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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을 위한 세계

W. 다원
















덜덜 떨리는 다리가 바닥에 붙은 듯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서로 맞닿은 두 시선은 누구 하나 감히 피하려 들지 않는다. 공포에 압도 된 눈 하나와, 차갑게 얼어붙은 눈 하나. 탄이는 그 눈동자를 바라보다 자신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킨다. 숨도 쉬지 못할 만큼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 호석이 했던 말이 살갗을 파고든다. 한없이 가라앉고, 또 한없이 무거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감정.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를 멍하니 바라본다. 왜인지 모르게 조금은 붉어진듯한 그 눈동자를.




[방탄소년단/전정국] 작은 것을 위한 세계 02 | 인스티즈


"...나한테 무슨, 용건 있니?"




예상치 못했던 말에 꿈에서 깬 듯 그녀의 입술이 할 말을 찾지 못해 뻐끔거린다. 분명 누구냐는 말이나, 아님 호석의 말했던 콜렉터란 사람들처럼 잔인한 짓을 할 줄 알았는데. 어떻게 도망가야 할지 그 방도만 찾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자신의 앞에 선 남자가 위험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기운 남자의 움직임에 따라 그의 머리칼이 흩날린다. 눈 앞을 찌르는 앞머리에 개의치 않은 그가 오른손을 들어 목 뒤 부분을 매만진다. 분명 옷차림을 보면 호석이 말했던 그 콜렉터란 자가 맞는데, 그리고 느껴지는 분위기는 한없이 무거운데 그에 비해 제 앞에 선 남자는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마치 알던 자를 만난듯한.




"아니면, 할 말이라도?"




이어진 말에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필사적으로 고개를 젖는다. 굳어있던 남자의 얼굴이 살풋 움직인다. 호선을 그린 입술이 미소를 자아낸다. 커다란 웃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당황스러움에 온 몸이 굳어버린다. 




"입술이 떨리잖아."


"그럴 필요 없는데."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오는 그에 그가 다가온 만큼 멀어진다. 기다란 눈이 나를 응시한다. 한없이 차가운 것 같으면서도 따뜻한 인상. 멍한 얼굴로 떨리는 내 입술을 향해 손을 올리던 그가, 자신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는지 멈칫- 멈춰선 뒤 손을 내린다. 코 앞까지 올라왔던 손이 그의 등 뒤로 감춰진다. 잠깐이었지만, 분명히 봤다. 미세히 떨리고 있던 그 손을. 




"너 숨쉬려면,"


"내가 가야겠다."




허탈한 듯 웃어 보인 남자가 양 손을 올린 채 뒤로 물러선다. 마치 해칠 생각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숨을 쉬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남자의 말에 겨우 알아차리고 막힌 숨을 뱉어냈다. 그런 나를 보며 웃던 남자가 망설임 없이 뒤돌았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걸음새에 단 하나도 군 동작이 없었다. 고작 걷는 모습 하나일 뿐인데,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 시선을 느낀 건지, 막힘 없이 걸어가던 걸음이 멈췄다. 나를 보지도, 그렇다고 앞을 향하지도 않는 남자가 우두커니 서 그 자리를 지킨다.




"다음엔 이렇게 무작정 쫓아오면 안 돼."


"여긴 네 생각보다 훨씬 위험해서,"


"잘못하다간, 너 죽어."




고민하다 뱉은 말인지, 망설임이 가득한 목소리가 복도를 울린다. 가만히 선 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떨리는 목소리의 끝, 남자는 자취를 감춘다.







*






[호석님은 만나셨어요?]




멍한 기분으로 다시 방으로 들어왔을 때, 기다렸던 건지 지민은 바로 문 앞에서 나를 맞이했다. 그제서야 떠오른 목적에 깜짝 놀라 손을 내려보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아까 놀라서 떨어뜨린 건가. 분명 코너를 돌기 전까지 손에 들고 있었던 건 기억이 나는데, 그 후에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온 몸이 긴장할 만큼 곤두서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다음에 호석이 찾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다녀와야 하나, 생각해도 선뜻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았다. 또다시 낯선 사람을 만날까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잔뜩 굳어있는 얼굴이 티가 났는지, 걱정스런 얼굴의 지민이 물었다. 출입증이라는 게 이곳에선 중요한 물건인 듯싶었고, 남의 물건이기도 하니 아무래도 다시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민과 함께라면 그나마 나을 것 같았다. 많은 곳을 다녀온 것도 아니고 짚이는 곳은 엘리베이터 쪽 하나 뿐이니 금방 다녀오면 아무도 마주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망설이는 목소리로 지민에게 부탁을 하려 지민의 눈동자를 바라봤고, 그 순간 뒤에 있던 문이 열렸다.




"...다들 뭐해, 여기서?"




정국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우리와 이렇게 가까이 마주칠 거라 생각 못했는지, 당황함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나가려는 거야. 아님 설마, 나갔다 온 거야?"




정국의 말에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 싶어 눈을 굴렸다. 지민 또한 곤란한 얼굴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정국이 자연스레 안으로 들어오며 자켓을 벗었다. 여전히 대답을 기다리는지 눈은 우리를 향한 상태였다.




"호석씨가 출입증을 두고 가셔서. 그거 가져다 주려고 잠깐."


"지민이는 아니고, 저만 나갔다 왔어요."




어쨌든 한동안은 함께해야 할 것 같은데, 처음부터 거짓을 고하고 싶지는 않았다. 솔직한 내 말에 정국은 생각 외로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하니 앞으로 혼자 나가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그보다 정국은 지민이? 라며 나를 바라봤다. 내가 나갔다는 사실 보다 지민이라는 단어에 더 꽂인 것 같았다. 그에 크롭의 이름이라 대답하자 정국이 피식- 헛웃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받아. 혹시 앞으로 필요할까, 해서."


"아, 고마워요."




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가려던 정국이 별안간 돌아와 아까 벗어둔 자켓으로 향했다. 자켓 주머니를 뒤적이던 정국은 끝내 내게 다가와 출입증과 키 하나를 내밀었다. 출입증엔 전정국이라는 이름과 사진이 떡 하니 붙어있었다. 그의 목에 출입증 하나가 대롱대롱 달려있는 걸 보니, 나에게 준건 여분의 출입증인 것 같았다. 그럼, 키는 뭐지. 궁금한 얼굴로 정국을 바라봤다.




"그건 호석형 연구소 키."


"언제든지 오라고 그러더라. 바로 밑 층 이 위치야."




정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걸리는 게 있어 출입증을 만지작거리며 불안한 눈빛으로 정국을 바라봤다.




"...근데 이거 없으면 나갈 수도 없는 거 아니에요? 오늘 호석씨가 분명 들어올 때랑 나갈 때 필요하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응. 맞아. 왜?"


"오늘 결국 호석씨를 못 만났거든요. 근데 어떻게 나가셨나 해서."


"...뭐. 여분의 출입증을 들고 있었겠지. 그 형 워낙 덜렁대서 하나쯤은 더 들고 다닐 거야."




정국이 시선을 피하며 별 일 아니라는 듯 무심히 돌아섰다. 그렇게 도망가듯 정국이 욕실로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물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출입증을 만지작거렸다. 정국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내게 티가 나는 거짓말을 했고. 아까 내가 호석을 만나지 못했다고 의문을 제시했을 때 당황하던 정국의 얼굴을 분명 봤다. 물론 그를 들키지 않기 위해 금세 내 시선을 피했지만. 왜 내게 거짓말을 하는 걸까. 분명 아직 나를 믿지 못하는 거겠지.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상 우린 오늘 처음 봤으니까.


밖에 나갔을 때 콜렉터와 마주쳤다는 사실은 당분간 비밀로 하기로 마음 먹었다. 말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무언가 그래선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정국은 콜렉터를 그리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으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정국이 씻고 나온 후, 정국은 호석이 했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들려줬다. 이 세계에 관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걸 보니 정국 또한 내가 이곳에 오래 머무를 거라 예측한 모양이었다.




"너는 여기 있을 동안 저기서 자면 돼."


"원래는 2인이 쓰는 방이라 침대가 두 개가 있거든."




정국이 침대 하나를 가리켰다. 원래는 리퍼 2명이 한 방을 쓰는 것이 규칙인데, 남과 방을 함께 쓰는 걸 싫어하는 정국을 위해 호석이 힘을 써줬다고 했다. 이름은 정국과 호석이 함께 쓰는 걸로 올라가있지만, 호석은 주로 자신의 연구소에서 보낸다고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호석이 방에서 자고 간 게 5번도 안 된다고 하니, 정국 혼자 쓰는 방과 다름 없었다. 정국은 자연스레 원래 자신이 쓰던 침대로 향했고, 생기는 의문에 그런 정국을 붙잡았다.




"그럼, 지민이는요?"


"아, 저기."




정국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문 하나가 보였다.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 방을 둘러볼 때 저 문을 열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창고와 비슷한 침대 하나 없는 방. 물론 물건들이 쌓여있지는 않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그냥 방 하나였다. 심지어 정국은 옆에 있는 열쇠로 문을 단단히 잠그라는 말까지 태연하게 뱉었다. 피곤한 얼굴로 침대 위에 올라가 눕는 정국을 시선을 떼지 않고 바라봤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감정 변화를 눈치챘는지, 지민이 옆에서 내 손을 살며시 붙잡아왔다.




"지민이를 가둬두라는 말이에요?"


"언제 돌변할지 모르잖아."


"그렇다고 사람을 저런 곳에 가둬둔다는 게 말이 돼요?"


"사람이 아니니까 가둬둔다는 거야."


"얘 봐요. 우리랑 도대체 뭐가 다른데? 지민이도 우리랑 다를 거 없는 사람이에요."


"네가 어디서 온 건진 모르겠지만, 여기선 쟤 사람 아니야."




벽이랑 대화를 하는 기분이었다. 서로 기분이 상하고 있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정국은 눈썹을 찌푸리며 대화를 하기 싫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나 또한 화로 인해 얼굴이 뜨거워진 게 느껴졌다. 두 사람 다 양보할 수 없다는 듯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누구 하나 소리 치는 이는 없었지만, 공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하려는데, 지민이 잡고 있던 내 손을 급히 잡아당겼다. 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고개를 돌리니 지민이 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괜찮아요. 이 정도 대우도 제겐 너무 과분한걸요.]


[저 때문에 곤란한 일 만들지 마세요.]




애써 웃어 보이는 지민을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심지어 슬금슬금 내 눈치를 보며 테이블 위에 올려둔 열쇠를 가져와 내 손에 쥐어주기 까지 했다. 지민은 전혀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는 듯 태연한 얼굴을 했다. 심지어 내가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아니, 그럴 수도 있었다. 이 세계에서 지금 내가 이상한 걸 수도. 하지만 내가 오기 전 이 곳에서 지민이 어땠든,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지민은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정국과 사람으로서 받아야 할 것들을 받지 않으려는 지민. 지금 이 상황에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지금 물러나버리면, 지민은 끝까지 사람처럼 살지 못할 것 같으니까.




"박지민."


"내 옆에서 떨어지지마."




딱딱하게 굳은 내 목소리에 방을 향해 걷던 지민이 우뚝 멈춰 섰다. 그런 지민을 무시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정국과 지민의 의문 섞인 시선이 나를 향했다. 재빠르게 걸어 아까 정국이 탁자 위에 올려놓았던 총을 집어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놀람으로 변했음이 느껴졌다. 아랑곳하지 않고 총을 들고 정국의 침대로 향했다. 잔뜩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정국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그 총을 탁- 소리 나게 정국의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내 침대에서 재울게요."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만약 지민이가 변한다면 갈기갈기 찢겨 죽더라도 소리는 지르고 죽을게요. 그쪽이 총 잡을 시간은 끌어준다고."


"그럼 걱정하지 않아도 되죠?"




이를 꽉- 깨물고 말하는 나를 바라보던 정국은 대답 없이 인상을 찌푸렸다. 대답을 들으려고 한 질문은 아니었기 때문에 곧바로 뒤돌아서 지민을 향했다. 지민의 손을 낚아채 침대로 다가가자, 지민이 맥없이 끌려왔다. 지민을 먼저 눕히고 불을 끄고 다시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방 안이 어둠으로 가득 채워졌다. 지민이 덮고 있던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눕자 지민의 움직임이 내게 느껴졌다. 조금 거칠어진 숨소리와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그의 가슴팍. 흐느끼는 소리 따위는 나지 않았지만 지민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민아. 그거 과분한 대우 아니야."


"네가 받아야 할 것들은 꽉 잡아. 절대 포기하거나 놓치지 마."




그러니까, 널 두려워하지 말라고. 울고 있는 지민의 손을 잡아주는 것 밖엔 할 수 없었다.






*





어둠은 생각보다 깊었고, 길었다. 낯선 상황에 나 또한 긴장을 한 건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정국은 이미 잠이 들었는지 오른쪽 방향에서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려왔다. 밖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방이 방음이 잘된다거나 그런 소리가 아니었다. 창문 밖은, 무서우리만큼 고요했다. 밤이 되니 생각이 많아졌다. 내 앞에서 총을 맞아 쓰러지던 이와, 붉게 물들어가던 시야.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던 정국.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호석. 겁이 많은 지민. 그리고 이상했던 콜렉터. 이곳에서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안일한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벗어날 방도도 알지 못하면서. 아니, 누군가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해도 굳이 내가 그를 따를 것인가. 어차피 그 전 인생은 더욱 더 시궁창이었는데.






[방탄소년단/전정국] 작은 것을 위한 세계 02 | 인스티즈


[잠이, 안 오세요?]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많이 뒤척였는지, 지민이 내 쪽으로 돌아누우며 말을 걸어왔다. 눈동자가 뚜렷한걸 보니 지민 또한 잠을 자지 못한 듯싶었다.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자 지민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지민과 지금 내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곳에 놓여져 있는듯한 느낌은 나뿐만이 아닌 지민도 느끼고 있을 테니까.




[아무래도 그냥 들어가는 게 좋겠어요.]


[제가, 탄님을 해칠 수도 있잖아요.]




지민이 여태 자지 못했던 이유가 드러났다. 잠에 들면 자신도 모르게 또 정신을 잃어 누군가 해칠까 봐 두려웠던 거겠지. 눈을 떴을 때, 자신에 의해 내가 상처 입었을까 봐. 지금까지 지민의 삶은 그래왔을 테니까. 대답 없이 그저 지민을 바라보자, 지민이 불안한 얼굴로 내 눈치를 봤다.





[물론 탄님을 만난 이후론 단 한번도 정신을 잃은 적이 없지만, 혹시나 모르는 거잖아요.]


[그냥 들어가서 잘게요.]


[전 정말 괜찮아요.]





나를 위하는 일을 하려 하면서, 내 눈치를 본다. 내게 미움을 받을까, 상처를 받을까 겁을 낸다. 정말 괜찮다며 내 눈을 직시한다. 내 곁에서 불안에 떨며 자는 것보다 차라리 창고에서 자는 게 지민에겐 나은 걸까. 그럴 수도 있었다. 지금 지민에게 가장 큰 고통은 자신이 누군가를 해친다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그래선 안 됐다. 내 옆에 있는 게 크롭이 아니라 지민이라는 사람이라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지민의 떨리는 손을 붙잡았다.




"지민아."


"나 사실 이야기 진짜 잘한다?"




갑작스런 말에 동그란 눈을 한 지민이 나를 바라본다. 땀에 젖은 손가락이 꿈틀거리며 내 손을 벗어나려 하지만, 그를 꽉 쥐어 제지한다.





"나보다 4살 어린 동생이 있었는데, 그 애가 맨날 밤에 잠을 잘 못 잤거든. 밤에 잠이 들면, 매번 악몽을 꾼대. 꿈 속에 너무 무섭고 두려운 것들이 나와서 잠을 자기가 무섭다는 거야. 그래서 매일 밤 그 애한테 그 날 있었던 자잘한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럼 그 애가 정말 잠을 잘 잤어."


"악몽도 꾸지 않고 내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다고 그 애가 참 좋아했었어."




지민의 움직임이 잦아든다. 매일 밤 악몽을 꾸던 지민은, 지금 내 곁 지민과 많이 닮았다. 두려워서 잠을 자지 못하고, 매번 악몽을 꾸던. 매일 혼자 있고 싶어하면서도, 막상 혼자가 되면 공포에 젖어 온 몸을 벌벌 떨던. 외로움에 흠뻑 젖어 겁이 많던 아이.




"지민아,"




지민의 눈을 바라보며 그에게 손을 내민다. 내가 악몽을 꾸지 않게 해주겠다고. 그럼 그는 살짝 붉어진 눈시울로 내 손을 마주잡는다.





"난 말이야. 아주 어렸을 때 동생이랑 같이 버려졌어."


"그래서 동생이랑 나랑, 버려진 아이들이 다 함께 모여 살았었는데, 나는 꼭 동생을 지켜줘야겠다고 다짐했어."


"동생은 버려진 것에 대한 상처가 컸거든. 내가 옆에 이렇게 있는데, 자기가 혼자라고 생각했어. 자기는 세상에 혼자 버려졌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사실은 그게 아닌데."





내 전부였던 아이를 떠올린다. 아주 약했던 아이. 자꾸 자기 자신을 꾸짖고 탓했던 아이. 나는 그 아이의 어두운 모습을 보육원에서 처음 만났다. 구석에 박혀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던 첫 모습. 처음 그 아이의 이면을 봤을 때, 나는 그 아이 곁에 있겠다고 다짐했다. 나도 버림받은 주제에, 그렇게 생각했다. 저 아이를 혼자 두지 않겠다고. 어두운 밤을 울리는 목소리에 지민은 아무 말 없이 집중한다. 달빛 아래로 비친 지민의 얼굴이 상기되어 있다.





"그 아이의 아픔은 갈 수록 크기를 키워갔어. 처음엔 버려진 것에 대한 슬픔. 그 다음엔 자신을 버린 이들에 대한 원망. 그리고 마지막엔, 결국 누군가에게 버려졌던 자기 자신. 끝엔, 자신을 버린 이들을 이해하더라고. 자기는 너무 못나고 잘난 것이 없어서 자기 같아도 버렸겠다면서. 그 애는 그 누구보다 착하고 아름다웠는데. 내가 본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그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 동생은 많이 어렸으니까. 그냥 동생이 아픔에 잡아 먹히지 않도록 내가 지켜줘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했었어."


"결국 지키지 못했지만."





마지막 그 아이의 모습이 어땠더라. 기억을 더듬는다. 고통에 가득 찬 표정, 바닥을 가득 채우던 피. 낡디 낡은 벽 아래. 보육원의 환한 불빛 아래 찬 바닥에서 숨을 멈춘 아이.





"그 애가 아름답고 사랑스럽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못했어. 하루하루가 괴로웠어. 매일매일 말해줄걸. 네 곁엔 내가 있다고 말을 해줬어야 하는데, 하고."


"그 애를 잃은 이후로 매번 같은 악몽을 꿨어."


"그 애가 매번 내 꿈에 나타나 날 괴롭게 해. 그리도 착하던 아이가 이제는 악몽이 되어서 날 슬프게 해."





그 아이가 떠나간 이후 매번 날 찾아왔던 악몽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내뱉는다. 시선을 올려 지민과 눈을 마주한다. 지민은 숨소리조차 조심하며 내 목소리에 집중한다. 이 아이의 끝조차 최악일까, 두려움이 앞선다. 이 아이 또한 고통에 찬 표정으로, 눈조차 감지 못한 채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할까 봐.





"지민아."


"내가 보는 넌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아이야."





이 아이 또한 내 꿈에 나오게 될까 봐.





"그러니까, 제발 악몽이 되려 하지 마."





그게 너무나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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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마지막 ㅠㅠㅠㅠㅠㅠ마지막 지민이한테 얘기해주는 구절들 모두 다가 너무 좋고 슬픈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너무너무 좋습니다 작가님
4년 전
다원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ㅎㅎㅎㅎ
4년 전
독자2
죽은 동생 지민이가 부디 하늘에서는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지금 여주가 만난 사람들은 차가워보이지만 따뜻한 사람들인것 같아요, 소중한 것들을 잃어서 또 다시 정을 주지 못하는 모습인 것 같아서 맘이 아파요ㅠㅜㅜ 아 맞다 지민이는 실제로 말을 하는건가요?? 아님 텔레파시 같은걸로 말하는건가요?? 오늘도 재밌게 봤습니다 작가님!!❤️
4년 전
다원
괄호로 되어있는 말은 여주만 들을 수 있는 대화예요! 입을 움직이지 않지만 여주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거죠!ㅎㅎㅎ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년 전
독자3
순대곱창입니다! 제가 일부러 새벽시간에 혼자 이어폰 꽂고 몰입할 시간을 기다립니다요ㅜㅜ 늘 한 화 한 화 스크롤이 아깝고 소중해요ㅜㅜㅠ 바로 다음으루 넘어갈게요ㅜㅜ
4년 전
독자4
여주가 단순 민폐캐가 아니라 다 저렇게 이유가 있었네요.......ㅜㅜㅜ
4년 전
독자5
하아아아아아아 ㅠㅠㅠ 작가님 무슨 ㅠㅠㅠ 시를 써버리는 ㅠㅠㅠㅠㅠㅠ 너무 여운남아요 ㅠ
4년 전
독자6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민이가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민이가 혹시 죽는엔딩으로 끝나면 저 그날 눈물 좔좔 예약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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