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자정까지라고 그랬는데...
막 그 뒤로 계속 막 그러시면 제가 또
막 여기까전데영(단호) 이럴 수 없잖아영^_^
암호닉은 다음 편에 정리해서 올려드릴게요.
더이상은 THAT'S NONO...
부끄러우니까...
"경수야, 조심히 들어가."
"응 백현아, 너도 잘가. 오늘 아이스크림 고마웠어."
"내일도 사줄게."
"우리 내일도 같이 가?"
"그럼 같이 안가?"
내가 지금 혹시 '너희 아버지는 원숭이시니?' 이런 말을 한건 아닐까 하고 경수는 생각했다. 무슨 그런걸 묻냐는 듯한 백현의 표정에 경수는 괜히 제가 묻지 못한걸 물은걸까 하는 고민에 휩싸였다. 게다가 변백현은 다음 날 아침 도경수네 아파트 1층에서 쭈그려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도경수는 헤어진지 열두시간만에 다시 제집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변백현에게 다가가 물었다. 뭐해 백현아?
너랑 같이 학교 가게. 라고 변백현이 대답했다. 저 멀리서 껄렁하게 다가오던 종대는 그 기이한 광경을 꽤나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오늘도 변백현이랑 간다고?"
"...응. 백현이가 계속 같이 가는거래."
"왜. 카레 엎어서?"
"음...아마?"
"네가 같이 가주는게 카레 엎은걸 어떻게 보상해주는데."
"...몰라?"
하긴, 네가 알겠냐. 친구에게 다가온 인연을 겸혀히 수렴해 받아들이려 한 종대지만 제 생각보다 과하고 질긴 변백현의 불도저 같은 행동은 예상 밖이었다. 정말 수업 시간이 아닌 모든 순간 변백현은 도경수의 옆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공식 도경수 맘으로써 그 광경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조리 눈에 담았다. 제가 보기엔 맹한 도경수가 호랑이같은 변백현에게 끌려다니는 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쌍방삽질. 종대는 자연스레 고민에 휩싸였다. 도경수 저게 지금 지 마음을 알고 저러는건가. 종대는 한숨을 쉬었다.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도경수와 마음을 못숨겨도 너무 못숨기는 변백현을 구제할 이는 저밖에 없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득달같이 교실로 온 백현과 종대를 양쪽에 세우고 급식실로 향한 경수는 딱 일주일전 오늘, 백현에게 카레를 뒤엎던 추억을 떠올렸다. 오늘의 메뉴는 경수를 놀리듯 하이라이스였다.
"도경수, 오늘도 병신처럼 뛰다가 엎고 그래라."
"...안그래."
"경수가 왜 병신이냐."
"그럼 아니냐?"
경수는 날 선 종대의 목소리에 놀라 숟가락을 멈추고 종대를 바라봤다. 언제나 백현의 말에 혀를 차며 말을 말던 종대가 오늘은 아침부터 저기압을 달리더니 식당 한 구석자리에서 결국 백현과 시선을 마주했다. 백현은 감자를 골라 경수에게 덜어주던 손길을 멈추고 종대를 바라봤다. 예의 그 오금 저리는 눈빛이었다.
"네가 뭔데 경수한테 병신이래."
"원래 도경수는 나한테 열네살부터 병신이었어."
경수는 이제 숟가락을 입에 물고 종대와 백현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종대의 '병신' 은 경수에게 '우리 경수' 와 같은 의미였다. 태생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도경수의 옆에서 4년 넘도록 가장 친한 친구 역할을 해낸 것은 종대의 그 투박하지만 나름대로 자상한 배려에 있었다. 한번도 종대의 거친 욕에 경수는 기분 나빴던 적이 없었다. 이새끼 저새끼 쌍시옷을 입에 달고 살아도 도경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 아빠보다 더 먼저 달려와준 종대였다. 맹하게 웃으면서 뭐든지 잘 잃어버리고, 잘 넘어지고, 철없는 중학교 시절엔 시비도 많이 걸렸지만 그 모든 순간에 종대가 옆에 있어서 경수는 지금의 순수 100% 백치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아무리 눈치 없는 도경수라도 그런 종대의 고마움을 알고 있었다. 종대도 그렇지만 경수에게도 종대는 친구 이상의 의미였다.
"씨발, 말 자꾸 그따위로 할래."
"내가 뭐. 네가 도경수에 대해 뭘 아는데."
"뭐?"
"너 도경수 안지 이제 일주일 됐잖아."
"지금 오래 알았다고 자랑하냐?"
"자랑이고 나발이고 너 의도가 뭐냐."
이제는 식판에 수저를 올려놓은 종대가 백현을 마주했다. 경수는 맞은편에 앉은 종대에게 눈짓을 했지만 종대는 모른척 했다.
"너 도경수 진짜 좋아해?"
"그럼 가짜로 좋아하냐."
"도경수도 너 좋대?"
"우리 사귀는데?"
...
예...?
눈썹을 찌푸리고 저를 보는 종대의 눈빛에 경수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백현아, 우리 사겨?"
백현은 말문이 막혔다. 가뜩이나 눈이 큰 도경수를 마주했다. 저를 놀리나 싶지도 않았다. 그 큰 가득 정말 순수한 의문이 가득했다. 종대는 팔짱을 끼고 턱으로 경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씨발 언제부터 혼자 사귀는게 유행이냐. 나 모르는 트렌드냐?"
아무리 얼결에 도둑놈처럼 얻어낸 답이라지만 제 마음을 충분히 보였다고 생각했다. 지각을 밥먹듯이 하다가도 경수를 아침에도 보고싶은 마음에 김종대의 띠꺼운 눈빛과 한여름 땡볕도 견뎌가며 아침마다 경수를 기다렸다. 백현아 하면서 아파트 복도를 걸어나오는 도경수가 너무 귀여워서. 찬열과 민석의 타박에도 쉬는 시간마다 경수의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한층이나 차이나지만 쉬는 시간마다 잠든 도경수의 머리칼이 좋아서. 가오 죽는 칼급식도 받아 먹었다. 도경수가 맛있다면서 서툰 젓가락질을 하는게 너무 귀여워서. 경수도 이런 저를 잘 받아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백현은 떨리는 손을 괜히 바짓단에 문지르곤 경수에게 물었다.
"...그러면, 나 뭔데."
경수는 진지한 백현의 물음에 눈알을 쉴새없이 굴리며 생각에 빠졌다. 뭐냐는 질문에 넌 백현이! 라고 해야겠는데 분위기 상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경수는 역시나 종대를 바라봤지만 이번에도 종대는 입을 꾹 다물고 알 수 없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종대가 해결해 주지 않는 문제에 도달한 경수는 당황스런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변백현의 눈빛에 정말 몸이 뚫릴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도경수는 백현에게 대답했다. 백현과 있으면 좋다. 근데 종대랑 있어도 좋아. 그런데 종대는 친구야. 그러니까 백현이도 친구지. 하는 결론에 도달했으므로.
"...친구?"
"...그냥, 친구?"
"어...잘생긴 친구...?"
"..."
"아이스크림 사주는 친구...?"
"...나랑 김종대랑 다른건 있냐."
변백현이랑 김종대랑 다른거...그건...
"...이름?"
백현은 그대로 식판도 둔 채 식당을 빠져나갔다.
종례가 끝났지만 뒷문은 여전히 비어있었다. 창문 너머로 방정맞게 도경수 눈에 한번 더 띄겠다고 손을 흔들던 변백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수는 가방도 챙기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아 자꾸 미련이 남는지 뒷문을 바라봤다. 종대는 한쪽 어깨에 가방을 얹고 그런 경수의 책상을 몇번 두드렸다. 뭐해.
"아니...그냥..."
"그냥 뭐."
"그냥 백현이가 안오니까..."
"걔가 안오니까 서운해?"
경수는 그저 종대를 올려다봤다. 오늘따라 자꾸 어려운 질문을 해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는 종대가 원망스러웠다. 경수는 괜히 종대를 노려봤다.
"너 때문이야."
"뭐가."
"너가 괜히 이상한 말 해서 백현이가 안오잖아."
"내가 무슨 이상한말 했는데."
"...그건..."
또 그렇게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 솔직하게 경수도 백현이 어떤 포인트에서 그렇게 마음이 상해 갔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종대는 본능적으로 경수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말했다.
"병신아."
"...응."
"언제까지 애새끼 할거냐."
"...."
"다른건 내가 다 해준다 치자. 니새끼 뒤치다꺼리, 흘린거 닦아주기, 지각안하게 챙겨가기, 넘어질 때 잡아주기 이딴거는 내가 평생도 해줄 수 있어 그런데."
"..."
"네 마음정도는 스스로 깨닫고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마음.
"변백현이 왜 그렇게 갔는지."
"..."
"넌 지금 왜이렇게 마음이 무거운지."
"..."
"변백현이 왜이렇게 신경쓰이는지."
"..."
"그 답은 좀 스스로 찾아라 이 애새끼야."
"..."
"모르니까 병신이긴 하다만."
경수는 모르겠지만 이런 풀죽은 도경수의 불쌍한 표정은 종대의 크나큰 약점이었다. 하지만 종대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만큼은 스스로 길을 찾게 할 생각이었다. 아마 변백현이 고구마를 하루에 천개씩은 먹어야 하겠지만. 그것도 밤고구마로.
백현없이 사거리에서 종대와 인사를 하고 헤어져 오는 길이었다. 그리 허전하면 집까지 바래다주랴. 하는 종대의 말에도 경수는 고개를 내저었다. 고작 일주일인데...그 일주일동안 변백현이 이렇게나 크게 제 주변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좀 놀라웠다. 아니 사실은 조금 많이. 안그래도 조그만 몸집이 이제는 아스팔트 쪽으로 쑥 꺼지는건 아닌가 걱정이 될 무렵. 도경수는 그자리에 멈춰섰다.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백현아."
얼마나 뛰어왔는지 제대로 숨도 못쉬고 앞머리는 잔뜩 젖어 이마에 아무렇게나 달라 붙어 있었다. 경수는 입을 헤 벌리고 그런 백현을 바라봤다. 무릎에 손을 얹고 거친 숨을 내쉬던 백현이 이내 허리를 들어 경수를 바라봤다.
"안되겠어."
"...뭐가?"
"내가 오늘 하루는 자존심도 존나 상하고 기분도 뭐같고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
"너 보고 싶어서."
"...백현아."
"그 소리도 존나게 듣고 싶고."
"..."
"괜히 내가 튕기다가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 혼자 지랄한걸까봐 막...그랬다."
"..."
"경수야."
"...응, 백현아."
경수는 아주 더운 길가에 서서 땀에 잔뜩 젖은 백현과 마주했다. 쓸쓸하다고 생각했던 길에 백현이 나타났다. 도경수 인생에서 아주 드물에 겪었던 조금의 우울과 이유 모를 신경쓰임, 뭔가 자꾸만 걸리는 것이 있는 찝찝함. 그 모든것은 눈앞의 이 변백현 에서부터 비롯된것이다. 백현은 연신 흐르는 땀을 닦지도 않고 괜히 버릇처럼 손바닥을 교복 바지에 문대다가 찐따처럼 머리를 한번 긁고는 말했다.
"나 너 좋아해."
"..."
"김종대말고 그냥, 그러니까...손잡고 뽀뽀하고 데이트 하고 싶어."
"..."
"네가 내번호 저장할 때 이름 뒤에 하트 붙였으면 좋겠어."
"..."
"막, 그냥 하루종일 너 보고싶고 연락올까봐 존나 똥줄타고 그냥..."
"..."
"막 오늘따라 못생겨보이고 넥타이만 여섯번 다시 맸다 오늘 내가."
"..."
"이런 방식으로 너 좋아해 나는."
백현은 쏟아내듯 고백했다. 비오듯 흐르는 땀처럼.
"...그럼 넌 어떤 방식으로 날 좋아해?"
경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날, 좋아하긴 해?"
그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싫어...?꺼졌으면 좋겠어...?"
"아니!"
무슨 말부터 해야할 지 몰라서.
"아니야!"
나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너는...백현이, 너는..."
너는.
"종대랑 달라."
아주 느린 도경수의 첫번째 고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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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에서 끝이 납니다. 계속 말씀 드렸지만 이 특별편을 끝으로 마지막 에피소드, 세준 번외, 그리고 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