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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태현의 애정전선에 흐름이 조금 바뀐 건 5월 10일, 남태현의 생일이었다. 

 

 

 

 

 


4월 말에 개봉한 영화가 나름 대박을 치면서 좋은 분위기 속에 무대인사 스케줄을 계속해서 소화하고 있었다. 선배 배우들도 우리가 잘해주었다며 나와 남태현을 묶어서 칭찬을 많이 하고는 했다. 남태현은 그럴 때마다 내 뒤로 슬그머니 들어가 딱 붙어있었다. 그러다 선배가 가고 나면 아휴- 하며 다행의 한숨을 쉬었다. 선배들이 그렇게 무서운가. 그러던 중 5월 10일 남태현의 생일을 맞아 크게 회식을 한 판 벌였다. 남태현은 수고했는데 하루는 쉬게 해준다며 매니저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남태현의 매니저를 부럽게 쳐다보고 있는 내 매니저가 보였다. 저런, 일도 제대로 안 하고 무슨 휴식을 바래. 안 보내려고 했는데 나를 정말 간절한 눈으로 보고 있던 매니저에 어쩔 수 없이 매니저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래, 가족도 있는데 좋은 시간 보내야지. 

 

 

 

 

남태현의 생일인 만큼 이 파티의 주인공은 남태현이었다.




나는 모든 것을 잊고 사람들과 어울리기에 집중했다. 굳이 남태현과 기싸움을 벌여야할 이유를 못 느꼈다. 같이 윈윈하게 되었으니까. 신인이 이런 인기를 얻기는 힘들었는데 내가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남태현 그리고 나, 둘 다 많은 팬들이 생겼다. 무대인사를 가면 주연 배우의 이름을 외치며 찾는 사람도 많았지만 간간이 우리 둘의 이름을 외치며 소리 지르는 사람도 꽤나 있었다. 그리고 우리 둘을 엮으면서 만들어진 수식어. '강남' 커플. 강승윤 하트 남태현의 줄임말이라고 하여 우리를 묶어 부르는 호칭도 생겼다. 종종 관객석을 보다보면 핸드폰 액정에 '강남 커플 행쇼♥' 등의 말도 자주 보였다. 솔직히 강남의 의미를 알았을 때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남태현 따위와 엮이게 될 줄은 알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되다니. 그래도 뭐, 내가 깔리는 게 아니어서. 





이미 영화 개봉 기념 회식을 했는지라 그냥 술 마시자- 하는데 핑계로 남태현의 생일을 축하했었던 것 같다. 집에 들어가기 싫은 유부남 스탭들은 아주 자리를 깔고 마시자며 윗옷을 한 개씩 벗기 시작했다. 저, 봐. 저 봐. 오늘 무슨 일이 생길 지 대충 뻔하구만. 그래도 오늘은 신나는 날이니까. 





나는 남태현과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 주변 사람들은 이 영화를 흥행으로 이끈 강남 커플이 한 자리에 하지 않으면 그게 무슨 일이냐며 나를 남태현 옆에 앉혔다. 아, 완전 어색한데. 괜히 뒷머리를 긁으며 허허허허 웃었다. 정말 어색하다니까요.. 나는 나를 남태현 옆자리로 이끈 나랑 친하게 지내 나와 남태현의 관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스탭을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망할, 내 눈빛을 읽은 그 자식이 나에게 혀를 메롱- 내밀었다. 디질라고.







커다란 생크림 케이크가 남태현 앞에 있던 식탁에 놓여졌다. 남태현 옆에 있던 대선배가 장난스럽게 남태현에게 고깔모자를 씌우고 나에게 남은 하나를 건넸다. 그래도 오늘은 남태현이 축하받아야하는 날이니까 기분 좋게 고깔모자를 받아 머리에 썼다. 술집에 케이크가 안 어울릴 법도 했는데 고깔모자까지 쓰니 나름 어울리기도 했다. 시작-! 하는 누군가의 외침에 몇 십명이 되는 스탭들과 배우들이 함께 웃으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주방에 있던 아줌마가 굉장히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다가 신나게 박수를 치는 우리를 보고서는 아줌마 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따라쳤다. 나도 그때만큼은 신나게 노래를 따라불렀다. 오늘은 남태현이 축하받아야 하는 날이니까. 남태현도 신이 났는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사랑하는 남태현- 생일 축하합니다-. 호오오오오오-  촛불은 승윤이랑 같이 불어라-!"

 

 

 

 

 

촛불을 불려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남태현이 그대로 멈추고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는 그 소리를 지른 방향으로 쳐다보았다. 저 자식, 또 저래. 휘이익- 어딘가에서 휫파람 소리까지 났다. 평소라면 시크하게 고개를 돌리고 혼자 불 게 뻔했는데  남태현이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았는지 내 팔을 세게 잡았다. 눈짓으로 촛불을 가리켰다. 나도 예상치 못한 남태현의 반응에 괜히 기분이 좋아져 살짝 일어나 케이크 쪽으로 몸을 쭉 뻈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셋-! 을 외쳤고 같이 촛불을 불었다. 플래시가 터지면서 찰칵 소리가 들렸다. 촛불이 꺼지자마자 술잔을 들고 진작부터 대기하고 있던 감독이 술잔을 들고 외쳤다. 

 

 

 

 

 

"오늘 생일을 맞은 남태현과 그의 서방 강승윤의 미래, 그리고 세상을 위해 건배-!"

"건배-!!"

 

 

 

 

 

그의 서방 강승윤은 또 뭐야. 

 

 

 

 

 

감독의 장난에 모든 스탭들이 따라 웃고 한번에 맥주를 들이마셨다. 술을 마시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한 쪽에는 500cc 잔을 하나 놓고 술게임이 벌어졌다. 각 식탁에 빈 술병이 하나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벌써 사람들이 술을 마시기 시작한 지도 3시간이 넘었다. 주방 아줌마는 앞치마로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열심히 음식과 술을 날랐다. 나는 원체 술을 한 입도 못 대는 사람이라 그냥 사이다나 따서 건배할 때만 잠깐 맞대고 사이다만 그렇게 마셔댔다. 사이다는 역시 초록병, 일곱 개의 별 사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 모두 수다를 떨며 술을 마시기에 바쁜데 아줌마는 알바생도 없이 혼자서 쉬지도 못하고 왔다갔다 하시길래 할 일도 없고 해서 나는 일어나서 열심히 우리를 위해 고생하시는 아줌마를 도왔다. 아줌마가 맥주를 잔에 따라주면 나는 그것을 식탁 위로 날랐다. 여태까지의 모든 스트레스를 영화 개봉 회식에서 한 줄 알았는데 모든 사람들이 술을 진탕 마셨다. 2차까지는 갈 줄 알았는데 뻗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남태현도 그 '뻗은 사람들' 중 하나였다. 남태현은 식탁 위로 뻗은 사람들 중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렇게 날을 세우고 고양이처럼 나를 경계해서 원래 예민한 사람인가 보다 했는데 술을 맥여놓으니  보기보다 순둥이였다. 술을 마시면서도 헤실헤실, 주변에서 그 누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헤실헤실 그냥 웃어댈 뿐이었다. 그때, 나는 저기서 술을 마시고 있는 남태현이 내가 아는 그 남태현인가 한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남태현이 앉아있는 식탁 위, 그리고 바닥 아래를 보니 소주병이 대충 보아도 20개는 되었고 맥주잔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저걸 6명이서 다 마실 수 있기는 한 건지. 





이 술대란 와중에서도 살아남은 꽤 많은 숫자의 스탭들이 자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승윤 씨! 다른 스탭들은 저희가 알아서 대리나 택시 태워 보낼 테니까 태현 씨만 집까지 데려가 주세요!!"
"네에-"

"대리 태워 보내시던가 아니면 승윤 씨 술 안 마셨으니까 차로 태워 보내세요-!"

"네네, 걱정마시고 제가 잘 알아서 보낼게요. 내일 스케줄 없는 거 맞죠?"

"네, 집에 가셔서 푹 쉬시면 돼요."

"감사해요-. 그러면 다음 스케줄 때 보아요."








혹시 몰라 안 마시고 버티던 막내 스탭들과 매니저들이 술에 취한 스탭들과 자기 배우를 챙겨 한 명 한 명을 대리나 택시를 태워 집으로 보내고 있었다. 귀엽게 생긴 어린 여자 스탭의 부탁에 나는 터벅터벅 남태현에게 걸어갔다. 꾸벅꾸벅 고개를 푹푹 숙이며 졸고 있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남태현의 옆에 앉아 남태현의 얼굴을 한참이나 구경했다. 볼이 하얀 모찌만 같아서 손가락으로 볼을 쿡 찔렀다. 그러다가 어깨를 잡고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남태현의 앞에 내가 벗어놓은 고깔모자까지 합쳐서 고깔모자 2개가 커플 같이 나란히 있었다. 







"태현 씨, 태현 씨"
"…… 왜요오-."
"태현 씨, 남태현 씨. 집에 가셔야죠."
"ㅈ.... 지이입...? 으잉? 승윤 씨가 나 집까지 델따주는 고에요오-? 잘댔땅! 나 승윤 씨한테 할 얘기 어어어어엄청 많아요오, 히히. 궁금하죵? 궁금하지용?"








눈을 천천히 떴다. 자꾸만 푹푹 감기는 남태현의 눈이 웃기기도 했다. 허술할 때도 있네. 남태현이 일어난 것에 감사하다가도 괜히 깨웠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틀비틀 대며 혀 꼬인 소리를 하는 남태현을 단단히 붙잡았다. 혀 짧은 소리를 내며 나에게 몸을 폭 기대 얼굴을 거의 내 어깨에 파묻다시피 했다. 오늘따라 조금 쌀쌀해서 니트를 입었던 터라 복실복실한 느낌이 좋았는지 으으음- 하며 남태현이 자기 얼굴을 내 팔에 비볐다. 





처음 보는 그런 남태현의 태도에 조금 이질감이 들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벌써 몇 분이 지났는데도 어색하고 이상했다. 계속 있다가는 이 꼬장을 받아주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남태현을 안다시피 일으켜세웠다. 자꾸만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히잉- 하면서 의자에 털썩 앉았다. 나오는 땀을 한 번 닦고 남태현을 안아들었다. 







"이히! 승윤 씨 나 꼬옥 잡아야대요오-! 나 엉제 오뜨케 꼬꾸라지찌구몰라!!"
"꼭 잡고 있을 테니까 좀 정상적으로 갑시다, 쫌!!"







차까지 가는 내내 남태현은 그냥 계속 애교를 피웠더랬다. 승융 씨이- 스응유웅 씨잉- 말꼬리를 이렇게 늘리면서. 저번에 깔린다, 깔리네 하면서 했던 그 날카로운 말들과는 너무 상반되어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더불어 자꾸만 얼굴을 내 몸에 비볐다. 누가보면 정말로 오해할 그런 그림을 연출하고 있었다. 술 버릇이 애교부리기인 남자는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그날. 아, 송민호 있구나. 송민호. 걔도 장난 아닌데, 술꼬장.







차 조수석에 남태현을 앉혔다. 운전석에 올라 문을 꽝 닫고 핸들을 잡았다. 남태현한테서 술냄새가 생각해보니 남태현에게도 안전벨트를 매야 할 것 같아서 몸을 가까이했다. 남태현은 아주 신 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내가 몸을 남태현 쪽으로 쑤욱 내밀었다. 







"헙...!"







갑자기 쑥 내민 나 때문에 놀란 건지 아니면 이렇게 오바하는 것도 술버릇인지는 남태현만이 알겠지만 남태현이 한 손으로는 제 입을 막고 나머지 손으로는 창문 위 달린 손잡이를 꼭 잡았다. 뭐, 내가 무슨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반응을 보이는 남태현은 정말 별꼴이였다. 별꼴이야, 정말. 내가 남태현을 흘깃 위로 쳐다보았다. 







”잘생굣당..."







응...? 내가 잘못 들은 건 줄 알았다. 뭐라구요? 술냄새가 폴폴나는 차 안에서 몽롱한 남태현의 눈을 똑바로 보며 다시 물었다.







"승융 씨-! 잘생굣다구요오- 내가 어? 징쨔 이 말 할라구우 버티구 있었는데 술을 조오오옹나 많이 처마셔가지고는 정말... 댔고! 승융씨 징짜 잘생겼어용. 반할 꼬 같앙. 아냐아냐, 반한 지는 쫌 대썽-. 으아, 이거 비미리다아, 비미일."







뭐...라고? 반한다고? 아니, 반했다고? 순간 내가 정말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그리고 쪽, 다소곳이 눈을 감고 내 입에 물컹한 것을 댔던 그 사람은... 남태현이었다. 하지만 정말 0.5초도 안 되어 떨어지는 남태현의입술이였다. 소름이 끼치는 그 잠깐의 느낌에 그 자리에서 정지했다. 술김에 나를 여잔 줄 알고 착각해서 한 실수겠거니 넘기려고 자꾸 내 자신에게 세뇌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말... 하...  충격을 말하자면 세상에서 소름을 나타내는 모든 형용사를 가져다가 붙여야 했다. 







"나느으은, 승융씨 잘쌩교가지고오 잘 지내보려구 했는데에 내가! 이만 홀딱!! 반해가꾸 맨날 눈빛 찌리찌리하구 막 그랬는데에에... 숨길라궁!! 근데 승융씨는 나 진짜루 시러하구 막.. 맞죵?"
"아.. 아, 아니.. 취하셨어요!! 집 어디에요? 데려다 줄게요"







나도 모르게 당황해 버렸다. 영화를 찍으면서 남태현이 장난을 치다가 내 뒤통수를 세게 때리는 그런 부분이 있었는데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날 좋아해...? 조조조조, 좋, 좋, 좋아해???????? 그렇다면 내 옆에서 이렇게 술꼬장을 부리고 있는 이 남자가, 이 남자는, 남자를 좋아해... 그리고 나는 그런 남자와 키스, 아니 뽀뽀까지 한 사이이고... 그냥 정신 상태에 분열이 온 것만 같았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갑자기 생긴 이 엄청난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지 몰랐다. 오른쪽을 보니 남태현은 아직까지도 제 흥에 몸을 흔들흔들 대고 있었다. 여기다가 그냥 버리고 갈까. 

 

 





"지이이이입?? 집 주소?? 몰라~!! 몰라몰라몰라몰라몰라, 기억 안 난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아까 물었던 집 주소를 가르쳐달라는 나의 질문을 이제서야 답하려는 줄 알았는데 귀를 꼭 막고선 아주 나를 놀린다. 이 새... 새끼가 정말. 어딘지 알아야 데려다 주든 말든 하지. 우선 대충 내 집이라도 데려가야 할 것 같아서 차를 출발시켰다. 부드럽게 가는 비싼 바퀴인데 그 안 분위기가 무거웠다. 아니, 나만 굉장히 착잡했다.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모는 순간에도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에도 자꾸 옆에 있는 사람이 신경 쓰였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그 남자를 보니 앞길이 막막하다. 괜히 저러다가 다칠까 불안하면서도 스케줄 때 또 팬들 앞에서 강남 커플 어쩌구 저쩌구 연기를 해야 할 텐데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괜히 신경 쓰여서 헛말을 하고 막 그럴 것만 같았다. 여자가 그런다면 정중히 거절하면 되겠지만, 남자라서 쌍욕을 해야 할지, 그냥 술김에 그런 거니 이 남자의 필름이 끊긴다면 나만 연기하면 되는 건지 참 막막했다. 얼굴이 빨개져 괜히 어색해질까 두려웠다. 그리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색하게 있다면 한 파일이 생성되겠지. [강남] 어젯밤 무얼 했길래 오늘은 어색할까. txt 








차라리 둘 중에 하나는 꼭 골라야 했다면 나는 후자가 나았다. 나만 연기하면 되는 거, 다음 영화도 내 생각에는 남태현과 할 것 같았다. 들리는 소문에 이번보다 조금 더 동성애적인 분위기가 강할 거라 했다. 사극인데 나름 주연이다. 한 번의 영화만으로 다음 영화의 캐스팅을 주연이 되다니. 

 

 

 

 

왕의 남자에 나온 이준기와 같은 그런 알 수 없는 사랑 관계를 그린다고 한 것 같았다. <세상>이라는 영화가 게이인 듯 게이 아닌 게이 같은 강남 커플을 그렸다면 그 영화는 그냥 게이인 강남 커플을 선보인다고 했던 것 같다. <세상>이 개봉을 하고 몇 안 되는 공식 스케줄을 치르면 둘 다 백수였는데, 그 영화에 캐스팅되어 다행히 백수 생활은 면했다, 지만 또 게이라는 게 함정. 

 

 

 

 

여자랑 영화 찍고 싶다아.... 신인인데 불러주는 게 어디야. 제목은 아직 미정. 그 감독은 찍다가 그 배우들과 촬영 분위기에 맞추어 제목을 짓는다고 했다. 썩 유명한 감독은 아니었는데 시나리오를 참 잘 썼다. 연출이 좀 부족했을 뿐. 그래도 항상 평점은 높았으니 다행이다... 싶었지만 왜, 강남이란 수식어는 뗄 수 없는 건가. 차를 운전하는 내내 자꾸만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 집이 곧 보이는데 정말 한숨뿐이었다. 이제 집에 다 와가는데 정말로 남태ㅕㅎㄴ을 내 집에 들여야 하나- 앞으로 나의 커리어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나. 







경비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주차장에 완벽한 드라이빙으로 주차를 했다. 한 번에 쏙. 텅텅 비어있는 주차장이 괜히 내 마음을 더 착잡하게만 만드는 것 같았다. 나는 운전석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었다. 아주 숙면을 취하는 남태현을 보니 막막했다. 정말로. 남태현의 안전벨트를 풀려고 몸을 가까이 들이밀었는데 그만 잠자고 있는 태현의 얼굴이 눈앞에 들어왔다. 남자치고는 하얀 편이였다. 그리고 들어오는 아까 맞닿은 입술... 입... 술?? 미친 거야!! 나도 내 생각에 깜짝 놀라 안전벨트를 후딱 풀고선 머리를 쳐들었다. 







빡-! 







박았다, 머리. 그대로 쓰러져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상한 신음을 내며 쓰러진 곳은 다름 아닌 남태현의 다리 위. 또 내가 남태현의 다리 위에 내 얼굴을 묻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 펄떡 뛰었다. 또





빡-!







아오, 시바아아알. 졸라 아프네에.... 이번엔 아예 차에서 몸을 빼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부여잡았다. 얼마나 웃긴 꼬라지일까. 나름 떠오르는 신인이라고 불리는 신인 배우 둘 중 하나는 차 안에 술에 꼴아 인사를 해가며 누가 업어가도 모를 것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고 그나마 멀쩡해 보이던 남자는 안전벨트를 푼답시고 문을 열었는데 자고 있는 남자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를 부여잡고 아파하는 꼴이란, 굳이 안 말해줘도 알 수 있었다. 우리 둘의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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