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도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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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부자의 힐링 카페
어제 도경수 씨가 카페에 안왔었다. 퇴근 시간이 한참지나도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도경수 씨, 다른 여자가 생겼다거나 그런 의심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도경수 씨의 나를 향한 절절한 마음은 이미 잘 알기 때문에... 그럼 전에 막 기침하고 그러던데 아파서 회사 못 온거 아니야? 나년.... 술 쳐마시고 주정부린 나년 때문에..!! 미천한 나때문에...!
도경수 씨... 보고싶어요.....
" 훈이 왔, 아 미친 깜짝이야! "
" 왜... "
" 너 예고없이 훈이 눈갱하지 말랬지! "
미친 새끼가 기분도 더러운데 지랄이야... 당장이라도 분노를 일으키며 옆에 있는 휴지곽을 놈에게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도경수 씨의 그 동그란 눈을 못봐서 그럴 힘이 없다.
징징 우는 주먹을 달래고 대신 내 아름다운 중지를 들어보였다. 엿 먹어, 두 번 먹어
오세훈은 썩은 표정을 하고 나를 지나쳐 막 화장실 청소를 하고나오는 박찬열에게 다가가 속닥거렸다. 전에도 말했지만 다 들려...
" 찬열아 쟤 갑자기 왜 저러냐? "
" 맞아 너 어제 학원갔었나, 무튼 어제 경수형 안왔거든 오늘도 안오면 어쩌냐고 아침부터 저랬는데 "
박찬열은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날 힐끔보더니 낄낄 웃어제꼈다. 마음같아서는 진짜 잘라버리고싶다. 아니다 언젠가 이 카페 인수해서 전봇대들을 평생 카페 농노로 부려먹는게 더 나을 듯, 머릿 속으로 야심찬 꿈을 계획하며 혼자 음침하게 웃었다. 상상만으로도 신난다! 그런 내 시꺼먼 상상을 아는지 오세훈과 박찬열은 조잘조잘 잘도 떠들었다.
" 어제 경수형이 안왔다고? 웬일 "
" 그러니까 혹시 다른 이쁜 여자 생긴ㄱ "
저 샛기들이...!
" 야!!!!!! "
할 말이 있고 못 할 말이 있지!!!!!!!!!!!!!!
화를 못참은 내가 그만 옆에 가만히 있던 휴지곽을 전봇대들에게 던져버렸다. 이제부터 조신하게 행동해야지 하던 지난 날의 다짐은 깨져버렸다. 전봇대 브라더스때문에, 이를 부득부득 갈며 눈알이 튀어나올 듯 놈들을 째려보니 박찬열이 눈치를 보다가 내가 던진 불쌍한 휴지곽을 주워와 카운터 옆에 소중히 놓아주었다.
" 알았어... 왜 화를 내고 그러냐... "
" 진짜 오늘 나 빡치게 하지 마라 "
박찬열은 찍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울한 심경에 한동안 방치되었던 핸드폰을 꺼내 홀드 버튼을 눌렀다. 역시 예상대로 톡과 연락함은 클린했다. 너란 폰.... 주인과 밀당하는 폰...방학이라고 친구들이란 년들은 연락도 안하고 나한테 남은건 전봇대 브라더스와 안나... 그리고 도경수 씨, 그래 나는 도경수 씨면 돼! 그래 도경수 씨면... 도경수 씨...
" 도경수 씨!!!!!!!!! "
상사병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질러버린 포효에 편의점에서 사온 과자를 먹던 오세훈이 놀라서 과자를 떨어뜨렸다. 근데 그 과자는 보통 과자가 아니었다. 그 유명한 꿀버터과자, 그렇다, 평화나라에서 한 봉지당 5000원씩 거래된다던 그 과자였다. 만약 그냥 감자칩이었다면 안미안했겠지만 저건 초희귀레어템이라서 조금 미안한데...
" 미쳤냐? 이거 니가 주워먹어라 "
오세훈의 표정은 (깊은 빡침)을 말해주었다. 마치 처음 봤을 때 모습이 떠오른달까... 히터대 ice prince...☆ , 솔직히 나는 오세훈이 이렇게 빡쳐 할 줄은 몰랐기에 콧볼을 긁으며 멋쩍게 웃었다.
" 에이, 너 여기 앞 편의점에서 사온 거잖아, 또 사오면 되겠네 "
" 예약해서 사온거거든? 빨리 주워먹어라 "
아니 무슨 성수기 호텔 예약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과자따위를 예약해서 산담, 나는 과자따위에 목숨 거는 오세훈이 이해되지 않았다. 굳이 이해를 하자면 내가 도너츠 가게에서 하마 인형을 받기위해 예약했던 것하고 같은 맥락일까 ... 그래도 인형하고 과자는 비교가 안되지!!!!!!
" 허, 야 어떻게 여자한테 과자를 주워먹으라고 할 수ㄱ "
" 자, 먹어 "
안그래도 되는데 박찬열은 꿀버터과자를 가지고있는 갑의 입장인 오세훈에게 과자를 얻어먹겠다며 굳이 바닥에 고이 떨어뜨린 걸 내 앞까지 배달해왔다.
" 갖다버려!!! 왜 자꾸 먹으래!!!!!! "
" 괜찮아 내가 홀 하나는 정말 열심히 닦았거든, 그러니까 깨끗해 "
그럼 니가 쳐먹어!!!!!!!!!!!과자를 박찬열의 콧구멍에 쑤셔주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우리 히터대 아이스 프린스님이 매서운 눈빛으로 지켜보는 중이라서 조용히 받아드는 척하다가 와그작 과자를 깨부셔버렸다. 기쁘지 않니 찬열아, 너가 청소할 게 생겼다 하하
박찬열은 산산조각난 과자를 내려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그 큰 눈 사이로 눈물이 비집고 나올 것만 같았다. 그 과자가 사람을 울리는 과자였다니... 그럼 빨리 열 봉지를 사와서 오세훈도 울려야지
" 야!!! 이걸 왜 부셔!!! 안먹을거면 나보고 먹으라고 하던가!!! "
박찬열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럴꺼면 진작에 지가 주워먹던가... 아니면 지금 홀이라도 핥던가... 한심한 눈빛으로 박찬열을 쳐다보니 녀석은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부스러기를 깨끗이 손으로 쓸어 과자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도저히 불쌍해도 못봐주겠다. 다음 박찬열의 생일 선물은 꿀버터과자
" 하여튼 기지배가 못되쳐먹어서, 너같은 거 좋아해주는 경수형한테 절해야돼 "
뭐? 못되쳐먹었다고? 도경수 씨한테 절해야한다고???????????????????
양심상 부정 할 수는 없지ㅋ 그 잘난 남자가 뭐가 좋다고 나를 따라다니겠어 그것도 아빠가 리터 소프트 사장인데,
도경수 씨 아버지께서 리터 소프트 사장이라는 사실은 그 말 딱 들었을 때는 하도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집에가서 겨우 생각이 났었다. 아빠가 리터 소프트 사장..!! 도경수 씨가 왜 젊은 나이에 벤츠를 굴리고 호화스러운 코스요리를 먹고 손쉽게 카드를 뽑아서 명품을 긁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사실이 처음 생각이 났을 때엔 도경수 씨에게 위화감이 안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자가 강남 부자라니... 낯설기도 했고 이제 어쩌면 좋지라는 걱정도 했었다. 근데 리터 소프트 사장 아들이면 뭐 어때, 그냥 서로 좋아하면 된 거지 뭐,
...
그건 아닌가... 조..조금 부담스럽기도...
박찬열의 말을 듣고 의식의 흐름을 담아 심각해진 내 표정을 본 오세훈이 와삭와삭 과자를 먹으며 말했다.
" 쟤 오늘 존나 이상해 "
" 경수형 안와서 그런거라니까 "
나도 알거든 오늘 나 이상한거.. 머리를 부여잡고 도경수 씨를 생각했다. 도경수 씨잇...!! 저에게 힘을 주세요!!!!!!! 나는 속물이 아니여요!!! 저는 도경수 씨 그 자체를 좋아합니다!!! 그렇죠?? 그런거라고 해주세요!!!!! 나는 시험에 빠져들었다. 돈이 뭐라고... 아니 돈이 물론 좋긴한데 그래, 돈이 좋지, 근데 나는 도경수 씨의 돈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래 도경수 씨를 좋아하는 거지! 맞아 나는 도경수 씨가 좋아!!!!! 그렇다고 도경수 씨의 돈이 싫다는 건 아닌데...
1분간격으로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하는 내 모습을 원맨쇼 보 듯 관람하는 전봇대 브라더스,
" 와, 가관이다. 상사병이 무서운 거구나, 그렇게 보고 싶으면 경수형한테 전화해 "
" 조용히하고 너네들 내 말 좀 들어봐 "
물론 너네들은 도움이 안되겠지만,그래도 남자들이니까 색다른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내 말에 오세훈과 박찬열은 의자를 슥슥 카운터 앞으로 끌고와 귀를 기울여주었다. 말 들어달라면 잘 들어주는 건 좋단 말이야.. 다른 때 안 들어줘서 그렇지
" 야, 너네들은 만약에 여친이 생겼어 "
" 만약에라니 나는 우리 천사누나가 있는데 "
제발 찬열아, 박찬열이 닥칠 때까지 말을 안하겠다는 뜻으로 정색을 하며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니 오세훈이 박찬열의 팔뚝을 가볍게 쳤다.
" 아 알았어, 만약에 여친이 생겼어 근데 "
" 근데 알고봤더니 그 여친이 졸부야! 졸라부자! 완전 비싼 차 몰고다니고 강남 도곡동 살고 진짜 대박 부자! 여친 아버지가 준 대기업 사장이야!! 그럼 어떨거 같아 "
흥분한 나머지 전봇대들에게 삿대질까지 해가면서 구구절절 말을 하고나니 잠깐 정적이 흘렀다. 박찬열은 턱을 어루만지며 심각하게 우리 천사 누나가...라고 중얼거렸고 오세훈은 쟈가운 눈빛으로 과자를 씹으며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ㅇ..왜 그렇게 봐 "
" 경수형 도곡동 살아? "
" 어 .. "
...
" 어휴!! 무슨 내가 도경수 씨 사는 곳을 ㅇ..어떻게 알아!! "
내 연기는 당사자인 내가 봐도 장수원을 빰쳤다. 다 비켜!!!! 내가 발연기계의 신흥강자다!!!!!!!!!!! 역시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 그 말의 참 뜻을 알아챈 오세훈의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했다.
" 우리 경수형.. 졸부구나? 도곡동 살고 아버지가 리터 소프트 사장이고? "
박찬열보다 학점이 더 좋은 오세훈다웠다. 오세훈은 셜록이었다. 나는 독심술을 쓸 것같은 오세훈의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며 입을 우물거렸다. 박찬열처럼 눈치 좀 없으면 어디가 덧나나..!! 없는 척이라고 해달란 말이야!!
" ... "
" 그럼 되겠네 "
" 뭐... "
" 경수형이랑 결혼하면 되겠네 "
도움도 안되는 놈들, 쯧 혀를 한 번 차주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박찬열이 지금껏 말은 귓등으로 안듣다가 무릎을 탁치며 말을 했다.
" 아! 그러면 되겠네 "
도움이 되는 이야기일까?
" 천사 누나랑 결혼하면 되겠네! "
한심, 끼리끼리 논다더니
또 휴지곽을 던져주고싶지만 전봇대들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혹여나 모서리가 놈들의 안구를 강타할까 조용히 등을 돌려 커피 머신으로 향했다. 전봇대들의 말은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어 곧 퇴근시간대라 미리 커피를 템핑해 둘까 하는데 오세훈이 하지 못했던 말을 마저 했다.
" 야 근데 그거 니 돈도 아닌데 왜 니가 신경쓰고있냐, 결혼 할 사이면 몰라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니면서,그거 몰랐어도 잘 만났을 거잖아? "
그거 몰랐어도 잘 만났을 거잖아?
그거 몰랐어도 잘 만났을 거잖아?
그거 몰랐어도 잘 만났을 거잖아?
아... 그렇구나... 오세훈은 셜록이 아니라 솔로몬이었다. 의외의 멋진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세훈에게 따봉을 해주었다.
" 너 좀 짱인듯? 솔로몬해라 "
훈이 너 많이 컸다? 오세훈도 자신의 입에서 그런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말이 나온게 놀라웠는지 수줍게 손으로 입을 가리며 히힛거리며 웃었다. 박찬열은 아직까지 상황파악을 못하고 오세훈한테 왜 그래하고 묻는다 ..^^하하 녀석.. 너는 평생 모르고 있는게 나을 듯
흐흥 그래~ 뭐 리터 소프트 사장 아들이면 어때~ 먼저 나 좋다고 한 건 도경수 씨고 이대로 ㅂㅂ2 인사 하는 것도 아닌데~너무나도 쉽게 풀려버린 고민에 퇴근 시간 피크임에도 불구하고 콧노래가 나왔다. 즐겁다 즐거워
" 안녕하세요~ "
" 조니니 형!!!!!!! 완전 오랜만이에요!!! "
손님들 발길이 뜸해 질 때 였다. 얼마 남지 않은 손님들 커피를 트레이에 올려놓는데 카페 문을 열고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들어오는 김종인 씨와 그를 보고 강아지마냥 반겨하는 전봇대들 , 되게 오랜만이네 갑자기 안보여서 내심 걱정했는데
" 오랜만이네요. 맨날 도경수 씨랑 같이 오시더니 "
" 아... 몸이 좀 아파서, 지금은 괜찮아요 "
" 감기였구나! 몸 조심하세요 리터 소프트,대기업이라고 사람들 너무 막 굴리는거 아니에요? 도경수 씨도 감기 걸린 것 같은데... 도경수 씨는 오늘도 회사 안왔어요? "
카운터 앞에 서있는 김종인 씨는 내 말에 하하 웃다가 이내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돌려 카페 문 쪽을 바라보았다. 왜 거기 뭐라도 있어ㅇ ...
...
...
" 도경수 씨!!!!!!!!!!!!!!!!! "
히익 거리며 다시 문을 닫고 나가는 도경수 씨의 뒤를 얼른 쫓아갔다. 어디가요!!!!!!!!!!!!!! 도경수 씨!!!!!!!!!!!! 왜 그래요!!!!!!!!!!!!!!!!!!!
혹시 멀리 달려나갔을까 카페 밖으로 나가 길 저편을 바라보는데 바로 옆에서 기침을 속으로 삼키는 소리와 꾸물거리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딸꾹,
못 본지 얼마나 됬다고 이 동그란 눈이 왜 이리도 반가운지...꾹 입을 닫고 놀란 눈으로 나를 보던 도경수 씨는 터져나오는 기침에 콜록콜록 거렸다. 이 사람.. 진짜 아파서 못나왔던 거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지난 날의 나년이 용서가 되지 않는다. 기침을 멈추지 못하는 도경수 씨의 등을 두드려주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니 그가 입을 가리고 말했다.
" ... 화 안났어요? "
무슨 화????? 지금 가슴이 아프구만ㅠㅠㅠㅠㅠ아이고ㅠㅠㅠㅠㅠㅠ
" 제가 화가 왜 나요.. 아프면 사람이 쉬어야지 아버지께서 아들이 이렇게 아픈데 일하라고 그러셨어요????? "
" 어제.. 아무 말 없이 데리러 안왔는데... "
그리고 도경수 씨는 말을 잇지 못한 채 곧 죽을 사람처럼 콜록거렸다. 설상가상으로 찬바람까지 불어온다.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 상남자처럼 도경수 씨의 손을 잡고 카페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아니 사람이 열이 얼마나 나면 이렇게 손도 뜨거워
딸랑 거리는 종소리에 자리에 앉아 뒤돌아보는 김종인 씨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씨익 웃었고 전봇대들은 도경수 씨와 내가 맞잡은 손을 보고 연신 꺄악거렸다. 물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도경수 씨를 김종인 씨 맞은 편에 앉혀놓고 가끔 덮는 담요를 가져와 꽁꽁 싸매주었다. 그리고 따뜻한 거... 따뜻한 차... 생강차 같은 게 우리 카페에 있을 리가 없지만 이모가 영국에서 비싸게 주고 사온 차는 있다. 맨날 자기만 꽁쳐두고 마시던데...기필코 찾아내리라!!!
전투적으로 주방 안으로 쳐들어가 박찬열이 앉아있었던 의자를 뺏어 밟고 찬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모 또한 키가 그렇게 크지 않으니 높은 곳에는 분명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아래부터 공략한다!
" 뭐해, 키 큰 훈이가 도와줄까 "
" 됐습니다~ "
평소에는 개뿔 도와준다는 소리도 안하던게 이럴 때만 도와준다고....한참 열정적으로 뒤지던 끝에 뒷쪽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차세트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나는 보물을 발견한 것 마냥 당당하게 티포트와 차를 들고 의자에서 내려왔다. 이 고귀한 자태를 보라!!!
" 오 야 그거 뭐야 개비싸보인다 "
" 맞아 이거 비싸서 너네는 못 먹어, 도경수 씨거야 "
" 어이구 열녀 나셨네 "
비쌈의 향기를 맡은 하이에나들이 순간 주위에 몰렸지만 절대 뺏기지 않겠다는 내 굳은 의지로 차를 지켜냈다. 커피 머신에서 뜨거운 물을 뽑으려고 하는데 뒤에서 언뜻언뜻 들려오는 도경수 씨의 기침소리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죽지마세요 도경수 씨!!!!!
차를 필터에 옮겨 담으려고 할 때 다급해져서 차를 한 숟가락 흘리긴 했지만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었다. 바닥 치우는 건 모두 박찬열의 몫이니까
그렇게 전쟁같던 차 끓이기가 끝나고 쪼로록 고급진 두 잔에 차를 따라 조신하게 도경수 씨와 김종인 씨가 있는 테이블로 갔다.
" 아직 주문 안했는ㄷ ... "
" 무슨 소리에요, 그냥 제가 드리는 거니까 마셔요. 약은 먹었어요? "
도경수 씨의 대답따위 필요 없었다. 곧바로 손바닥을 도경수 씨 이마에 대어보니 앗 뜨거워. 아까 손잡았을 때 열 좀 있는 것 같은데 진짜 펄펄 끓네, 이런 상태로 어떻게 카페까지 올 생각을 했대...
" 약 먹었냐구요 도경수 씨 "
( 절레절레 )
절레절레 좋아하시네!! 약을 어떻게 안먹어!!! 으휴 진짜 속상해.. 아들 키우는 어머니들이 이런 마음이실까, 정말 속상하다 속상해.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앞치마를 푸를 생각도 안하고 바로 패딩을 입고 지갑을 챙겼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도경수 씨는 끙끙 앓으면서 물었다.
" 어디가요... "
" 감기약 사러 여기 앞에 편의점 좀 다녀올게요. 밥은 먹었죠? "
" ... "
( 절레절레 )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미련 할 수가 있을까, 나보러 아픈 몸 이끌고 온 사람이라서 뭐라고 할 수도 없고.
" 여기서 죽 집 가까우니까 금방 갔다올게요. 그동안 차 마시면서 몸 좀 달래고 있어요 "
" 저도 같이 가면 안될ㄲ... "
" 웃기는 소리 하지말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여기서 가만히 있어요 "
한 마디만 더해봐 의자에 꽁꽁 묶어서 못 움직이게 만들어 버릴테니까. 도경수 씨 앞에서 뭐가 그리 재밌는지 킥킥 거리며 웃는 김종인 씨한테 제발 잘부탁한다고 신신당부까지 해놓고 카페를 나섰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달려가서 죽을 주문하고 바로 옆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사고 다시 완성된 죽을 받아서 오는거야! 좋았어! 내 계획은 완벽해
*
" 김종인 씨하고 도경수 씨 빨리 시말서 제출하고 "
" 네네~ 알겠습니다~ "
어제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밝은 표정으로 출근한 종인은 뒤늦게 출근한 경수을 꽉 끌어안고 뽀뽀를 해주겠다며 난리도 아니었다. 밝은 성격이 다시 돌아와 여사원들에게 성격으로 뒷말이 나오진 않겠지만 다른 쪽으로 뒷말이 돌 듯하다. 도사원 하트 김사원이라던가.
무튼 종인의 어머님의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지금까지 형편이 좋지않아 받지 못했던 세세한 정밀 검사부터 제대로 된 치료까지 모든 비용을 경수가 부담하기로 했다. 처음 그 소식을 들은 종인은 경수에게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고집불통인 경수는 회사 인력의 능률이 떨어져 실적이 떨어지는 꼴은 보지 못한다는 재수없는 말과 김종인 씨는 앞으로 우리 리터소프트와 영구 계약이라는 작은 농담과 함께 부담을 덜어주었다.
" 어떡해ㅋㅋㅋ 도경수 씨 나때문에 시말서까지 쓰고 "
좋아하는 건지 미안해 하는 건지 파티션 옆으로 얼굴을 내밀고 웃는 종인을 경수는 그저 눈을 쫙째고 흘겨 볼 뿐이었다. 살면서 시말서 같은 걸 써보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그래도 헛된 일로 쓰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지
" 제 걱정 말고 김종인 씨도 빨리 쓰세요 "
" 나는 다 썼지, 도경수 씨랑 같이 낼꺼야. 정 안써지면 내가 민대리님 한테 싹싹 빌어볼게 우린 좋은 친구잖아 "
그러면서 자기 혼자 좋은 친궄ㅋㅋㅋㅋㅋㅋ하며 웃는 김종인 씨, 어제 괜히 좋은 친구 이야기를 꺼낸 듯 싶다. 그냥 친구라고 할 걸. 감기 때문에 그런가 오늘따라 사무실이 덥다.
" 어디가 좋은 친구!! "
" 바람 좀 쐬려고 합니다. 따라오지 마세요 "
느릿느릿 시말서를 쓰던 손을 멈추고 의자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경수를 졸졸 따라가는 종인, 그 모습을 보는 민대리는 저것들 또 도망가는 거 아닌가 했지만 이내 다시 사무실로 들어오는 종인의 모습에 파티션 위로 쭉 뺐던 고개를 다시 집어넣었다.
경수가 비운 자리에 팀원들 몰래 앉은 종인은 경수 대신 빠른 속도로 시말서 내용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경수는 지금 종인이 이러고 있다는 걸 모르지만
종인은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다 쓴 시말서 두 장을 인쇄해 열심히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는 민대리의 팔뚝을 콕 찔렀다.
" 다 썼는데 이건 제가 직접 과장님한테 드릴게요... 어제 도경수 씨가 못한 업무 저한테 넘겨주세요 "
" 김종인 씨가 왜, 종인 씨가 할 것만 해도 산더미야 "
" 저 밥값은 해야하거든요 그러니까 빨리 빨리 넘겨주세요 "
민대리는 허, 코웃음을 치며 파일 몇 개를 종인에게 넘겨주었다. 일부러 힘든 일만 골라서 경수한테 준 일을 자신이 대신 하겠다니 처음 들어온 몇개월 동안은 서로 찬바람만 쌩쌩 불더니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람
잠깐 나갔다 들어온 경수는 힘들게 몇 줄 적은 시말서 프로그램이 닫혀있는 걸 보고 오류먹은 줄 알고 기겁을 하며 퍼뜩 의자에 앉았다. ㅇ..이게 무슨...컴퓨터를 바꿔야 하나 생각을 하는 찰나 종인이 말했다.
" 내가 과장님한테 도경수 씨는 아~무런 잘못없다고 해명했더니 쓰지말래 "
" ... 정말입니까? "
" 아이 그럼~ 내가 이거 하나는 잘하잖아, 이제 걱정말고 빨리 일 해 카페 가야지 "
이거 라며 손바닥을 파리처럼 슥삭슥삭 문지르는 종인에 웃음이 나왔지만 뒤이어 나온 카페...카페라니... 어제 카페에 못갔다. 아파서 못 간거라지만 연락도 안하고 아무 말 없이 안간건데... 어쩌면 좋지...경수는 정신이 대략 멍해졌다.
○○씨가 화났으면 어쩌지...
" 도경수 씨 괜찮다니까! 그냥 들어가 "
퇴근 시간, 저녁은 거르고 카페 앞에서 아웅다웅 하는 두명의 남성, 종인과 경수다. 종인은 경수의 팔목을 잡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반해 경수는 몸을 움츠리며 다리를 단단히 땅에 고정하며 자신의 굳은 의지를 표출했다.
" ㅎ.. 한 번만 보고 와주시면 안되겠습니까? "
좋은 친구 이야기 이후로 종인에게 자신의 철옹성 같은 철벽을 거두고 완전무장해제를 한 모습만 보여주는 경수, 이제는 안 더듬던 말까지 더듬는다.
" 아니 ○○씨가 그렇게 쪼잔이도 아니고 그냥 사람이 못데리러 올 수도 있는거지 "
" 그래도 화났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
" 무슨 화야! 빨리 들어가자니까? "
끝끝내 자신은 미안해서 못들어가겠다는 경수를 뒤로하고 그럼 여기서 딱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종인이 당당하게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경수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와중에 얼굴을 보고싶고...그런데 무서워서... 화내면 어떡하지...보고싶은데...그럼 딱 얼굴만... 얼굴만...
빼꼼
문을 살짝 열고 카페 안으로 머리를 들이미니 바로 ○○씨와 김종인 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밝아보여서 다행이에요 어제 자다가도 걱정했는데, 정신 나간 사람처럼 한참 그녀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휙 뒤를 도는 김종인 씨가 입모양으로 들어와 란다. 정말 화가 안났을ㄲ
" 도경수 씨!!!!!!!!!!!!!!!!! "
히익, 화가 난게 분명하다. 어떡하지, 어떡해. 무릎이라도 꿇고 빌어야하나
그녀의 외침에 깜짝 놀라 벽 뒤로 몸을 숨겼지만 이내 ○○씨가 문을 열고 나왔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이대로 여기 이렇게 조용히 숨어있으면 ㄷ 쿨럭쿨럭. 하필 이 때 기침이 나올게 뭐람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눈치를 보는데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
콜록콜록콜록, 참았던 기침이 긴장이 풀리자마자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기침이 자꾸 말을 막는다. 용서ㅎ 쿨럭쿨럭쿨럭 주세ㅇ 쿨럭쿨럭쿨럭 빨리 이 감기가 떨어져야 할텐데, ○○씨는 그런 나를 보고 어쩔 줄 몰라하다가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녀의 손길에 기침이 멎자 언제 다시 터져나올지 모르는 기침에 대비해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했다.
" ... 화 안났어요? "
" 제가 화가 왜 나요.. 아프면 사람이 쉬어야지 아버지께서 아들이 이렇게 아픈데 일하라고 그러셨어요????? "
" 어제.. 아무 말 없이 데리러 안왔는데... "
이렇게 붙어 있으면 감기 옮을텐데 끝까지 등을 두드려주는 손을 멈추지 않고 내 걱정을 해주는 그녀, 밀려오는 감동에 가슴이 찌잉해질 때 그녀가 그동안 잡고 싶어도 못잡았던 손을 덥썩 잡고 카페 안으로 이끌었다. 그러더니 계속 어떡하지 어떡하지 중얼거리다가 고정석에 날 앉히고 꼭 자기를 닮은 귀여운 담요로 나를 꽁꽁 싸매어주었다. 따뜻해, 왠지 정말 걱정 받고있는 느낌이 든다. 처음 느껴보는데 정말 따뜻한거구나, 누군가가 날 이렇게 걱정 해준다는게 좋은 것일지는 몰랐다.
" 도경수 씨 좋아죽을려고 하네 그렇게 좋아? "
" 그럼 안좋습니까... "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더니 이제는 광대가 승천하려고 한다. 실없이 나오는 웃음을 감추려 아랫입술을 꽉 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좋아서 참을 수가 없을 정도니, 입을 꾹 다물고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그녀를 구경했다. 이렇게 보고있어도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던가, 힐링이 된다고? 그래 이게 바로 힐링이다.
비록 온 몸에 열이나고 기침도 멈출 수 없지만 이대로 한 시간, 두 시간 보내다보면 언젠가는 감기 기운을 다 떨쳐 낼 수 있을 것 같다.
어느새 그녀는 만족하는 표정으로 트레이 위에 집에서 엄마가 쓰는 모습만 봐왔던 차 주전자와 찻잔을 얹어놓았다. 오, 여기에 저런 메뉴도 있었나 나중에 한 번 주문해볼까
...
" 아직 주문 안했는ㄷ ... "
" 무슨 소리에요, 그냥 제가 드리는 거니까 마셔요. 약은 먹었어요? "
이럴수가 그녀가 나를 위해 차를 준비하다니, 뜨거운 김이 퐁퐁 샘솟는 차주전자에서는 좋은 향이 난다. 이런게 행복일까 하며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려는데 갑자기 손바닥을 내 이마에 갖다댄다. 오늘 손도 잡고 내 이마도 만져주고 무슨 일... 내 이마를 어루만져주는 그녀의 손길이 시원하니 좋다.
" 약 먹었냐구요 도경수 씨 "
( 절레절레 )
약 안먹어도 그냥 ○○씨랑 같이 있으면 나을 것 같은데, 그녀는 어휴, 하며 작게 한 숨을 쉬더니 패딩을 입었다.
" 어디가요... "
가지마요.
" 감기약 사러 여기 앞에 편의점 좀 다녀올게요. 밥은 먹었죠? "
" ... "
( 절레절레 )
그냥 같이 있으면 낫는다니까...
" 여기서 죽 집 가까우니까 금방 갔다올게요. 그동안 차 마시면서 몸 좀 달래고 있어요 "
" 저도 같이 가면 안될ㄲ... "
안절부절 못하고 의자에서 엉덩이를 땠다가 붙이기를 여러 번 ○○씨는 내 어깨를 꾹 누르며 말했다.
" 웃기는 소리 하지말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여기서 가만히 있어요 "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섭섭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바쁘게 카페를 나가버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는데 전봇대 브라더스와 김종인 씨가 눈을 반짝거리며 내 주위를 둘러싸 앉았다.
" 형 대박인거 알아요? 나 쟤 저러는 거 처음 봐요 "
나도 ○○씨 저렇게 안절부절 못하는거 처음보는데... 그럼 찬열군의 말 뜻은 곧 저런 모습 보여준게 내가 처음?? 연신 오오~ 거리는 전봇대 브라더스와 김종인 씨의 반응에 괜히 머쓱해서 코를 한 번 훌쩍거렸다. 칼칼한 목때문에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는데 자꾸 주변에서 오오 거리니까 승리자가 된 기분도 들고 참 묘한게...
" 와 쟤 형 앞만 가면 온순해지는게 다른 사람 같다니까? 내가 웬만하면 이런 소리 안하는데 진짜 잘해봐요 "
그렇게 온순해지는 것 같지는 않ㅇ...이게 아니라 응원같지않은 찬열군의 응원을 들으니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잘해보라니, 부끄럽게.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씨가 내온 차를 한 입 마셨다. 온도도 적절히 따뜻하고 향도 좋은게 정말 마시면 감기가 달아나는 느낌
전봇대 브라더스가 한 마디 던지면 김종인 씨가 그래그래 맞아맞아, 김종인 씨가 한 마디 던지면 전봇대 브라더스가 그렇죠! 당연하죠! 어떻게 이렇게 쿵짝이 잘 맞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가만히 차만 들이키며 셋의 대화를 들어보면 대가족 같이 아늑한 느낌에 시끄럽지만 소소한 재미가 느껴진다.
그리고 찻잔의 바닥이 보일 때 쯤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씨가 걱정돼 문만 힐끔힐끔 바라보는데 계속 감감무소식이다. 빨리 저 문을 열고 그녀가 빨리 약 먹어요! 라고 외쳐주었으면 좋겠으련만, 빨리 와요...
이제는 안떨던 다리까지 덜덜 떨리 지경이다. 그냥 무턱대고 같이 갈 껄... 왜 가만히 앉아 있어가지고... 도저히 안 될 것같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데 문이 활짝 열렸다.
" 도경수 씨!!! 빨리 죽 먹고 약 먹어요!!! "
그녀다.
*
" 도경수 씨!!! 빨리 죽 먹고 약 먹어요!!! "
슬로우 푸드인 죽 때문에 시간이 좀 걸렸다.거기다 도경수 씨랑 같이 온 김종인 씨도 왠지 밥을 안 먹었을 것 같은 여자만의 촉에 2인분을 사서... 약 사는 건 5분도 안걸렸는데 꼬르륵 거릴 도경수 씨의 배를 생각하며 뛰어온 것 치고는 시간이 꽤 지나있었다.
" 도경수 씨가 무슨 죽 좋아 할 지 몰라서 그냥 제 취향대로 샀어요. 전복죽인데 괜찮죠? "
" 전 다좋아요 "
무슨 도경수 씨는 황희정승이야, 다 좋대
" 김종인 씨도 밥 안먹었죠? "
" 어 어떻게 알았어요. 도경수 씨한테만 물어봤을 때 좀 섭섭했는데 "
" 왠지 그럴 것 같아서, 이거 꼭 다먹어요. 근데 다들 도경수 씨 부담스럽게 왜 이러고있어 "
사람 체하겠네, 콜로세움도 아니고 왜 애꿎은 사람을 둘러싸고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이에 안 낄 나도 아니었다. 평일 퇴근 시간대에 다 테이크 아웃이라 가뜩이나 한산한데 이렇게 도란도란 모여있으니까 괜찮네. 나는 저 멀리서 의자를 질질 끌고와 꾸역꾸역 전봇대 브라더스 사이에 끼었다.
" 돼지야! 저리 좀 가! "
" 돼지? 오세훈 그럼 니는 그동안 돼지가 만들어준 커피 맛있다고 마셨냐? "
" ... "
오세훈하고 투닥거리는데 죽을 한숟갈 뜨다가 입에 안넣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도경수 씨, 너무 오세훈하고 붙어있었나보다. 아이고 알았어요. 계속해서 돼지라고 중얼거리는 오세훈을 째려봐주고 한 2cm정도 의자를 옆으로 옮겼다. 그제야 한 술 뜬 숟가락을 입에 넣는다.
" 아, 혹시 너네 그거 봤냐? 할머니하고 할아버지 나오는 영화 슬픈거, 김종인 씨는 봤어요? "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일부러 활짝 웃으며 이야기거리를 하나 툭 던졌다.
" 그거 진짜 슬프다며, 훈이는 울 것 같아서 아직 못봤는데 "
" 그니까 그런 걸 어떻게 나랑 세훈이랑 같이보냐, 극장에서 남자 둘이서 같이 부둥켜 안고 질질 짤 일 있냐 "
" 저도 아직 못봤어요. 주위에 보러 갈 사람도 없고 영화 혼자 못보는 타입이라... "
이 남자들... 별거 없구만, 끌끌 혀를 차니 셋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히 죽을 먹고있는 도경수 씨로 향했다. ... 괜히 얘기 꺼냈다. 얘네들 아직 도경수 씨랑 나랑 데이트 한 거 모르는데... 아차 싶어 뒤늦게 입을 막아보는데 우리들의 시선을 뒤늦게 알아 챈 도경수 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 ... 저는... "
" ... "
" 봤는데... "
내 눈치를 보며 말꼬리를 길게 늘리는 도경수 씨
" 나랑 도경수 씨랑 같이 봤어 "
에이 그래 도경수 씨랑 나랑 못할 짓 한 것도 아니고! 도경수 씨도 뭘 그런 걸 고민하고 그래요. 내 말에 남자 셋은 오올~ 거리며 요즘 겨울이라 한창 살이 오른 내 팔뚝을 아프지않게 쳤다.
" 뭐야뭐야, 언제 훈이 모르게 둘이 영화를 봤어 "
" 와, 도경수 씨 어떻게 그런 것도 안 말해줄 수가 있어. 좋은 친구라면서! "
" 열이도 천사 누나랑 보러갈거야 "
어느새 영화 이야기는 뒷전으로 남자 셋은 나와 도경수 씨의 데이트 일화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깨만 으쓱거리며 개구진 웃음을 도경수 씨한테 보여주었고 그도 내 웃음에 답하듯 이쁘게 입가에 호선을 그었다.
손님도 다 떨어지고 마감 때가 되었다. 데이트 이야기말고도 솔로몬 오세훈의 전봇대 고민상담소도 열렸고 회사에서 민대리가 너무 괴롭힌다는 김종인 씨의 투정도 듣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금방 흘렀다. 센스있게 모두들 내가 카페 문을 잠글 때까지 옆에서 지키고 서있는 것 좀 보게, 완전 든든
도경수 씨는 웃기게도 아직까지 내가 둘러준 담요를 벗지 않았다. 그 모습이 너무 웃긴 나머지 빵 웃음이 터졌는데 그 이유를 이 남자 넷은 알지 못했다. 겨우 웃음을 멈춘 뒤 도경수 씨하고 김종인 씨한테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도경수 씨가 다른 사람들 시선도 신경 안쓰고 다급히 내 팔목을 붙잡았다.
" 데려다 줄게요 "
" 약 먹었으니까 빨리 집에 들어가서 주무시죠 "
도경수 씨의 애절한 눈빛에 뒤에 서있는 길다란 남자 세 명이 억지로 웃음을 참는 모습이 보였다. ㅇ..이게 무슨 상황이람..!!
" 약 먹었으니까 괜찮아요. 데려다 줄게요 "
" 약 먹었으니까 빨리 집에 들어가요. 저는 오세훈이랑 박찬열 집 방향 똑같아서 괜찮아요 "
마중 못해서 죽은 귀신이 붙었나... 붙잡은 내 팔목을 놓지 못하고 미련이 남아보이는 도경수 씨의 애잔한 표정이 자꾸 눈에 밟힌다.
" 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해요 "
" ... "
" 빨리 다 나아서 나중에 나 데려다 주기 "
그리고 아직 열이 다 내리지 않아 뜨뜻한 도경수 씨 품에 조용히 안겼다. 그 모습을 본 외부인 남자 셋은 못볼 꼴이라도 본 것 마냥 으악! 하며 등을 돌렸고 도경수 씨는 그대로 얼음. 스르르 그를 안았던 손을 풀고 얼굴을 마주하니 굳었던 도경수 씨의 얼굴도 같이 풀렸다. 한참 말이 없던 그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 약속 할게요 "
*
집에 도착하자마자 역시 도경수 씨의 톡이 도착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능햐 밀당녀 'ㅂ'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하자는 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닌 밤 중에 도경수 씨 덕분에 웃게생겼네
꼭 얻어탈게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사담
이번 편은 부제목 답게 경수가 힐링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번외에서 종인이 일도 잘 풀리고 경수도 나름대로 차차 컨디션을 회복해가고있네요.
앞으로 더더더 경수와 여주의최상을 컨디션을 위해서 빨리빨리 써야겠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저번 편 번외인데요 여러분들 반응이 너무 좋아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떻게 그렇게 우중충한 번외에도 공감도 잘해주고 경수하고 종인이도 다독거려주시면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보는 제가 다 감더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러분들은 천사에요..!! 엔젤!!! 유어마엔제르!!!!!!
덕분에 힘내서 이렇게 본래의 강남 사는 도부자 분위기를 회복 한 것 같네요. 저만 느낀거라면 죄송.. 여러분들이 각 인물들 뒷이야기 번외를 너무 잘봐주셔서 중간에 하나 더 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물론 다음 번외는 우중충한 분위기가 아니라 원래 강남 사는 도부자 분위기 처럼 톡톡 튀는 분위기인데 번외 주인공들은 바로 여주와 또라이조의 만남 이랍니다1!!! 여러분들이 좋다고만 하시면 찬열과 천사 누나 번외 전에 한 번 쓰려고하는데 괜찮을까요?? 'ㅂ' 그 부분에서는 댓글로 여러분들의 의사 표현을 마음껏 해주시고
항상 우리 강남 사는 도부자 구독해주시는 독자님들,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들, 추천눌러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독자님들 진짜 모두모두 감사드리구요 언제나 제가 여러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잊지마세요!! 우리 강남 사는 도부자 많이 사랑해주세요!!!!!!!
[암호닉]
너구리걸님/면하트님/우비님/망고님/카페알바생님/아메리카노님/정수정수연님/바닐라라떼님/굔듀님/뽑뽀님/됴됴륵님/종순이님/몽구님/복숭아님/핫초코님/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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