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편은 과거가 아닌 현재 이야기예요^^과거 이야기가 아직 남아있지만 너무 고ㅏ거만쓰면 여러분이....떠날...까봫ㅎㅎㅎ
(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제가 너무감사드려요!!ㅠㅠ재미없어지면어떡하지!!매일고민합니다)
그-종인이의 얼굴을 하고 있는-는 몸을 일으키더니 가볍게 허리를 폈다. 그리고는 나에게 여자를 에스코트하는 것처럼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큰 눈을 휘며 말했다.
"혹시 알아? 김종인이 널 기다릴지."
그는 끝까지, 나를 가장 비참하게, 아프게 죽일 수 있는 검을 놓지 않았다.
그는 나를 일으켜 세우고, 다리를 번쩍 들어 안았다. 나는 자세에 대해 항의하려고 했지만 그는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며 쉿, 했다. 나는 이를 빠득 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나를 두려워하거나 자세를 바꾸거나 하지 않을 것을 안다. 나는 결국, 종인이가 있으나 없으나 폐가 되는 나약한 가디언일 뿐이었다.
"정상적인 방법을 원해? 아니면, 비정상적인 방법을 원해?"
"..비정상적인 방법."
그를 향한 나의 모든 감각이, 비정상적으로 날뛰고 있었으므로.
그러자 그는 한쪽 벽이 온통 유리창으로 되어있는 곳으로 향했다. 나는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간다."
그는 유리창을 열어젖히고, 마치 보드라운 백사장을 걷는 것처럼 가볍게, 인사를 하듯 자연스럽게, 하늘로 발을 내딛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내 볼을 수직으로 할퀴는 손톱같은 공기들. 나는 귀를 틀어막았다. 내 귀를 향해서 날카로운 흉터를 남기는 손톱같은 공기들. 나는 다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느새 그는 지상까지 내려와 있었고, 그와 동시에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멍청하게 흔들리지 않으려고 정신을 다잡았다. 눈을 살짝 떴다. 길게 늘어진 가로수들은 어둑한 배경에 제멋대로 찍힌 진녹색의 얼룩같았다. 아무 소리도, 느낌도 없는, 또 나만 혼자인 것 같은 익숙한 이 공간에서 나는 다시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속도가 멎을 때쯤, 내 눈은 그의 손으로 가려져 있었다.
"뭐야?"
"여기서부턴 비밀이야."
"...엉뚱한 곳으로 데려가기만 해봐. 종인이, 있는 곳으로.."
"알아, 알아. 그게 내 임무라고 했잖아."
말투에 살짝 짜증이 묻어났다. 나는 알아서 몸을 움츠렸다. 그의 숨소리가 밭게 들렸다.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어둠만큼 말없이, 우리는 어느 곳을 향해 걸어갔다. 터벅터벅, 발소리도 왠지모르게 적막했다.
"근데...."
그가 견고했던 적막에 균열을 가했다.
"왜 나에 대해서 궁금해 하지 않아?"
"뭐?"
"아니, 내가 김종인이 아니면 누구인지, 왜 궁금해하지 않아?"
"..니가 김종인이 아닌 거, 그거만 알면 됐어. 나머진 하나도 안 중요해."
나는 또 왜, 울컥하는지 모르겠다.
"..그래."
그리고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도, 왜 슬프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그는 어떤 엘레베이터 앞에 멈춰서고 나서 마침내 내 시야를 틔워주었다.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오는 빛에 눈을 찌푸렸다. 몇 번 깜빡거리고 나서야 적응이 좀 되었다.
"여긴...어디야."
"차차 알게 될거야."
그는 약간 신나 보였다. 나는 그게 매우 아니꼬왔다.
"이제 내려줘."
아, 그때까지도 나는 그의 품 안에 안겨있었다.
"싫다면?"
나는 심호흡을 하고, 그의 배를 있는 힘껏 세게 가격했다. 그는 짧게 악, 하는 비명과 함께 순간적으로 팔 힘을 풀었다. 나는 그 틈을 타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 순간 엘레베이터가 도착했다. 나는 문이 채 다 열리지도 않았는데 그 틈 사이로 몸을 구겨넣었다. 그는 그 뒤를 이어 탔다. 밝은 조명 아래, 진짜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언제 바꿨어?"
"뭘? 아, 얼굴.."
"응."
"아까, 센티넬로 전환할때. 환상(변할 환+얼굴 상)을 유지하면서 능력을 쓰는 건 힘이 두배로 들거든."
나는 고개를 대충 주억거렸다. 그의 진짜 얼굴은, 솔직히, 잘생긴 편에 축했다. 종인이만큼 키도 크고, 말랐지만 몸이 다부졌다. 눈이 엄청나게 크고 부리부리했다.
이름이 뭔지, 물어보려는 순간, 엘레베이터가 짧은 종소리와 함께 멈췄다.
문이 열리고,
서둘려 나가려는 나를 맞이한 것은,
지하수처럼 습습한 공기와 기분나쁜 어둠, 그리고
희미한 피비린내.
끝 아니지롱!!!!!
그는 내 어깨를 살짝 밀었다. 나는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기려고 노력했다. 그는 나를 앞서나가며 주머니에서 무전기를 꺼냈다.
"응답."
몇 초간의 치지직 거리는 잡음 뒤로 희미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네, 찬열."
"그쪽은 어때."
"글쎄요...아까 마지막 고문 끝나고는 미동도 없어요. 죽은 건 아니겠죠?"
"뭐?"
나는 순식간에 달려들어 그의 무전기를 빼앗았다.
"김종인...! 김종인, 내 말 들려? 김종인!!!"
그는 거친 손길로 무전기를 빼앗고 나를 밀쳐냈다. 나는 더러운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그와 동시에 무전기 반대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형!!이쪽, 지금, 김종인이...!"
"무슨 일이야!"
"폭주할 힘도 없을텐데...아무튼 이상해요, 이쪽으로 좀 와..."
그리고 나는 똑똑히 들었다. 다급함에 높아진 반대편 그의 목소리 아래, 낮게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전파 이상으로 생긴 불순물같은 잡음처럼 흘러나온 내 이름을.
"도경수..도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