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몸이 '붕' 하고 뜨는 느낌에 학교를 가다 말고 소리를 질렀다.
내 주위에서 가던 몇몇 학생들은 나에게 겁을 먹은 지 소리도 지르지 않고 도망가 버렸고, 나도 방금 전에 나의 모습이 당황스러워
입을 틀어막고 가만히 있었다.
요즘 몸이 많이 이상하긴 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잠을 푹 자도 피곤한 게 말끔하지 못했고, 눈을 감으면 어디에 빨려가듯 귓가에는 윙윙 거리는 소리와 함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병원을 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며 휴식을 취하란 말뿐, 병원을 가도 말끔하지 못 했다.
"안녕."
귓가에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입을 틀어막은 채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나를 이상하게 보며 지나가는 학생들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없는듯했다.
몸에 힘이 빠져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다시 돌아가면 화난 담임의 얼굴이 떠올라 옆에 세워진 나무를 겨우 잡고 학교에 도착했다.
"짜증 나."
첫 교시부터 아까 그 목소리 때문에 지각을 해버렸다.
책상에 엎어져 억지로 잠을 자려고 했지만 아까 그 생생한 목소리가 눈을 감으면 자꾸 생각나 자지도 못 했다.
어디서 들은듯한 목소리였다. 분명히 어디서 한 번쯤. 내가 태어나서 꼭 한 번은 들었을법한 목소리였다.
꼭 내 또래일 것만 같은 목소리로 내 귓가에 안녕하고 속삭인 사람이 이젠 무섭기보단 궁금했다.
그날은 수업과 친구들에게 집중도 못하고 끝나자마자 바로 나 혼자 집으로 뛰어들어왔다.
뛰어오면서 땀이 비 오듯이 났지만 그럼에도 씻지 않고 거실 가운데에 몸을 웅크려 기도를 했다.
종교라고는 한 번도 믿어본 적 없고, 믿을 생각이 없었던 나였지만 종교를 믿어 지금까지 내게 있었던 이 일들이 해결될 수만 있다면
앞으로 종교에 내 뼈를 묻을 수 있다는 각오였다.
"뭐 해?"
또 들렸다. 그 남자의 목소리.
"하느님! 아버지! 부처님! 제발 소인을 살려주세요!"
웅크린 자세에서 무릎을 꿇어 자세를 바꾸고 무서워 눈물이 뚝뚝 떨어져 뭉개지는 발음에도 꿋꿋하게 계속 기도를 했다.
"저기?"
"하느님.. 아버지.. 제발요.. 부처님 제발요.."
"야!"
"왜! 가라고! 난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이 새끼야 가라고! 가!"
눈을 질끈 감고 허공에 주먹질을 하니 뭔가 내 주먹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이 시간은 우리 집에 나 빼고는 아무도 없어야 할 시간이었고 설사 엄마가 있다고 그 목소리는 우리 엄마 목소리가 아니었다.
난 죽었구나. 이렇게 허망하게 삶을 마무리하는구나. 귀신에 씌어 죽는구나 하고 눈을 떠보니
귀신이 아닌 갈색 파마머리에 볼은 내 주먹에 맞았음에도 가만히 있는 남자가 보였다.
귀신 보다 사람이 무섭다는 말을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말하는 건지 나는 그 자리에서 소리를 꽥 지르고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
눈을 떠보니 거실 바닥이 아닌 소파였다.
"야 넌 뭐 애가 그렇게 무겁냐? 주먹 한번 맞아 봤을 때 알아봤어야 했지 진짜"
내 옆에서 날 지키고 있었는지 눈뜨을 뜨자마자 눈이 마주친 그 남자는 나에게 무겁다는 말로 말을 걸었다.
다시 소리를 지르자 내 입을 손으로 얼른 막는다.
"야야 조용히 좀 해! 나 무서운 사람 아니야, 종대! 김종대야 김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