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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ON/김지원] 미성년 06 | 인스티즈

너에게서 나를 본다. 그래서 늘 너를 지나칠 수가 없었다.

네가 동정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네가 연민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 그것은, 명명하자면 사랑의 또다른 방식임에는 틀림없었다.

.

.

.

.

.

.

그 때, 그 시간의 우리는.

미성년(未成年)

 

 

 

 

 

 

 

 

 

 

 " 안녕. "

 

 

 대문을 나서자마자 들린 목소리에 몸을 흠칫 떨었다. 고개를 돌린 나는 대문 옆의 벽에 삐딱하게 기대어 서 있는 지원과 눈을 마주했다. 아. 내 입에서 짧은 탄식이 쏟아졌다. 조금 당황스러워진 나는 그 자리에 미동도 않고 서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눈 앞에 지원이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지원이 있었다. 꿈일까. 여태 꿈을 꾸고 있는 거라면 분명 지각일거야. 나는 두 볼로 손을 옮겼다. 약하게 손과 볼을 마찰시켰다. 따끔했다. 분명 꿈이 아니라는 소리다. 나는 손을 거두고 고개를 들었다. 이른 아침의 주택가에는 우리 둘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듯 했다. 고요함이 골목을 가득 메웠다. 뭐...야? 띄엄띄엄 내뱉어진 말들이 지원에게로 전달됐다. 여전히 벽에 몸을 기대고 있던 지원이 바로 섰다. 나와 일직선상 위에 시선이 놓인 지원이 한 걸음 내게로 다가왔다. 지원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가 뱉어내는 호흡이 내 감각을 자극하는 것 같은 아찔함에 옅게 몸을 떨었다. 지원이 내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학교 가자. "

 

 

 그 말을 끝으로 지원은 등을 돌렸다. 학교를..가자고? 예상외의 말에 얼떨떨해진 나는, 뭐해 가자. 앞서가는 지원이 소리친 후에야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천천히 한 발자국씩 움직이던 운동화가 이내 타닥 소리를 내며 빠르게 움직였다. 책가방 속 철제필통의 필기구들이 이리저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지원과의 간격이 나란하게 될 수록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 옆에 선 지원에게서 미세한 섬유유연제 향이 났다.

 

 

 

 

 우리는 나란히 교실로 들어섰다. 등교시간이라기엔 이른 시간, 교실 내부는 고요했다. 나란히 책상 옆 고리에 가방을 건 우리는 의자를 끌어냈다. 적막한 교실 안에 의자소리가 드르륵 하고 울렸다. 나는 교복치마가 구겨지지 않게 자세를 바로하고는 책상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덕혜옹주. 근 몇일간 내 아침시간을 가득 채운 책이였고, 두꺼운 책의 이야기는 이제 끝을 향해가고 있었다. 옆에서 지원이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나 또한 책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책장을 넘기는 손길은 몇 번 계속되다 이내 멈추었다. 이미 이야기가 다 끝나버린 책의 페이지는 지은이의 사담이 가득 들어차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조용히 덮었다. 의자 등받이로 몸을 살짝 젖히곤 눈을 감았다. 창 밖으로 아침 햇살이 조금씩 비춰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지원아. 나는 아주 조용히 내 옆에 앉아있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 사랑 하지 않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있는걸까, 아니면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랑할 수 없는걸까? "

 

 

 

 책장을 넘기던 소리가 멈추었다. 나는 여전히 눈을 꼬옥 감은 체 말을 이었다.

 

 

 

 "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였어. 그리고 일본의 강요로 원치 않게 대마도 도주의 아들인 소 다케유키 백작과 정략결혼을 해야만 했지. "

 

 

 

 나는 젖혔던 몸을 바로하고 감았던 두 눈을 천천히 떴다. 지원에게로 몸을 돌렸다. 곧은 자세로 앞을 바라보고 있던 지원이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그리고 어깨를 돌려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 다케유키는 일본인이였지만 옹주를 굉장히 아껴주었어.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며, 조국을 떠나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옹주를 보듬어주고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했지. "

 " ......... "

 " 옹주 또한 다케유키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자신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 옹주는 다케유키와의 사이에서 마사에라는 딸까지 낳았어. "

 " ......... "

 " 하지만, 옹주는 다케유키 백작을 남편으로서 사랑할 수가 없었어. "

 " .......... "

 " 그는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였지만, "

 " .......... "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조국을 앗아간 일본 사람이였거든. "

 

 

 

 옹주의 일생은 아주 많이 슬프게 끝을 맺어. 평생 조국과 가족을 그리워하다가 정신질환을 앓게 되거든. 지원은 잠자코 내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었다. 지원아, 이 책을 읽고 나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 나는 덤덤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옹주는 단 한순간도 그를 사랑한 적 없었기 때문에, 그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걸까. "

 " ......... "

 " 아니면, 그가 일본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를 사랑할 수 없었던 걸까? "

 " ........ "

 " 지원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

 " ........ "

 " 나는, "

 " ......... "

 " 후자. 조국과 가족을 앗아간 '일본' 사람이라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를 사랑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

 " ......... "

 " 비록, 다케유키는 잘못이 없다고 해도, 가족을 앗아간 무리의 이를 어떻게 사랑할 수가 있었겠어. "

 

 

 그렇지 않니. 나는 지원에게 대답을 종용했다.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지원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 너라면. "

 " ......... "

 " 너라면 어떨 것 같아? "

 

 

 

 대답을 하려던 나는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지원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데 만약에.

 

 

 "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마음이 움직인다면. "

 " .......... "

 " 움직이게 되버린다면, 네 의지와는 상관 없이 마음이, 마음이 움직인다면. "

 " ......... "

 " 그건 잘못된걸까? "

 " ........ "

 " 그러면, 안되는걸까? "

 

 

 

 지원이 물었다. 지원의 물음이 쉴새없이 몰아쳤다. 또렷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지원에 심장이 덜컹 아래로 떨어졌다. 마음속으로는 수백번도 넘게 눈을 질끈 감았다. 여전히 나는, 왜인지 모르게 지원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힘들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검은 눈동자가 끝도 없이 일렁였다. 속이 미식거렸다. 머리는 분명히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입 밖으로 말이 내뱉어지지 않았다. 나는, 난. 고작 이 말만을 반복해서 웅얼거렸다. 지원은 내게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걸까. 내가 어떤 대답을 해야하는 거지? 지원의 속을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분명 잔뜩 당황한 얼굴을 하고 있을것임에 틀림없었다.

 

 

 " 나는,나는. "

 " ......."

 " ......."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겨우 토해낸 말은 두려움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용서할 수 없는 이를 마음에 두게 되는 일 따위, 겪고 싶지 않아. 내뱉지 못한 말은 꾹 삼켰다. 지원이 올곧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가 없어서 나는 시선을 피했다. 두 눈가득 너를 담고 나면, 나는 한없이 무기력해져. 지원을 보고싶지 않은 이유였다. 나는 자세를 바로하고 의자에 등을 꼿꼿히 세웠다. 옆쪽 시야로 지원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나는 책상 밑으로 애꿎은 손가락만 계속해서 만지작거렸다. 그 때였다. 몇몇 아이들이 등교해서 조금 소란스러워진 교실의 뒷문이 큰 소리와 함께 열어젖혀진 것은. 굉음에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준회였다. 약 일주일 만에 학교에 나타난 준회는, 성큼성큼 걸어와서 내 뒷자리에 자신의 가방을 던져놓았다. 준회의 새까만 머리카락은 어느 새 길어 눈두덩이를 간간히 덮고 있었다. 준회는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등을 돌려 서 있는 준회를 올려다보는 내 눈에 푸른 멍자국이 들어왔다. 준회의 한쪽 볼에는 커다란 푸른 멍자국이 나 있었다. 그리고 간간히 크고 작은 상처들이 준회의 얼굴에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입이 벌어졌다. 주,준회야. 너, 얼굴! 다급하게 준회의 손목을 잡았다.

 

 

 

 " 놔. "

 

 

 

 탁 소리나게 내쳐진 손은 허공에서 길을 잃고 방황했다. 조금 당황스러워진 나는 어쩔 줄 몰라하는 얼굴을 했다. 그 순간 준회가 뿌리친 내 손에서 붉은 선혈이 묻어났다. 피. 그것은 피였다. 나는 급하게 준회의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 준회의 손등에는 낭자된 상처들로 인한 피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내 손을 뿌리치고, 나와 시선을 마주한 준회가 조금 더 깊게 인상을 썼다. 그리곤 등을 돌렸다. 나는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때였다. 뒤에서 지원이 내 오른쪽 손목을 힘주어 잡아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지원을 바라보았다. 잠시만, 지원아. 잠시만 놔 줘. 준회가,피가. 나도 내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내 머릿속엔 오직 피를 흘리고 잔뜩 상처입은 준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쉴 새없이 흔들리는 내 두 눈을 바라보던 지원이 말했다. 앉아. 그것은 부탁인 것 같기도 했고, 명령인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목소리를 쥐어짜서 한번 더 지원을 불렀다. 그것은 애원에 가까웠다. 지원아, 제발. 지원의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다. 아주, 건조했다. 그가 입술을 달싹였다.

 

 

 

 " 네가. "

 " ......... "

 " 네가 지금 구준회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어. "

 

 

 

 꺄악. 교실 가득 단발마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지원과 나는 동시에 교실 뒷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교실 뒷문 앞에서, 준회가 반 남자아이의 멱살을 잡아올리고 있었다. 준회보다 키가 한 뼘은 작은 남자애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온 몸을 사시나무 마냥 떨고 있었다.

 

 

 

 

 " 씨발새끼야. 사람이 지나가는데 왜 치고 지랄이야, 어? "

 " 아,아니야. 주,준회야. 치,치친,친 거 아니야. "

 " 새끼가, 내가 버젓이 있는데 구라를 치네. 내가 만만한가봐? "

 " 아니야!!! 아니야, 준회야. 자,잘못했어. "

 " 아니라며. "

 " ........ "

 " 아닌데 뭘 잘못해. "

 " .......... "

 " 앞 뒤가 안맞잖아. 재호야. "

 

 

 

 남자아이의 교복 마이에 붙어있는 이름표를 한번 훑은 준회가 그렇게 말했다. 재호야. 준회가 한번 더 그 애의 이름을 부르며 숨을 내쉬었다. 준회는 천천히, 아주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 잘못을 했으면, "

 " ..주,주,준회,준회야. "

 " 잘못한 만큼 맞아야지. "

 

 

 

 그 말을 끝으로 준회가 재호에게 주먹을 날렸다. 준회의 주먹을 맞은 재호가 사물함 쪽으로 나동그라졌다. 몇몇 여자아이들은 어떡해,어떡해.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다. 사물함에 등을 부딪힌 재호가 울먹이며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런 재호에게 준회가 성큼 다가갔다. 준회의 교복 셔츠를 휘어잡고 여전히 고통에 신음하는 재호를 끌어올린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자리를 박차고 준회에게로 갔다. 재호의 멱살을 잡은 준회의 손을 움켜쥐었다. 준회야, 준회야. 하지마. 떨리는 목소리로 준회의 이름을 더듬거렸다. 놔.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는 내 입에 못을 박게 했다. 준회의 단단한 팔이 나를 뿌리치려고 했다. 나는 한번 더 힘주어 준회를 잡았다. 준회야, 안돼. 안돼.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목이 시큰거렸다. 검은 앞머리로 부분 부분 가려진 시야 속에 담긴 나를 바라보는 준회읜 눈빛이 매서웠다. 준회가 나를 밀어냈다. 나는 약하게 사물함에 몸을 부딪혔다. 순간이였다. 나를 밀어낸 준회가 재호에게로 주먹을 날린 것은. 주먹이 부딪히는 소리가 낭자했다. 교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나는 눈물이 터졌다. 처음 겪는 상황이 무섭고 두려웠다. 나는 다급한 눈을 하고 지원을 쳐다보았다. 말려줘, 제발 준회 좀 말려줘. 나를 바라보는 지원의 얼굴이 굳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재호를 짓이기고 있는 준회에게 달려갔다.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말했다. 내가 얼마나 처절하게 애원하고 있는지를 알았으면 했다.

 

 

 

 " 준회야, 준회야. 제발, 제발. "

 " 잘못, "

 " 준회야, 제발. "

 " 씨발, 재호가, 잘못, 했다,잖아!! "

 

 

 

 준회가 거칠게 몸을 돌렸다. 반동으로 튕겨진 나는 교실 바닥으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무바닥의 거친 결 때문에 손바닥으로 가시가 박혀드는게 느껴졌다. 아팠다. 너무 많이 쓰라렸다. 가시가 박혀 피가 묻어나오고 있는 손바닥이 쓰린 것이 아니라, 준회를 바라보고 있는 두 눈이. 그 애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쓰라렸다. 울고 있는 준회가 보였다. 잔뜩 몸을 웅크리고 울고있는 준회가 보였다. 검은 머리카락을 하고, 검은 옷을 입은 준회는 온 몸으로 자신을 끌어안고 있었다. 잘못을,했으면,한 만큼, 맞아야지. 동시에 말을 내뱉으며 재호에게 주먹을 날리고 있는 준회가 보였다.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어떻게든 준회를 말려야겠다는 생각 뿐이였다. 그 때였다. 조용히 앉아있던 지원의 의자가 소리를 내며 끌렸다. 지원이 천천히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나를 지나친 지원이 준회에게로 가까이갔다. 지원이 올라가는 준회의 팔을 힘주어 잡았다. 그와 동시에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숨을 들이켰다. 준회가 고개를 돌렸다. 지원을 노려보며 준회가 씹어뱉 듯 말했다. 놔라. 지원의 얼굴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구준회. 준회의 이름을 부르는 지원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 소란 그만 피워라. "

 " ........ "

 " 이 이상은 안돼. "

 

 

 

 준회의 검은 눈동장가 일렁였다. 재호를 내려놓는 준회의 얼굴은 새하얀 백지처럼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준회는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공허한 사람처럼 웃었다. 헛웃음인지 자조적 웃음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그의 웃음은 점점 더 커져서 교실안을 메웠다. 준회는 커다란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재호는 터진 입술로 숨을 쿨럭이고 있었다. 준회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지원이 멍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는 내게로 천천히 걸어왔다. 지원이 아주 느리게, 내게로 손을 내밀었다. 시간이 멈춘 듯 했다. 지원이 내게로 손을 내밀고, 내가 그를 올려다보는 그 시간이 엉겁마냥 길었다. 그를 올려다봄과 동시에 두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지원의 곧고 커다란 손이 눈 앞에 가까워졌다.

 

 

 

 " 잡아. "

 " ........ "

 " 양호실 가야지. "

 

 

 

 그렇게 말하며 지원은 가시가 박히지 않은 내 반대쪽 손을 잡고 나를 끌어올렸다.

 

 

 

 

 

 

어쩌면, 여전히도 우리는.

미성년(未成年)

 

 

 

 

 

 

  

 

 

 

 

 " 회장님, 아가씨께서, 아,아가씨! "

 

 

 

 여전히 수화기를 붙들고 있는 비서언니를 제치고 양 문고리를 잡고 밀었다. 들어가자 마자 눈에 보이는 소파에다가 가방과 외투를 집어던지고 풀썩 몸을 뉘였다. 회,회장님. 아가씨께서. 당황한 얼굴로 뒤따라온 비서언니가 이내 입을 꾹 다물고 사무실을 나섰다. 건물의 가장 끝층, 고급스러운 목재소재로 만들어진 사무용 책상 뒷편에는 서울 시내를 한 눈에 볼 수있는 통유리가 전면에 자리잡고 있었다. 넓은 사무실 안, 정적이 흘렀다. 3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한기가 돋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얕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들어진 듯한 명패가 눈에 들어왔다. 재건그룹 회장 김 도훈. 역겨워. 금방이라도 토악질을 할 수 있을만큼 속이 메스꺼웠다. 중년이라기엔 머리가 조금 희끗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 무례하구나. "

 

 

 그 말에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남자의 미간이 조금 찌푸려지는게 눈에 들어왔다. 아, 죄송해요. 너무,웃겨서 말이지. 00가 일부러 더과장되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다 이내 얼굳을 굳히고는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00는 아주 오묘한 얼굴을 했다.

 

 

 " 무례할 수 밖에요. "

 " ........ "

 " 천한 피가 그렇죠, 뭐. "

 

 

 그렇지 않나요, 회장님? 00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아주 날아갈 듯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남자에게 다가갔다. 서 있는 00를 남자가 올려다보았다. 00가 허리를 살짝 굽히고는 두 팔을 책상 위로 뻗었다. 남자와 00의 거리가 내뱉는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워졌다. 회장님. 00가 남자의 안경 너머에 있는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남자와 조금도 닮지 않은 주제에 눈동자 만큼은 빼다박은 듯 새카만 지원을 떠올리면서.

 

 

 

 " 지원이 시켜서 저한테 수작부리지 마세요. "

 " ..00아. "

 " 제가 그렇게 보고싶으셨어요? "

 " ........ "

 " 왜, 이제와서 그러세요. "

 " ....... "

 " 역겹게. "

 

 

 

 00가 굽혔던 허리를 곧게 피고는 한 손을 들어 명패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 회장님의 재건인가요? "

 " ......... "

 " 곧 지원이의 재건이 되겠죠? "

 

 

 

 남자가 고개를 들어 00를 바라보았다. 00의 맑은 두 눈을. 꼭 옛날의 누군가와 닮은 듯한 두 눈을.

 

 

 

 " 꼭 갚을게요. "

 " ....... "

 " 회장님이 재건을 얻기 위해서 제가 맞바꿔야 했던 것들. "

 " ....... "

 " 그것들에 대한 빚을요. "

 

 

 

 한번 더 검은 명패를 쓸어내린 00가 매끄럽게 등을 돌렸다. 소파에 놓여있던 가방과 외투를 집어든 00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열고 나갔다. 사무실 안에는 또다시 정적이 돌았다. 나가버린 00의 자취를 좇던 남자가 낮게 한숨을 내쉬고는 안경을 벗어 책상 위로 아무렇게나 집어던졌다. 몸을 뒤로 젖힌 남자가 두 손을 들어 얼굴을 묻었다. 그러다 이내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조용히, 아주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남자는 그것을 속죄라고 불렀다.

 

 

 

 

 

 

 

 

 

 

 

 

 

 

 

*

눈치채셨나요? BGM이 바꼈답니다!

오늘 분량폭발 맞나요? 저 혼자만 폭발 아니겠죠...?

점점 더 윤곽이 드러나는 미성년 입니다. 이젠 좀 감을 잡으신 분들이 계실거라고 믿어요.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이야기들이 많다는.. 지원이와 여주의 관계 그리고 폭주하는 준회에 대해서두요.

참, 혹시나 헷갈려하실까봐 이야기 드리는건데, 예전편에서 준회의 '회장님' 과 여주&지원 의 '회장님' 은 다른사람입니다.

그리구, 덕혜옹주라는 책을 읽어보셨나요? 이미 베스트셀러라 많은분들께서 읽어보셨겠지만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게끔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꼭 읽어보시길 바래요. :-)

오늘도 감사해요. 독자님들 다음편에서 만납시다. ♡

 

사랑하는 암호닉 독자님들

주네야 님

찌푸를찌부 님

쫗아 님

오미자 님

준회 님

틸다 님

정거 님

김밥빈 님

설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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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매번 느끼는건데 작가님 내용 완전 깡패 ㅠㅠㅠㅠ 진짜 재밋어요 ㅠㅠㅠ 아니 짱 좋아요 ㅠㅠ 분량도 항상 깡패였구요 ㅠㅠㅠㅠ
9년 전
Amell
감사합니다 독자님♥
9년 전
비회원190.224
김밥빈이에요!!!!
9년 전
비회원108.68
헐..오늘작가님분량미치신듯해요!♥내용도대박..그뭐지..과거랑현재랑나눠서서술하는거너무좋아요!!!진짜..분위기도쩔고ㅎㅎㅎㅎㅎㅎ오늘도잘보고가요!!!!!
9년 전
Amell
김밥빈님ㅎㅎ반가워요! 댓글 고마워요 다음편에서 만나요^_<
9년 전
독자2
주네야 드디어 돌아왔어ㅠㅠㅜㅜㅠㅠㅠ감격이야ㅠㅠㅜㅜㅠ보고 싶었다ㅠㅠㅠㅜㅜㅠㅜ 김지원은 뭘까 뭐지 믿음이 안가는 캐릭터야 오늘 분량 빵빵했어요 잘 보고 가요
9년 전
Amell
고마워요♥
9년 전
독자3
정거예요 와 오늘도 분량폭발ㅠㅠㅠㅠ바뀐 브금도 좋네요ㅜㅜㅜㅠㅜㅠ♥ 뭔가 알수없었던것들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느낌..!!!!! 그럼에도 긴장감은 놓치지 않는게 역시 감탄을 자아내게하네요 짱..♥ 잘보구갑니다 추천뽜보바밥
9년 전
Amell
정거님 안녕하세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말아주세여ㅎㅎ
9년 전
독자4
준회
9년 전
독자7
ㅜㅜㅠㅜ작가님 오늘 분량에 한번 내용에 또 한번 더 감동을 받고가네요..조금 엄청조끔 개미똥만큼 알겠는데..제가 눈치가 없는건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ㅋㅋㅋㅋㅋ근데 준회가 격한 행동을 할 때 너무 무서웠는데 또 왜 섹시했는지...^///^아무튼 알다가도 모르겠는 김지원의 속..!작가님 오늘 분량 짱짱이에요 그리고 완전 흥미진진!! 잘 읽고 갑니다 추천누르고 갈게용~♡
9년 전
Amell
준회님♥ 눈치가없다뇨 아니예요! 저랑 같이 풀어나가요ㅎㅎ다음편에서 만나요ㅎ
9년 전
독자11
와아아ㅏㅇ아ㅏ 신나요 그럽시다
9년 전
독자5
와 드디어 점점 베일을벗네ㅠㅠㅠ다음편도완전기대만빵!
9년 전
Amell
고마워요♥
9년 전
독자6
작기ㅏ니므...끙끙.........작가님 진짜 ..........와............... 정말 첫 화부터 대작냄새가 난다했지만 .......... 대작의 행보를 걷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ㅠㅠㅠㅠㅜㅠ정말..짱....b
9년 전
Amell
대작이라뇨 ㅠ.ㅠ과분합니다. 고마워요 독자님♥
9년 전
독자8
작가님ㅠㅠ작가니무ㅠ아..진짜 오늘도 끙끙 앓아요.어쩜이렇죠? 글이 너무 좋아서ㅜㅜㅜ말로는 설명이 안되네요ㅠㅠㅠ오늘 분량 진짜 오예입니다. 늘좋은글 감사해요 사랑합니다ㅜㅜㅜ
9년 전
Amell
고마워요♥
9년 전
독자9
주네야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
아어쩜좋아 내용취저.......
어서무슨일인지얼른알고시네요ㅠㅠㅠ!!

9년 전
Amell
함께가요ㅎㅎ고마워요 독자님♥
9년 전
비회원32.25
역시 너무 재밌어요 ㅠㅠㅠㅠㅠ 스크롤 아끼면서 내렸어요 빨리 읽기 싫어서 ㅋㅋㅋ 담편 기대할게요 ㅎㅎ
9년 전
독자10
헐ㅠㅠㅠ오늘 처음 1화보고 쭉 정주행했어요ㅠㅠㅠ진짜 대박ㅠㅠㅠ저 이렇게 몰입잘되고 재밌는글 처음봐요ㅠㅠㅠ신알신하고 갑니다ㅠㅠㅠ작가님 사..사랑해요ㅠㅠ정말 잘보고갑니다♥
9년 전
Amell
앗..정주행 반가워요 앞으로도 쭉 갑시다ㅎ
9년 전
비회원145.76
우와..스토리 되게 탄탄하고 긴장감 있는게 보는내내 재밌고 즐거웠어요ㅎ 이런 좋은글 감사합니다 혹시.. 암호닉 신청 받으시나요?.. 받으신다면 비회원이지만 암호닉 신청해보고 갑니다 [단로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9년 전
Amell
고마워요 단로디님 다음편에서 꼭 만나요♥
9년 전
독자12
진짜 좋아요ㅠㅠ취저 다음편 기대할개요!! 역시 작가님 글은 문체랑 분위기는 짱..
9년 전
Amell
고마워요 독자님♥
9년 전
독자13
오늘 완전 분량도 많고 분위기도짱이에요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
9년 전
Amell
고마워요ㅠ.ㅠ♥
9년 전
비회원133.158
덕혜옹주 사놓고사 읽지 않았는데 한번 시간 날 때 읽어봐야겠어요 ㅜㅜ 이번 화는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네요 아리송하다.. 준회는 왜 다쳐서 들어 온 건지 내 준회.. (오열) 기다렸어요 작가님 ㅠ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요즘 미성년 올라오기만 기다리면서 사는 것 같아요 예.. 다음 편도 기다릴게요ㅎㅎㅎㅎ
9년 전
Amell
꼭꼭 읽어보셨으면 해요 독자님께서도 제가 느낀 것 보다 더 많은걸 느끼실수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9년 전
비회원178.69
와ㅠㅠ진짜 이 작품 재밌어요...ㅠㅠ도대체 무슨과거가 있는걸까요!!ㅠㅠㅠ담편도 기대기대♥
9년 전
Amell
고마워요♥
9년 전
독자14
저 눈치고자인가봐요ㅠㅠㅠㅠ아직 모르겠어요ㅠㅠㅠㅠㅜ힝ㅠㅠㅠㅠㅠㅡ잘보고가요작가님
9년 전
Amell
괜찮아요ㅎㅎ함께 가다보면 다 아실수있을거예요!!♥
9년 전
비회원147.45
틸다에요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ㅠㅜㅜㅜㅜㅜㅠㅠㅠ처음으로 bgm틀고 글 읽었는데 몰입이 더 잘되네여ㅕ! 느낌도 새롭구요. bgm 튼채로 미성년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ㄴ야겠어요.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작가님 진짜 글 잘쓰시는 것 같아요ㅠㅠㅠㅠㅠㅜㅜ항상 잘보고 있습니당♥!♥
9년 전
Amell
틸다님 반가워요♥ 고마워요 다음편에서 만나요ㅎ.ㅎ
9년 전
독자15
와..진짜 대박 ㅠㅠㅠ정주행 마치고 왔습니다 ㅠㅠㅠㅠ와 진짜 금손이세여.. 드라마 한편한편 보는거같아요...신알신하고 가여! 다음화 얼르누봤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
9년 전
Amell
정주행>_<♥ 반가워요 앞으로 쭉 같이가요
9년 전
독자16
작가님 방금 정주행하고 왔ㅇ어요!!!!!!!! 스토리도 탄탄하고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네여ㅠㅠ눈치고자라서 모르겠지마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Amell
정주행!! 어서와요ㅎ.ㅎ 앞으루 쭉 함께갑시당.
9년 전
독자17
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밧구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와 짱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Amell
고마워요♥
9년 전
비회원28.177
작가님ㅠㅠㅠㅠ 오늘 이거 읽고 정주행하고 왔어요ㅠㅠㅠ 대박ㅠㅠㅠㅠㅠㅠㅠ이걸 처음에 읽고 나머지를 보니까 조금 알거 같기도 하고ㅠㅠㅠ
앞으로도 열심히 읽을게요!!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9년 전
Amell
반갑고 고마워요♥ 앞으로도 쭉 같이가요ㅎ.ㅎ
9년 전
독자18
헐ㅠㅠㅠ 1, 2화까지 꼭 챙겨보다 인티에 몇주동안 못 들어왔더니 연재가 많이 되어있네요ㅠㅠ 쭉 정주행하고 왔는데. 사실 저도 작가..라고 하긴 뭐하지만, 몇년동안 글도 쓰고, 여행도 하면서 작사도 하는 사람인데 정말 작가님 시간 초점을 바꾸는 글 솜씨가 저와 비교를 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흡입력이 장난 아니라 몰입과 집중이 더욱히 잘 되는 것 같구요ㅠㅠ 참! ' 어색하게 케잌을 들고 등장하는 주네 ' 수줍게 암호닉도 신청해봅니당!ㅠㅠ 너무 긴가요ㅋㅋ... 죄성해여ㅠㅠㅠㅠ할게없어서ㅠㅠ
9년 전
Amell
으아아ㅠ.ㅠ 너무 과분한 칭찬ㅠㅠ 어게 케이크를 들고 등장하는 주네님ㅋㅋ아 암호닉보고 얼마나 웃었던지ㅠ.ㅠㅋㅋㅋ다음편에서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만나요 고마워요♥
9년 전
비회원176.145
설렘이에요!!! 작가님..분량깡패...으와..진짜 와ㅠㅠㅠㅠㅠㅠㅠ바뀐브금도 좋아요ㅠㅠㅠ그냥 다 좋아요ㅠㅠㅠ
9년 전
독자19
작가님 ㅠ자주자주오세요진자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사랑해요ㅠㅠㅠㅠㅠ 진짜 이거보고는 뭐라고 말해야될지모르겟어요 너무대작이라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0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주네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1
아 분위기 진짜 짱 ㅠㅠ 후 분량도 맘에들고 비지엠 바뀐거 짱좋아요! 랏트 카니발도 좋았지만 ㅎㅎ 또 제 재생목록에 추가되겠네요ㅠ
9년 전
독자22
아직도 저는 잘 모르겠네요ㅠㅠㅠㅠ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난지ㅠㅠㅠㅠㅠ아 정말 재밌어요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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