 터뜨렸다.검을 한번 휘두를 때 마다 온 몸에 새빨간 피가 사정없이 튀었다.하지만 그런걸 신경쓸 겨를따위 없었다.지민은 최대한 시간을 벌어 두어야 했다.그게 태형이 살 길이었고,이 나라가 살 길이었다. 

 

쉴 틈도 없이 무작정 파고드는 칼날에 지민은 금새 사지가 피떡이 되어 너덜너덜해 졌다.점점 움직임이 느려지는 게 느껴졌다.지민은 눈을 부릅뜨고 자꾸만 쓰러지려는 몸을 지탱하려 애썼다.죽음을 코앞에 둔 찰나의 시점에서,지민은 문득 태형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오늘부터 태자전하를 모시게 된 지민이라고 합니다.' 

 

'호위무사?우와!너 싸움 잘하겠네?' 

 

'....그..렇습니다.' 

 

'그럼 나 좀 알려줘.나 빨리 강해져서 폐하처럼 멋진 왕이 될 꺼거든.헤헤.' 

 

 

 

푹. 

 

섬뜩할 정도로 차갑고 단단한 물체가 지민의 복부를 단숨에 뚫고나왔다.지민이 느릿하게 시선을 내려 아래를 바라보았다.제 복부를 관통한 칼날 옆으로 붉은 액체가 마구 솓구쳐 올랐다.푸흐.왜인지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왔다.칼날을 뽑아 낼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 몸뚱아리가 기우뚱 하더니 결국 힘없이 바닥에 곤두박질쳤다.멋대로 감기려는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려 하늘을 바라보았다.달이 참 밝네.이런 날엔 항상 폐하께서 밤 산책을 가자고 조르셨었는데.그럼 나는 안된다며 화난 척을 해보이다 결국 폐하의 미소에 넘어가 자리에서 일어났었지.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저를 용서하세요,폐하." 

 

 

 

지민이 힘겹게 말을 마치곤 스르륵 눈을 감았다.귓가에선 태형의 아이같이 깨끗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지민아.지민아.초록빛의 넓은 들판 저 멀리서 태형이 두 팔을 벌리며 뛰어오고 있었다.지민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며 태형을 향해 팔을 벌려보였다.지민아.지민아.마치 노랫소리와도 같은 듣기 좋은 목소리에 지민이 푸스스 미소를 지었다. 

 

 

 

아아,가엾은 나의 태양이시여.부디 다음 생에서는 행복하소서. 

 

 

 

거칠던 숨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지민의 얼굴이 새하얀 달빛을 받아 초연하게 빛났다.잠든 얼굴이 행복한 꿈을 꾸듯이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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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탄독방에도 올렸지만 여기에도 다시 올립니당'♡'
9년 전
독자1
아ㅜㅜㅜㅜㅜㅜ완전 재밋어여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사극 좋아하는ㄴ데 완전 취저ㅜㅜㅜㅜㅜ잘 읽고가요!!!!
9년 전
시월
첫 댓글 감사합니다 독자님!!♥
9년 전
독자2
헐 나 독방 익인 16인데, 퍼즐부 썼던 탄이라니ㅠㅠㅠ 소름 돋았다ㅠㅠ 진짜 내 사랑을 받아라 어쩜 이렇게 잘 써ㅠㅡㅠ 이건 다시봐도 눈물나네. 신알신 꾹 누르고, 혹시 암호닉 받아요?ㅠㅡㅠ 진짜 작가님 대박이에요ㅠㅠ
9년 전
시월
진짜로 와줬구나!!감동이야ㅠㅠㅠㅠ근데 암호닉은 어..어....제가 기억력도 안좋고 세심하지 못해서 딱히 받고있지는 않아요ㅠㅠㅠㅠ미안해요ㅠㅠㅠㅠ예쁜 댓글 남겨줘서 고마워요!!내 사랑도 받아주세요♥
9년 전
독자3
아니에요 뭐가 미안해요ㅠㅠㅠㅠ 이렇게 좋은 글을 써준게 더 고맙죠ㅠㅡㅠ 작가님의 집필을 응원합니다. 하트뿅뿅:)
9년 전
시월
우리 독자님 천사시구나?ㅠㅠㅠㅠ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글 쓸게요!8ㅅ8
9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시월
저랑 취향이 같은 독자님이 계셔서 기뻐요♡_♡ㅠㅠㅠㅠ칭찬 감사합니다ㅠㅠㅠㅠ예쁜 댓글도 감사해요!!
9년 전
독자5
지민아...죽지마 ㅠㅠㅠㅠㅠㅠ(눈물)ㅠㅠㅠㅠㅠㅠ
9년 전
시월
울지마쉐요 독자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댓글 감사합니당8ㅅ8
9년 전
독자6
헐 진짜 잘 썻다 완전 진짜 막. ..내가 대신 찔리고싶은 기분..... 지민이 너무 듬직하고 안타깝고 태형이 너무 귀엽고 안타깝고 ㅠㅠㅠㅠ. ....
9년 전
시월
대신 찔리다니 안돼요!!!!내 소중한 독자님인데....8ㅅ8ㅠㅠㅠㅠ찔려도 제가 찔릴거에요ㅠㅠㅠㅠㅠㅠㅠ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7
헐 진짜 잘 썻다 완전 진짜 막. ..내가 대신 찔리고싶은 기분..... 지민이 너무 듬직하고 안타깝고 태형이 너무 귀엽고 안타깝고 ㅠㅠㅠㅠ. ....
9년 전
독자8
어헝ㅠㅠ완전 재밌는데 새드라 너무 슬프네요
아련하고 안타깝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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