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전정국 01
* * *
전정국과 짝꿍이라니, 나는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하필이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전정국과 짝이라니.
전정국과 제대로 말을 섞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전정국도 여느 일진 아이들과 똑같을 것이 분명했다.
양아치가 양아치지, 별반 다를 것이 있겠는가? 나는 혼자 별별 생각을 다 했다.
"..."
그 순간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전정국은 나를 무표정으로 응시했다. 당황한 나머지, 나도 똑같이 전정국의 눈을 마주했고
전정국은 잠시 동안 나와 눈을 맞추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홱 돌려 제 자리에 책상을 옮기고는 그대로 정호석과 함께 교실을 빠져나갔다.
"..짜증나"
전정국은 나에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음에도, 단지 전정국과 눈을 마주쳤다는 이유 하나로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나는 대충 내 책상을 끌어 전정국의 책상 옆에 옮겼다. 전정국의 책상과 내 책상을 붙여 놓지는 않았다. 그냥 그렇게라도 전정국을 피하고 싶었다.
1교시 수업 종이 울리고, 자리에 앉아 선생님께서 들어오시기만을 기다렸다. 종이 쳤음에도 여전히 내 옆 자리는 전정국의 까만 가방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늘상 있는 일이었지만, 오늘따라 더욱 짜증나기 그지없었다.
"자자, 다들 조용히 해. 수업 종 친지 꽤 됐는데, 아직도 서있는 놈들은 뭐야? 얼른 앉아. 반장 인사하고"
"바르게, 인사-"
'안녕하십니까-'
서 있는 몇몇 아이들을 자리에 앉힌 뒤, 인사를 했다. 매 시간마다 일어서서 인사를 하는 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자리 바꿨구나? 근데, 비어있는 두 자리는 뭐야?"
선생님께서는 정호석의 자리와 내 옆 자리를 번갈아 본 뒤 내게 물었다.
"아.. 전정국이랑 정호석이요."
선생님께서는 내 대답에 한숨을 푹- 내쉰 뒤, 책을 펴라는 말과 함께 칠판에 하얀 분필로 글씨를 써 내려가기 시작하셨다.
아마 선생님들께서도 둘을 포기한 듯 하다. 나는 그 순간 전정국이 더 한심하게 느껴졌다.
드르륵-
"죄송합니다"
그렇게 수업이 시작한 뒤 십 분 정도 지났을까, 뒷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던 전정국과 정호석이 들어왔다.
"10분 넘은거 알지? 결과야."
선생님은 여전히 칠판에 글씨를 써 내려가며 고개만 뒤로 돌린 채 말 하셨다.
전정국은 성큼성큼 자리로 돌아와 앉았고, 떨어져 있는 제 책상과 내 책상을 한 번 쳐다본 뒤 이내 관심 없다는 듯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담배를 피다 온 것인지, 옆 자리에서 강하게 풍겨오는 담배 냄새에 코 끝을 찡그리며 전정국을 한 번 쳐다보았다.
"뭘 봐"
싸가지 없는 자식. 내 시선을 느낀건지 줄곧 휴대폰에 고개를 쳐박고 있던 전정국이 고개를 들어 내게 말했다.
나는 순간 표정을 구긴 뒤, 다시 칠판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분이 나빴다. 늦게 들어와 수업을 방해한 것도 모자라, 담배냄새로 나를 불편하게 했고
결정타로 내게 뭘 보냐며 시비를 걸었다. 아무래도 담임선생님께 자리를 바꾸어 달라고 말씀 드려야겠다.
*
"선생님 저 자리 바꿔주세요."
"뭐? 갑자기 왜?"
'전정국이랑 짝 하기 싫어요.' 라는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
"칠판이 잘 안보여요."
핑계였다. 하지만 눈이 좋지 않은건 사실이다. 평소에 렌즈를 끼고 다니기 때문에 안경을 잘 쓰지 않을 뿐, 시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였다.
"흐음.. 그래?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만 바꿔주면 다른 아이들은 뭐가 되니? 우리 반에 시력이 좋지 않은 아이는 너 뿐만이 아니야.
공정하게 제비뽑기로 자리를 바꾸자고 정한 것은 너희들 이잖니?"
학기 초, 첫 학급회의 시간에 자리를 바꾸는 방식으로 제비뽑기를 선택하였다. 가장 공정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나도 동의하였고,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여 우리 반은
제비뽑기로 자리를 바꾸기로 정하였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조건으로 아무런 불평 불만 없이 자리를 바꾸는 것을 원칙으로 하셨다.
"그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들켜선 안될 사실을 들켜버린것 같았다. 선생님께서는 내 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 내게 질문을 하셨다.
이걸 사실대로 말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넘어가야할지 매우 고민되었다. 순간, 전정국이 내게 했던 행동이 생각나 안되더라도 이유나 한 번 말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선생님께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전정국이랑 짝 하기 싫어요"
선생님 귀에는 그저 어린 아이의 투정으로 들릴 것이 뻔했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전정국과 한 달을 함께 보내기 싫었다.
가뜩이나 싫어하는 부류의 아이가 내게 계속 오늘같은 피해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여간 짜증나는 것이 아니였다.
선생님은 예상 외의 대답에 놀라셨다는 듯 잠시 동안 말이 없으셨고, 괜히 죄송한 마음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마자,
담임선생님의 앞 자리인 학생주임 선생님 앞에 서 있는 전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
순간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전정국이 들었으면 어떡하지? 괜히 나에게 해코지 하는 것은 아니겠지?
오만가지 생각이 내 머릿 속을 뒤덮었다. 나는 전정국과 마주친 눈을 재빨리 피해 선생님께 고개를 돌렸고, 타이밍이 참 거지같게도 내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선생님 책상 위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선생님은 미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나중에 얘기하자며 내게 가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나는 대충 목례를 한 뒤, 전정국의 눈을 최대한 피해 서둘러 교무실을 빠져나갔다.
종종걸음으로 교실을 향해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툭 건들였다. 나는 짜증스레 뒤를 돌아보았고, 놀랍게도 내 뒤에는 정호석이 서 있었다.
"전정국, 다 들었을껄?"
"뭐?"
"아까 네가 한 말. 다 들었을 거라고."
전정국 옆에 정호석도 서있었던가, 아까 내가 한 말 이라 하면 전정국과 짝 하기 싫다는 것을 말하는 건가?
"무슨.."
"너가 정국이랑 짝 하기 싫다고 한거~"
정호석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웃으며 말을 했고, 그 덕에 나는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웃긴걸까?
제 친구가 말 한번 안섞어본 여학생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것이 웃긴 것인지, 아니면 저들 입장에서 주제도 모르고 입을 나불대는 내가 웃긴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근데, 어쩌라고?"
지기 싫었다. 유치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정국과 짝 하기 싫은 것은 사실이였고 전정국 본인도 아니고 정호석 앞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 쎈데?"
예상 외의 반응이라는 듯, 정호석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정호석에게 이런 취급을 당하는 것이 싫었다.
전정국도 그렇고, 대체 지들이 뭐가 대단하길래 사람을 이따위로 대하는 건지 정말 불쾌했다.
"할 말 끝났으면 갈게"
최대한 상냥히 말하려고 애썼다.
"아직 안끝났는데?"
"..."
"이름이.. 김탄소?"
정호석은 내 왼쪽 가슴에 달린 명찰을 보며 말 했다. 여태 내 이름도 몰랐던 아이와 계속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얼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너 되게 내 스타일이다"
어이가 없었다. 다른 아이가 말했다면 모를까, 정호석이 장난스레 내게 하는 말은 나를 더욱 짜증나게 만들기에 적합했고 나는 정호석을 무시한 채 발걸음을 돌려 교실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속으로 정호석을 서른 번 쯤 씹었을까, 내 발걸음은 어느새 교실에 다다랐고 교실 문을 열자마자 내 앞을 가로막는 누군가와 맞닥뜨렸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내 앞에는 전정국이 서있었다.
* * *
안녕하세요! 어제 아무 생각 없이 올린 글이,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아! 짧게나마 글을 들고 찾아왔습니다ㅜㅜ!!
원체 글 쓰는 것을 좋아하여 그냥 제 사심을 듬뿍 듬뿍 담아 쓴 글에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감동받았습니다..♥
너무 짧다고 실망하지 않으셨음 좋겠어요! 양아치 정국이는 아마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이렇게 매일 찾아올 것 같아요ㅎㅎ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쓰고 포인트 돌려받으세요ㅎㅎ
아 그리고! 제 글에 암호닉을 신청해준 감사한 분이 계셔요ㅠㅡㅠ 저의 첫 번째 사랑둥이! 암호닉 신청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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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ㅅ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