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에게 고백을 했어.
내 주변에 여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한참이나 망설였던 너지만 너는 사람들에게 다정한 내 모습에 용기를 얻었고, 너는 쭈뼛거리며 내게 힘겹게 말했어. 좋아해, 재환아.
꽤나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에 나는 흔쾌히 그것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사귀게 됐어.
하지만 나는 너 만큼 우리 사이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어. 다망 옆애 두었을때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사람. 나에게 너는 그게 다였어.
네 앞에서조차 너를 이름뿐인 여자친구로 대하는 나지만 너는 여전히 나를 놓질 못했어.
언젠가는 내가 너를 좋아해주겠지, 어느정도 마음이 있으니까 내가 너를 받아준거겠지. 하는 생각으로 여전히 넌 나에게 헌신적이었어. 네 친구들은 그런 너를 보면서 바보같다며 걱정했지만 너는 네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며 웃었어.
아직도 내가 재환이를 많이 좋아해서 놓을 수가 없다, 이게 네 대답이었어.
네 한결같은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어. 다만 네게 흥미가 가지 않았을 뿐이야.
너는 나를 놓지 않았고, 나는 그런 너를 가만히 내버려 두었어.
그렇게 연인이라는 이름하에 묶여 같이 지낸 시간이 벌써 1년을 넘어갔어.
이제쯤이면 너를 좋아해줄거라는 네 기대와는 달리, 나는 조금 어긋난 감정을 네게 가졌어.
애정에서 비롯되었다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는 감정을.
너를 좋아해. 하지만 미친듯이, 다른 연인들과 같이 너를 좋아하지는 않아.
다만 내 옆에 네가 있는게 너무 익숙해져서, 내 옆에 네가 없다는 생각은 할 수가 없는 거지.
집착하게 된거야, 너에게.
어느 날은 네가 친구를 만났어. 어릴 적부터 친했고, 지금까지도 친한 친구였지.
비록 성별은 남자지만 가족처럼 지내온 사이라서 너는 그 친구와 팔짱도 끼고, 손도 잡고 하지만 전혀 다른 감정이 들지는 않아. 물론 그 친구도 마찬가지.
네 친구의 생일이라서, 여러명과 같이 클럽에 온 너야. 물론 내게 말은 했지. 친구 생일이라 놀러간다고.
나는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어. 설마 그 친구가 남자일거라 생각은 안했으니까.
나는 이리저리 놀러다니는 게 일상이었으니까, 네가 놀러간다는 말에 설마 만나겠어, 했어.
그리고, 너를 봤어. 어떤 남자와 팔짱을 끼고는 술을 마시며 웃는 너를.
나는 2층에 있었고, 너는 1층에 있었어. 술을 마시던 내가 밑을 내려다 보는데, 네가 있는거야.
나는 그 모습을 지켜봤어. 오히려 내 앞에서 보다 환하게 웃는 네 모습에 점점 기분이 나빠졌어.
나는 계단을 걸어 내려가 네가 있는 테이블 앞에 섰어.
네 친구들에게 내 사진 한 번 보여줄 수 없었던 너라 네 친구들은 나를 보고 누구냐며 소근거렸어.
너는 멍하니 굳어 나를 바라봤어. 여전히 낀 팔짱은 풀지 않은채로.
너는 황급히 친구라며 말했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어.
나만 바라볼 거라고 생각했던 네게 다른 남자가 생긴 걸로 밖에는 보이질 않는거야.
나는 피식 웃으며 들고 있던 술잔을 테이블에 던지듯이 내려놓았어.
"만난다는 게, 그냥 친구가 아니라 남자친구였나봐. 별빛아."
선착 3명. 톡은 오랜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