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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이재환] 선물 | 인스티즈


W. 바라기




“ 아, 공부하기 싫다. 대학교도 갈만한 곳이 없고. ”
“ 야, 산적꼬치 엄청 맛있어. ”





노트북을 킨 채로 수시에 관한 것들을 이것저것 검색해보다가 급기야 수능을 검색해 봤던 별빛이 노트북을 덮어버리고는 좌절하며 책상에 엎드려버리자, 분명히 공부하는 것을 도와준답시고 왔었던 재환이 그런 별빛을 놀리기라도 하려는듯이 눈 앞에서 산적꼬치를 얄밉게 입에 우겨넣으며 말했다. 사올 때는 세 개 가량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느 새 그게 다 재환의 뱃속으로 들어가 종적을 감춰버린지 오래였기에 별빛은 뭐라 말하려 입을 오물거리다가 더 말해봤자 입만 아플 것 같아 오물거리던 입을 그냥 다물어버렸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걸 먹는 것마냥 나 행복해요, 라고 얼굴 한가득 담고 있는 재환이 얄미워 인상을 쓰던 별빛은 저도 모르게 한탄이라도 하듯이 다물었던 입을 다시 열었다.





“ 배고파, 떡볶이 먹으면서 여지 보고 싶다. ”
“ 여지? 여지가 누군데, 너 또 누구 만나냐? ”





입 안에 남아있는 산적꼬치를 마저 다 씹어 삼킨 뒤에서야 급한 척하며 물어보는 재환에게로 잠깐 시선을 옮겼던 별빛은 혀를 쯧쯧 차며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런 별빛의 팔을 잡아 다시 자신을 보게끔 만든 재환은 되도 않는 애교를 선보이려 하는 건지 양 볼에 바람을 한껏 넣고 부풀린 뒤에 입술을 쭉 내밀어보였고, 이에 질겁한 별빛이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던 욕을 실컷 하자 금방 시무룩해하며 고개를 수그려버리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욕은 너무했나, 싶어 고개를 숙인 재환과 시선을 맞추기 위해 몸을 낮춘 별빛은 곧이어 재환이 내뱉는 말에 더욱 더 질겁하며 옆에 있던 쿠션을 재환에게로 던져버릴 수밖에 없었다.





“ 재화니 상처받았어. ”
“ 재화니? 뭐, 재화니? 너 지금 뭐라 했어, 재화니? ”
“ 그럼 재화니가 재화니지, 누구겠냐? ”
“ 말을 말자. ”





쿠션을 받아든 채로 재밌는지 실실 웃던 재환은 이내 여지가 누구냐며 다시 묻기 시작했고, 별빛은 지겹도록 물어오는 재환에게 멘붕이 왔는지 말을 돌리려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눈으로 스캔해보다가 곧 제 눈에 띈 재환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제법 심각한 척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 야, 너 여드름 났어. 헐, 어떡해. 피부도 벗겨졌어 …. ”
“ 뭐? 아, 어제 네 말 듣고 괜히 라면 먹고 자서는. 거울 어딨냐, 거울 줘봐. ”





혹여 여드름이 더 심해질까 싶어 손으로 얼굴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급하게 제게로 손을 내밀며 거울을 찾는 재환을 보며 속으로 웃음을 참던 별빛은 결국 박장대소를 했다. 그런 별빛이 이해가 갈 리가 없는 재환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다가 이제는 방바닥까지 쳐가며 웃는 별빛이 무서운 지 뒷걸음까지 쳤다. 너무 웃어 배가 아픈지 끅끅거리는 이상한 숨소리를 내며 자신을 제어 못하던 별빛은 겨우 진정시킨 뒤에 고개를 들었다가 재환의 그늘진 얼굴을 보자, 다시 웃음이 밀려와 급기야 배를 부여잡고 웃기 시작했고 재환의 얼굴은 한 편의 호러영화를 보는 것마냥 사색이 되어갔다. 

웃다 지친 별빛이 기침까지 하기 시작하자 재환은 그제서야 장난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코딱지만도 못한 년이라면서 제 나름대로 심한 욕이랍시고 실컷 하다가, 그래도 별빛의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자 부엌으로 가 따뜻한 물을 컵 한가득 담아 건네주며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봤다. 재환이 건네준 물을 마시고나서야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숨을 고르던 별빛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 이 놈의 목감기는 낫지도 않아. 이러다 진짜 죽을 거 같아. ”
“ 목도리라도 사줄까? ”
“ 한여름에 목감기 걸렸다고 목도리 하고 다니는 애는 너 하나로 족해, 됐어. ”





손까지 내저으며 격하게 거절의 표시를 한 별빛은 책상 위에 팔꿈치를 얹고 손으로 턱을 괸 채로 재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 뒤에 있는 가방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이에 뒤에 있던 가방을 앞으로 가져와 가방을 열어 그 안에서 종이 뭉치를 주섬주섬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은 재환은 보기만 해도 막막한 지 한숨을 푹 내쉬었고, 한숨을 내쉴 정도로 어려운건가 싶어 궁금해진 별빛은 자세를 고쳐 앉은 뒤에 재환이 올려놓은 종이 뭉치를 제 앞으로 끌어와 살펴보기 시작했다.




“ 넌 요새 뭐 공부하냐. ”
“ 나? 형사 소송의 절차와 재판 과정. 왜? ”




자신의 물음에 별빛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자, 재환은 금방이라도 머리카락을 쥐어뜯을듯이 헝클였다. 이건 또 무슨 미친 짓인가, 싶어 한심하단 표정으로 지켜보던 별빛은 다시 종이 뭉치로 시선을 옮겼고 재환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 나 44점 나왔다. ”
“ 뭐가. ”
“ 모의고사 평가. ”
“ 그게 뭐. ”
“ 풀다 잤어. ”
“ 어쩌라고. ”





막막한 현실 앞에 좌절하며 재환이 우울하게 말함에도 별빛은 별 관심이 없는지 설렁설렁 대답했고, 이에 또 그 상처인지 뭔지를 받았는지 재환은 울상을 지었다. 그럼에도 관심이 없는 건 여전한 별빛은 새빨간 비가 내리는 종이 뭉치를 보며 비웃기에 바빴다.





“ 근데 내일 1교시에 검사한단다. ”
“ 뭘. ”
“ 영어쌤. ”
“ 그래, 뭔진 몰라도 열심히 해. ”
“ 영어쌤이 학주야. ”
“ 학주? 학주 무섭지. ”





학교가 다른지라 학생 주임 선생님도 다르기에 제 학교 학주를 떠올리며 별빛은 생각만 해도 무서운 지 몸을 부르르 떨었고, 재환은 학주가 눈 앞에서 카운트다운이라도 세고 있는 것처럼 눈 앞에 펼쳐진 지옥이 언뜻 보인 듯해 몸을 부르르 떨었다. 





“ 더 무서운 거 가르쳐 줄까? ”
“ 안 가르쳐줘도 되는데. ”





애초에 궁금하지도 않았던 별빛이 슬슬 지겨워하는 기색을 내보이고 있음에도 재환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라도 하고 싶었는지, 끊임없이 별빛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니, 그냥 일방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보면 됐다.





“ 내가 영어부장이야. 무섭지? ”
“ 아이고, 무서워라. ”





썰렁한 지 양 팔을 손으로 문지르며 별빛은 성의없이 무섭다고 표현했고, 다른 사람 같으면 무시한다며 뭐라 했을게 분명한데도 재환은 마음에 드는지 말을 이어갔다.





“ 44점 맞아서 쓸 게 많은데 난 아직 27번을 쓰고 있어. ”
“ 그래, 학주한테 죽기 싫으면 열심히 해. ”





비가 오다 못해 폭우가 내렸다고 볼 수 있는 종이 뭉치를 그새 다 살펴봤는지 별빛은 정리해서 다시 재환의 앞으로 옮겨주며, 성의 없이 한 손을 들어올려 파이팅하는 자세를 해보였다. 그 작은 행동이 위안이라도 된 것인지 재환은 감동받은 눈치였고.





“ 너한테 위로 받으니까 그나마 살 것 같다. ”
“ 응, 열심히 살아. ”
“ 그래서 여지가 누구냐? ”





기승전여지. 집요한 재환의 물음에 별빛은 경악하며 입을 멍청히 벌린 채로 바라봤다. 그냥 넘어가려니 했는데 이 놈은 그걸 잊지 않고 물어볼 기회를 엿보고 있던 것이다.





“ 그게 그렇게 궁금해? ”
“ 아, 그럼 궁금하지. 안 궁금하냐. 여지가 누구냐고. ”





결국 제 어깨를 으쓱여보이며 별빛은 별 거 아니라는 듯한 어조로 대답했다.





“ 그냥 김원식네 강아지야. 이번에 김원식 솔로앨범 낸다고 자랑하면서 보여주던데, 강아지를. ”
“ 걘 왜 앨범은 안 보여주고 강아지를 보여줘? 저번엔 갑자기 지 과사 보여주더니. ”
“ 앨범은 돈 주고 사라길래 돈 없다고 하니까 강아지 보여주던데. ”
“ 하여튼 이상한 놈. ”





어디서 가져온건지 몰라도 어느 새 아이스크림을 손에 쥔 채 김원식을 이상한 놈이라 칭하던, 더 이상한 놈 재환은 강아지마냥 혀를 내밀어 아이스크림 윗부분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아마 재환이 집에 도착하기 전에 이럴 걸 대비해서 별빛이 냉장고 구석에 몰래 숨겨뒀던 아이스크림임이 분명했다. 간식은 또 어떻게 저리 잘 찾는건지.





“ 근데 걔네 개 이름 원래 혀기 아니었냐? 저번에 네가 와서 혀기, 혀기 하면서 혀기 보고 싶다고 징징댔잖아. ”
“ 이번에 혀기 짝으로 여지 데려왔대. ”
“ 아, 하여튼 걔네 집에 강아지 구경 가지마. ”
“ 뭐래, 또. ”





숨겨뒀던 아이스크림을 세상 모든 보물을 다 찾은 듯한 행복한 표정으로 핥아먹으며 그런 소리를 하자, 어이가 없어 별빛은 저도 모르게 썩은 표정을 지어보였고 재환은 또 이를 가지고 놀려대다가 별빛의 발에 아프지 않게 한 번 차인 뒤에야 그 대답을 해주었다.





“ 걔는 강아지 버릇을 안 들여둬서 그런지 강아지가 너무 짖어. ”
“ 그럼 개가 짖지, 안 짖어? ”
“ 그리고 똥도 너무 많이 싸. ”
“ 넌 똥 안 싸? ”
“ 아오, 그냥 가지 말라면 가지 말라고! ”





재환이 무슨 말을 하기만 하면 반박을 할 자세를 취하고 있는 별빛이었고, 그런 별빛에게 짜증난다는듯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성을 내던 재환은 아이스크림 막대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뭐라 할 작정이었던 별빛은 그게 바로 쓰레기통에 골인을 하자, 별 말 없이 지나가려다 문득 뭔가 생각이라도 났는지 퍼뜩 재환을 바라봤다.





“ 야, 너 이번에 정택운님 나온 영화 봤어? ”
“ 정택운님은 무슨 놈의 정택운님이야, 또. ”
“ 아, 여튼 봤냐고! 정택운님 핫바디가 아주 예술이었는데. ”
“ 해부학개론? ”
“ … 무슨 개론? ”
“ 해부학개론 말하는거 아니야? ”





해부학개론. 그 단어 하나에 별빛은 차마 웃지도, 그렇다고 울지도 못하고 안쓰런 표정으로 재환을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해부학 교실과 건축학개론을 합쳐 해부학개론이라 한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근데 또 정정해주자니 귀찮기도 해서 혼자 두고두고 놀려먹으리라 생각하며 웃음도 꾹 참는 별빛이었다. 

겨우 웃음을 참아낸 별빛은 어느 새 어두워진 창문 밖을 곁눈질하다가 요새 들어 보기 힘들었던 별을 두 개씩이나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서 방방 뛰다시피 하다가 재환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창문 밖을 손으로 가리켰다.




“ 나 별 둘이나 발견했어! ”
“ 그게 뭐 대수라고. ”
“ 요새 별 보기 힘들잖아, 근데 별 두 개나 발견했으니까 깜짝 선물이라도 어디서 떨어졌으면 좋겠다. ”




별 두 개 발견한게 그리 기분 좋은지 연신 웃음을 입가에 띄고 있는 별빛을 재환은 말 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별빛의 팔을 잡아 움직일 수도 없고 자신을 피할 수도 없을 정도로 꽉 붙들어맨 뒤에 별빛이 뭔가 싶어 자신을 응시하자, 그대로 얼굴을 들이밀어 별빛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별빛이 놀라 뭐라 입 밖으로 말도 내뱉지 못하고, 어벙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만족스러워하며 그제서야 입가에 가볍게 힘을 줘 옅게 웃으며 재환은 비밀 이야기라도 하듯이 나직하게 말했다.







“ 여기, 깜짝 선물. ”









더보기

전에 독방에 썼던 글에 달린 댓글들을 하나하나 다 집어넣어서 썼던 글이에요. 

메모장 뒤지다가 발견했는데 오랜만에 본 제 풋풋한 글에 ㅋㅋㅋㅋㅋㅋㅋ 따로 깊게 수정하지는 않고 올려봐요.

여기에 쓰인 댓글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요. http://instiz.net/name_enter/19630207

억지로 막 끼워맞춘 글이라 다시 한 번 읽어보니 재밌네요. 헛웃음도 나오고 ㅠㅠ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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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씨ㅠㅠ설레 왜설레ㅠㅠㅠ왜? 옆에 뎨화니 없는데 왜설레?ㅠㅠ엉엉엉ㅠㅠㅠ하...진짜ㅠㅠ바라기님 말도이쁘고 글도이쁘고ㅠㅠ왜그러시는겁니까ㅠㅠ이뻐죽어 지챠
9년 전
바라기
5개월 전에 썼던 글이라 여기저기 손 볼 데가 많은데도 손 보게 되면 댓글들이 다 들어가지 못할까 싶어서 많이 수정하지도 않은 채로 올렸는데, 독자님이 좋다고 해주시니 저도 좋네요. 항상 어두운 분위기의 재환이를 많이 써오던 탓에 제가 이런 분위기의 글을 썼다는게 요새는 신기하기도 하고, 역시 재환이는 이런 느낌이지! 싶네요. 부족한 글 항상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해요 ㅜㅜ ♡
9년 전
독자2
아이고 저야말로 고맙습니다ㅠㅠ(어줌마버전)
9년 전
바라기

9년 전
독자3
취저취저 귀여워ㅠㅠㅠ진짜 너무좋아요ㅠㅠㅠㅠ친구에서 애인이된건가1?!?! 이런거 넘 조하요ㅠㅠㅠㅠㅠ
9년 전
바라기
독자님이 달아주신 댓글에 대한 반응이 너무 늦은 것만 같아 죄송스럽네요 ㅜㅜ이제 막 친구에서 애인이 되는 단계라고 보면 되겠죠?! 그렇게 생각할래요 저두 ㅋㅋㅋ상큼한 분위기에 맞게 상큼한 느낌으로 끝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좋아해주셔서 저도 좋아요 ♡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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