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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현 김성규 윤두준









키스 키스 키스

디안 씀
















1
그러니까, 3학년에 김성규. 알지? 뭐? 모른다고? 이야, 학교 헛다녔네, 헛다녔어. 어떻게 김성규를 몰라? 그럼 남우현은 알아? 그래. 이래야지. 남우현을 모르는 사람이 이 동네에 어딨어? 김성규, 남우현 이거. 내 알기론 그런데, 아, 잘 모르겠다. 김성규 입술은 존나 공공재라니까? 아니다, 아니. 배제성이 있고 경합성도... 있구나. 미안 미안. 이거 완전 사적 재화네. 어쨌든,
3학년 7반, 입술만 부닥칠 거면 오천 원, 더한 짓 할 거면 만 원은 들고 가. 알겠지?




2
김성규는 제 입술에 코랄빛 틴트를 찍어발랐다. 밥만 먹으면 될 것을 틴트까지 먹어버려 색이 사라진 탓이다. 톡, 톡 두드리는 사이, 앞에 드리워진 인영에 고개를 든다.

옆 반 반장 윤두준이 말없이 반 접은 오천 원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그걸 받아 잘 챙겨 넣은 김성규는 윤두준의 목에 팔을 둘렀다. 윤두준을 좋아한다고 사방팔방 소문을 내고 다니던 김혜신이 울면서 교실을 뛰쳐나갔다. 둘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술을 맞붙였다. 김성규의 조그만 머리통을 단단히 붙잡은 윤두준이 어느 순간 꼭 닫힌 입술을 가르고 침범했다. 눈이 동그래진 김성규가 쳐다보자 만 원짜리 한 장을 김성규의 셔츠 주머니에 찔러 넣는다. 그에 김성규는 다시 눈을 감고 혀를 얽었다.

점심시간은 길다. 저들은 아마 시작종이 칠 때 까지 저러고 있을 거다. 한 편의 포르노를 보듯 상황을 관망하던 대중들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다. 복도 저편의 소란이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그가 오고 있어서다.

미닫이문이 거칠게 열린다. 윤두준과 김성규는 아직도 키스 중이다. 혀가 들락날락하는 것이 여과 없이 보인다. 한동안 자신이 열어젖힌 문 앞에 미동도 없이 서있던 남우현이 이내 제 주머니를 뒤진다. 담배 한 갑과 라이터가 나온다.

김성규.

한 가치를 물고 불을 당긴다. 깊게 머금는다. 연기를 뱉는다.

오늘 이자는 이미 내신 걸로 아는데요, 이거 명백한 계약 위반 아닌가?

김성규는 웃는다. 윤두준을 떼어내고 작게 말한다. 미안- 그러면 윤두준은 남우현과 김성규 사이의 느슨한 긴장감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어 버리고는 김성규의 뺨에 짧게 키스한다. 간다. 김성규는 고개를 주억거리고 그를 보낸다. 그리고선 남우현에게 지나가듯 말하는 거다.

그럼 어때, 어차피 다 네 건데.

남우현은 돛대를 버린다. 남은 불씨는 발로 밟아 천천히 으깬다.

그렇지, 다 내 거지.

주변은 고요하다.

남우현이 김성규에게 키스한다. 입술을 물어 가르고 혀를 들이민다. 격렬한 저항은 압도적인 힘으로 누른다. 어정쩡하게 있던 김성규의 팔이 허공을 맴돌다 남우현의 허리를 감싼다. 그에 만족한 남우현이 김성규의 어깨를 감싸고 턱을 쥐어 위를 보게 한다.

입술에 ?.

김성규.

왼쪽 뺨에 ?.

알지.

코끝에 ?.

너도.

오른쪽 눈에 ?.

내.

다음에 이어질 말을 아는 김성규가 남우현을 밀어낸다. 하지만

왼쪽 귀에 대고. 귓바퀴를 핥아 올리면서.

소유라고.


아아.

김성규는 눈을 감는다.

남우현은 다시 김성규의 입술을 찾아든다.

주변은 여전히 고요하다. 멀리서만 아스라이 점심시간의 흥분이 전해지고,


암전.



3
김성규가 눈을 뜬다. 주변이 온통 새하얗다. 괜찮다. 생경한 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양호실이다.
다리에 얹힌 무게감이 느껴진다. 남우현의 머리다. 참 잘도 잔다. 포기하고 다시 눈을 감는다.

나는 남우현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장담은 못 한다. 아까도 확인했듯, 나는 그의 소유나 다름없다.

남우현은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누구도 모른다. 아니, 본인은 알겠지.

거칠게 물어뜯긴 입술이 아파온다.

개새끼, 남의 밑천을…….

낮게 읊조리는 순간, 무슨 감정에선지 속이 아파 온다. 너덜한 입술을 꾹 깨문다.

이건 다 너 때문이야.
너는 절대 나한테서 못 벗어나.
김성규.


모두 남우현이라, 김성규는 생각하기를 그만둔다.


또다시 암전.



4
자네.

마른 뺨을 쓰다듬는다. 감정의 제어는 힘들다. 그 대상이 김성규라면 더더욱. 제가 물어뜯어 튿어진 입술에 김성규의 주머니를 뒤져 찾은 입술 보호제를 펴 바른다. 인상을 쓰는가 싶더니 잠잠하다.

김성규.
성규야.


너는 대답이 없다.

그럼 어때, 어차피 다 네 건데.

김성규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았다. 그는 나의 소유였다. 그래서,

남우현은 직감한다. 어느 날인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김성규를 제 손으로 꺾는 날이 올 거라고.

요 발칙한 걸, 어떻게 하지?

그는 고민이다. 생각을 관두고 자리를 뜬다. 김성규는 자는 척을 너무나도 못 한다. 키득거리면서.



5
김성규가 학교에서 키스를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1. 그는 제법 색기 넘치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2. 이건 그가 할 수 있는 돈벌이 중 가장 페이가 좋은 것이었고
3. 하루마다 따박따박 이자가 붙는 사채빚의 이자를 메우는 데 더없는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얼마를 교복 셔츠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이 은근슬쩍 셔츠 안으로 들어온다던가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남우현의 강압에 의해 붙은 조건이었다. 몇 가지를 더 나열하자면 끝도 없었다. 하루에 만 오천 원, 이자 값만 맞추면 그날의 영업은 끝이라던가, 하는. 이런 조건들이 붙어서야 내가 이걸로 과연 빚을 메워갈 수나 있을까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남우현,
우리 아버지가 사채를 끌어다 쓴,
대부업체 사장의 자랑스런 차남.

장남인 남우현의 형이 집안의 기대에 부응하여 아버지의 사업을 잇는 대신, 셰프가 되기 위해 프랑스로 훌쩍 떠나버린 데 반해 남우현은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한 준비를 차근히 하고 있었다. 간단하게는 김성규같이 사채를 쓴 사람들에게 매일의 이자를 수금한다던가, 복잡하게는 이해관계가 얽힌 업체 사장님들 간의 회동에 발을 디뎌 아버지의 힘이 되어 드리고 미래의 발판을 쌓는 일들 말이다.

그래서 남우현과 김성규가 처음 만난 건 학교에서가 아니라 김성규의 집에서였다.

술에 잔뜩 취해서는
책임질 수 없는 일을 하고서
죽어 버린

김성규의 아버지가 남긴 빚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학교에서 막 돌아온 김성규는 제 좁은 집 거실바닥에 덩치 좋은 남자 둘을 대동하고 서 있는 남우현을 보고 멈칫했고, 남우현은 그런 김성규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제법 도톰한 김성규의 입술을 검지로 콕, 콕. 찍으며 말했다.

일 년 전에 너희 아버지가 빌려 가신 오천 삼백 오십 만원. 법정금리로 따져서 지금은 일 억 조금 넘거든. 이제 상환은 네가 해야 돼.
…뭐?
너네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김성규는 바닥으로 추락한다.
남우현은 그걸 잡아 줄 마음이 없었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제 입술을 짓씹는 김성규를 보고서 남우현은 자기도 모르게 말을 꺼냈다.

너, 딱히 할 만한 거 없잖아. 그렇지? 이 일 해 봐라. 아니, 해.



6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첫 손님은 남우현이었다.
점심시간, 학교의 급식실 한가운데. 남우현은 김성규의 입술을 난폭하게 물어뜯었다. 살살 달래다가 다시 또 몰아치고.
김성규의 셔츠 주머니에 만 원을 쑤셔 넣었다.

광고주가 각본을 짜고 연기까지 한,
완벽한 선전이었다.



7
그 날 이후, 김성규의 삶은 퍽 달라졌다.
하루에 붙는 이자는 만 오천 원.
그걸 메우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번, 그 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인사하던 학우들과 입술을 부닥쳐야 했다.
날이 갈수록 요령도 생겼다. 야살스런 웃음을 짓고 교태를 부린다. 뒤에서 여자애들의 험한 말이 들려와도 개의치 않았다. 그들이 이자를 내 주는 건 아니었으니까.
다만 그들만의 전유물일 줄 알았던 립 제품들을 하나씩 모았다.
코랄빛이 도는 틴트, 반짝거리는 립 보호제.

김성규는 점점 익숙해졌고
남우현은 점점 불만스러웠다.



8
남우현은 참 쉬웠다. 온갖 제약을 걸어 그의 행동을 제한하고 익숙하게 스며들어 흔들었다.

그러다 가끔 심심할 때면 김성규를 붙잡아 키스하고, 버둥거리는 것을 귀에다 대고 오늘 받을 건 이거. 라고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가끔이지, 매일같이 할 순 없었다.
윤두준을 필두로 한 손님들이 꽤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성규는, 남우현의 소유였다. 한 인격체를 소유한다는, 인권 선언 따위는 아무래도 좋을 생각. 그걸 실현하는 하나의 형태다. 가끔 남우현은 고민했다. 김성규는 제 삶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 자신의 인생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그럴 만도 했다. 그래서 남우현은 끄적였다.

김성규.
나이는 열아홉에 신체는 그닥 안 건강하고. 정신도 별로.
입술을 판다.
윤두준 새끼는 존나 신경쓰인다.
집도 잘 사는 놈이 꼭 이런단 말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내가 가져야지.


자신의 것이었다. 누가 뭐래도.



9
김성규는 입술을 쭉 내밀고 있었다. 수업을 듣기 싫었다. 학교에서 제법 모범적인 학생이었던 것은 예전의 일이다. 지금은, 들어 봤자.

지금 이 순간에도, 빚은 꼬박 제 살을 불려 나가고 있을 것이었다.

점점 커져서는, 어느 순간에 김성규를 집어삼키겠지.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건 남우현일 것이다.

남우현이 자기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김성규는 어떤 의미에서든 알고 있었다.



10
김성규,

김혜신이 김성규를 사납게 불렀다.

나 따라와.

제 할 말만 하고 돌아서 앞질러 가는 김혜신을, 성규는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갈 수 있었다.
남우현은 여자라고 봐주지 않는 앤데.
라며, 되레 걱정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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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소리와 함께 김성규의 고개가 돌아갔다.

꼬리치지 마.

붉게 달아오른 뺨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어 식히면서, 김성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주제넘다는 생각, 안 들어?

김혜신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내 신경 쓰였던 점이다. 자신은 두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더 잘 알고 있었다.

윤두준이 김성규를 대할 때는
김혜신 자신이 두준을 대할 때와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더 좌시할 수 없었다. 혜신의 손이 사납게 들렸다.

성규는 눈을 감았다.



12
김혜신.

윤두준이 김혜신의 손목을 붙잡아 허공에 멈춰 세웠다. 그리곤 거칠게 뿌리쳤다.

잘 한 게 아니란 건 알지?

그대로 김성규의 손을 잡아끈다. 미련 없이 돌아서는 윤두준의 뒤통수를 김혜신은 망연하게 바라본다. 그녀의 짝사랑이 타의로 완벽히 끝나버렸다.



13
윤두준도 김성규도 없이 김혜신만 남은 자리에, 남우현이 등장했다. 그의 소문은 별로 좋지 않다. 잘못 걸리면 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사랑에 실패한 여자는 두려울 것이 없다. 되레 눈을 치뜨고 경계한다.

나도 아까워서 못 건드린 건데.

남우현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꽤나 뜻밖의 것이어서, 김혜신은 자기가 제대로 듣고 있는 것이 맞나 의심했다.

니 손, 막 놀린다?

김혜신의 손을 바라보는 남우현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그녀는 주춤거리다 장소를 벗어난다. 남우현은 그걸 제지하지 않았다. 괜히 막아섰다가 엄한 애(엄밀히 말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지만) 손목 아작낼 것 같아서인 듯하다.

김혜신이 마련한 시나리오의 배경에서,
남우현이 홀로 남아 담배만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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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규야, 미안. 저 애가 날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을 벌일 줄은 몰랐어.

윤두준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과를 한다. 김성규는 그게 좀 웃겼다. 사과를 받아본 기억이 없다. 남우현이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저를 입술 파는 창부로 만들어도, 그 전에 제 아버지란 작자가 감당도 못 할 돈을 빌린 채로 죽어버려도, 사과를 받아 본 일은 없다.

너가 왜 미안해?

그래서 김성규는 진심으로 물었다.
너가 왜 미안해? 너가 시켰어? 아니잖아. 근데 왜?

그냥, 미안해.

윤두준이 씩 웃었다. 그래서 김성규는 가만있다가 급작스럽게 윤두준의 입에 제 입술을 갖다 붙였다. 눈을 꼭 감고, 바짝 긴장한 채로 있는다. 윤두준이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어...

오천 원이 나오고서 끝이다. 김성규는 실눈을 뜨고서 그 웃기는 광경을 지켜본다. 그리고 오천 원만 집어 주머니에 넣는다. 윤두준의 입술 사이로 혀를 넣어 파고들면,
어느 순간 전세는 역전되어 그가 리드하는 대로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15
남우현은 김성규가 내미는 그날의 이자를 받아든다.

아까 윤두준이랑 키스한 만 원은? 시침 뗄 생각 하지마. 다 봤으니까.

사실이다. 담배만 뻑뻑 피우며 어슬렁거리던 남우현의 시야에 그들이 들어온 건.

오천 원만 받았어. 빚진 게 있어서.
정찰제 모르냐? 정한 대로 받아야 될 거 아냐?


남우현이 쓰잘 데 없는 참견을 한다고 생각한 김성규는 매몰차게 쏴붙인다.

그러는 넌 나한테서 정해진 돈만 받아가면 되잖아.

허, 남우현의 표정이 더러워진다. 김성규는 저도 모르게 한 발 물러난다.

착각하지 마. 넌 지금 이자만 상환하고 있는 거야. 원금청산은 어쩌려고?

이자라면 몰라도 원금 얘기만 나오면 김성규는 기가 죽는다. 까마득한 액수라 갚을 방법도 모르겠다. 아, 죽어서 벗어나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김성규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칠 때, 남우현이 그의 귓가에 속삭인다.

그러니까, 잘해줄 때 알아서 처신해.

김성규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인다. 두 번, 천천히.



16
수업시간.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여기서 바람과 추위는 시련, 고난, 역경 같은 부정적인 요소들을 형상화한 것으로...

문학은 무어라 지껄이는데, 김성규는 아무렇지도 않게 접는 거울을 책상 위에 세웠다. 문학은 자기의 수업에 도취되어 정작 꼬박꼬박 졸거나 쪽지를 돌리는 학생들을 신경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래서  입술을 삐쭉 내밀고 고개를 좌우로 돌린다. 김혜신에게 맞은 뺨이 붉다. 제 밑천을 건드리는 사람이 왜 이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손끝으로 살살 쓸다가 관둔다.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처럼 생각하며,

마이 주머니를 뒤져 틴트를 꺼낸다. 손 안으로 동그랗게 감긴다. 아무래도 작아서 그런 것 같다. 뚜껑을 돌려 열면 끈적한 제형이 보인다. 아랫입술 안쪽으로 한줄 쓱 바르고, 윗입술과 마주해 문지른다. 입술 전체가 옅은 주홍빛으로 물든다. 입술을 통통 튀기면 예쁘게 스며든다. 배우지 않아도 안 것이다. 그 위엔 립 보호제를 바른다. 한 달 전엔가. 교생으로 왔던 진호쌤이 사준 거다. 입술 매끈하니 예쁘다구 그랬었나. 김성규는 피실거렸다.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매어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문학이 읽어내리는 시는 김성규를 눌리어 죽게 만든다. 아, 잔인한 사람.
장식으로 펴 둔 노트에, 아직 닫지 않은 틴트를 잔뜩 묻혀서는 적는다.

키스 키스 키스.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고, 하는 것.

김성규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다가 책상 위에 나도는 것들을 모조리 쓸어 한구석으로 밀어버린다. 앞으로 홱 엎어진다.

이때 나는 내 뜻이며 내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남우현은 건너 대각선 뒷자리에서 그걸 지켜만 봤다.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 쯤 해서는,*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 백석)



17
이번 쉬는시간은 좀 바빴다.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김성규가 입술의 발색을 다시 한 번 조정하는 사이, 명찰 색이 퍼런 일학년짜리 하나가 와서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김성규는 그걸 보고 웃었다. 처음인 거 티내니?

선불이야.

아 진짜요?


일학년은 주머니를 뒤져 오천 원을 꺼낸다. 그래서 김성규는 자연스럽게 팔을 두르고 입술을 맞붙였다.



18
윤두준이 와서는 그 애를 떼냈다.

정일훈? 맞나? 나와.

한참 김성규의 보드라운 입술을 탐하던 그애는 어찌할 바 없이 밀쳐내진다. 윤두준은 그 애는 신경도 쓰지 않고 김성규의 입술을 제 와이셔츠 소매자락으로 닦아냈다.

성규야. 오늘 학교 끝나고 시간 있어? 영화 보러 가자.

윤두준의 제안에 김성규는 무의식적으로 남우현을 쳐다봤다. 벌어지는 상황을 관망하던 남우현은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김성규는 말한다.

응, 그래.
그럼 이따 끝나고 너희 반으로 올게. 간다.


그리고 윤두준은 만 원을 김성규의 주머니에 넣었다.

이건 선불.

씩 웃는다.



19
그래서 김성규는 남우현에게 만 오천 원을 고대로 갖다 준다.

이거 오늘 치.

받아서 바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팔랑팔랑 흔들다, 우현은 비꼰다.

좋겠네.

김성규는 입을 조금 벙긋거리다 돌아선다.
남우현도 돌려세우지는 않았다.



20
남은 수업시간 동안 김성규는 윤두준에 대해 생각한다.
두준의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도 검찰 쪽 관계자라 들었다. 두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부도 꽤나 잘한다 들었고, 검도부였던가는 부장이랬다. 축구나 농구도 시키면 곧잘 해서, 종종 선망의 대상이 되고는 했다.
그런 두준은 처음에는 남자 화장실이나 학교 뒤뜰에서, 요즘은 교실로. 요 몇달간 하루에 오천 원씩 꼬박꼬박 매출을 책임져 줬다. 어지간한 멍청이가 아닌 이상 두준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뻔했다. 그래서 고민이었다, 김성규는. 윤두준이 좋은데, 좋아하기 미안했다. 다시금 김성규는 제 상황을 저주했다. 진짜, 싫었다



21
어떻게든 시간은 흘렀다. 길게 종이 울리고 들어온 선생님은 지친 표정으로 애들에게 손짓한다. 썩 꺼지라는 뜻이다. 그래서 김성규는 벗어놨던 교복 마이를 챙겨 입고 가방을 매었다. 뒷문 가에는 윤두준이 서 있었다.

가방 줘.

손을 내민다. 김성규는 말끌을 흐렸다.

괜찮은데.

윤두준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안 괜찮아.

그래서 김성규는 얌전히 가방을 내렸다. 윤두준은 그걸 한쪽 어깨에 걸치고선 김성규의 손을 잡았다. 어색해하면서도 김성규는 그런 대로 끌려간다. 익숙한 일이다.



22
윤두준이 미리 예매해 두었다는 영화는, 그저 그랬다. 다만 좀 슬펐는데, 윤두준은 그런 장면마다 눈물을 글썽거렸다. 김성규는 뭐 저런 걸로 울지.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저보다 나은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서 별로 슬퍼 보이지가 않았다. 하긴, 아버지 빚을 담보로 입술을 파는 나보다 더한 상황이라면,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어지간한 막장도 아닐 거다. 눈 앞에 나오는 장면은 클라이막스인지 한껏 비참했는데, 김성규의 입꼬리는 그걸 보면서도 내려갈 줄을 몰랐다. 윤두준은 울지 않는 척을 하려면서도 제 감정을 주체하려고 애쓰느라 알지 못했겠지만. 그래서 김성규는 이렇게도 생각했다. 제 상황을 말해주면 윤두준은 통곡이라도 해 줄까, 하고.



23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가고, 윤두준은 김성규의 눈을 피해 눈가의 물기를 닦아냈다. 그리곤 씩씩하게 김성규를 데리고 근처 카페로 향했다. 핫초코인데 초콜릿을 그대로 녹인거라며 사 주는데, 차마 싫어한다고 말할 수 없었던 김성규는 얌전히 핫초코를 들이킨다. 맛은 있었다.
분위기를 잡고서는, 자신이 주문한 커피를 조금 마신 윤두준이 가만가만 말한다.

성규야
응?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
사귀자.


김성규는 대답할 수 없었다.



24
두준아
어, 어?

얘기가 좀 긴데, 끊지 말구 들어 줘.


그리고 김성규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간중간 윤두준의 표정은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그러나 김성규는 오히려 후련했다.
이래도, 내가 좋아? 내가 지금까지 입술 부닥친 애들만 기백명은 넘을껄?

김성규는 쓰게 웃었다.



25
윤두준은 비장하게 말했다.

성규야. 난 괜찮아. 그동안 힘들었지? 이제 내가 도와줄게.

두준의 품에 꼭 끌어안긴 성규가 눈물을 흘렸다. 남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지만, 부끄럽진 않았다. 두준의 어깨가 흠뻑 젖어들었다.
두준은 그런 성규를 가만히 달래주었다.



26
김성규는 더 이상 키스를 하지 않는다. 가끔씩 오던 애들이 오천원을 주머니에 넣고 입술을 디밀면, 이제는 손바닥으로 톡 쳐냈다. 이제, 안 해. 미안. 이렇게. 그럼 아쉬워하는 애들을 살살 구슬려 반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두준이 제 사촌형의 사무실에 김성규를 문서작업 아르바이트생으로 꽂아 주었기 때문이었다. 일급으로 받아야 하는 사정을 말하니 정말 하루에 만 오천 원씩 따박따박 들어왔다. 좋은 분들이다. 김성규는 생각했다.



27
매일 송금되어 들어오는 만 오천원을 보면서, 남우현은 다른 생각을 했다.
김성규를 이대로 놓아 줄 수는 없었다.



28
윤두준과 김성규는 좀 더 깊은 사이가 되었다.
학교가 끝나면 두준이 와서 성규의 가방을 들고 사촌의 사무실까지 에스코트했다. 괜찮다고, 가보라는 데도 아랑곳 않고 사무실 한쪽 책상에 자리를 잡고서는 이것저것 공부를 하다가, 성규가 타이핑 하는 것을 보면서 빙글거리기도 하고, 그러다 사촌에게 공부는 놨냐며 타박을 들어도 성규의 얼굴만 쳐다보며 웃는 거다. 그럼 결국 성규도 제 고용주의 얼굴의 피해 두준을 향해 웃어 주었다. 일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도, 성규를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걸 뜯어말리느라 힘들었다. 계단을 층층이 한참이나 올라가야 나오는 제 집을 알려주긴 또 싫었다. 입구 자락에서 두준을 따돌리는 데는 이 방법이 최고였다.

두준아,
하고 두준을 부른 다음에,
미처 고개를 돌리기 전이라 아직 남아있는 뺨에 기습적으로 입술을 ?, 댔다가 떼고서,
나 먼저 갈게! 내일 보자!
하고, 계단을 타다닥 뛰어 올라가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이틀도 못 되어 간파당해서, 뺨이 아닌 입술에-재빠른 운동신경을 이런 데에 다 쓰게 되었다며, 두준은 기뻐했다.-제 입술을 가져다 대는 것이 다반사였지만 적어도 두준이 집까지 따라 올라오겠다는 말은 더 하지 않게 되었다.

이 날도 똑같았다. 학교가 끝나고, 두준과 함께 사무실에 갔다가, 달동네 초입까지 함께 와서는, 잘못하여 두준의 입술 위에 제 입술을 얹어서 자연스레 키스를 하게 되는 것 까지는.



29
김성규가 간과했던 것이 있다면, 왜인지는 몰라도 그날따라 김성규를 보고, 겸사겸사 그 동네 주민들에게 수금을 하기 위해 남우현이, 제 아버지의 직원 두엇을 데리고 달동네로 향했다는 거였다.

그러다가 장난스레 김성규의 이곳저곳에 키스를 하는 윤두준을 보고서는, 남우현은 이미 수금을 끝낸 직원들을 먼저 돌려보내고 김성규의 집 앞으로 갔다. 제 어린 주인의 분위기가 제법 서늘해서, 직원들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30
정신없이 온 얼굴에 키스해 오는 두준을 달래어 집으로 보내고, 성규는 집으로 향했다. 수도 없는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조금 가벼운 것도 같았다.

제 집 앞에 서있는 남우현을 발견하기 전 까지는.



31
데이트는 잘 했냐?
너가 여기 왜 있어?
내가 못 올 데 온 것도 아니고.


남우현은 느릿하게 말한다. 상대를 긴장시키는 데 더없이 좋은 방법이라 오늘 하루만도 말끝만 늘이다 왔다. 김성규는 그걸 잘 안다.

돈 받으러 왔어? 부쳤어. 집 가서 확인해봐.
아닌데.
뭐?
돈 받으러 온 거 아니라고.


그러고는 김성규의 얼굴 앞으로 제 얼굴을 디미는 것이다. 당황하여 고개를 뒤로 빼도 아랑곳 하지 않고 뒷목을 잡아 제 앞으로 끌어당겨 온다. 코를 맞대고선 눈을 휘어 웃는다. 그리고 말하는 것이다.

다 내 거라며?

김성규의 눈이 커진다. 남우현은 잡은 손을 앞으로 당겨 입을 맞췄다. 남우현의 어깨를 밀어내며 저항해 보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단단하게 여문 남자의 몸이다. 자꾸 제 팔뚝을 쳐대는 김성규의 양 손목을 단단히 붙들고서, 남우현은 한참이나 키스했다.

그리고-



32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김성규는 눈을 뜰 수 있었다.
가늘게 뜨인 눈꺼풀 사이로 눈물 한 줄기가 비어져 나왔다.
서러웠다. 끅끅대다가 이내 흐느낀다. 들어주는 이 하나 없어서 허공으로 흩어진다.

김성규는 다시, 감각도 없는 하체와 얼룩진 정신으로 까무룩 잠들었다. 눈앞은 온통 어둠이었다.



33
강성현.

강주환
예에
김도현
저요!
김성규
...
김성규 안 왔냐?

선생님, 걔 아파서 못 온대요.
어, 병결 그럼.
김윤성
예.


늘 그렇듯 무신경하게 출석을 부르던 담임은 확인 전화조차 해 보지 않고서 병결에 체크한다. 남우현은 씩 웃으며 엎드린다. 담임이 나가자마자 윤두준이 들어와 김성규의 자리가 빈 것을 확인한다. 다가와 남우현의 어깨를 붙잡아 일으켜 세우더니 이내 멱살을 잡고 말한다.

성규, 어떻게 했어?

너밖에 없어. 알아?
그러자 우현은 손을 쳐내더니 이렇게 말한다.

잘 했어. 말 하면 알아나 듣겠냐, 너가?

그러고 웃으며 말을 흘린다.

찾아가 보던가. 만나 줄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34
두준은 정말 그렇게 했다. 교무실로 쫓아가 성규의 담임선생님께 성규의 집 주소를 여쭤봤다. 찾아주기도 귀찮았는지 학급 관련된 파일을 모조리 꺼내주며 알아서 찾아보고 가라기에 불평도 않고 스스로 찾아내었다. 핸드폰을 꺼내어 그걸 찍고, 한 번도 디뎌 본 적 없는 계단참을 밟아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가고 또 헤매고 나서야 맞는 주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대문을 두드린다.

성규야, 김성규!

나야, 두준이. 문 좀 열어줘!
하는 것을, 대문 안에서는 미동도 없다. 쾅쾅, 문을 두드리다 어느 순간 힘이 쭉 빠져 멈추면 안에서 작게 소리가 들려온다.

미안해……. 그만 가줘.

두준은 돌아섰다. 확인할 게 있었다.



35
남우현은 늘 여유로웠다. 김성규와 관련하면 조금 조급해지는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그랬다. 그래서 윤두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문을 텄다.

김성규랑 너, 정확히 무슨 사이야?
알면 다칠 텐데?
말 해, 빨리!


남우현은 대답 대신 자신의 폰을 들고 만지작거렸다. 윤두준이 다시 한 번 재촉의 말을 하려던 찰나 음성 하나가 재생되었다.

흐읏, 우, 혀나, 아앗…!

그건 명백히 김성규의 목소리였다.



36
김성규의 무단결석이 길어졌다. 이미 병결로는 체크할 수 없었다. 담임은 반쯤 억지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라 하지도 않고 그냥 그래도 학교는 와라. 출석 체크만이라도 하고 가. 이런다.

기다리다 못한 남우현이 김성규를 끌어내 온 것은 그 다음날이었다. 김성규는 고분하게 남우현이 이끄는 대로 따랐다. 이미 두준이 소개해준 일은 그만둔 상태였다. 교실에서, 김성규는 얌전히 구석에만 처박혀 있었다.



37
성규야… 아니지?

그렇게도 피하던 두준을 만나버렸다. 성규는 고개만 숙인다. 이미 다 알고 온 것이다. 이 상황은 제 손을 벗어났다.

미안… 두준아… 정말 미안…….

뒤에서 우현이 다가와 성규를 안았다. 흠칫하는 성규의 어깨 위로 고개를 올려 비스듬히 두준을 바라보면, 두준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가 버린다. 우현은 성규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이따, 집 같이 가자.



38
김성규는 남우현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잠잠했던 며칠이 지나고,



39
김성규가 손목을 그었다.



40
그 뒤로 이어진 수많은 자살시도를 우현은 이렇게 막았다.

잊었어? 넌 내 거야. 내 소유라고. 너가 네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리고, 죽더라도 빚은 갚고 죽어야지. 그 전까지는 못 보낸다.


성규는 묻는다.

진짜? 진짜 돈 때문이야?
어.
거짓말.
뭐?

너, 나 좋아하잖아.


김성규는 작게 키들거린다. 숨기지 마. 다 알고 있었으니까.



41
둘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우현은 대학에 진학했다. 성규는 우현이 얻은 대학 근처 원룸으로 들어갔다. 아니, 어느 순간 그렇게 되었다. 성규가 스스로는 나가지 못하게, 우현은 집 밖에서 거는 자물쇠를 하나 더 달았다.



42
성규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다만 가끔씩, 아주 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겁이 난 우현은 성규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유도 모른 채 이 말만 되뇌었다. 성규야, 기억해, 넌 내 거야.
그럼 성규는 웃었다.



43
시간이 더 흐르고 우현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장 자리에 올랐다. 성규는 이때부터 조금씩 밖에를 나다녔다 우현이 시키는 대로 가만히. 여자처럼 꾸며 모임에 데리고 나가면 그렇게 했고 옆에 사람을 붙여서 내보내주면 또 그러려니 했다.
익숙해졌다.



44
성규는 우연히 두준을 마주했다. 우현의 사무실 옆쪽으로는 경찰서 하나가 있었는데, 아마도 검사가 되어 사건을 맡아서 들른 듯 했다.
두준은 여전했다. 성규는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봤다.
눈 주위는 또렸하게, 입술은 화사하게 치장한 얼굴에, 치마. 픽 웃은 성규가 다시 우현의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였다. 지금 가서 망쳐놓기엔 너무 예쁜.



45
그날 밤, 성규는 고민했다.
내가 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나를 죽일 수 있을까? 커터칼을 드르륵거리며, 우습게도 성규는 죽기 싫다는 생각을 했다.
우현이 주는 비뚤어진 애정이 그나마도 아쉬웠다.

성규는 우현의 옆으로 파고들었다. 어쩔 수 없다.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46
우현은 성규가 좋았다.



47
아무래도 그건 그를 처음 대면했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48
아예 처음부터 그걸 인정했으면 둘은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되었을까.



49
우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것만큼 멍청한 일은 없었다.



50
그래서 우현은 제 밑에서 흔들리는 성규에게 다시금 집중했다.

아, 예쁘다.

입술을 맞대어 혀로 그 사이를 갈라 침입하고, 얽고 감아올리면서.
둘의 키스가 이어졌다.





키스 키스 키스












/
20140812 ~ 20141019
자떡자거... 이루었다...

작년 글 들고왔어요 6ㅅ6... 원래 10번에 나눠 올렸던 거니까 25*10=250...!


이거 불마크 안 붙여도 되겠져...? 요새 좀 모럴리스해진 느낌이 들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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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34.177
우현이도 성규도 다 불쌍하다.... ㅠㅠㅠ 재밌어요 이거진짜 다음꺼 기대할께요 ! :)
9년 전
독자1
와, 디안님글 진짜 잘 쓰시는거 같아요, 한참을 집중해서 봤어요 이렇게 집중해서 글 보는건 정말 간만인듯 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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