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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 전체글ll조회 1236l 1





 혹독한 고3의 겨울이 왔다. 수능까지 남은 기간 한 달.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적이 바뀌지 않는 다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열심히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숨 막히는 시기.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고민에 휩 쌓인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학교 밖으로 걸어 나온다.



"너 말 다했어?"

"어. 다 했는데-"



한 손에는 이안의 가방을 든 은비가 먼저 걸어 나오고 뒤따라 밝은 얼굴의 이안이 걸어나온다. 뚱한 얼굴의 은비를 보며 이안은 괜히 툭툭 장난을 친다. 하지마... 혼나? 짐짓 엄한 목소리로 훈계를 하는 은비의 얼굴에는 웃음이 묻어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사소한 꼬투리 와 어어-? 어허! 같은 단어를 반복하며 맑게 웃는 두 사람을 태광이 50보 뒤에서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 처럼 유쾌한 얼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쾌한 것도 아닌 애매한 얼굴. 소리 없이 꾹 다문 입 안에는 쏟아내지 못한 많은 이야기가 앙 물려있다. 입을 살짝 달싹이며 고개 숙였다 다시 그들을 바라보는 태광에게 소리 없이 은별이 가다간다.


콩!


은별은 성큼 태광의 옆에 서있다. 자신 만에 생각에 잠겨 누가 옆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태광의 이마에 짧은 꿀밤을 먹인다.


아!


화들짝 놀란 태광이 이마를 감싸고 은별을 돌아본다. 잠깐, 은비와 닮은 은별을 보고 흔들리던 눈동자에 이내 불만이 가득 떠오른다.



"넌 여전하구나?"



은별의 시선은 방금 태광이 머문 이안과 은비를 향해 있다. 은별의 시선을 읽은 태광의 입이 삐죽 튀어나온다.



"뭐가아. 갑자기 한국에 나타나서 행패냐 행패가. 귀찮게 하지 말고 볼일 보러 가라."



유학길에 오른 은별은 태광이 존재를 잊을 만하면 한국에 찾아왔다. 한국과 학기제가 달라 이렇게 방학을 하기 전에 불쑥 불쑥 학교에 나타나곤 했다. 은비가 나타나기 전만해도 말 섞는 것조차 짜증난다는 얼굴로 대하던 은별은 언제 부터인가 태광에서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은비를 향한 태광의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은비가 미안해서 차마 하지 못하는 말들은 은별은 무심하게 또 직절적으로 태광에게 전했다. 그게 고맙긴 하지만, 그만큼 성가시고 짜증이 났다. 대체로 은별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은비가 하지 못하는 말이기 때문에, 그만큼 태광의 심기를 거스르고 마음 아프게 하는 것들이 많았다.


오늘은 또 무슨 시비를 걸려고 그러시나. 만사가 다 귀찮음이 묻어나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자신을 흘낏 보고 돌아가려는 태광을 은별이 잡아 세운다.



"지금 볼일 보고 있는데?"



은별은 팔짱을 끼고 툭 내뱉는다. 볼일...? 태광은 주변을 휘휘 둘러본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은별의 시선이 향하는 끝엔 태광 본인 밖에 없다. 설마...? 입을 살짝 벌리고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다. 은별은 대답 대신 살짝 입 꼬리를 올려 웃는다.



"미친. 야... 너 뭐 잘못 먹었냐? 아님... 심심하냐?"



고은별이... 나한테 볼일이? 오늘 아침 해가 어느 방향으로 떴더라? 반쯤 잠긴 눈으로 억지로 학교에 와서 바로 책상에 엎어져 자느라 차마 어디로 뗬는지 확인 못했다. 아마 서쪽에서 떳나 보다. 온 얼굴 근육으로 어이없음을 표현하는 태광을 보고 은별은 피식 웃는다.



"응. 심심해."

"...뭐?"



이거 고은별 맞아? 고은설이라던가 고은달이라던가 하는 삼둥이 여동생아냐?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랑 10년 지기 단짝은 연애하느라 바쁘고, 송주는 오디션에 촬영에 정신없고, 시진이는 입시 준비하느라 좀비 상태고. 요즘 제대로 왕따 당하는 중이거든."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왔는데, 다들 반갑다는 문자와 동시에 미안 그런데 못 만나겠다 라는 아쉬운 인사가 뒤따랐다. 원래 은별은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었다.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거나. 그렇기 때문인지 다들 미안해하면서도 괜찮겠지? 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은별 스스로도 그들의 사정을 알기에 서운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태광도 그런 은별의 성격을 잘 알았다. 너 혼자 잘 놀잖아?



"놀아달라고."



얘가 지금 뭐래냐? 놀아줘..? 누굴? 내가 고은별을..? 참나...


태광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귀를 후비적거리고 은별을 지나쳐 걸어간다. 마치 은별과 대화를 나눈 적 없다는 듯이. 휘적휘적 걸어가는 태광을 은별이 잡아끈다.



"아 왜! 뭐~! 내가 왜?"



내가 제일 한가한건 알겠는데, 그런 한가한 내 시간을 고은별 너 한테 써야 되냐고! 야! 내말 안 들리냐!?

 






은별에게 끌려온 태광은 결국 그 동내에서 자주 가는 익숙한 카페에 붙들려 앉아있다. 내가 놀아달라고 한 거니까 내가 살게 라고 해서 받은 아이스 음료를 한손에 쥐고 다른 한 손에 든 빨대로 가느다란 얼음들을 마구 헤집는다. 입이 댓발 나온 태광을 은별은 팔짱을 끼고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피식 웃는다.



"은비 말이 너 다 정리 했다던데?"



다치지 않게 뽁뽁이를 붙이는 포장을 하는건 고은별 식이 아니다. 돌직구로 은별의 질문을 받은 태광의 손이 멈칫한다.

젠장 내 이럴 줄 알았지. 또 성질 긁으려는 거였구만. 내가 핸드백이야 뭐야. 스트레스 받은 게 있으면 다른 걸 치지 왜 애꿎은 나는 잡냐구요. 하아. 태광은 한숨을 내쉰다.



"남이사 정리를 하든 청소를 하든."

"남 아닌데?"



태광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은별은 대답한다.


엥?


예상외에 은별의 말에 카페에 들어와 처음으로 태광의 시선이 은별에게 닿는다. 은별은 턱을 받치고 태광을 똑바로 마주 본다.



"공태광 넌 남 맞는데, 은비는 내 동생이잖아."



네가 정리 하는 게 오직 너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야. 정리 대상이 내 동생이니까.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새초롬하게 올라간 아이라이너가 유독 돋보인다.


하.. 와... 이 싸가지 진짜. 그래... 맞다. 남 일 아니네. 젠장.



"정리 다 했어. 한지가 언젠데. 근데... 청소를 싹 다 하고 나서도.. 어딘가엔 먼지가 남아 있잖아."



미처 보이지 않는 곳에 쌓이고.. 손이 닿지 않아 닦아 내지 못하고. 또 닦고 쓸어도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 있던 터라 지워지지 않는 그런거. 그게 남아있다.



"..마음은. 정리 했는데.. 다른 건 습관처럼 남아 있어서 그런다."



보이면 눈이 가고 들리면 귀 기우리고, 찡그리면 걱정하고 웃으면 같이 웃는... 습관이 남았다. 습관은.. 한번 베이면 쉽게 고쳐지지 않으니까.



"조만간에 싹 다 정리 할 거야... 아마.."



장담 할 수는 없다. 스스로도 얼마나 깊숙이 자리했는지 측정 불가니까. 눈동자는 자신을 향하고 있지만,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은 태광의 얼굴을 은별이 물끄러미 바라본다. 상념에 빠졌다 올라온 태광은 은별의 시선을 느끼고 미간을 조인다.



“뭐 왜? 그래- 넌 나 같은 놈이 동생 쫒아 다니는 거 불쾌해 하니까 빨리 떨어져나갔으면 하겠지. 걱정 마 금방 정리...”

“그거 취소”



툴툴 거리는 목소리를 은별이 툭 자르고 들어온다. 아주 쉬운 한국말을 들었으나 무슨 의미인지 전혀 해석이 안 돼는 태광은 뒷머리를 긁적인다. 태광의 얼빠진 표정을 보고 은별은 또 픽 웃는다.



“너 썩 괜찮은 놈이라고.”



해석을 해줘야 알아들을 만큼 멍청한게 흠이긴 하지만.


태광은 입을 헤 벌리고 손을 뻗어 은별의 볼을 쭉 들인다. 어 이상하다? 왕 싸가지 맞는데...? 뭐지? 정말 오늘 나 모르는 사이에 해가 서쪽에서 뜬 건가..? 골몰하는 태광의 이마에 은별은 또 꿀밤을 먹인다.



“아!”

“나한테 하는 짓은 여전히 덜떨어진 공태광인데, 은비한테 하는 건 다르잖아.”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게 있다. 순수하게 또 열정적으로 은비를 향해 달리는 모습. 어딘가에 몰두한 태광의 모습은 그동안 태광을 한심하다 생각해왔던 은별의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미안했다. 못 도와줘서.”



때론 도와주고 싶을 만큼 안타까웠다 근데..



“10년 지기 친구가 워낙 덜떨어져서.. 그쪽 편을 더 들었어.”



팔짱을 끼고 살짝 고개를 흔들며 천천히 전하는 얘기를 들은 태광의 얼굴이 은별을 만나고 처음으로 평온해진다. 살짝 눈동자를 굴리다 픽 웃음을 짓는 얼굴엔 장난끼가 떠오른다.



“너도 참 대단하다. 어떻게 그걸 이제야 아냐? 공부만 잘했지 완전 헛 똑똑이 구만?”

“거기까지 하지? 아까까지 좋았는데. 취소했던 거 다시 무른다?”

“됐그든- 너 하나 무른다고 공태광이 괜찮은 놈이라는 사실은 안 변해.”



은별은 미간을 모으고 나무람이 담긴 시선을 태광에게 보낸다. 태광은 뭐? 왜? 되받아 치고 픽 웃는다. 웃음 뒤엔 또 다른 웃음이 따른다. 세상에 고은별이랑 마주앉아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니. 혼자 피식 웃고 나서. 잠깐 차분해진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어떻게 해야 할까 눈을 내리깔고 고민하다 천천히 시선을 들어올린다.



“넌 괜찮냐?”



계속 묻고 싶었던 말.



“한이안. 들어 보니까... 아주 예전 같지는 않다며. 그리고... 내가 봤을 땐 고은별 너도.. 한이안을.... 아니.. 아니다. 됐다.”



이제 와서 이런 질문이 무슨 소용일까? 다 정리했다고 말했고. 아니 정리했는데. 미련 있어보이잖아. 미련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티를 내고 싶진 않다. 특히 고은별에겐.



“맞아 좋아 했었어 한이안.”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결국 다시 접은 질문에 은별은 명쾌히 대답한다.


좋아했었지. 분명 100% 우정만으로 이루어진 10년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안과 친구로서의 관계를 유지하고 전과 다름없는 태도로 대하면서도... 단 둘이 보거나 먼저 따로 연락하지 않고 있다. 은비를 위해서 또 10년의 우정을 위해서.



“근데, 그건 일 순위가 아니었어. 그때.. 내 일 순위는 내 동생 은비였고, 내 친구 한이안이었어.”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다른 것들은 뒤로 미루고, 포기 할 수 있었다. 그때 은별이 지키고 싶었던 건 소중한 동생 은비였고, 10년 동안 소중한 추억을 함께한 한이안이란 소꿉친구였다. 이안을 좋아하는 마음을 택한다면 그 둘을 어쩌면 완전히 지킬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걸 지킨 걸로 내가 다른 의미로 좋아했던 한이안을 잃은 건 아프지 않더라.”



지금까지 새침한 표정에 비해 맑은 미소를 짓는다. 아마 은비를 떠올리는 거겠지. 라고 생각한 태광은 턱을 받치고 삐딱하게 은별을 본다.



“나나 한이안은 그렇다 치고 넌 뭐 고은비 일이면 다 괜찮냐?”



자매들도 치고 박고 살벌하게 잘 싸우더만. 쎄 하고 살벌한 고은별이 유독 고은비한테만 마더 테래사처럼 구는 이유가 뭔데? 솔직히 의외였다 은별이 살뜰히 은비를 챙기는 게. 자신이 생각하는 은별의 이미지는... 오히려 은비를 괴롭히는 신데렐라에 이복 언니 같은 이미지인데...



“당연한 거 아냐? 아.. 넌 모르는 구나.”



은별은 찬찬히 어린 시절 얘기를 꺼낸다. 지금 엄마가 은별을 통영에서 본 은비로 착각하고 입양한 사실을.



“근데 그게 왜?”

“왜긴 왜야. 그동안... 내가 은비가 가졌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누리고 살았으니까. 그만큼 잘해주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은비의 엄마였을지 모르는 엄마. 은비의 것이었을지 모르는 친구, 은비의 것이 었을지 모르는 추억...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론 생각했다. 내가 가진 것 누리는 것이 모두 은비의 것이었을지 모른다. 그랬기 때문에... 은비를 구하고 나서 고은별이란 이름은 은비에게 줄 생각을 했었다.


어떤 마음속엔 원래대로 은비가 입양됐다면, 이안의 10년 단짝이 은비가 되었을 거고 때문에 이안이 은비를 좋아 하는 건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소녀다운 생각을 1g정도 했을지 모르겠다.



“진짜 바보 아냐?”

“뭐?”

“야 멍청아. 그게 말이 되냐? 그게 어떻게 고은비거야 고은별거지.”



말이 돼는 소리를 해야지. 오해로 시작된 인연이든 뭐든 그걸 엮은 건 너잖아 은비가 아니라.



“너니까 한이안이랑 친구가 된 거고 너니까 세광고에 입학 한거고 너니까 차송주 이시진이랑 친구가 된 거잖아. 고은비였다면, 전혀 달랐겠지.”



나를 보면 딱 답 나오는 거 아니냐? 고은비가 없었다면 나 너랑 이러고 있지도 않았을 거거든? 고은비였다면 전혀 다른 친구들 만났겠지. 한이안이랑 친구가 안 됐을 수도 있고. 다 네가 만든 거야 누구 걸 뺏은게 아니라.



“고은별 고은비가 자매가 맞긴 하구나.”



고은비도 비슷한 생각으로 사람 속 뒤집어 놓더니.


투덜거리는 태광을 빤히 보던 은별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복잡한 마음이 고스란히 보이는 미소를 짓는다.



“고맙다.”

“어?”



..이 기집애가 오늘 사람 여러 번 놀라게 하네. 뭐? 나한테 뭐하다고?



“엄마나 은비는 날 생각해서 내가 은비 걸 뺏었다고 말하면 당연히 아니라고 했을 거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랑 10년 친구인 한이안도 그렇고. 시진이도.. 송주도. 날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겠지.”



설령 그들이 진심으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100% 믿을 수 없었을 거다. 그런데...



“나 엄청 싫어하고 은비를 많이 좋아하는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오래 전부터 물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태광은 당연히 네가 은비 것을 빼앗은 게 맞다고 대답할까봐 망설였다. 고은별답지 않게. 오늘 차라리 대답을 듣는 편이 속시원 할 것 같아서 단단히 작정하고 말했는데... 예상치 못한 대답에 마음이 울컥 했다. 태광에겐 죽어도 들키고 싶지 않지만.



“설마.. 그래서 너 유학결정 했던 거냐?”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대답하고 살짝 망설인다.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그것도 잠시 자신을 아끼는 다른 사람들 보다 오히려 자신을 싫어하는 태광에게 털어 놓는 게 더 쉽고, 속 시원 하다고 생각한 은별은 아무에게도 심지어 이안에게도 하지 않았던 얘기를 털어 놓는다.



“은비를 찾기 전에 내가 열심히 공부 했던 건. 나를 위해서가 아니었어. 엄마 그리고 은비를 위해서.. 라는 이유가 더 컸지.”



100%는 아니지만. 은비 대신 날 데려 온 엄마를 실망 시키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렇게 잘 해내서 은비에게 떳떳하기 위해서. 뭐가 되고 싶고 이루고 싶은 마음 보단 그런 마음이 더 컸다. 뭐든 완벽하게 뭐든 열심히 뭐든 잘... 그래야 아무에게도 미안하지 않으니까.

그러다 은비가 돌아왔고. 그때가 돼서야 비로소



“나를 위해 공부가 하고 싶어졌어.”



내가 되고 싶은 것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래서 한 선택이었다. ‘나’ 고은별에 몰두하기 위해.


태광은 지독하고 독하게 자신을 몰아세우는 듯 보이는 은별이 늘 갑갑해 보였었다. 자신을 무시하고 깔보는 태도에 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들여다볼 생각을 해보지 않았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듣게 된 속마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문다.



“인생... 참 복잡하게 산다.”



그런 거 다 재고 따지고.. 생각이 쓸 때 없이 많으니까 성격이 까칠해 지는 거야. 결국 나가는 건 퉁명스러운 면박이다.



“생각 없이 사는 너보단 났거든?”

“참나 생각 없는 놈이랑 같이 놀면 수준 낮아 질 텐데 왜 같이 놀려고 그러냐?”

“말했잖아. 내 주위에 잉여 고3은 너밖에 없다고.”



이씨.


반박하고 싶은데 반박할 거리가 없다. 어떤 말을 해야 저 높은 코를 눌러줄 수 있을까?



“너 원래 혼자 잘 노는 거 아니었냐?”



혼자 도서관에 잘 박혀 있잖아. 책 읽고 공부하고 책 읽고 공부하고. 언제나 시끄럽게 은별을 찾아 가는 건 친구들 쪽이었다.



“그랬었지.”

“지금은 아니라는 거냐?”

“웃긴게... 언제나 쿨 하게 떠날 수 있을 줄 알았거든?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은비 자리를 내가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막상...내가 없어도 잘 지내는 거 보니까 기분이 별로야. 네 말대로 나 성격 더럽잖아.”



별로라고 표현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조금 쓸쓸했다. 유학길에 오르고 한국의 소식을 간간히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든 은비. 은비를 받아준 사람들의 유쾌한 일상을 들으면서. 기분 좋고 행복했지만 마음 한 구석엔 누구하나 간절히 그리워 해주길 바랬나보다. 물론 다들 그리워 해주고, 한국에 오면 반갑게 맞아주지만. 이번 한국 방문은 시기가 시기인지라 하나 같이 은별이 대신 다른 일 순위를 쫒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친구들과 은비 이안을 보는 마음 한구석이 좀 까끌거렸다.


그래서 태광이 말을 빌리면 멍청한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은비가 입양이 됐다면 이렇게 은별이 없어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겠지 라는. 뭐... 다 지난 일이지만.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너한테 하고 있냐. 진짜 심심했었나 보다 나. 고맙다. 헛소리 들어줘서“



이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 은별을 가만히 보던 태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가자.”

“뭐?”

“놀아 달라며. 놀아줄게 가자고”










“공태광. 오늘 고마웠다.”



태광에게 이끌려 다니다 보니 시간이 정신없이 흘렀다. 의외로 집 앞 까지 데려다 주는 태광에게 은별이 말한다. 은별의 의외의 대사에 익숙해진 태광은 당연히 고마워야지 꽤 괜찮은 내가 놀아줬는데. 은별의 꿀밤을 부르는 농담을 툭툭 던진다.



“간다.”

“어. 잘가.”



뜻밖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인사를 끝으로 돌아서 내려가던 태광의 발걸음이 점점 그려진다.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되돌아오다 다시 은별의 집 앞으로 달려간다.



“야!”

“뭐냐?”

“줘봐.”

“뭘?”

“핸드폰.”



뜬금없는 태광의 말에 은별은 내가 왜? 팔짱을 낀다.



“비싼 핸드폰 번호 알려주려고 그런다. 네 말대로 지금 네 주변에 잉여 고3은 나밖에 없잖아. 심심해 미칠 것 같을 땐 연락하라고 놀아 줄 테니까.”



엄청난 호의를 베푸는 것 마냥 뻐기는 태광을 보며 은별은 픽 웃는다. 얼씨구. 다른 때 같으면 됐어 필요 없어. 잘라 말했을 텐데, 태광의 말대로 지금 같은 시기에 연락해서 바로 만날 수 있는 고3은 눈앞에 공태광 밖에 없다.


은별과 번호를 교환한 태광은 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창문에 얼굴을 기대고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천천히 곱씹는 태광이 눈에 집으로 가는 이안과 은비가 보인가. 창문 밖 두 사람을 물끄러미 보던 태광은 손가락으로 뒷통 수를 긁적인다.



“그러보니 오랜만이네. 고은비 생각 이렇게 오랫동안.. 안한거.”



고은별 덕분에 엄청 정신없긴 했구나.. 




-------------------------------



어제 끝난 후아유보고 ㅠㅠㅠㅠㅠㅠ태광이랑 은별이 캐릭터가 아까워서 쓰게됐습니다 ㅠㅠㅠㅠ

개인적으로 두 캐릭터의 성격이 좋고 

캐미도 좋아서 ㅠㅠㅠㅠㅠ

둘이 친해지고 꽁냥 거리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쓴 망상입니다 ㅋㅋㅋ


혹시 읽어주신 분들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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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대박이에요ㅠㅠㅠㅠ어제 결말때매 너무 화났었는데 작가님 글 읽고 힐링하고 가요ㅠㅠㅠ 정말 잘읽고갑니다ㅠㅠㅠ
8년 전
비회원243.47
정말 감사해요~ 작가님 글 때문에 그나마 힐링 되는것 같아요 ㅜㅜ 어제 정말 멘붕이었거든요 ㅜㅜ
8년 전
비회원45.90
결말때문에 실망햇엇는데 이런글을 내주시다니 ㅜㅜㅜㅜ 사랑합니다..비회원이더라도 잘 읽고가요♡♡
8년 전
비회원201.74
결말맘에 안들었는데 감사해요ㅠㅜㅠㅠ:)
8년 전
독자2
결말때문에 진짜 울분터졌었는데 제가 홧김에 태광은별 이어져라!했는데ㅠㅠㅠ 여기서 이렇게 이어지네요ㅠㅠㅠ감사해요!!!!
8년 전
독자3
진짜 결말때문에 울분터졌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글잘쓰시네요 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 ㅠㅠㅠㅠ작가님계속써주세요 ㅠㅠㅠㅠ계속읽을거에요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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