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고등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 안녕."
"어쩐일이야~책 안읽게 생겨서는?"
"..."
니가 김종대가 아니라 오세훈이나 변백현이면 좋았을걸. 왜냐면 바로 욕할 수 있잖아. 어쩜 저렇게 웃는 얼굴로 사람을 디스할 수 있는지, 하지만 맞는 말이라 발끈하지 못했다. 사서 자리에 앉아있는 김종대의 모습은 정말이지 낯설었다. 생긴건 학교 끝나자마자 피씨방으로 달려가게 생겨서 도서관 사서라니, 그것도 책광이라니. 내 두 눈으로 보기전까진 절대 믿을수 엄서!!!
"아, 나 책 좀 찾고올게, 여기서 기다려봐."
"ㄴ, 나도 데려ㄱ..."
벌써 사라졌네ㅎ? 그럼 지금 김종대랑 나밖에 안남잖아요...말을 걸것만 같은 내 걱정도 잠시, 김종대는 사서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딱봐도 만화책은 아니고 두꺼운 소설책같았다. 생각을 바꾸기로했다.
내 두 눈으로 봤지만 믿기 싫다. 저...저건 김종대가 아니야!!!!
'자기야! 나잡아봐라~'
'잡히면 죽어~'
책을 고르는건지 책을 쓰고있는지 모를 수정이는 5분이 넘도록 오지 않았다. 아직도 김종대가 앉아있는 사서 책상 옆에 어설프게 서있는데, 웬 커플 한 쌍이 조용해야할 도서관에서 사랑의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미친개꼴깝을 떨고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쟤네는 지금 사서가 김종대라는걸 모르나보다. 아니면 지랄견을 모르는건가. 알려줄게있어. 우리 학교엔 개가 사는데, 아주 지랄맞지. 그것도 8마리나 된다고. 하지만 적어도 나처럼 전학온 애가 아니라면 지랄견의 존재를 모를리는 없었다. 도서관이 소란스러워졌음에도 김종대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다. 커플이 뛰어다니던 책장 사이로 책 한 권이 떨어졌고, 표지가 떨어져나가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뭔 소리야?"
사건이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본 나는 아, 니넨 이제 뒤졌구나, 싶었다. 책이 떨어지는 소리에 김종대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그것도 평소의 웃는 표정이 아닌 아주, 아주 무서운 표정으로 말이다. 저들이 하던 사랑의 술래잡기가 피바람이 불 죽음의 술래잡기가 되는, 그런 스토리가 머릿 속에 그려졌다.
김종대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사건이 일어난 장소로 향했다. 김종대의 표정을 본 커플의 얼굴이 공포에 질렸다. 책과 표지를 주워들은 김종대는 화가 많이 난 듯 싶었다. 커플이 도서관을 소란스럽게 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책을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씨발..."
씨발, 이라는 말로 봇물 터지듯이 김종대의 입에선 욕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들어온지 3일 밖에 안된 책을 니들이 뭔데 이따구로 만들어놓냐, 내일부터 학교 나오기 싫냐, 영영 못만나게 다른 나라로 보내지고 싶냐 등, 아주 무시무시한 말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들의 죄는 책을 손상시킨 죄였다. 어쩄든 그 커플은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그 책을 2권씩 사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김종대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1권 손상 시켰는데 4권을 얻게된 김종대의 표정에선 아직도 빡침+뿌듯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김종대와 친해지는건 좀 미루어야겠다고.
-
"다음 주부터 축제준비기간이니까, 다들 농땡이 부리지말고 협조해. 교실 별로 부스 만들어야하니까 아이디어도 생각해보고, 축제 무대 나갈 사람은 미리 신청하고."
3반의 반장인 김준면이 반 아이들을 모두 앉혀놓고 말했다. 저러니까 반장다워 보이긴 하는데 말하는걸 들어보면 반 이상이 협박인 것 같다. 제대로 안하면 정말 미운털 박히겠다싶었다. 축제는 3주 후였다. 지은에게 들으니 우리 학교 축제는 이 주변에서 가장 큰 축제라고 했다.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보러 올 정도라고. 장장 4일에 걸쳐 축제를 진행한다고 하니 듣기만 해도 그 크기가 가늠이 되었다.
김준면은 3반의 반장인데다 학교부회장이라했다. 축제 준비가 굉장히 바빠 점심도 거르고 준비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때도 김준면이 없었던거였다. 그러고 보니 김준면은 정말 바빠보였다. 반 아이들에게 말을 전하고나서 바로 나가버린것을 보면. 존나 미워죽을 것 같은 새끼지만 존나 대단한 놈임에는 틀림없었다.
"경수야."
"왜."
"칠판에 오늘부터 야자금지라고 써있는거, 저거 뭔 뜻이야?"
"말 그대로, 야자하지말라고."
그니까, 고등학교에서 야자금지라는 말이 보통 말이요? 그게 말이라고 하는거요? 물론 난 야자를 하라해도 안할거지만, 야자를 하고 싶어하는 애들도 있을텐데. 예를 들어 내 옆에서 대답을 하면서도 공부를 하고 있는 경수같은 애들말이다.
"왜, 야자를 금지해?"
"축제 기간엔 그래, 선생들도 축제신경쓰느라 바빠서 야자감독을 못하니까."
"...아."
매일, 매일 느끼는 거지만 여긴 참 다른 학교와 다르고 특이한 곳이다. 이게 전학을 잘 온건가. 멍청하게 아, 하고 대답하니 도경수는 어짜피 야자도 안하면서. 라며 궁시렁댄다. 그러더니 덧붙인다. 근데 넌 오늘 늦게 가야되잖아.
"왜?"
"너 오늘 주번. 문 잠궈야지."
"...미친."
-
"에휴...부질없는 내 인생..."
하필 야자도 없어서 모두가 떠난 날 주번이 된 내 자신을 한탄하며 문을 잡궜다. 열쇠를 1층에 가져다두러 계단을 터덜터덜 내려갔다. 한 2층 쯤 내려왔을까.
"..."
"..."
재수가 없게도, 정말 기분이 안좋게도 축제 용품을 잔뜩 들고 내려오는 김준면과 마주쳐 버린거다. 그러니까 난 계속 내려가던 중이었고, 2층에서 김준면은 뭔가를 잔뜩 들고 내려오려고 하던 그 순간에.
물론 난 바로 눈을 피해버렸다. 굳이 마주쳐서 좋을 것도 없으니 잰걸음으로 자리를 피하려했다. 그런데 그 순간에 뒤에서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김준면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
그냥 갈까, 무시하고 가버릴까, 했지만 우리 아빠가 그랬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꼭 도와줘야한다고. 입을 꾹 다물고 코로 큰 한숨을 내쉬었다. 눈 딱 감고 도와주자.
"..."
"...됐어."
많이도 떨어뜨렸다. 김준면은 상자에 그것들을 담고있었다. 말없이 도와주니 고맙다고 하기는 개뿔 됐단다. 나도 시발 도와주기 싫은데 나는 아빠 말 잘듣는, 세상에 둘도 없는 차칸여자니까!!!!
"...안들어가는데 들어다줄게."
"됐다고."
후...참자. 참을 인 세번이면 뭐랬지, 암튼 좋댔어. 상자에 다 담고도 그걸 들을 엄두가 안나보이길래 위에 있는 물건 몇개를 집어들고선 들어다준다했다. 근데 이 써글놈이. 내 성의를 무시한다. 그것도 아주 개정색을한다. 하지만 나도 한고집하니까.
"들어다준다니까, 앞장 서."
"...하, 진짜."
어짜피 앞장 설거면서 존나 빡친척하고 있네. 나는 속으로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김준면의 집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부잣집 도련님이 차도 안타고 다니나.
그렇게 말 한마디 없이 한참을 걸었다. 그리고 난 집이 아닌 성 앞에 도착했다. 뭔 집이 이렇게 커? 그냥 큰 정도가 아니라 개크다.
"줘."
"..."
대문앞에 도착하자 김준면은 내 손에 들린 것을 빼앗았다. 그리고 고맙단 말도 없이 그냥 들어가려했다. 나는 매우 화가 났다. 날 미워하는건 둘째치고 사람 성의를 무시하는건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등에대로 소리쳤다.
"니가 나 싫어하는건 알겠는데, 그래도 사람 성의가 있지. 고맙단 말도 안하냐!!!!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전학온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사람 무시하기 있냐!! 너만 잘났어? 나도 머리있고 생각있어!!!"
"..."
김준면은 저게 미쳤나, 하는 표정으로 뒤돌아봤다. 하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김준면을 노려봤다. 그리고 터뜨린 라스트 팡.
"이 성격 개같은 놈아!!!!"
-
"허으...시발...내가 미쳤지...시바알..."
그래, 난 무척 후회중이다. 집에 돌아와 이불킥을 오십 번째 하고 있었다. 집에 아무도 없길 망정이지. 누구라도 있었다면 나더러 미친년이라 욕할만큼 제정신이 아니었다. 앞으로 만나기 싫어도 만나야 할 김준면에게 그딴 망언을 퍼부었으니 이제 남은건 전학밖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 학교에 나가면 혹여나 김준면이 그, 막 꽃보다 남자에 빨간 카드같은 것을 내 사물함에 넣어놓고 내가 당장 왕따가 되는,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이 학교에 전학온 뒤로 자꾸 금잔디에 나를 비유하게 됐지만 금잔디는 이뻤고 난 오징어잖아. 그렇다면 내 미래는...하...
"씨발!!"
나는 내 위에 덮혀있던 이불을 들춰내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근데 뭐, 내가 못할 말 한것도 아니잖아. 이유없이 미움받는게 억울해서 한 소리 한건데 그게 뭐 그리 잘못이겠어? 어짜피 내뱉은 말, 이판사판공사판이다.
.
.
.
.
...라고는 했지만 막상 다음 날이 되어 학교에 도착한 나는 벌벌 떨고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게도 내 사물함에 빨간 카드같은건 없었고, 다른 애들도 나를 평소처럼 대해주니 김준면이 무슨 짓을 벌여놓진 않아보였다. 근데 정말 무서운건 김준면이 아까부터 나를 자꾸 쳐다본다는거였다. 쳐다보는 건지, 흘겨보는건지, 죽일듯이 노려보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애써 무시하고 고개를 숙이고는 있지만 내 정수리가 뚫리는게 아닌가, 싶었다.
"야, 아까부터 김준면이 너 자꾸 쳐다보는데. 할 말 있는거 아니야?"
"할 말 같은거 없으니까, 알면 가만히 있어..."
"...왜 이래, 둘이 뭔데?"
"조용히 해봐, 쫌...!"
이 눈치코치 없는 도경수는 자꾸 옆에서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내 머릿 속에선 비상벨이 울렸다. 김준면이 내 자리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밖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
"야, 거기."
"..."
"씹냐?"
알면서 묻냐?라고 되받아칠 용기는 없기에 계속 무시하고 복도를 걸어갔다. 어디까지 쫓아오려는지 벌써 나는 사람없는 음악실복도까지 와버렸다. 저 징한 놈은 여기까지 따라왔고.
"거기 길막혔을텐데."
"...왜."
정말 길이 막혀있었다. 결국 뒤를 돌아 아주 소심하게 왜, 라고 답하니 허, 하고 실없이 웃는다.
"어제처럼 해보지, 왜?"
"...어젠."
"미안."
"...어?"
"어제 고맙단 말도 안하고 가서 미안하다고, 물론 어제 들은 말 때문에 좀 빡쳐서 그럴 겨를이 없었는데."
"..."
아무튼, 그렇게 안보였는데 사람 도와줄 줄도 알길래.
"...?"
그럼 내가 사람도 안도와줄 것처럼 생겼다는거? 저 막창곱창중창합창십창놈이.
"...어, 그리고."
"..."
무언가를 말하려는듯 머뭇거리다 입을 연다.
"저번 일도, 사과할게."
사뭇 진지해진 분위기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미안."
전학은 안가도 되겠다고.
《 지랄견 List 》
NO. 1 도경수
특징 : 반 1등. 공부 방해하면 빡침. 첫 여자인 친구가 나. 내 대변인. 나 얘한테 삐진 척함. 알고보면 되게 순수남.
NO. 2 변백현
특징 : 내 중딩친구. 내 소라빵 먹은 새끼. 개새끼. 여자 자주 갈아끼움. 너 개새끼 취소한거 취소. 너 오세훈집 왜 옴? 잘 옴.
NO. 3 오세훈
특징 : 첫인상 겁나 쟈가웠던 애. 나한테 이쁘다고 헛소리함. 아직 잘 모름. 나를 놀린다. 그만 좀 놀렸으면. 의외로 깔끔 올ㅋ 다정 올ㅋ
NO. 4 김종인
특징 : 첫인상 존나 무서웠던 애. 근데 인소 남주삘 대사드립으로 그 첫인상 다 깨버린 애. 나머진 잘 모름. 춤잘춘다니 대단한 애.
NO. 5 박찬열
특징 : 미미쨩인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철벽남. 여동생있음. 살짝 츤데레삘. ..밴드부?
NO. 6 김종대
특징 : 해맑.은줄 알았더니 존나 세. 솔직히 도서부 권력남용이라고 해라. 너 덕분에 도서관 갈일 네버 없음. 친해질일도 없을것같음...
NO.7 김민석
특징 : 솔직히 난 아직 얘가 무섭다. 깜짝등장을 좋아함. 선도부. 이상한 애. 오늘도 이상한 애.
NO.8 김준면
특징 : 우리반 반장. 여행가기를 좋아한다함. 나를 싫어함. 얜 또 어디갔을까. 드디어 화해함(감격)
추천수가....11이라니....왜들이래여 사랑스럽게 증말
갑자기 수만고에 삘꽂혀서 막 쓰고있어요
그리고 수만고는 내용이 빙빙돌아가는 일이 있어도 연중은 안할겁니다!!!
제 작품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하트
♥ 디스 이즈 암호닉! ♥
모카 님, 권지용 님, 희수씽 님, 토익 님, 알 님, 기린뿡뿡이 님, 루루 님, 삼지창 님, 예찬 님, 유민 님
크림치즈 님, 세젤빛 님, 이리오세훈 님, 엑소영 님, 둥이탬 님, 순살 님, 뿅뿅망치 님, 헤헿 님, 계란찜 님, 김민석 님
짝짝 님, 하트 님, 롯데월드 님, 렛잇꼬우 님, 됴큥 님, 뚱바 님, 마름달 님, 망부석 님, 라임 님, 삼지창 님
규야 님, 블루베리 님, 미어캣 님, 꺄꺄 님, 초코 님, 스젤졸 님, 유니콘 님, 예봄비 님, 모히또 님, 매력넘치는 님
하리보 님, 우리니니 님, 바람개비 님, 구금 님, 핫초코 님, 솔이 님, 첸스 님, 줌묘니 님, 모멘트 님, 39 님
빵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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