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언니, 잘가여!"
"응, 찬미도 잘 들어가~"
"ㅇㅇ아, 안녕. 오늘은 고마웠어. 그럼, 이ㅁ..."
"넌 어딜가냐, 찬미만 데려다놓고 후딱 나와라."
"..."
나와 찬미, 그리고 망할 박찬열. 우리 셋은 나란히 걸어 어느덧 찬열의 집앞에 도착했다. 찬미는 끝까지 도도하게 나에게 인사를 해왔고, 박찬열은 찬미에 묻어가려하는 것을 나에게 딱 걸려버렸다. 잡았다, 요놈. 내가 매우 심기불편한 표정으로 빨리 나오라는 제스쳐를 취하자, 찬미를 집까지 데려다준 찬열은 자신의 집 대문밖으로 쭈뼛쭈뼛 걸어나왔다.
"아, 아니. ㅇㅇ아. 그게."
"응, 그게. 난 남친이 없는데, 넌 여친이 있네? 그것도 남친이 없는 내가 너의 여자친구라니? 어? 고자라니?"
"...아...그러니까..."
나는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으로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찬열을 무시하고 추운데 어디나 들어가자, 라며 앞장섰다. 내뒤를 계속해서 졸졸따라오던 찬열은 그, 그래, 그럼 내가 따뜻한거라도 사줄게. 라며 내 눈치를 봤다. 얘도 은근 경수보다는 아니지만 백현이만큼 귀여운 놈이다.
.
.
.
.
"자,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
"...뭘?"
"찬열이 변명타임."
"..."
핫초코도 얻어먹었겠다,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앉아 팔짱을 꼈다. 어디 한번 지껄여나봐라, 라는 듯한 내 표정에 찬열은 눈동자를 가만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빨리 말안하면 그냥 나가버릴거라는 엄포를 두자 그제서야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집에서...찬미가 갑자기 자기 남자친구가 줬다면서 과자 자랑을 하는거야."
"큽, 그래서?"
"...그래서 좀 달라고 했더니 오빤 여자친구도 없냐, 이런것도 못받냐. 그러더라고."
"...응, 그래서?"
한 마디만 더하면 정말 크게 웃을 것 같았다. 애써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 참았다. 뭔가 뒷 말이 예상되는건 나뿐인가.
"나도 모르게 홧김에, 여자친구 있다고...그랬는데..."
"응, 그랬구나. 근데 왜 그게 하필 나야?"
"아니, 난 여자인 친구가 없으니까..."
"..."
"갑자기...너가 생각이 나가지고...전혀 나쁜 뜻은 없었어! 너를 막, 곤란하게 하려고 그런게 아니라."
"아, 알겠어."
뭐, 원래부터 화낼 의도는 없었지만 이거 생각보다 너무 귀여운 전개 아니야?
겨우 열 살짜리 애랑 그런걸로 투닥거리는게 어쩜 둘은 확실한 남매가 맞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남자친구도 없는 내가 박찬열의 여자친구가 된 참 어이없는 상황극은 이쯤에서 끝내기로하고.
"용서해주는거야?"
"그래, 특별히 용서해주지."
"고마워..."
나에게만은 지랄견이미지 쌈싸먹은지 오래지만 본성이 나쁜 애들은 아니었다. 뭔가 알고보면 그들만의 사연을 담고있을지는 몰라도.
"근데, 나 배고파."
"...아직도?"
"숨질래?"
"아, 아니. 떡볶이 먹으러가자."
-
"내가 어제 분명히 봤다니까? 찬열이랑 백현이 친구랑 둘이 데이트하는거?"
"이쁜아, 진짜야?"
"진짜겠냐?"
"하긴, 이쁜이가 저런 오징어랑 데이트를 할리가."
"개새끼가."
나는 지금 당장 두 가지 준비물이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바늘과 실이었다. 김종대의 입을 꼬매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점심 밥상에서 밥상머리교육도 제대로 안받은 김종대는 박찬열과 내가 데이트를 했다는 극악성루머를 퍼트리고 있었다.
"애가 아니라잖아, 닥치고 밥이나 먹어."
"내가 진짜 봤는데."
"종대야, 밥 먹자."
"음, 그래!"
"...?"
혼자서 분명 봤다며, 자기 두 눈으로 목격했다며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김종대를 향해 변백현은 짜증 가득한 말투로 닥치고 밥이나 먹으라 말했다. 그래도 종대가 굴하지 않자 참다못한 내가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 굳이 표현하자면 증드으, 븝 믁즈^^ 정도? 물론 내 말을 들을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과는 정반대로 종대는 정말 조용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내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으니, 나와 종대를 제외한 모두가 김종대를 말 한마디로 제압한 사람은 니가 처음이다, 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고 사람을 그렇게 쳐다보면...
부꾸롭쟈나><
"...^^?"
"여러모로 대단하다."
"왜^^?"
"아니야..."
그중에서도 나를 제일 이상하게 바라보던 김준면이 혀를 내둘렀다.
아무튼 나는 별종인 김종대를 한번에 제압하고 나를 여친이라 거짓말한 애와 데이트아닌 데이트를 한 이상한 애가 되어가고 있었다.
-
"..."
얘는 맨날 잔다. 전학와서 본 모습은 자는 모습하고 먹는 모습밖에 못본것 같다. 사실 웃는 모습도 보고, 삐진 모습도 보고, 변백현이랑 친하게 장난치는 모습도 보고. 예쁜 모습도 ㅂ, 아, 나 뭐래. 미쳤나봐.
"...큼."
그나저나 평소엔 매일 똑바로 엎드려자더니 오늘따라 내쪽을 보고 잔다. 아무것도 없는 책상을 잘도 베고 잔다. 나는 학교에서 별로 자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저러고 자면 안불편한가. 아무튼 저러고 잘만 잔다. 말이 짝꿍이지 제대로 놀아준적도 없으면서.
자면서도 추운지 팔을 움추리는 모습을 바라보다 공부할때 불편해서 벗어놓은 내 마이를 등위로 던지듯이 덮었다. 혹시나 깰새라 딴청을 부렸지만 깨긴 개뿔.
"..."
나는 괜히 눈치를 살폈다. 단 한명도 이곳에 관심이 없다는것을 확인한 후, 나는 거의 처음으로 책상에 볼을 가져다댔다. 순간 마주본 얼굴에 괜히 얼굴이 붉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근데 이러고 있으니까 편하긴 편하다. 괜히 이러고 자는 이유가 있었구나.
"..."
"..."
그렇게 잠시를 마주보고 있었을까. 사실 나 혼자 바라보고 있었던거지만. 그런데 너무 방심을 했나. 아니면 처음부터 자고있던게 아닌걸까. 그렇게 갑자기 눈을 떠버리면.
.
.
.
"뭐하냐."
"...아무것도."
"너 왜 나 훔쳐봐."
"안 훔쳐봤는데."
꿈을 존나 이상한걸 꿨다. 웬 개같은 생명체와 함께 태평양을 개헤엄치는 그런 정말 아주 개같은 꿈을. 기분이 상해 눈을 번쩍뜨니 이게 웬걸, 나와 같이 엎드려있던 도경수와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몸을 벌떡 일으키며 서둘러 딴짓을 하는 도경수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러더니 괜히 혼자 귀까지 벌게져선 아무것도 아니라한다. 아무것도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데 왜 아무것도 안하고 나를 아무것도 하지않은 채 바라보고 있었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니 단호하게 대답한다.
내가 뭐 좋자고 너를 훔쳐봐.
"아님, 말고."
"근데 너."
"응?"
"...진짜 박찬열이랑 데이트했어?"
"뭐?"
너구나 3반 입봉합수술환자가?^^ 종대 다음으로 입을 꼬매고 싶은 아이를 찾았다. 갈게, 바늘.
이건 뭐, 하는 굉장히 떫은 표정으로 도경수를 바라보니 아니,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인가 해서. 아무렇지 않은듯 말하지만 이미 표정엔 당황스러움이 묻어난다. 존나 씹덕의 결정체인가.
"내가 박찬열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면 어쩌게?"
"...뭐, 어쩌긴."
"..."
"그렇고 그런거지."
"진짜?"
"..."
괜히 장난이나 칠려했더니 너무 시크하게 답을 해와서 재미가 없어졌다. 그나저나 어깨에 자꾸 뭔가가 걸린다 싶어 걷어보니 도경수, 바르게 명찰이 달려있는 마이였다.
"어? 이거 너가 덮어준거야?"
"응."
"왜?"
"자면서 추워하길래."
"올~경수 멋있는데~"
일부러 더 오버스럽게 치근덕대니 경수의 어깨가 더욱 움츠러들며 빠른 속도로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경수는 당황하면 문제를 더 빨리푸는 그런 아주 멋진 능력이 있구나. 괜히 기쁜 마음에 마이를 끌어안고 다시한번 잠을 청하려 몸을 숙였다. 그때였다.
"깜짝이야."
"책상 딱딱해."
"...너 손 아플텐데?"
"뭐 얼마나 자려고, 아프면 뺄꺼니까 신경 꺼."
내 볼이 책상에 닿는 딱딱한 느낌이 아닌 폭신한 느낌과 함께 경수의 손등이 내 볼을 받쳤다. 공부를 해야하는 오른손을 나를 위해 내주었다는 그 사실이 내겐 순간 꽁기한 느낌과 함께 무어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으로 다가왔다. 아주 잠시, 잠시동안은 이렇게 누워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오늘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기분이 좋은 날이 될 것 같다.
《 지랄견 List 》
NO. 1 도경수
특징 : 반 1등. 공부 방해하면 빡침. 첫 여자인 친구가 나. 내 대변인. 나 얘한테 삐진 척함. 알고보면 되게 순수남. 경수이새끼야. 너새끼. 야이새끼야. 너갑자기 왜gray새끼야. 이사장님 조카. 입봉합수술 2호환자
NO. 2 변백현
특징 : 내 중딩친구. 내 소라빵 먹은 새끼. 개새끼. 여자 자주 갈아끼움. 너 개새끼 취소한거 취소. 너 오세훈집 왜 옴? 잘 옴. 축구 잘하는건 인정ㅎ.
NO. 3 오세훈
특징 : 첫인상 겁나 쟈가웠던 애. 나한테 이쁘다고 헛소리함. 아직 잘 모름. 나를 놀린다. 그만 좀 놀렸으면. 의외로 깔끔 올ㅋ 다정 올ㅋ
NO. 4 김종인
특징 : 첫인상 존나 무서웠던 애. 근데 인소 남주삘 대사드립으로 그 첫인상 다 깨버린 애. 나머진 잘 모름. 춤잘춘다니 대단한 애.
NO. 5 박찬열
특징 : 미미쨩인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철벽남. 여동생있음. 살짝 츤데레삘. ..밴드부? 됐고 넌 나 좀 보자.
NO. 6 김종대
특징 : 해맑.은줄 알았더니 존나 세. 솔직히 도서부 권력남용이라고 해라. 너 덕분에 도서관 갈일 네버 없음. 친해질일도 없을것같음... 입봉합수술 1호환자.
NO.7 김민석
특징 : 솔직히 난 아직 얘가 무섭다. 깜짝등장을 좋아함. 선도부. 이상한 애. 오늘도 이상한 애. 앞으로도 이상할 것 같은 애.
NO.8 김준면
특징 : 우리반 반장. 여행가기를 좋아한다함. 나를 싫어함. 얜 또 어디갔을까. 드디어 화해함(감격)
아 졸리다
굿먼데이에요 여러분!
전편도 추천수가 10이 넘다니 세상에나 마상에나 사랑합니다♡
어...오늘은 경수 빼박?ㅎㅎ
♥ 디스 이즈 암호닉! ♥
모카 님, 권지용 님, 희수씽 님, 토익 님, 알 님, 기린뿡뿡이 님, 루루 님, 삼지창 님, 예찬 님, 유민 님
크림치즈 님, 세젤빛 님, 이리오세훈 님, 엑소영 님, 둥이탬 님, 순살 님, 뿅뿅망치 님, 헤헿 님, 계란찜 님, 김민석 님
짝짝 님, 하트 님, 롯데월드 님, 렛잇꼬우 님, 됴큥 님, 뚱바 님, 마름달 님, 망부석 님, 라임 님, 삼지창 님
규야 님, 블루베리 님, 미어캣 님, 꺄꺄 님, 초코 님, 스젤졸 님, 유니콘 님, 예봄비 님, 모히또 님, 매력넘치는 님
하리보 님, 우리니니 님, 바람개비 님, 구금 님, 핫초코 님, 솔이 님, 첸스 님, 줌묘니 님, 모멘트 님, 39 님
빵 님, 코끼리 님, 으왕몬스터 님, 2평 님, 6002 님, 복슝이 님, 도날드 님, 흰둥이 님, 백호 님, 시계 님
바닐라라떼 님, 땡글이 님, 설레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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