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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이재환] 인사 上 | 인스티즈


W. 바라기



 병원으로 실습을 나온지도 어언 한 달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기간. 그 기간동안 배운 것은 많은 듯 싶은데 정작 손에 들고 보면 익숙치도 않고, 간호사 선생님들이 뭐라도 여쭤보시는 날에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큰 실수 없이 실습 기간을 무사히 잘 넘기고 있는 것만 같아 다행스러운 마음이 더 큰 그녀는 매일같이 자신을 칭찬해주기에 바빴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대학 병원이라던가, 모두가 알만한 큰 병원이 아닌 동네에 있는 작은 병원에서 실습을 하고 있었기에 수술 환자가 없는 이상 따로 크게 바쁜 일이 없어 그만큼 큰 실수를 벌일 일도 없긴 했다. 지금만 해도 간호사들은 다 자리를 비운 상태라 저 혼자 여유로이 간호사실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더 조용한 듯했다. 그녀만 여유롭고, 다른 사람들은 다 바쁜 탓에 간호사실 근처를 지나가지도 않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혹시 몰라 간호사실 옆에 붙어있는 조그마한 방 안에서 간이 의자를 가져와 그 위에 앉아있던 그녀는 밀려드는 무료함에 괜히 손가락을 만지며 시간을 때우기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알콜 캔에 들어있어야 할 탈지면이 부족하지는 않나, 괜히 살펴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눈여겨 보고 있음에도 무료함이 사라지지 않자 다시 의자에 앉아 손가락을 만져보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지루함에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차라리 바쁜 게 더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루했다. 다른 곳에 실습을 나간 친구들은 저마다 다 바쁘다고 말하며 여유롭게 일하는 게 부럽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그녀는 바쁜 것이 더 좋았다. 친구들이 들으면 복에 겨운 소리라고 잔소리를 했겠지만.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때마침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들었던 그녀는 발소리의 주인을 보고서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생님들께 여쭤본 적이 없어 잘 알지는 못하는 그녀였지만, 수술실에 주로 계시는 선생님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매일 오프 한 번 없이 병동으로 올라와 수술 환자 드레싱이나 소독을 하시는 걸 보면 아무리 멍청한 사람일지라도 알 수 있었을테지만. 


 역시 공부를 더 해야하나,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심심함에 몸서리치던 차라 어떻게 보면 오늘 이렇게 자리를 지킨 뒤로 간호사실에 첫 방문한 손님과 비슷한 격인 수술실 선생님. 아니, 그에게로 향하는 시선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항상 서로간에 인사만 주고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 그녀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만지작거리던 제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매번 마스크를 쓰고 있는 그이기에 눈이랑 머리카락 이외에는 제대로 본 적도 없는 듯했다. 


 실습 나온 뒤로는 필수품이 되어버린 손목시계를 괜히 만져보던 그녀는 인포데스크 앞에 서서 차트를 살펴보는 그를 아닌 척하면서 흘긋 훔쳐보았다. 이렇게 보면 눈은 참 예쁜데, 입고 있는 하얀 가운이 아까울 정도로. 그녀만큼이나 말이 없는 탓에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으니 그 속을 알 수가 없었다. 





“오늘 퇴원 환자 따로 없나요?”

“아, 지금 선생님이 안 계셔서 ….”




 한참동안이나 차트를 살펴보던 그가 고개를 들어 물었으나, 아직 배울 게 한참 남은 학생일 뿐인 그녀로서는 알 길이 없어 일부러 비어있는 간호사실을 둘러보며 저밖에 없음을 몸소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까지 궁금하다, 궁금하다 하기는 했지만 간호사들과 달리 의사는 솔직히 아직 어렵기만 한 것도 한 몫 했다. 애초에 학생인 그녀한테 물어보는 이유도 알 수 없었고.


 그러자 그는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회진을 가려는 건지 몸을 틀었고, 그제서야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어쩌면 남자라는 점이 한 몫 더했을지도 몰랐다. 잘은 모르겠지만 나이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비슷한 나잇대로 보이는 남자는 아무래도 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그녀였다. 





“아, 맞다.”





 제 할 일을 하고 사라진 그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던 그녀는 뒤늦게서야 수간호사가 제게 맡긴 일이 떠올라 조그맣게 탄성을 내뱉었다. 잊어버려서 문제였지, 그녀도 할 일이 있긴 했다. 간호복 주머니에서 구겨질대로 구겨진 종이를 꺼내든 그녀는 전달 사항을 말씀드렸던 분과 말씀드리지 않은 분을 보기 쉽게 체크해가기 시작했다. 병동은 총 네 층으로 이루어진데 반해 간호사실이 두 층마다 하나씩 있는 탓에 한 간호사실에서 두 층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종이에 쓰여져 있는 이름이 꽤 많았다. 그렇게 표시를 연이어 하다가 끝이 보이는 듯해 눈으로 한 번 훑고 보니 한 명의 이름만이 남아있어 저도 모르게 환호를 하려던 그녀는 마지막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입을 꾹 다문 채로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2인실을 쓰고있는 아랫층 환자였다. 보통 환자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겠지만, 간호사들이 갈 때마다 매번 성희롱하기 때문에 문제인 환자였기에 썩 기분 좋지는 않았다. 물론, 평소에 항상 조용하고 수수하다 못해 별다른 치장도 하고 다니지 않아 제 나이 또래보다 어려보이기만 하는 그녀는 그 환자에게서 성희롱을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기분이 조금은 이상한 그녀였다. 그 기분을 따로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어 별다른 생각이 들지도 않았지만.


 보기 쉽게 체크해둔 종이를 다시 주머니에 넣은 그녀는 이제 막 간호사실로 들어오는 수간호사에게 조금 전 의사가 제게 물어봤던 것을 여쭤보기 위해 거리낌 없이 옆으로 다가갔다.





“조금 전에 수술실 선생님이 퇴원 환자 없냐고 여쭤보셨었어요.”

“그래? 이상하네. 가다가 선생님 만나면 없다고 좀 전해줄래?”

“아…. 네.”





 제 물음에 의아해하며 모니터를 들여다보던 수간호사가 곧바로 답을 해주자, 그녀는 아까 미처 전달 사항을 말씀드리지 못한 아랫층 환자에게 가는 길에 수술실 선생님도 만나 말씀 드리면 되겠다고 생각하고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일석이조였다. 


 간호사실이 있는 층을 둘러본 그녀는 그가 없는 듯하자 아랫층에 있겠거니 싶어 별다른 망설임 없이 아랫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어?”

“왜요.”

“마침 말씀 드리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계단을 내려가던 중간에 아랫층 환자와 마주친 그녀는 먼저 아는 체하며 주머니에 넣어뒀던 종이를 꺼내 환자 앞으로 보여줬다. 그리고 수간호사에게 받았던 전달 사항을 그대로 환자에게 말씀드리고는 마지막으로 ‘아시겠죠?’ 라며 확인까지 한 뒤에 계단을 마저 내려가기 위해 발을 내딛었다. 환자 뿐만 아니라 회진을 하러 간 그에게도 나름대로의 전달 사항을 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아, 그럼 저 잠깐 병실에 들러야하는데 같이 갔다가 데려다주시면 안 될까요?”

“네? 아….”





 발을 아래로 내딛자마자 붙잡는 환자의 말에 뭐하러,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는 거절도 못하고 애써 웃으며 승낙했다. 이래서 문제였다. 무슨 일이 있던간에 제대로 거절을 하지 못하는 것. 윗층으로 올라가려던 게 분명했던 환자가 발길을 돌려 아랫층으로 앞서 걸음을 옮긴 뒤에서야 그 뒤를 따라내려가며 그녀는 제 자신을 수없이 욕했다. 


 그렇게 바닥을 주시한 채로 계단을 내려와 복도에 다다르고 나서야 고개를 든 그녀 앞에 복도를 가로질러 오던 그가 보였다. 타이밍도 좋지, 마주쳐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어렴풋이 웃으며 앞서 걷던 환자에게 잠시 기다려달라 부탁한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뭐였지. 아…. 맞다.”

“네?”

“수선생님이 오늘 퇴원 환자 없다고 말씀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제 나름대로 패닉 상태였던 탓에 전해야 할 말이 기억나지를 않아 머뭇거리던 그녀는 그가 눈가를 찌푸리며 되물은 뒤에서야 떠오른 말들을 죄송하다며 제대로 전할 수 있었다. 바보인가, 멍청이인가. 작은 실수에 속으로 저 자신을 욕하던 그녀는 눈을 꼭 감은 채 고개를 수그려 그에게 인사를 했다.





“수고하세요.”

“잠깐.”





 짧은 내용마저 기억 못하고 횡설수설하던 자신이 생각할수록 창피하기 그지없어 급하게 인사를 하고 환자에게로 몸을 돌리자, 그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건가 싶어 되돌아보자, 그는 가만히 서 있는 환자를 훑어보듯이 위아래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알 길이 없어 평소와 같이 멍한 그대로 그를 바라보자, 그제서야 그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어보였다.





“저 분 수술 환자신가요?”

“네? 아뇨, 아니실 거예요.”

“…저 쪽은 수술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밖에 없을텐데.”

“잠깐 병실에 일이 있다고 하셔서요.”





 수술실 의사면서 수술 환자를 왜 저한테 묻는건가 싶어 그녀는 한숨 쉬듯이 대답하고서는 그를 올려다봤다. 찍힌 게 아니고서야 이런 질문을 던질 리가 없었다.





“알았어요. 가보세요.”

“네, 수고하세요.”





 조금 전보다 더 고개를 깊게 수그려 인사를 한 뒤에 잽싸게 등을 돌린 그녀는 저를 두고 먼저 병실로 들어가버린 환자를 쫓아 뒤도 안 돌아보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발길을 돌리지도 못한 채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주시하던 그는 괜히 피곤해진 듯한 느낌에 한 손을 들어 제 뒷목을 잠깐 주물렀다. 조금 전 잠깐 마주쳤던 환자의 눈빛이 마음에 걸려 일부러 되지도 않는 물음을 건넸지만, 그런 건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듯 별빛이란 명찰을 달고 있던 학생은 잽싸게 그 환자를 쫓아간 것이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설마 병원 내에서 더 피곤한 일이 생길까, 귀찮은 마음에 그렇게 결론 내린 그는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별빛이라 ….”





 마주칠 때마다 피곤할 정도로 깍듯하게 인사를 해오는 탓에 눈여겨 볼 수밖에 없었던 학생이었고, 그래서 더 신경쓰였다. 검지로 마스크 윗부분을 잡아 아래로 살짝 내린 뒤에서야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는 이름으로 인해 기억에서 잊혀지지를 않는 듯한 이름을 입 밖으로 되뇌여보며 재환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모로, 짜증나는 여자였다.






더보기

전에 입원했을 때 이것저것 보고 생각해뒀던 글인데 이렇게 연습용으로 쓰게 됐네요. 결론은 연습하는 글이에요 ㅜㅜ 그래서인지 아마 뻔한 스토리로 갈 듯해요. 읽으셨다면 아마 짐작되시겠죠 ..?

그러고보니 항상 제목고자네요. 필명 제목고자로 할 걸! 아깝다. 읽다보면 이상한 점이 있을텐데 초반에 1인칭 시점으로 쓰다가 중간부터 변경하기 시작해서 그럴 수도 ...그냥 변명이에요.

똥손망손이라 제 글은 포인트 걸기도 애매하네요. 그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빅스의 자랑스러운 랩퍼 김원식,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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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하 의사 쟈니라니ㅠㅠㅠㅠㅜㅠㅜㅜ뭔가 저 환자 수상해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거 아니죠?!??!!!!!!!흡 다음편 기대할게요 작가님 필체 너무 좋아요 ㅠㅠ
9년 전
바라기
그쵸. 저도 저 환자 수상해요. 이상하다니까요. 분명해요. ㅜㅜ칭찬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더불어 한 번 더 감사해요!!
9년 전
독자2
헐 의사 재환이라니.. 좋다ㅠㅠ 환자분도 뭔가 좀 이상한거같기도 하고
9년 전
바라기
환자 이상하죠. 왜 다들 모르는거죠. 딱 봐도 이상하다고, 쟤 이상해요! 하고 쓴 건데! 아니면 저를 위해 모르는 척 해주시는건가봐요. 착하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ㅜㅜ
9년 전
독자3
이글은 안보고 넘어갔었나봐요 신알신에 수정됐다고떠서봤는데 ㄷㄷㄷㄷㄷㄷ좋아용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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