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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 겨울, 그리고 이별 


 

이별이란 게 한 가지로 한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개인마다 느끼는 이별의 감정은 다를 거라 생각해오던 차라 이별이란 주제 아래 흘러가는대로 써봤어요. 

‘별빛’이라는 인물이 상대방, 빅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무미건조하게 쓴 거라 읽으면서 끊기는 부분이 조금 있을 듯해요.  


 


 


 


 

 

[VIXX] 여섯 번의 겨울 | 인스티즈 


 

[첫 번째 겨울] 


 


 


 

“지친다.” 


 


 

이별의 이유를 묻는 내게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네가 난생 처음으로 밉게만 느껴졌다.  

전 같으면 내 사소한 표정 하나하나에도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또 챙겨주려 하던 너였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사치인 것처럼 내 눈을 피하기에 바빴다. 

그도 아니면 내가 피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아니, 확실히 내가 피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았다.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너의 눈빛을 바로 앞에서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다정함을 지니고 있던 네가 한 번 돌아서면 얼만큼 무서운 지를 뒤늦은 지금에서야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 때의 나는 왜 너를 버리고 가려했던 걸까, 이미 한참은 늦어버린 후회라는 감정이 물 밀듯이 밀려와 나를 잠식했다. 

지친다는 말에 대답할 다른 말은 더 이상 없었기에 별다른 말을 꺼낼 생각도 못한 채로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다. 


 


 

“헤어지자.” 


 


 

예상했던 너의 말이 사실이 되어 내게로 성큼 다가왔다. 분명, 처음에 잘못한 것은 나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만 본다면 네가 나쁜 놈인 것만 같았다. 

말 끝마다 내 이름을 붙여가며 애정을 더하던 너는 더 이상 내 앞에 있지 않았다. 그저 내게 애증이라는 감정만을 지닌 너만이 자리해 있었다. 

너는 이미 나에게서 떠나갔다. 그리고 나도 너에게서 떠나야만 할 차례였다.  

원하던 원치 않던 이미 엇갈릴대로 엇갈려버린 감정으로 너를 몰아붙이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버린 뒤였기에 별다른 미련은 남지 않은 듯했다. 

헤어지자는 말의 답을 전하기 위해 뒤늦게서야 위아래로 천천히 고갯짓을 해 보이자, 

처음 만난 그 날이 떠오를 정도로 환한 미소를 띄며 나를 향해 웃어주는 네가 눈 앞에 보였다. 

끝까지 모질지만은 못한 너에게 미련이 남아 흘러넘치는 듯해 입술을 꾹 다문 채로 울음을 참았다. 

  


 

“별아,” 

“…” 

“별빛아.” 

“…” 

“…안녕.” 


 


 

그런 내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너는 아주 잠깐의 주춤거림을 끝으로 내게 등을 보인 채로 끝도 안 보이는 앞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전에 잠깐이나마 너에게 불려졌던 내 이름이 귓가에 하염없이 맴돌았다. 

울음기를 머금은 채 떨려오던 네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았다.  

잊을 수가 없었다. 

차디찬 것들만이 존재한다고 믿어왔던 겨울의 한가운데에 서 있던 내게 따스한 위로가 되어줬던 차학연이란 사람은 이제 더 이상 내 곁에 없었다. 

내가 버린, 그리고 네가 버린 이야기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VIXX] 여섯 번의 겨울 | 인스티즈 


[두 번째 겨울]



며칠만에 어렵사리 만난 것임에도 불구하고 너는 내 앞에 앉은 채 나를 볼 생각도 않고 주변 풍경에게만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나와 함께 있고 싶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너에게 섭섭한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나는 너에게 섭섭하다는 감정을 토해낼 수 있는 자격이 없었기에 조용히 네 시선을 따라갈 뿐이었다.  

그건 내가 잃어버린 가장 큰 것들 중 하나에 속하는 것일 뿐, 다른 그 무엇도 아니었다. 

한 순간의 감정에 치우쳐 모든 것들을 내팽겨친 결과. 

그래서 잔잔한 네 미소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비극에 다다르고야 만. 그래, 그 뿐이었다. 


 


 

“일어나자.” 


 


 

 아직 따뜻하기만 한 온기를 내고 있는 라떼를 미련 없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너는 여전히 창 밖으로 시선을 둔 채로 내게 단호히 말했다. 

묻는 것이 아닌 이미 단정지은 뒤에 내게 통보하는 방식의 말이었기에 대꾸 없이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 같았으면 라떼를 다 마실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을 너인데 모든 걸 손에서 놓아버렸다는 듯이 이 자리를 벗어나길 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왜 모를까, 한 번 놓아버린 감정이라고 해서 지속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쉽사리 잊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너는 나를 너무 간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알고 있는 나는 표현 한 번 하지도 못하고 상처 입은 채 네 곁에서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내가 너에게 입힌 그 상처의 깊이만큼을 받아야만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서. 


 


 

“춥다.” 


 


 

밖으로 나와 입김을 내며 말하는 네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다가 나도 한 번 입김을 내 보았다. 

이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너와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을까, 뒤늦게서야 지독한 자괴감이 들었다.   


 


 

“추워?” 

“조금.” 


 


 

내가 내는 입김을 따라 시선을 옮겨가던 너는 나지막이 물어왔고, 이에 나는 별 생각없이 옷깃을 여미며 대답했다. 

그러자 제 목에 감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낸 너는 내 손 위에 그 목도리를 올려놓았다. 

뭐하자는 건가 싶어 너를 올려다보자, 너는 다시 한 번 내 시선을 피한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거 감아.” 


 


 

네 체온을 감싸고 있던 목도리가 내 손 위에 내려앉아 따스한 온기를 전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작년 겨울에는 직접 목에 둘러줬었는데. 목도리를 목에 두르며 떠오르는 과거의 잔상에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과거였다.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었는 과거. 


 


 

“됐어?” 

“응, 고마워.” 

“…그만 가자.” 


 


 

내가 저지른 실수를 알고, 그 실수 때문에 과거와 같은 따스한 감정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해도 정택운이란 사람은 나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서로에게서 벗어난다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이는 것과 마찬가지일 지도 몰랐다. 

그런 이유로 더욱 더 나에게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너였다. 어쩌면 어긋난 감정을 그대로 무시한 채, 이렇게 아슬아슬한 줄 위를 걷고 있는 게 더 힘들텐데도. 

언젠가는 너도, 그리고 나도 서로에게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 하나로 나를 내버려둔 채 걷고 있는 네 뒤를 빠르게 쫓았다.  

그래도 네가 나를 버리기 전까지는 내가 먼저 너를 놓아줄 생각은 전혀 없어, 택운아. 

이기적인 생각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상처를 그러안은 채로 속삭였다.  

어차피 그 날 이후로 우리가 가진 감정은 이미 사랑이 아니었다. 


 


 


 

 

 

 

[VIXX] 여섯 번의 겨울 | 인스티즈 


 

 

[세 번째 겨울] 


 


 


 

너는 가여웠다. 


 


 

‘뭐 먹고 싶어?’ 


 


 

나로 인해 목소리를 잃은 너는. 


 


 

‘볶음밥 해줄까?’ 


 


 

그리고 그것을 모르는 너는. 

목소리를 대신해 가벼운 수첩에 너의 의사를 전달하며 내게 묻고 있는 너는, 가엽기 그지없었다. 


 


 

“볶음밥 준비한 거야? 그럼 그거 먹을게.” 


 


 

준비했냐는 말에 환히 웃으며 너는 고개를 끄덕였기에 나는 그걸로 달라고 말했다.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주고 싶었다. 뒤늦은 지금에서라도. 

노래.  

사귀던 중에 제대로 된 노래를 하고 싶다며 내게 말해오던 너는 결국에서야 비밀리에 한 프로그램에 나가 준우승을 차지했고 급기야 앨범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서 나보다 더한 사랑을 받게 된 너는 점점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소문한 끝에 너의 보물과도 같던 목소리를 죽여버렸다. 

덕분에 너는 다시 내게 돌아와 전과 같은 사랑을 베풀어주고 있었다. 

매일 밤마다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나를 찾아오긴 했다. 그 날 밤, 네가 고통스러워하며 마치 내가 구세주라도 된 것마냥 불러대던 그 모습이 매일같이. 

그럼에도 지금 내 앞에 있는 너 하나로 인해 모든 게 잊혀지는 듯했다. 


 


 

‘맛있어?’ 


 


 

너는 모르는 게 없었다. 내가 볶음밥을 제일 좋아하는 것을 알고 항상 집 안에서 만나는 날에는 볶음밥을 해줄 정도로. 

사소한 것 하나하나 네가 나에 대해서 모르는 건 없었다.  

그래도 너는 항상 본인이 한 요리에 자부심이라도 있는 것처럼 맛있냐고 묻고는 했다. 

솔직히 말해서 네가 해주는 요리들은 모두 하나같이 맛이 없었다.  

그럼에도 네가 해주는 거란 이유 하나만으로 내게는 충분히 맛있게만 느껴졌다. 

잃어버린 목소리로 인해 소리없는 비명을 내지르며 울부짖던 네가 지금 나를 향해 웃고 있는데 뭐가 더 필요할까. 


 


 

“최고야.” 


 


 

입 안에 꾸역꾸역 볶음밥을 밀어넣으며 대답했다.  

내 대답에 너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감추지 못한 채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특이하게 접히는 네 눈꼬리가 내 시선을 사로잡아버렸다. 


 


 

‘미안해.’ 

“왜 또, 뭐가 미안해.” 

‘그냥 다.’ 

“그냥 사랑한다고 해주면 안 돼? 


 


 

한참을 말 없이 내 앞에 놓여진 볶음밥을 바라보던 너는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이내 입모양으로 ‘사랑해’라고 말해주기에 이르렀다. 

그제서야 내 입에서는 반대로 미안해, 라는 말이 하염없이 토해지며 너와 같은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너는 모르는 게 없었다. 그건 항상 네 곁에 있다시피 했던 내가 모를 리 없는 사실이었다. 

그저 내가 죽을 수만 있다면, 그리고 네가 나를 죽이려 한다면 차라리 모르는 척 당해주고 싶었다. 

네가 다 알면서도 내게 목소리를 잃어주었던 그 때처럼. 

내 죽음으로 이재환, 너에게 다시 한 번 노래를 부르던 때와 같은 행복이 찾아올 수만 있다면. 아니, 그러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너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끝에서야 사랑해, 라고 말해주는 네가 너무 가여워서 흘러내리는 것들을 참아내지 못하고 토해내며 눈물지을 수밖에 없었다. 

비로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영원한 안녕을 고할 수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안녕.  


 


 


 

 

 

[VIXX] 여섯 번의 겨울 | 인스티즈 


 

[네 번째 겨울] 


 


 


 

다른 여자를 향한 너의 미소는 빼앗아오고 싶을 정도로 환하기만 했다.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주먹 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호탕하게 웃는 넌 지금의 내가 보기에도 여전하기만 했다. 

다른 여자에게로 향한 네 미소는 내 옆에 있었던 때와 달리 늘 밝아보이기만 해 탐나기까지 했다. 

너에게 내가 잘못했던 건 대체 뭐였을까.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사랑을 했을 뿐인데 너는 내가 싫었나보다, 싶어 마음이 쓰렸다. 

같은 도로 위에 나란히 서 있는데도 쉽게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기에 두려움이 컸다. 


 


 

“어, 별빛아?” 


 


 

뒤돌아서 멀리 가버릴까, 고민하던 찰나에 네가 나를 발견하고는 옆에 있던 여자를 내버려둔 채 내게로 다가왔다. 

네가 다가올수록 멀리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더욱 더 커져만 갔다. 


 


 

“누나, 이리 와!” 


 


 

내 앞에 당도한 너는 뒤에 있던 여자에게 손짓을 하며 크게 소리쳤고, 이에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가방끈을 더욱 세게 그러쥘 수밖에 없었다. 

잠깐 나와 눈길이 마주친 너는 여전히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나 조금 전 내가 보았던 환한 미소가 아무런 것도 담기지 않은 예의상의 미소란 것은 아무리 바보라 해도 알 수 있을 듯했다. 


 


 

“아, 맞다. 넌 처음 보지? 인사해, 별빛아. 네 달 전부터 사귄 내 여자친구.” 

“아….” 

“예쁘지?” 


 


 

자랑스럽다는 듯이 제 어깨를 들썩이며 말하는 너에게 뭐라 말해야 할 지 몰라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예뻤다. 지금의 내 모습과 달리 네 옆에 있는 여자는 한 없이 곱고 예쁘기만 했다. 

너에게 여자친구라고 불린 여자는 고개를 수그려 내게 인사를 건넨 뒤에 갑작스러운 소개가 부끄럽기라도 했던 건지 네 어깨를 아프지 않게 때렸다. 

그러자 너는 아픈 것처럼 과장된 행동을 해보이며 여자에게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내 눈 앞에서. 


 


 

“맞다, 누나랑 지금 어디 좀 가기로 했었는데.” 

“아, 그래. 잘 가.” 

“연락 할게, 다음에 보자.” 


 


 

내 눈 앞에서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는 듯이 여자친구란 사람의 어깨를 한 팔로 끌어당긴 너는 내 눈을 마주보고 잔인한 거짓말을 건넨 채 눈 앞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연락, 그리고 다음. 마지막인 줄도 몰랐던 그 날에도 저 말을 남긴 채 그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 예의 어린 거짓말은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너에게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 어떠한 것도 없었는데. 

오히려 너에게 잘못한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아마도 너에 대한 사랑일 뿐이었을 것이다. 

단순하게 사랑했고, 그랬기에 모든 걸 다 줬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게 너는 아무런 연락 한 번 없이 일방적으로 연결되어있던 모든 것들을 차단시켰고, 덕분에 나는 너와 관련된 거라면 그 어떠한 것도 손에 가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네 달 만에 만난 너는 내게 먼저 아는 체 하며 여자친구를 소개시켜 준 것이다. 

네 달, 너는 나를 버리고 다른 여자를 만나 새로운 시작을 한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네 달이라는 시간동안 네가 떠나게끔 만든 건 나라는 생각 하나로 나를 자책하고 있었고, 별의 별 이유들로 나를 욕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아무런 예고 없이 떠났던 너는 다시 한 번 아무런 예고 없이 다가와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의 한가운데로 나를 밀어넣은 것이다. 

그리고 바보같은 나는 그게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오늘부터 다시 헛된 희망을 손에 가득 쥔 채 놓아줄 생각도 않고 네 연락을 기다릴 게 뻔했다. 

만약에 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건 여전히 김원식을 사랑하고 있다는 죄밖에 없을 테니까. 

그래서 거짓임을 알면서도 나는 너를 기다릴 것이다. 

하염없이. 


 


 

[VIXX] 여섯 번의 겨울 | 인스티즈 


 

[다섯 번째 겨울]



네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고, 내가 바라는 것 또한 단 하나 뿐이였다.

 

남들한테는 슬픈 감정을 지니게 한다는 이별, 그러나 그게 우리에게는 지나치게 달콤한 과일과도 같을 것이 분명했다. 

풋풋하기만 했던 사랑이란 감정은 녹아든 채로 스며들었을 뿐 새로운 감정을 일으키지는 않았고, 무미건조한 감정 아래 매일을 만나오던 차였기에 더욱 더 간절했다. 

그러나 너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를 소개함으로써 네가 얻을 이익들을 생각해야 했기에 쉽사리 나를 버리질 못했다. 

그래서 스캔들을 일으켰다. 네가 나를 버리지 않고서야 못 이길 크나큰 스캔들을. 

뉴스 헤드라인에 뜰 정도로 큰 스캔들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보다는 내 뒷배경을 생각하던 너였기에 수습하기에 바빴을 뿐이지, 그 이상 나에게 뭐라 말을 건네지도 않아 답답한 건 오히려 나였다. 

이젠 정말 사랑도 뭣도 아닌 형식적인 관계란 걸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얘기 좀 해.” 

“또 시작이야?”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도 않고 목소리 한가득 짜증을 담고 나를 노려보는 네가 낯설었다. 

그렇게 나를 바라볼 거면 차라리 버리기라도 하지. 지독하게도 나를 물고 늘어지는 네가 미웠다. 아니, 밉다 못해 증오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내가 언제 스캔들 수습해달라고 했어? 그렇게 언성이 오고갔던 한 달 전의 말싸움도 이렇게 시작했었던 것 같았다. 

눈을 감은 채로 호흡을 가다듬어보다가 진정이 되지 않을 듯해 주먹을 쥔 채로 가슴을 세게 내리쳐버렸다. 

언제부터였을까, 감정이 제어가 안 되는 경우에는 내 몸에 아주 짧은 고통을 줌으로써 억지로 멈추게 하는 일이 습관이 되어버린 건. 

그렇다고 날카로운 물건을 몸에 갖다대지는 못했다. 죽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죽을 용기도 없었으니까. 

가슴팍에 느껴지는 고통과 함께 가다듬어진 호흡을 내쉬며 감았던 눈을 슬며시 떠보았다. 

그러자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너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이젠 자해까지 하냐?” 

“뭐?” 

“질린다, 정말.” 


 


 

이런 관계가 되기 전까지의 너와 나는 어떤 대화를 나눴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내려 해봐도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분명 너와 나는 사랑하는 사이였을텐데, 그랬을텐데.  

지금은 아니었다. 


 


 

“있잖아.” 

“왜.” 


 


 

내 말에 무미건조하게 대답한 너는 답답한 모양인지 한 손으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내리기 시작했다. 


 


 

“언제쯤 내 이용가치가 떨어질까?” 


 


 

다시 한 번 허공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그와 동시에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사랑하고 싶었다, 사랑받고 싶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그런데 서로에게 타오르던 감정이 식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게 힘들었다. 


 


 

“그거 알아?” 

“…” 

“사랑은 한 순간이야. 결혼? 그건 환상이지. 환상은 언젠가 깨져버리기 마련이잖아, 안 그래?” 

“…그래서?” 

“너랑 나는 이미 결혼도 하기 전에 환상이 깨져버렸으니까 다행인 거 아닌가?” 

“그러니까 헤어지자고 말하는 거잖아. 여기서 끝내자, 제발….” 


 


 

비웃는 듯한 네 웃음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귀를 막은 채로 고개를 가로저으니 성큼성큼 내 앞으로 다가온 네가 무지막지한 힘으로 내 양 손을 잡아 끌어내려버렸다. 


 


 

“언제쯤 이용가치가 떨어지냐고 물었지?” 

“제발….” 

“난 네가 죽으면 그 죽음마저도 이용할 생각이야.” 

“…너 지금 제정신 아니야.” 

“그래, 나 지금 제정신 아니야. 네가 그딴 스캔들 벌인 그 날로부터 제정신이었던 날이었던 적이 없어.” 

“…” 

“그러니까 죽어도 내 옆에서 철저하게 이용당한 뒤에 죽어, 그게 내가 복수하는 방식이니까.” 


 


 

내가 지독하게 밀어냈던만큼, 나를 지독하게 몰아붙이려 하는 걸 너는 내게 애써 감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드러내놓고 보여주며 나를 구속하려 하고 있었다. 

내 섣부른 선택이 너를 지독한 광기 아래로 들이민 걸까, 문득 든 생각에 눈가가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느릿하게 내 목 언저리를 타고 내려가는 뱀과 같은 네 입술이 느껴지자마자  

무언가에 데이기라도 한 것처럼 뜨거운 느낌을 받은 탓에 눈가가 화끈거리는 이유를 찾을 수도 없었다. 

그래, 이홍빈. 이건 게임이야.  

둘 중 하나가 세상과 완전한 이별을 고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게임. 

그러니까 미리 이별의 말을 생각해 둬, 지금 너에게 느끼는 이 감정이 변하지 않도록. 

뒤늦게서야 이것마저 사랑이라고 깨닫기는 싫으니까. 


 

  


 

 

 

[VIXX] 여섯 번의 겨울 | 인스티즈 


 

 

[여섯 번째 겨울] 


 


 


 

가끔씩 보이는 너의 냉정함이 보기 싫었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아니다 싶으면 바로 거부해버리는 너란 사람 덕분에 매일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던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런 나를 알 리가 없는 너는 항상 같은 행동과 말들을 반복해왔고, 그러면 나는 매일 밤 너 모르게 잠을 이루지 못할 뿐이었다. 

단지, 그 뿐이었다. 

그렇게 매일을 지내다보니 너에 대한 미움이 쌓이고 쌓여 거대한 벽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너를 향하던 내 마음에 거대한 벽이 생겨버렸을 때가 되어서야 네가 하는 행동과 말들이 이해가 갔다. 

나도 너와 같은 행동과 말들을 하게 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사랑해, 사랑한다고. 됐어?” 

“그런 식으로 말할 거면 차라리 사랑한다고도 하지 마.” 

“뭐 어쩌자는건데.” 

“…끝내자.” 


 


 

마지막이 되길 바라는 내 말에 그제서야 고개를 든 네가 나와 눈을 맞춘 채로 누가 이기나 생각 될 정도로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너와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날 밤은 잠을 이루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두근거린다거나 설레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사람 대 사람, 그게 끝이었다. 


 


 

“진심이야?” 

“응.” 


 


 

단호하게 끝을 맺으려 하는 내게 너는 그 이후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네가 아닌, 내가 먼저 끝을 얘기한 게 자존심이라도 상한 걸까. 

다른 이유는 생각도 나지를 않고 그저 그런 생각만 떠돌아다녔다. 

너에 관한 생각 중 긍정적인 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한 없이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될 뿐이었다. 


 


 

“이렇게 질질 끌어서 서로 좋을 것도 없잖아.” 


 


 

내 말에 너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래, 헤어지자.” 


 


 

너는 수긍했다. 

내 이별의 말에 너는 더 이상 무언의 말도 하지 않고 내 의견에 동의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끝나버릴 네 마지막 말에 그제서야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끝을 냈음에도 네가 미웠다. 

쉽게 이별을 수긍하고 마는 네가 미웠다. 

우린 딱 그 정도의 사이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걸 알 수 있게끔 만들어버린 네가 증오스럽기까지 했다. 


 


 

“행복해.” 


 


 

나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 네가 그렇게 떠나갔다. 

너에게 나는 딱 그 정도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뒤늦게서야 첫만남이 떠오르며 두근거리는 감정이 되살아났다. 

한상혁, 한상혁. 

오랜만에 흘러나온 네 이름이 멈출 생각도 않고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그럼에도 미련한 사랑은 너무나도 쉽게 끝나버렸다. 


 


 


 


 


더보기 

두 달 내내 일에 치이는 와중에도 틈틈이 글을 썼었는데 노트북이 포멧시키면서 백업을 안 해둔 탓에 다 사라져버렸네요. 

새로 써왔던 글들도, 써오던 글들도 모두. 한동안 패닉 상태에 빠져서 글에 손도 안 대고 이렇게 써서 뭐하나 싶었었는데  

그래도 똥손으로나마 글 쓰고 싶은 욕구가 있긴 했는지 이렇게 123456 형식으로 쓰고 말았어요 .. 

쓰던 글이 날아가고나니 전에 쓰던 글들을 처음부터 다시 쓰는 와중에도 전에 썼었던 그 맥락이 제대로 살아나지를 않아 힘드네요 .. 

전에 썼던 글들의 내용은 계속 맴도는데 그 글들이 손 아래에서 제대로 쓰여지지를 않고, 이래저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고 .. 

최대한 빠르게 쓰고, 수정해서 오도록 하겠습니다. 두 달여간 채워뒀던 그대로 오도록 노력할게요.  

늘 말씀드리지만,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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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금손이세요... 글이랑 노래랑 너무 잘맞아서 소름이...흡흑!
9년 전
바라기
금손이라니 ..가당치도 않아요 ㅠㅠ글에 노래가 잘 어울린다고 해주시니 다행이네요. 글을 쓸 때 분위기와 맞는 노래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오히려 글에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있어서 ..솔직히 글 자체는 부족해도 노래로 이어가는 것도 있는 듯해요 ㅎㅎㅎ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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