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트 - 너 때문인걸
아 진짜 궁금해. 오늘 탔겠지? 처음으로 오빠가 아닌 그 남자를 생각하며 버스에 탔다. 왠일로 자리가 널널하다. 그리고 저 끝에 그 남자가 보인다.
"저기요!"
"어? 왔냐?"
"빨리 알려줘요."
"많이 궁금했나 보다?"
정말 얄밉게도 웃는 은인님.. 후.. ㅂㄷㅂㄷ.. 등받이에 몸을 기댄 은인님이 눈을 얇게 뜨며 나를 보았다. 그런 은인님을 째려보자 알았다며 더 웃는다. 알았다며. 뭘 알았다는 거냐 이 은인새끼야. 나 오빠보러 가야되니까 빨리 말해라
"너네 반에 김종인 있지? 마 프렌."
아 프렌드? friend? 그럼 나랑 동갑? 갑? 와, 이 괴짜새끼가. 와우. 난 지금까지 나랑 동갑에게 좋다고 존댓말하면서ㅎㅎㅎ 얘는 얼마나 웃겼을까?ㅎㅎㅎ 막 나랑 동갑인 여자애가 꼬박꼬박 높임말을... 하.. ㅂㄷㅂㄷ...
"아하. 그렇구나. 응. 수고해."
재빨리 앞으로 튕겨가 오빠 옆에 봉을 잡았다. 그리고 으래 그렇듯 오빠 표정을 살폈다.
어헉... 오.. 오빠 화가 많이 났나봐요..? 무섭당...
왜.. 왜 그런 표정으로 날 봐요? 내가 뭐 잘못 했어요..? 숨도 쉬지 말까요? 오빠, 내가 숨 쉬어서 공기가 부족하죠..? 미아내요.. 그치만 내가 살아야 오빠를 볼 수 있는 걸...
잔뜩 풀이 죽어가고 있는데 은인새끼가 내가 잡고 있는 봉을 잡고 다가오며 말했다.
"그렇게 가버리는게 어딨냐."
"뭐가."
"우리가 이런 사이였냐? 꽤나 깊은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지ㄹ.. 하마터면 오빠앞에서 육두문자가 나올 뻔했다. 이 말을 삼켜준 목구멍에게 감사를 표하고 괴짜새끼를 보았다. 빙글거리며 웃고 있는데 잘생.. 아니. 그래. 잘생겼더라. 쓸데없이 잘생겨가지고 스벌..
"아, 내려야 되네. 다음에 또 보자구."
손인사를 하고 내리는 괴짜를 보았다. 아, 너 이학교 구나? 그건 그거고.. 오빠.. 그러니까요, 제가 주위에 남자가 많은 여자는 아니거든요. 제가 남녀공학을 다니긴 해도.. 친구들은 다 여자애들뿐이에요.. 21세기 제일가는 철벽녀가 저라고 자부 할 수 있거든여.. 하하하... 핳ㅎ하하핳... 쥬륵..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에 진동이 울린다. 문자인가.. 싶어서 꺼내는데 오빠가 갑자기 내 폰을 쑥 빼갔다. 읭? 그거 내꺼에요..!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홀드키를 누르고 다시 나에게 건네줬다.
"풀어줘."
라면서. 아.. 예. 그래야죠. 당연히 풀어드려야 되는데.. 핸드폰의 터치가 또 망설이네요..ㅎㅎ
"저.. 절대로! 안 풀어드리려는게 아니라. 그게, 제 폰 터치가 좀.. 그러니까.."
"알았으니까 천천히 해도 돼."
"네.."
울고 싶어라. 다시 차근차근 하니 드디어 됐다.
"됐다아아!! 큼.. 여기요."
오빠에게 건네주니 살짝 웃다가 다시 표정을 찡그린다. 난 그런 오빠의 표정변화를 살폈다. 미간의 주름까지도 잘생기면 어쩌자는 거야.. 내가 내릴 때가 될 때까지도 핸드폰과 씨름을 하던 오빠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뽑았는지 웃으며 나에게 건네주었다.
"뭐하셨어요?"
"친구한테 문자 좀 보냈어."
"아.. 그래요..?"
난 또 오빠가 번호 저장해준 줄 알았잖아요. 하긴, 그럴리가 없지. 한낱 고딩일 뿐인 나에게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멋진 오빠는 너무 벅차죠.. 벨을 누르고 오빠를 보니 손을 흔들어 준다. 워메.. 항홀해라.. 그때처럼 고개를 숙이고 버스에서 내렸다. 오빠는.. 사랑이야..
반에 들어와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들을 말해주었다. 썸이라느니 너가 드디어 모쏠을 탈출 한다느니 하는데.. 너네들 오빠 얼굴보면 눈물이 앞을 가릴껄? 내 친구가 이렇게 잘난 오빠와 썸을 탈리가 없으니까...
"뭐라고 보냈는지 봐 보자!!"
한 친구의 제안에 나도 궁금해져 떨리는 마음을 다 잡고 문자함을 들어가 보았다.
[버스 꼬맹이]010-1992-1127
.....? 설마... 마사카... 아니죠 오빠...?
정신이 나간 것 같다. 애들은 백퍼라며 장기며 손가락이며 집문서까지 내 걸었다. 집문서 지꺼도 아니면서.. 아,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버스꼬맹이. 내 번호로 어딘가로 문자를 보냈는데 내용이 버스꼬맹이야. 그건 즉 자기 폰에 내 번호를 저장하기 위한 그 뭐시기란 말이지?
"야. 야. 야."
"왜. 불러. 새끼야."
"우리가 욕할 정도로 친하던가?"
뭐지 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는? 고개를 천천히 돌리니 김종인이 서 있었다. 아 은인님 친구? 잔뜩 장난스런 얼굴을 한 김종인이 내 앞에 의자를 끌어다 앉더니 대뜸 물었다.
"오세훈이 뭐라 그럼?"
일단 난 오세훈을 몰라. 아마 은인님이겠지?
"....모.. 몰라. 기억안나는데.."
정말로 기억이 안난다. 지금 나에게 버스 꼬맹이보다 중요한게 뭐가 있겠어? 내일 당장 중간고사라 해도 이거보다 중요하진 않을거야.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던 김종인은 곧 흥미가 떨어진 듯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내가 실수로 니 번호 오세훈한테 뿌림."
"..실수..?"
"잘해보라고."
싱긋 웃은 김종인이 지 친구들에게 갔고, 주위에 숨죽이고 있던 내 친구들이 한마디씩 했다.
"미친. 니 마법사 전직은 글렀나보다."
"갑자기 뭔 남자복이 터진거야?"
"개부러워 미친년."
.....나도 내가 부러워지려고 한다 이년들아.
그나저나 오빠. 버스 꼬맹이라뇨. 설레잖아요.. 오빠가 그러면 내가 설레요? 안 설레요? 그럼 안된다고 했죠. 우리는 선이 있어요.그 선을 넘으면 안돼요. 그 선 넘으면 오빠가 짐승이 아니라 내가 짐승이 되서 오빠 덮칠거야!! 그러니까.. 조심하세요.. 아니 뭐 넘으면 나야 좋구..(ㅇㅅㅁ)
***
월요일. 새 출발 새 마음으로 버스에 탔다. 솔직히 말하면.. 주말 내내 오빠 얼굴이 둥둥거려서 잠을 설칠 정도였지. 오빠는 멀리서 봐도 멋지군. 진짜 잘생겼다. 날이 갈수록 말이죠. 전재산은 오빠 덕분에 무사하네요. 오빤 진짜 최곱니다.. 역시나 오빠 옆의 봉을 잡았다.
"안녕?"
"네, 안녕하세요.."
아.. 나진짜 오빠를 어떡하면 좋지? 오늘 왜이렇게 귀여워요? 응? 코트는 또 왜 이렇게 잘 어울려요? 요즘 날씨가 다시 쌀쌀해져서 다행이네요. 오빠의 이런 모습도 볼 수 있구. 감사합니다 날씨님..하트.. 그리고 말이죠. 왜이리 다정합니까? 하마터면 진짜 코피날 뻔 했잖아요.
"날도 추운데 그러고 왔어?"
"네? 예.. 이렇게 추울 줄 몰랐어요."
ㅇㅇ이건 진심이다. 분명 오늘 우리반 단톡에서 김종인이 생각보다 안춥다 했어. 그래.. 그 생각보다를 흘려들은 내 탓이오. 암튼 오빠.. 나 걱정해주는 거에요? 진심? 정말루? 몰라 오빠 오늘따라 완전 귀엽고 완전 멋지고 완전 다정하고 혼자 다해먹네.
"그.. 핸드폰 봤어?"
손에 들린 내 폰을 바라보며 묻는 오빠. 안그래도 그 말 하려고 했어요 오빠. 이게 뭔가여? 나에 대한 도전장? 나의 한계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 보고서의 일부인가요? 내가 오빠를 놔두고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 그 극한을 실험하기 위해? 그치만, 전 안본척 할래요. 부끄러우니까..ㅎ
"아니요. 왜요?"
"아.. 안 봤어?"
우와! 오빠 당황했다! 우와!! 우엉ㅇㅇ아우어아웅아앙!! 오빠 당황했어! 귀여워!!!
"네. 왜요? 뭐 있었어요? 지금 볼까요?"
"어? 아니. 나중에 봐.."
오빠가 아련하게 창밖을 내다본다. 봤다고 할 걸 그랬나봐요.. 허헣.. 미아내여...ㅠ
그치만 이것으로 인해 오빠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았다. 개이득!
점검... |
크으.. 인스티즈의 점검이 길어져서 할게 없던 저는 미리 써놨습죠..ㅎㅎ 덕분에 생각보다 더 빨리 왔습니당!ㅎㅎ
암호닉입니다!! 스파클링/죽지마/체리/정동이/빵/모카/안녕/매매/규야/메리미/뭉이/나호/우리니니 라임/구금/슈웹스/마름달/게이쳐/바닐라라떼/꽯뚧쐛뢟/이엘/캐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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