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남친 있는데, 나 혼자 짝사랑 하는 것 같아.
과 모임 시작한지도 벌써 2시간이 흘렀어. 가게 안은 이미 우리 과 사람들로 인해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라 있었고 그 틈을 타서 찬열이가 세훈이한테 자연스럽게 술을 권유하는거야. 훈이는 말 없이 한잔 한잔 잘 받아 마셨는데 잔이 비워지기 무섭게 찬열이가 또 술잔을 가득 채워주는거 있지. 안 돼는데.. 술 많이 마시면 몸 상하는데. 찬열이는 몰라도 세훈이는 겉 모습과는 다르게 주량이 그리 쎈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거야. 세훈아... 그만 마셔. 슬쩍 앞에 놓인 잔을 뺏었는데 따가운 눈초리로 날 쳐다보면서 술잔을 다시 뺏어 가는거 있지. 누가 훈이 고집 센 거 모를까봐... 어쩔 수 없이 찬열이한테 술 그만 좀 주라고 눈치 줬더니 얘가 남자끼리 마시는 건데 뭐 어떠냐면서 내 말은 들은 채도 안한다. ㅠㅠ
"언니 잠깐 바람 쐬러 나갈래요?"
"네? 아... 그럴까요?"
그러다 갑자기 혜나후배가 나보고 바람 쐬러 나가자고 하는거야. 솔직히 밖에 나가기 싫었는데...ㅠㅠ 추운것도 추운거지만 1분 이라도 더 세훈이랑 같이 있고 싶었거든. 그래도 후배 부탁인데 거절하기도 좀 미안해서 하는 수 없이 겉옷 챙겨 입고 뒤따라 나갔는데 순간 찬바람이 화악 불어 오는거 있지. 너무 추워서 몸 오들오들 떨면서 잔뜩 움츠린 채로 서있었는데 그와중에 혜나후배가 먼저 말을 걸더라구.
"언니 찬열선배랑 많이 친하신가 봐요"
"아, 네... 뭐 그냥.."
"찬열선배가 언니 많이 좋아하는 것 같던데"
"네?"
"모르셨어요?"
"..."
후배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질문을 하니까 당황해서 말이 나오질 않는거야. 그리고 그게 정확한 사실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는 거였구, 진짜라고 해도 나한테는 세훈이가 있잖아. 혜나후배가 뭔가 오해하는 거 같아서 찬열이랑은 그냥 친한친구일 뿐이라고 딱 선을 그어서 말 해주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혜나후배가 먼저 말을 꺼내는 바람에 하려던 말을 차마 하지 못 했어.
"이참에 찬열선배랑 잘 해보시는 건 어때요?"
"...무슨 말이에요?"
"솔직히 말하자면 언니랑 세훈오빠 안 어울려요."
"..."
"세훈오빠랑 같이 있는 시간도 얼마 없잖아요. 그럴 바엔 차라리 찬열오빠가 더 낫지 않겠어요?"
"..저 먼저 들어가볼게요"
혜나 후배가 왜 하필 나보고 같이 나오자고 했는지 잘 알겠더라. 나한테 이런 얘기나 꺼내려고 부른거였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가만히 앉아서 훈이 얼굴이나 좀더 볼 걸 그랬다. 더이상 들을 가치가 느껴지지 않아서 먼저 들어가 보겠다고 했더니 혜나후배가 저 세훈오빠 좋아해요. 하는 순간 발걸음이 절로 멈춰지는거 있지.
"세훈 오빠도 저랑 같은 마음일거에요. 절 싸가지 없는 년이라 욕하셔도 돼요"
"..."
다만 언니가 불쌍해서 해주는 말이에요. 어느새 내게로 가까히 다가온 혜나후배가 어깨를 두번 토닥여주면서 먼저 가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나는 발이 바닥에 딱 붙은 것 처럼 떼어지질 않는거야. 바람도 점점 더 차 지고 있었는데 지금 상황에서 추위 따윈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어. 후배가 한 말 때문에 머릿속이 막 혼란스러웠거든. 평소에 혜나후배가 세훈이랑 많이 친한 건 알고 있었는데... 설마 그런 감정까지 갖게 될 줄은 미처 몰랐는데 말이야. 저번에 혜나후배가 세훈이한테 같이 저녁 먹자고 문자 보냈을 때, 혜나후배가 강의실 문 앞에서 세훈이 기다리다 같이 점심 먹으러 갔을 때, 그리고 오늘 과 모임 같이 참석한거 하며 세훈이한테 정성스럽게 고기쌈 싸줬을 때. 그 때 부터 알아 차렸어야 하는건데. 눈치도 없는 난 그저 둘이 친한 오빠동생 사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생각한거 있지. 근데 그게 아니었나봐. 정말 혜나후배가 세훈이를 많이 좋아해서 그런거였나봐.
솔직히 그동안 내가 양보한거 많았는데. 나도 세훈이랑 같이 점심저녁 먹고 영화도 보고 손도 잡으면서 길 걷고 싶은거 겨우 꾹 참으면서 혜나 후배한테 세훈이 양보 한거 였는데. 어떻게 내 앞에서 세훈이를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을 할 수가 있는거지... 지금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맞는걸까. 그냥... 믿었는데. 훈이랑 친한 후배니까 믿었는데, 발등 제대로 찍힌 기분이었어.
그럼 세훈인? 훈이도 정말 혜나 후배를 좋아해서 같이 밥 먹고 그런 거 였을까. 고갤 돌리니 창문 너머로 말 없이 소주잔만 비워내는 세훈이와 그 옆에 딱 붙어 앉은 혜나후배의 모습이 보이더라. 당장이라도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훈이한테 물어보고 싶었어. 너도 정말 혜나 후배랑 같은 마음 인건지, 그냥 친한 후배라서 잘 해준게 아니었는지. 하고.
동갑내기 남친 있는데, 나 혼자 짝사랑 하는 것 같아.
"언니, 세훈 오빤 제가 데리고 갈게요"
"아니... 괜찮아요. 그냥 오늘은 제가 데리고 갈려구요."
"너 혼자 괜찮겠어? 같이 데려다 줄게"
"아니야, 찬열아 니가 혜나 후배좀 바래다 주면 안될까? 미안해."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알았어."
어쩐지 훈이가 아까부터 너무 무리해서 마시더라니. 찬열이는 멀쩡해 보이는 것 같은데, 훈이는 엄청 비틀거리면서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어 보이는 거야. 혜나후배가 세훈이 데려다 주겠다고 했는데 나도 이번 만큼은 훈이를 양보하고 싶지 않았어. 괜찮다고 하고 훈이 팔을 어깨에 감았는데 혜나 후배 표정이 썩 좋지 않게 변하더라구. 그래서 찬열이한테 혜나 후배 좀 바래다 달라고 부탁했더니 찬열이가 흔쾌히 알았다면서 조심히 들어가라고 말 해줬어. 지내면 지낼수록 찬열이는 참 좋은 사람 같다고 느낀 거 있지. 그런 찬열이가 눈치도 없고 바보같기만 한 날 혹시라도 좋아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동 ○○빌라로 가주세요"
"네"
그나저나 세훈이 집... 되게 오랜만에 가 본다. 저번에 훈이 아플때 간호 해주려고 갔었는데 그 때 이후로 또 언제 가봤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굉장히 오랜만에 가는 거라 괜시리 설레는거 있지 ㅎㅎ... 세훈이 집 갈 생각에 혼자 들떠 있었는데 갑자기 훈이가 내 어깨에 기대서 졸고 있는게 느껴지는거야. 순간 놀라서 어깨가 움찔 거리고 심장은 쿵쾅 뛰기 시작하고. 세훈이가 기댄 한 쪽 어깨는 온 신경이 쏠려서 그런지 빳빳히 굳어가는 기분이었어. 술에 젖은 세훈이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졌는데 정말 그 순간 시간이 멈춰버린 줄 알았어...ㅋㅋㅠㅠ... 이런 작은 일에도 심장이 미친듯이 쿵쿵 거리는데, 세훈이는 알고 있을까. 니가 무심코 한 행동에도 난 엄청 두근거리고 설레여 한다는 것을.
"훈아... 몸에도 안 좋은 걸 왜이렇게 많이 마셨어. 응?"
"..."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최대 난관인 계단을 오르고 있었는데 세훈이 부축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막 식은땀이 나고 숨이 헥헥 차는거야. 그래서 괜히 훈이한테 왜 이렇게 많이 마셨냐며 살짝 잔소리도 해보고..ㅎㅎ 역시나 세훈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지만. 겨우겨우 진땀 빼면서 문 앞까지 도착했는데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 삑삑삑 거리면서 잠금 해제가 안 되는거야. 이상하다... 분명 세훈이 번호 뒷자리가 맞을텐데 하면서 한번 더 눌러봐도 아니라고 삑삑삑 거리고... 내가 중요한 건 안 까먹고 기억하는 스타일이거든. 특히나 세훈이랑 관련된 거라면 더더욱이. 근데 기계가 자꾸 아니라고 삑삑삑 거리니까 당황스러웠어... 혹시 세훈이 생일로 바꾼건가 싶어서 다시 한번 꾹꾹 눌러봤는데 또 삑삑삑 거리는게, 그것도 아닌가봐.
"○○○○...."
"아..."
자꾸 시끄럽게 삑삑 대니까 귀에 거슬렸나 본지 세훈이가 비밀번호를 낮은 목소리로 웅얼 거리더라구. 아, ○○○○...○○○○.. 까먹지 않으려고 일부러 숫자 하나 하나씩 중얼중얼 거리면서 비밀번호 눌렀더니 드디어 안 열릴것만 같던 도어락이 풀렸어...! 근데 ○○○○.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처럼 되게 익숙한데.. 생각해 보니까 내 생일이랑 숫자배열이 똑같아서 그런거였어. 물론 훈이가 그런 뜻으로 정해놓은 비밀번호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기분이 엄청 좋은거 있지..ㅎㅎ 훈이가 집 비밀번호 안 바꿨으면 좋겠다 하는 욕심도 들었고.
"세훈아, 다 왔어 신발 벗자 신발"
"..."
"응, 그렇지."
신발도 벗었겠다 이제 진짜 집 안으로 들어왔어!! 와.. 감격스럽다...ㅠㅠ 바로 침실로 가서 조심스럽게 세훈이 눕혀주고 답답해 할까봐 겉 옷이랑 양말도 벗겨주고 그제서야 나도 한숨 돌릴 수 있었어. 그동안 훈이 끌고 여기까지 오느라 어깨 한쪽이 빠질 것 처럼 욱신거렸는데 그래도 훈이를 안전하게 데려다줬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ㅎㅎ
그나저나 훈이는, 눈 감고 자는 것도 잘 생겼네. 훈이도 데려다 주었겠다... 이제 집에 돌아 갈 일만 남았는데 발걸음이 쉽게 안 옮겨지는거 있지. 훈이 얼굴 조금이라도 더 보고싶어서 세훈이 눕고 남은 자리에 슬쩍 걸터앉아서 훈이 얼굴을 내려다 봤어. 예쁘게 감긴 두 눈하며 귀여운 코, 예쁜 입술에 날렵한 턱선까지. 어쩜 하나같이 다 예쁠 수가 있는걸까. 어째서 여자인 나보다도 더 예쁜거야 세훈아. 오랜만에 세훈이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좋아서 막 웃음이 샐샐 흘러 나오는거 있지. 그리고 왠진 모르겠는데 이 상황에서 문득 혜나 후배가 한 말이 다시 떠오르더라.
'저 세훈오빠 좋아해요. 세훈 오빠도 저랑 같은 마음일 거에요.'
세훈이도 정말 혜나후배와 같은 마음인걸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아니 그러면 좀 슬플 것 같긴 한데, 아무렴 어때. 내가 널 이렇게 보고만 있어도 좋아서 웃음이 절로 나오는데. 예쁜 두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잘 자는 훈이 얼굴을 보며 그냥 온갖 생각을 비우기로 했어. 혜나 후배가 세훈이를 좋아한다고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말이야. 보고 있으니까 또 만지고 싶고 그런거 있지. 슬쩍 세훈이 앞머리 쓸어 넘겨 주면서 또 혼자 중얼중얼 거렸어.
"니가 누굴 좋아하든, 난 여전히 널 좋아할 것 같아 세훈아."
어차피 세훈인 잠 든 상태라 이런 말 못 들을게 뻔했지만... 그래도 가슴 속에 묵혀 두었던 말을 하나씩 털어놓으니까 마음이 좀 가벼워 진 기분이었어. 이제 슬슬 가봐야 되겠다 싶어서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누가 내 손목을 덥석 잡는 느낌이 드는거야. 이상하다, 분명 훈이는 자고 있었는데... 놀라서 고개를 홱 돌렸더니 가만히 내 이름을 부르는 세훈이었어.
"ㅇㅇㅇ."
"세... 세훈아, 안 자고 있었어?"
"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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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독자님들.... 사랑스러운 제 독자님들...ㅠㅠㅠ 2일 만에 아니 거의 3일 만에 돌아온 못난 작가를 매우 치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핑계인듯 핑계아닌 핑계를 대자면... 흡... 제가 글을 쓰다가 눈이 자꾸 아파서 쓰다가 멈추고 쓰다가 멈추고ㅠㅠㅠ그러다 보니 이렇게 늦게....☆★
미안해요 정말...ㅠㅠㅠ 하지만 이 못난 작가는 우리 독자님들 보고싶어서 막 미치는 줄 알았쟈나ㅠㅠㅠㅠ그렇쟈나ㅠㅠㅠㅠ
와... 그리고... 하... 잠시만요 저 눈물 좀 닦고.... 말이 돼요? 제가 추천을 13개나 받았다는 게....(기절) 그리고... 제가 아주 잠깐 춰럭글에 올라갔었더라구요ㅠㅠㅠ흐엉(두번 기절) 정말... 이게 다 우리 예쁜 독자님들 덕분이에요...ㅜㅜ 고맙습니다 정말... 말로 표현 못할 만큼 고마워요!♡
제가 답댓을 한분한분 못 해드렸는데... 정말 댓글들 읽다가 빵 터졌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독자님들 센스가 너무 철철 흘러넘친다.... 또 귀엽기도 하구ㅎㅎ...
흡...그리고 분량에 대해서 한분이 말씀 해주셨는데 정말 할 말이 없네요 ㅠㅠ...죄송해요... 분량이 좀 아니 많이 적죠... 필력이 부족한 작가를 용서하세요....☆
♡언제나 감사한 암호닉 분들♡ 꽯뚧쐛뢟님 부릉부릉님 직모님 콘스프님 기화님 지코밥님 로운님 훈세님 찡찡님 빠밤빠밤님 여르여르님 징지잉님 벨기에님 민속만두님 체리님 까꿍이님 초코콘더쿠님 오세훈님 스누피님 자몽님
암호닉 분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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