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여전히 민트 되게 좋아하네요."
당연하지, 민트는 정말 진리야. 들어서자마자 민트 모카를 주문하고 자리로 돌아온 나를 보다가 영수증을 본 정국이 말했어.
흔쾌히 사준다고 하길래 신나서 주문하러 갔는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해도 슬슬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쩔 수가 없더라고.
짜식, 그래도 몇년 전 일인데 아직도 기억해주다니. 아까부터 자꾸 멋있는 짓만 하네.
그래, 뭐 정국이 정도면 좋지. 한 살 차이는 세는 것도 아니랬어.
내가 연애한다고 하면 또 그래놓고 차여서 눈물 콧물 다 뺄거냐며 길길히 날 뛸 박지민이 딱 생각나더라.
그러면 뭐라고 변명을 해야할까. 아니야, 지민아. 정국이는 좋은 아이야.
헐 오글, 시공간이 오그라든다. 미친 것 같아. 차라리 입 다물고 있어야겠네.
"누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어, 아니야. 아무것도……."
"에이, 완전 넋을 놓고 있던데."
내 생각하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 능글 맞게 말하는 정국.
보통 애가 아닌게 좀 걸리지만. 박지민보다 작업 더 잘 거는 애는 얘가 또 처음이지.
둘이 한번 붙여놓고 내기하라고 해보고싶다, 누가 이길지 진짜 궁금해.
내가 아니라고 말하며 웃으니까 아, 아쉽다. 라면서 따라 웃더라고.
그러던 중에 진동벨이 울려서 정국이는 주문했던 커피를 가지러 갔어.
그러고보니까 아무 생각없이 정국이꺼도 민트로 시켰네.
다음에는 뭐 마실거냐고 물어보고 얻어 먹어야겠다!
그 와중에 또 얻어 마실 생각하는 나도 좀 웃겼지만.
근데, 난 정국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네. 조금 있다가 오면 물어봐야겠다.
혼자 정국이는 뭘 좋아할까 기억을 더듬고있는데 누가 옆에 털썩 앉더라고.
갑자기 옆은 왜 앉지, 하고 돌아보는데.
"야, 김탄소."
"어, 씨. 아 깜짝이야. 헐, 뭐야?"
뭐긴 뭐야. 박지민이다, 왜. 나 귀신 아니거든, 뭘 그렇게 놀라냐. 죄 지은 것도 아니고.
뛰어온 건지 뭔지 헉헉거리면서 숨을 고르던 지민이 말했어.
아니 꼭 죄를 지어야 놀라는 것도 아니고, 너가 귀신이어야 놀라는 것도 아닌데.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파악하기 위해서 눈만 데룩데룩 굴리고 있는데, 마침 정국이가 왔어.
"누나, 얘는 누구에요?"
얘라니, 그래도 너보다 형이야…….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일단 설명을 했지.
얘는 박지민이고 내 소꿉친구. 가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아 왜 때려.
정국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맞은 편에 앉았어. 그러곤 주문한 커피를 주더라.
"어, 내 것도 주문했네. 땡큐."
야 그거 네꺼 아니야. 능청스럽게 정국이 커피를 들어서 가져가는 지민.
온갖 폼은 다 잡으며 커피를 벌컥 들이키더니 뜨거운지 인상을 팍 찌푸리더라고. 미련한 새끼.
웃는 표정이지만 어금니를 꽉 물고 지민한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왜 왔냐고 물어봤지.
그랬더니 지민이 고개를 살짝 틀고 날 쳐다보더니 큰 소리로 얘기하더라.
"왜 오긴, 네가 불렀잖아."
무슨 개소리야. 죽그싶느 즌쯔? 정국이 우리 둘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웃었어.
아오, 명불허전 하루살이. 팔꿈치로 옆구리를 팍 치니까 엄살이란 엄살은 다 떨더라.
어색하게 웃으면서 정국을 쳐다보는데 별로 신경 안 쓰는 표정이었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하고 한숨을 푹 쉬는데 이번엔 정국이가 말 하더라.
물론 나말고 지민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약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아, 형이셨구나."
"그게 뭐."
"난 또, 키가 좀 작으시길래. 탄소 누나 아는 동생인 줄 알았죠."
아니었다면 뭐, 말구요. 씩 웃은 정국이 내가 마시던 커피를 가져다가 그대로 자기가 마셨어.
어, 거기 내가 입 댄 곳인데. 내가 말끝을 흐리며 말했는데도 전혀 신경쓰지않고 커피를 한모금 마신 정국이 씩 웃더라.
"누나 립밤 맛 나요."
허얼. 이걸 간접키스라고 하는건가. 내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고, 지민이 얼굴은 썩어갔어.
다급하게 내 커피를 다시 가져와서 내 앞에 뒀지. 순식간에 이 자리가 가시방석에 앉은 것 마냥 불편해지기 시작했어.
얘네 갑자기 왜 이래. 이게 다 박지민 때문이야. 다 말아 먹었었잖아.
내가 썸씽 좀 만들어 보자는데 왜 초 쳐놓고 있는거야. 내가 부르긴 뭘 불러.
혼자 속으로 불평이란 불평은 다 하며 박지민을 까고 있는데, 지민이 갑자기 내 손목을 덥썩 잡았어.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더라고. 이건 또 뭐야, 하면서 지민을 쳐다보는데.
"나는 얘랑 갈 곳이 있어서 그만."
내가 너랑 어디를 가, 미쳤나 봐 진짜. 내가 살짝 손목을 비틀었는데 힘을 꽉 준 지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진 못했지.
얘 진짜 왜 이래. 사춘기인가. 나는 보지도 않고 휙 나가는 바람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정국이한테 대충 인사를 하고 끌려나왔어.
그래, 끌려나왔단 표현이 딱 적절하다. 이게 뭐하는 짓이람.
그렇게 카페에서 나와서 집 쪽으로 조금 걷다가, 지민이 손에 힘이 살짝 풀리는 것 같길래 급하게 손목을 빼냈어.
손목 얼얼해. 살짝 빨갛게 부어오른 손목을 만지면서 지민을 쳐다봤는데, 표정이 좀 어둡더라.
진짜 질풍노도의 시기인가 싶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지.
근데 분위기 상 진짜 내가 아무 말도 안 하면 하루종일 여기에 이대로 서 있을 것만 같아서 내가 먼저 말을 꺼냈어.
물어보고 싶은 건 너무 많았지만, 일단 제일 궁금한 것 부터.
"너 왜 이래?"
진짜, 너무 궁금하다. 어디서 뭘 잘못 주워먹었나.
내가 불러서 왔다고 갑자기 카페로 들어오지를 않나, 그 전에 내가 거기 있는 지는 어떻게 안 거야.
질문들이 속에서 막 쏟아져 나오는 걸 꾹 참고 대답을 기다리는데, 지민이 뒤를 돌더라.
억울하단 표정으로 잠시 입을 삐죽거리더니, 한참 있어서야 대답을 하더라고.
"누나 립밤 맛 나요."
"……어?"
"완전 미친 새끼."
야, 정국이한테 왜 그래. 너무 말이 심하잖아. 걔 착한 애란 말이야.
물론 그 드립은 작업상 멘트가 확실했지만 가끔, 뭐 너처럼 그렇게 드립치고 노는 애인걸.
내가 쉴드 아닌 쉴드를 치며 정국이를 감싸니까 지민이가 더 억울하단 표정을 지었어.
"걔랑 나랑 똑같냐?"
"그럼 틀려?"
"어떻게 똑같아 그게."
말 장난 하자는 것도 아니고 왜 이래 진짜. 어이가 없어서 그냥 가만히 있는데, 지민이 다시 입을 삐죽거렸어.
제대로 삐쳤네 정말. 나는 영문도 모르고 지민이 뱉는 말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고.
뭔 일 있었나. 왜 나한테 화풀이야. 나도 속상한 마음에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지민이 한숨을 푹 쉬었어.
"걔랑 만나지마."
"왜?"
그리고 정적. 지민은 입을 달싹 거리면서 대답을 망설이더니 이내 나처럼 입을 꾹 다물었어.
순식간에 조용해진 주위에 지민이 헛기침을 두어번 하더니 고개를 돌리더라고.
그랬다가 괜히 발로 바닥을 툭툭 치면서 고개도 숙이고, 코트 주머니에 양 손을 넣은 자세로.
얘 설마 심심해서 나 끌고 나온건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까 나도 억울하더라.
아니 심심하면 카톡을 해서 일찍 오라고 하던가, 뭐하냐고 물어를 보던가.
갑자기 사람 찾아와서 하는 짓이 끌고 나오고 남한테 안 좋은 이미지나 보이고.
좋게 소개 시켜주고 싶었는데 이게 뭐야, 다 이상하게 됐잖아.
울컥 올라온 감정에 화를 내려고 입을 열려는 찰나, 지민이 고개를 들었어.
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하더라.
"쟤랑 진짜 만나지마."
"……."
"그냥, 쟤랑 만나는 거 싫어."
"뭐래."
"아, 내가 너!"
너, 뭐.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잠시 내 눈을 마주하던 지민이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고개를 숙였어.
그러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리더라.
"……좋아한다고."
지금 쟤가 뭐라는 거야. 아까부터 왜 헛소리만 계속 하고 있어.
어이가 없어서 대답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데, 지민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가 나랑 눈이 마주치니까 황급히 다시 고개를 숙이더라고.
지금 장난 칠 기분 전혀 아닌데. 여기서도 작업을 걸고 싶은 건가.
조금 더 화가 나는 기분이라 그냥 지민을 지나쳐서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겼어.
그랬더니 또 급하게 손목을 잡더라고. 내가 손목을 다시 빼내니까 잡지는 않더라.
"지금 나랑 뭐하자는거야?"
"……."
나를 어떻게 찾아 온 것이고,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설명할 거 아니면 그만하자.
너랑 싸우기 싫어. 나는 지금 네가 이해가 안 돼거든. 좀 화날려고하니까 그만 좀 해.
여기서까지 장난 칠 줄은 몰랐어. 아무리 철이 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그래.
사람이 아무리 싫어도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사실 왜 싫어하는 지도 난 잘 모르겠거든.
제일 친한 건 당연히 너이지만 정국이도 너처럼 친한 애란 말이야.
내가 쏘아 붙이 듯이 얘기하니까 지민이 다시 고개를 숙였어.
이렇게 다 얘기하고나니까 뭔가 속상하기도 하고. 괜히 미안해지고.
너무 심하게 말했나 싶었지만 그래도 사과할 생각은 없었어, 나도 기분이 나빴으니까.
급하게 휴대폰을 꺼내 문자창을 켜서 정국이한테 사과를 하고 다시 휴대폰을 집어 넣었어.
장난 끼 하나도 없는 지민의 표정이 살짝 걸리긴 했지만 원래 밥 먹듯 자연스럽게 장난치던 애였으니까.
오늘은 좀 과했다. 지금 말고 나중에 사과하면 받아줘야지.
"…… 좀 있다가 집에서 봐."
박지민이랑 친구 먹고 이렇게 분위기 안 좋았던 적은 또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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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화님, 지렁이님, 봄날님, 보름달님, 이킴님, 꾸탄님, 중전님, 꽃잎님, 짱구님, 취향저격님, 솔님, 정국아누나가미안해님, 권지용님, 민슈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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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암호닉에 오타가 심하게 나신 분이 계시네요 6^___^ 일단 님은 영창 가시구.
아싸!!!!!! 이어주기 정말 싫타!!!!!!!!!!!!!!! 워후!!! 오예!!!!
싸워라 (짝) 싸워라 (짝)
본격_작가가_내용_산으로_이끌기.txt
껄껄. 분한 마음 가라앉히시고, 여기엔 깊은 뜻이 있어요들.
원래 연애는 힘든 거랍니다.
쉽게 사랑에 빠져 쉽게 연애하는 사람들은 금방 헤어지기 마련이에여.
원래 같이 고비를 겪고 힘든 시기를 넘겨야 더욱 끈끈해지는 법임.
주위에서 갖은 얘기를 듣다보면 없던 눈이 트이고 귀가 뚫리는 법이에요.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 만큼 좋은 경험이자 이득도 또 없어요.
그러니까 상대방 얘기도 끝까지 들어야하는거야 지민아!
여주 너도 사람 말 잘 들어야 해!
고백은 머싯게 해야해여. 암, 그렇고 말고.
이렇게 어물쩡하는 고백 받아주고 연애하면 독자님들도 찝찝하잖아여! 그쵸!! (합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