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톤 프로젝트 - 좁은 문
도작가의 은밀한 취미W.Richter
취미
1. 전문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2.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빗방울에 유리창 너머의 풍경이 보이지 않던 날이었다.
" 어서 와요 "
한가람 빌딩을 지나서 직진을 하고 두 번째 골목길로 들어가서 보이는 집들 중 왼쪽에서부터 세 번째. 페인트칠을 한지 얼마 안 되었는지 최상의 상태를 자랑하는 검은색 대문을 가진 자그마한 주택이었다. 습기인지 땀인지 모르게 축축한 손을 허벅지에 쓱쓱 문지르고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속으로 백 번 천 번은 더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겨우 초인종을 누르자 곧바로 누구세요. 하는 목소리가 인터폰에서 흘러나왔다. 묘하게 사람을 경직시키는 낮은 목소리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입술만 축이던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문하생..이라는 단 세 글자만 내뱉을 수 있었다.
그러자 아- 하는 짧은 탄성을 뱉고는 잠깐만 기다려요. 하며 뚝, 인터폰을 끊어버린다. 머지않아 대문 창살 틈 사이로 커다란 검은 우산 하나가 천천히 다가와 철컹, 쇠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문을 열었다.
틈 사이로 보이는 남자가 끼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어서 와요. 인사를 건넸다. 남자치고는 하얀 살결과 짙은 쌍꺼풀은 없지만 또렷한 두 눈, 굵게 굴곡진 입술은 그동안 내가 그려왔던 그의 모습과 꼭 닮아있었다.
도경수
" 꿈 없는 일상은 내게 고질적인 병과 같았다 "
" ... "
" 가끔, 차라리 헤어 나오지 못 할 꿈에 빠지는 게 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
도경수의 입에서 내가 쓴 글의 두 구절이 나오자마자 민망한 기운이 얼굴을 덮친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눈에 힘만 바짝 주고 있자 어... 하고 뒷부분을 더 읽을까 말까 고민하던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쇼파에 편히 몸을 기대었다. 양손을 꼭 모으고 눈치만 보고 있으니 도경수는 허공에 둔 초점을 흐리며 '헤어 나오지 못 할 꿈'이라는 말을 나직이 중얼거리다가 또렷한 눈동자로 나를 쳐다본다.
도경수
" 그래도 무제, 완성해 "
순간적으로 멋대로 튀어나오려는 화를 억지로 짓누르고 인상을 찌푸리자 도경수는 나와 차마 마주치지 못 했던 시선을 고개를 들면서까지 꼭 맞추었다. 확신에 찬 그의 모습에 온통 나를 지배했던 배신감은 적이 수그러들었고 아무도 내 글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사무치게 서러울 뿐이었다. 그런 나를 위로하고 안심시키듯 도경수는 숨을 고르며 잠깐의 정적 끝에 입을 열었다.
" 다 책임질게 "
" ... "
" 내 모든 거야, 그 원고들 "
" ... "
" 지금 내 모든 걸 주는 거야, 너한테 "
도경수
비에 완전히 젖은 채로 힘없이 벽에 기대 서있던 도경수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눈에 띄지 않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죄책감은 버틸 수 없을 만큼 밀려들어와 연신 아, 어떡해, 하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고 그는 자신의 손을 잡아 달라는 듯이 내게 맥없는 손을 내게 내밀었다.
늦여름, 비가 오면 온몸이 시릴 정도로 추운 터라 도경수가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얼른 손을 잡아 집안으로 들어오니 그의 옅은 떨림이 더욱 생생하게 손을 타고 전해져온다. 당장 빗물을 닦아야겠다 싶어 수건을 가지러 가기 위해 손을 놓으려 하니 잡은 손에 힘을 주고는 놓지 않는 도경수. 무작정 손을 놓으라며 뿌리칠 수가 없어 조심스럽게 내 손으로 빗물에 마구 흐트러진 그의 머리를 정리해주자 얼굴 가까이서 더디게 눈을 깜빡이던 그가 기대듯이 내 허리를 안아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 따뜻하다 "
도경수,
이제는 더 이상 놓을 수 없는.
내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 좋아해요, 아니 정말, 정말 사랑해요 "
한 여름날의 장맛비처럼 굵게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도경수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온갖 기억들이 마구잡이로 뒤섞이다 천천히 풀려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정말, 정말 사랑해요. 백 번의 입맞춤보다 한 번의 사랑한다는 말이 간절했던 도경수에게 이제야 전하는 내 진심이었다. 가지 않겠다는 형식적이고 말뿐인 대답보다 더 확실한 대답, 어쩌면 이미 늦어버려 그에게 전해지지 않을 내 진심.
무자비하게 나를 밀어내는 도경수의 날카로운 존댓말 한 마디에 주체할 수도 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고 또 닦아냈다. 그가 다시 한 번더 울지 말라며 안아줄 것을 기대했지만 내게는 너무 사치스러운 욕심이었던 걸까, 충분히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나를 마주 보고 있는 도경수는 자신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나를 내치지도, 안아주지도 않았다.
눈물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구슬피 굴러떨어졌고 감정의 늪 속에서 허우적대던 나는 살짝만 숙였던 고개를 큰 죄를 짓고 사죄하는 사람처럼 깊숙이 숙였다. 어서 날 좀 안아달라고, 울지 말라고 해달라고. 이 순간에도 나는 오직 도경수가 나를 위로해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생각뿐이다.
정적이 흐른다. 하지만 결코 이제껏 쉽사리 느껴왔던 의미 없는 정적은 아니었다. 귓가에 살포시 옅게 떨리는 도경수의 숨소리가 닿아왔으니까. 한가지 아쉬운 건, 멍청하고도 아무런 결정권이 나는 지금 이 정적과 도경수의 숨소리만으로 한 치 앞조차 내다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모두 도경수에게 달려있었다. 다시 처음, 아니 도경수와 나의 인연의 끈이 닿지 않았을 때로 돌아가버릴 것인지 아니면 복잡하게 엉켜있는 인연의 끈을 앞으로도 함께 풀어낼 것인지가 말이다.
잔인하고도 악독한, 그러나 버릴 수 없게 달콤한 말이 있다. '만약' , 그래, 만약 내게 결정권이 있다면, 이렇게 애타도록 도경수를 붙잡고 있는 내게 결정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정권이 없다면 지금 도경수의 마음이 나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도 내게는 너무 사치스러운 욕심일까.
옅게 떨리는 숨소리만 날 간지럽힐 뿐 도경수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다. 숨을 들이켜고 내쉬는 그 짧은 시간마저 내게는 가만히 있기 힘들 정도로 긴 시간이 되어 스며든다.
고통스럽다기보다는 초조했다. 나를 애타게 만드는 정적은 내가 도경수에게 지었던 죄들에 대한 응당한 대가 같았기에 달게 기다릴 수 있지만 만약 도경수가 정적을 깨고 우리의 인연의 끈을 되감아버리는 것을 선택한다면, 아마 나는 그 대가에 대해서는 달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싸늘한 집안의 온도가 낯설다. 맹렬하게 피어올랐던 한 여름밤의 꿈이 차게 식어가는 듯하다.
꿈만 같던 여름의 끝.
부디 또 다른 시작이 되길.
부디 도경수가 나와 같은 마음이길.
도작가 의 은밀한 취미 . 여름의 끝 (完)
" 작가님! 여기 계셨어요? 어디 계신지 한참 찾았네 "
" 죄송해요, 한 번 둘러본다는 게 그만 돌아갈 것도 까먹고 있었네요 "
" 아니, 휴게실에 뭐 볼 거 있다고, 책들밖에 없는데 "
" 책들은 볼 게 아닌가 봐요? "
어휴, 작가님도 진짜. 자연스레 농담을 하는 나를 귀엽게 질책하는 여사원은 이내 아 참, 하며 한 손에 들고 있던 책 한 권을 내밀었다. 하얀 표지 위에 정갈하게 쓰인 '무제'라는 글씨는 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 중 한 권을 붙잡고 있는 손을 놓고 무제 받아드니 부들부들한 촉감부터 묵직한 무게에 기분이 좋다.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짓자 여사원 또한 같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아마 한 달 이내로 전국 서점에 풀릴 거예요. 제발 대박 났으면 좋겠는데 "
" 대박이요? "
" 옆에 1팀은 팀장이 사장님 아들래미인데다가 도경수 작가님 한 명 잘 잡아서 지금까지 해 먹고 있잖아요. 뭐, 작가님이 절필한다고 하셔서 계약 해지했다는 말은 오래전에 들었지만 인기가 그렇게 쉽게 줄어들까요. 아직까지 베스트셀러에 도경수 작가님 책, 두 권이나 올라가있는 거 보면 징 해요 진짜 "
멋쩍게 입꼬리를 올리던 나는 방금 전 책장에서 놓지 못 했던 책 한 권을 곁눈질로 훑었다. '찰나의 선택', 김준면이 내게 선택권을 주었을 때 함께 직접 쥐여주었던 책이다. 돌려줄 기회가 없을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예상치 못한 기회로 이렇게 책들 되돌려줄 수 있다는 게 내게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아득히 상상만 해왔던 여름이 끝난 후, 차가운 바람이 불고 뭉그적거리는 하늘에서 흘려보내기 아까울 정도로 곱디고운 눈꽃이 내리쏟아지는 지금. '나와 도경수 사이의 비밀로만 남을 줄 알았던 '무제'는 이제는 영원히 '무제'가 되어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었고 도경수가 없는 견우의 빈자리는 나로 하여금 채워졌다. 견우와 계약을 하고 나서 나는 분명 그런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내가 도경수의 자리를 빼앗었다는 죄책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근래에 들어서 익숙해진 탓일까, 아니면 도경수가 만들어준 자리라 합리화를 해서일까 불편했던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가라앉고 고요한 물결만이 잔잔하게 일렁였다. 모르겠다. 내가 지금 이러고 있어도 되는지.
" 작가님, 왜 그러세요? 책이 마음에 안 드세요? "
" 네, 네? 아뇨, 아뇨 전혀요. 책 분위기하고도 잘 어울리고 제 마음에 쏙 드는 걸요 "
" 표정이 안 좋으시길래 물어봤어요. 그럼 무슨 일 있으세요? "
" 무슨 일은요. 그냥, 제 책이 막상 나오니까 여러 생각이 드네요 "
" 다른 작가님들은 전부다 자기들 책 딱 나오면 뿌듯해서 어쩔 줄 몰라 하던데 "
그녀의 물음에도 나는 그저 작은 눈웃음으로 답을 해줄 뿐이었다. 도경수의 문하생으로 이곳, 견우의 휴게실에 왔을 때만 해도 죽일 듯이 사람의 목을 죄던 경직감은 오늘날, 실낱같이 얇게 흩어져있었고 투명한 유리창으로 막혀있는 벽 한 면 너머로는 그날 세차게 내리던 장맛비의 흔적이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었다. 시리도록 고요하다. 그 고요함에 빠져 숨이 막혀 죽어버릴 것만 같다.
내가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자 여사원 또한 나를 따라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네 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유리창으로 향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이 을씨년스러운 소리를 내며 건물벽을 타고 지나간다. 그 소리에 흐렸던 초점을 되찾은 내가 한 손에 들었던 책을 고쳐잡자 동시에 유리창에서 시선을 뗀 여사원이 입을 열었다.
" 작가님 책은 분명 성공할 거예요 "
"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해요? 다른 작가님 책이 성공할 수도 있고 1팀에서 또 도경수 작가님 같은 작가님이 나올 수도 있는데 "
" 아뇨, 저희 팀장님도 작가님한테 거는 기대가 커요. 1팀 팀장님 원래 다른 팀 책 거의 안 읽기로 유명한데 작가님 책은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
" ... "
" 읽고 나서 작가님이랑 도경수 작가님이랑 소름 끼치도록 닮았다고, 성공할 거라고 호평하셨대요. 1팀 팀장님이 그럴 정도면 말 다한 거죠 "
조용히 말을 듣는 내 귓가에는 오직 '도경수 작가님이랑 소름 끼치도록 닮았다'라는 문장만이 맴돈다. 마냥 웃을 수가 없다. 무제의 일부분은 도경수가 스며들어있기에. 어쩌면 이미 김준면은 눈치챘을 수도 있다. 내가 견우와 계약을 하고 지금껏 일부러인지 우연인지 모르게 김준면과 한 번도 얼굴을 마주치지 못했지만 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도경수의 글을 보아왔던 그라면 충분히 내 글에 도경수의 목소리가 담겨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챘을 수도 있다. 눈치채지 못했다면 그건 내가 아마 도경수와 소름 끼치도록 닮아있다는 것이겠지.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견우와 막 계약을 했을 때만 해도 이전에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도경수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야 생각하건대 도경수는 틀린 것이 아니라 멀리까지 내다보지 못한 것이었다. 자신의 글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을 바꿔놓았는지 알지 못한 것이었다. 도경수의 글이 없었다면 내 글은 김준면은 물론이고 어느 누군가에게도 평가받을 가치조차 없는 글로 전락되버렸을지 모를 일이었다.
한마디로 도경수가 이 자리를 포함해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도경수의 의미가 커진다. 도경수에 대한 내 마음이 커진다. 예전엔 도경수가 그저 내 반쪽이었다면 이제는 도경수 그 자체가 내 전부가 되어버렸다.
도경수가 보고 싶다.
속 깊이 터져 나오는 차가운 한숨을 내쉬자 손목에 차고 있던 자그마한 시계를 내려다보던 여사원은 먼저 휴게실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책도 확인하셨겠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작가님. 저기 커피자판기는 돈 안 넣어도 되니까 뽑아드시면서 천천히 구경하다 가세요. 참, 혹시 책에 문제 있으면 꼭 연락주시구요. 나중에 봬요. 친절하고도 배려 가득한 인사를 받은 나는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비로소 텅 빈 휴게실 중간에 나만이 남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 무제를 들고 도경수가 프레센티아 인터뷰를 했을 적, 나와 김준면을 뒤로하고 앉아서 책을 보던 자리의 의자를 잡았다. 빗소리를 옆에 두고 도경수는 여기에 앉아 무슨 생각을 했을까. 느릿느릿 자리에 앉은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가 느꼈을 세세한 감정 하나하나가 궁금하다.
김준면이 내게 막을 수도 없이 다가왔을 때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던 도경수의 감정은? 인터뷰가 끝난 후 말없이 자리를 박차고 휴게실을 빠져나갔을 때의 감정은? 힘들다며 내게 안겼을 때의 감정은? 뜨겁게 날 안았던 그날 밤의 감정은?
그러면, 사랑한다는 말로 그를 붙잡았을 때에 잠잠한 침묵 속, 내게 입을 맞추던 그날의 감정은
***
굵게 떨어지던 눈물은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게도 서서히 멎어갔다. 다만 흉하게 붉어진 눈가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도경수와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침묵 속에서 째깍거리며 흘러가는 초침 소리는 마치 인연의 끈을 되감아 처음으로 돌려버리는 듯 점점 크게 와 닿는다. 침묵이 내게 말했다. 돌아가라고. 이미 늦었다고.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 여주인공처럼 펑펑 울 기력도 없어 그저 도경수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는 손에 들어간 힘만 천천히 뺐다.
내 진심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만 같아 나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도경수에 대한 원망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안아주는 게 도경수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나, 왜 내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걸까, 쉽게 놓아줄 인연이었으면 애초부터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면서 정작 이제 와서는 허무하리라고만 치 쉽게 놓아주는 도경수가 밉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내 잘못이니까. 나를 안아주지 못하는 것도, 내 진심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도, 허무하리라 만치 쉽게 놓아주는 것도 모두가 내 잘못이었으니까.
어떻게 하면 내 가슴속 깊이 뿌리박은 도경수를 지울 수 있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고민을 하며 완전히 도경수의 옷자락을 놓았다. 눈가에 남아있던 눈물이 다시 한 번 더 흐를 때 즈음 팔뚝에 힘을 주어 눈물을 훔쳐내던 나는 써늘한 그의 시선을 받을 용기를 내어 겨우 고개를 들었다. 흐린 시야 사이로 볼 수 있는 건 도경수의 입술뿐이었지만 그뿐이라도 좋았다.
속절없이 튀어나오려는 허탈한 웃음을 삼키고 눈을 길게 깜빡였다. 자꾸만 눈물이 새어 나오려 한다. 끝까지 이런 모습이라니, 도경수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다시 고개를 숙일 수가 없어 여러 번 눈을 깜빡이며 얼굴을 옆으로 돌리려 하자 왼쪽 뺨 가득 뜨거운 온기가 덮쳐온다. 더불어 오른쪽 뺨에도 익숙한 온기가 느껴지고 턱을 받쳐 드는 손길에 따라 고개를 들자 눈물 때문에 뿌옇게 되어버린 눈앞임에도 나와 똑같이 붉어진 눈가를 하고 있는 도경수만은 분명하게 보였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아 얼굴을 감싼 그의 손 위로 잘게 떨리는 내 손을 올렸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온기는 분명 도경수였다. 억지로 삼켰던 눈물이 다시금 눈을 비집고 새어 나온다.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도경수에 눈을 감으니 점차 가까워지는 숨결부터 진하게 풍겨오는 향기까지, 그의 모든 것이 내게 꿈이 아니라 속삭였다. 기쁨? 감동? 어느 것 하나 이 복잡한 감정을 형용할 수 없다는 단어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하얀 감정들이 치솟아올라 머리끝까지 번져간다.
하나, 둘, 셋, 가슴속으로 느리게 숫자를 세자 딱 셋이 되었을 때, 도경수의 입술이 내 위로 겹쳐졌다. 간간이 도장을 찍듯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으면 눈물 섞인 미소를 지어주었고 예전과 같이 부드럽게 날 훑으면 그의 손목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도경수가 나와 같은 마음이라는 것만이 내게는 절대 놓치지 못할 중요한 사실이었기에 어느 때보다도 취할 듯 강하게 풍겨오는 그의 향기에 가만히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나와 같은 마음을 한 도경수. 그 하나면 충분했다.
여름의 끝자락, 또 다른 시작에는
***
'무제'를 들고 휴게실을 빠져나오자마자 딱 마침 아까 내게 책을 전해주었던 여사원과 마주쳤다. 파일을 들고 가는 폼이 꽤나 바쁜 듯 보였지만 내 얼굴을 보자마자 걸음을 멈춘 그녀는 벌써 가세요? 하며 서운한 듯 서운하지 않은 인사를 건넸고 나는 이만 가봐야죠, 하는 상투적인 말과 함께 다시 작은 목례를 했다.
견우의 분위기는 변한 게 없다. 변했다고 느껴졌다면 그건 아마도 내가 변해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전보다는 많아진 여유, 나를 괴롭힐 사람도 환경도 없는 지금, 견우의 사무적인 분위기는 나를 옭아매기에는 부족하다.
비교적 여유로운 미소를 담고 복도를 걷는데 저 멀리 굳게 닫혀 만 있던 1팀의 팀장실 문이 열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눈치를 숨기지 못한 나는 어리석게도 그대로 팀장실 문을 빤히 바라보았고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 나오는 김준면과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옛날 같았다면 뻔뻔한 얼굴로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하며 다가왔을 김준면이었지만 웬일인지 지금의 김준면은 나와 눈을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목례는커녕 시선만 돌려버린다.
아무것도 김준면과는 합의된 바가 없는데 처음부터 모르는 사람이었다는 듯 얼굴을 들고 내 쪽으로 걸어오는 김준면에 걸음을 멈추었다. 금방이라도 선택을 하라며 그 특유의 소년 같은 목소리로 가까이 다가올 것만 같은데 냉정하게 나를 지나쳐간다. 뒤를 돌아 볼 수가 없었다. 김준면이 나를 지나쳐가고 머지않아 당당하던 발걸음이 잠깐 주춤했었으니까.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차라리 김준면과의 좋지 않은 인연이 이렇게 끝나버리는 것이. 괘씸하고도 한심한 생각이긴 하지만 애초부터 김준면과의 인연이 이렇게 나쁘지 않았더라면, 단순히 업무로 만난 파트너였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말이 있다. 서로가 너무 닮으면 죽도록 좋아하거나 죽도록 싫어한다고. 내 착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도경수와 김준면 사이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는 듯하다. 아주 사소한 공통점이라도 말이다. 주춤거리던 김준면의 발걸음은 곧 내게서부터 멀어져 갔고 그의 발걸음 소리가 귀에서 희미해졌을 때에 혹시 하고 죽였던 숨을 한 번에 몰아내쉬었다.
마냥 끔찍하다고 생각했던 김준면과의 인연이 정말로 이렇게 끝나버리니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다행이었다가 아쉬웠다가, 너무 모순적인가.
이제는 익숙한 엘리베이터, 익숙한 로비, 익숙한 현관을 거쳐 밖으로 나오자 꽤나 시린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든다.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에 책을 넣고 코트를 여민 나는 터벅터벅 소리가 나도록 힘없는 발을 옮겼다.
얼른 보고 싶다.
" 나왔어요 작가님 "
들리지도 않을 만큼 웅얼거리며 현관 복도를 거쳐 거실 안으로 들어온 나는 코트를 벗으며 도경수를 찾았다. 조금은 웃긴 것이 도경수가 제 입으로 직접 자신은 더 이상 작가가 아니라고 말했음에도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내 호칭은 변하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한 번 붙은 호칭을 쉽게 지울 수가 있겠는가, 이제는 도경수도 포기한 듯싶다. 한 팔에 코트를 걸치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어딘가에 있을 도경수를 찾았지만 거실 테이블에 있는 그의 노트북뿐, 그의 자취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잠깐 화장실이라도 갔나 싶어 대충 코트를 소파에 던져놓고 그의 노트북 앞에 앉자 빼곡히 글로 채워져있는 문서가 보인다. 비꽃 지는 밤, 견우와 계약을 해지한 후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내가 진심을 드러낸 그날 이후로 며칠간 글을 쓰지 않는가 싶더니 다시 노트북 앞에 앉는 그를 볼 수 있었다. 희소식이라면 희소식이지만 비꽃 지는 밤은 나와 도경수, 단둘만의 비밀로 남게 될 것이다. 도경수의 생각이 그랬고, 나는 단순히 도경수의 의사를 존중했다. 그가 남몰래 다시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좋으니 말이다.
남의 글은 멋대로 보는 게 아니라고 배웠지만 도경수의 글은 조금 다르다. 나와 도경수, 단둘만의 비밀이니 이렇게 멋대로 훔쳐보는 것이 암묵적으로 허락되었다고 해야 할까. 턱을 괴고 스크롤을 내리던 나는 눈길을 사로잡는 한 문장에서 손을 멈추었다.
' 늦지 않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
시공간이 멈춘 듯 나는 한참을 턱을 괸 채로 그 문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눈으로만 볼 수 있는 텍스트인데도 왜인지 귓가에 울려 퍼지는 도경수의 목소리. 마우스를 놓고도, 턱을 괸 손을 풀고도 한참을 바라보았다.
" 늦지 않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
멍하니 노트북 모니터를 보고 있는 나의 옆에서 바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뜨자 어느새 내 옆에 예쁘게 눈을 휘어 보이고 있는 도경수가 앉아있다. 깜짝이야 진짜, 어디 있었어요? 하고 투덜거리며 묻자 잠깐 방에 찾을 게 있어서 하며 짧게 대답한다. 나란히 도경수와 붙어 앉은 나는 모니터 한 중간에 쓰여있는 문장과 도경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 근데 이렇게 남의 글 마음대로 봐도 되는 거야? "
" 제가 작가님 글 마음대로 본 게 한 두 번인가, 근데 이거, 나한테 하는 말이에요? "
" 그럼, 누구한테 하는 말인 거 같아 "
나는 피식거리는 웃음소리를 내며 무릎을 끌어모았다. 도경수가 견우와의 인연을 끊어버린 후, 내가 울면서 그에게 진심을 고백한 후, 집안은 줄곧 이렇게 평화롭고 나태로운 분위기를 유지해왔다. 때때로는 이런 분위기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지겹기도 했지만 도경수와 같은 침대 안에서나 거실에 앉아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른 평범한 연인들과 같이 느껴져 언제 지겨웠냐는 듯 평화로움을 즐기기까지 했다.
한 몸 가득 몰고 온 찬 기운을 녹혀주던 도경수는 아, 하는 작은 탄성과 함께 물었다. 책은 어때? 견우와 이어준 것도 도경수이지만 견우를 싫어하기도 엄청 싫어하는 도경수가 내 책에 대해 물어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다. 그래도 내 책에 관심을 가져준다는 건 나름대로 도경수가 할 수 있는 큰 애정표현이려니 하고 소파에 던져두었던 가방에서 무제를 꺼내 보여주자 동그랗게 뜬 눈을 무제 가까이한다.
" 한 문장 쓰기에도 벅차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진짜 책을 냈네 "
" 그만큼 시간이 많이 흐른 거겠죠, 예쁘게 잘 나왔어요 "
" 이제 진짜 작가님이네 "
" ... "
" 나 같은 가짜 작가 말고 진짜 작가 "
그 말에 웃음기를 지우고 도경수를 바라보자 곧 자신이 한 말을 되짚어보더니 머쓱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도경수가 자신을 가짜 작가라고 칭할 때면 항상 내 가슴부터가 아려온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는 별이 되었는지는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깎아내리는 도경수의 모습은 나로서는 꽤나 보기 힘들다.
" 그럼 나도 작가님 도움 많이 받았는데 가짜 작가네요? 작가님도 진짜 작가에요, 나에 비할 바가 못 되는, 더 훌륭한, 진짜 작가라니까요 "
" ... "
" 나 절대로 혼자서는 책 못 냈어요. 나는, 나는 작가님이 자기 자신을 조금 더 높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
" ... "
" 내가 곧, 작가님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
무제를 도경수의 손에 꼭 쥐여주며 말했다. 내 간절한 부탁이었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만큼 자기 자신 또한 소중히 여겨주길 바라는, 작다고 하면 작지만 도경수에게는 들어주기 힘들 정도로 클지도 모르는 그런 부탁. 눈을 마주하며 손을 맞잡자 도경수는 내 시선을 피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누군가를 위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 내에 끝낼만한 일도, 쉬운 일도 아니라는 것 즈음은 깨달은 난 앞으로도 도경수를 박탈감, 열등감의 늪에서부터 구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가 곧 도경수, 도경수가 곧 나였기에. 도경수를 붙잡은 손에는 더 힘이 들어가고 놓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겠지. 내가 곧 도경수, 도경수가 곧 나였기에.
도경수의 얼굴에서는 어느때보다도 편안하고도 따스한 미소가 번졌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장마부터 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한여름 더위와 함께 수차례 몰아쳤던 인연의 바람이 사그라든 지금. 닿을 수조차 없을 것만 같았던 그와 한층 더 깊은 인연을 맺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지금. 매 순간순간이 잊을 수 없고 뼈에 새겨 넣고 싶을 정도로 소중한 지금.
앞으로 어떤 바람이 태풍이 되어 더욱더 세차게 내 앞에 불어닥칠지는 모르지만 '지금'이라는 시간에, 준 것이라고는 상처뿐인 내게 오히려 늦지 않아서 고맙다고 해주는 도경수에게 최선을 다할 뿐이다. 백 번의 입맞춤보다 한 번의 사랑한다는 말이, 말뿐인 위로보다 마음까지 보듬어줄 수 있는 위로가 중요하다는 걸 내가 깨달을 수 있게 해준 그니까. 내가 피지 못한 채 지지 않도록 숨결을 불어넣어 준 그니까.
내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이제는 더 이상 놓을 수 없는
" 작가님 "
도경수 작가님
도작가의 은밀한 취미 fin.
사담// 봐주시면 아리가또 // 2차 Q&A 받아여 |
오늘은 조금 다르게 시작할게요. 안녕하세요. 리히터입니다ㅎㅎ 도작가 메인 스토리가 막을 내렸네요. 여러분들께서 느끼시는만큼 저또한 많이 허무하고 시원섭섭한 감정이 가득 번지네요.
(물론 준면이 외전 한 편 있습니다.) 시작 할 때만해도 끝을 많이 생각하지 않고 시작한터라 그저 언젠가 끝나겠지, 끝나겠지하고 막연히 달려왔는데 딱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찬기운이 돌 때즈음 끝나니 이게 도작가의 운명인가 싶기도해요ㅋㅋㅋㅋ 도작가를 시작한지 사개월정도 됐네요. 체감상 더 오래 된 거 같은데... 전 삼월에 시작한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름에 접어들 때부터 여름이 끝나는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도작가였습니다. 사실 글을 쓰는 중간중간 슬럼프도 오고 할 일도 너무 많아서 다 포기하고 싶은 적이 종종 있었어요. 그래도 그럴 때마다 매번 양심없는 분량에도 만족해주시면서 격려해주시는 여러분들덕분에 이렇게 달려올 수 있었어요. 단언 할 수 있습니다. 정말이에요! 매번이 제게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고 좋은 추억들뿐이었네요. 도부자 시작하기 전까지만해도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지는 꿈에도 몰랐는데 세상에... 돌이켜 보면서 아쉬운 건, 어쩌면 핑계같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글 쓰는 것 외에도 할 일이 많아지고 여유가 없어지면서 댓글에 답댓글을 달아드리지 못한 게 가장 아쉽네요. 여러분들의 소중한 댓글 하나하나는 꼼꼼히 챙겨보고 있었습니다. 레알! 암호닉 신청해주신 독자님들의 암호닉은 최대한 전부 외우려고 노력도 했고 인상 깊은 댓글은 여러번에 걸쳐서 보기도 했었습니다 ㅎㅎ 특히 저번 17화, 천천히 댓글 읽어내려가면서 울뻔했잖아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고마워해야할 건 저인데 독자여러분들께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해주셔서 진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으아아아아홍ㅎ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허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정말 많이 사랑해요 여러분 인스티즈 회원 독자분들도,비회원 독자분들도 제게는 한분한분 너무나도 소중한 독자님들이니까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음... 이렇게 말하니까 어디 멀리 떠나는 사람같은데, 네, 이번에는 조금 긴 휴식기간을 가져보려합니다. 도부자부터 사탕오빠,로미오,무지개, 그리고 도작가까지 약 10개월동안 쉴틈없이 달려왔네요. 가끔 정말로 해야할 일은 2순위로 두고 글을 쓰던만큼 어느새 글을 쓰고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는 것이 제 일상의 빠질 수 없는 일부분으로 스며버렸어요. 물론 자기만족으로 계속 해왔던 일이었지만 이제 슬슬 정말 온전한 저만의 시간을 가져보려합니다. 현재 꽤나 중요한 일을 진행하고 있고 제본까지 예정해두고 있기 때문에 완결 후 곧바로 휴식에 들어가기는 힘들겠지만 모든 일이 끝나는 즉시 그동안 가져보지 못했던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친구들과의 국내 여행부터 몇달 전부터 계획 하에 있는 해외 여행도 갔다오고 마냥 아득하게 생각만 해봤던 유학도 이제 정말, 정말 진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네요. 그렇다고 글 쓰는 걸 포기하는 건 아니에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상은 제 삶의 비타민이니까...♥ 휴식기라고 생각해주세요. 이 휴식기가 얼마나 될지, 얼마나 길어질지, 언제 돌아올지는 확답 드리지 못하겠지만 꼭 돌아오도록 하겠수ㅡㅂ니다!! 근뎈ㅋㅋㅋㅋㅋㅋㅋㅋ이러고 막 외전 완결나고 일주일 후에 돌아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부자때 그랬는데...☆
휴... 그리고 큐엔에이 받아요!!!!!!!! 2차 해달라는 독자님들이 많이 계셔서 다시 한 번 더 진행합니다!!!!!!!!
답변은 다음편 외전을 통해서 진행 될거고 텍파와 제본은 외전 사담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우리 독자님들!!!!!!!!!!!!!!!!! 너무 감사드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합니다!!!!!!!!!!!!!!!!!!!!!!!!!!!!!!!!!!!!!!!!!! |
☆★ 암호닉 ★☆ |
* 특수문자(#,^,☆ etc.) #두근님 / #두밍님 / #안꼉님 / #우왕굳#님 / #꿀애정님 / ( ͡° ͜ʖ ͡°)님 / ^ㅅ^ 님 / ★요다★님 / ♡님 / ♡라즈베리님 / ♡축구공녀♡님 * 0~9 01112됴님 / 0112님 / 0121님 / 0309님 / 0324님 / 0326님 / 0328님 / 0412님 / 0609님 / 0618님 / 0622님 / 0626님 / 0846님 / 1004님 / 1025님 /1226님 / 1228님 / 1226112님 / 1등급님 / 1월의봄님 / 1시25분님 / 2424님 / 2465님 / 28님 / 31님 / 3관왕센님 / 5511님 / 60002님 / 6002님 / 779님 / 7712님 / 7942님 / 9301112님 / 937님 * A~Z abc님 / coke님 / cy님 / D.O.님 / EL님 / FlowerD님 / Gellemdal님 / Joboo님 / lobo12님 / Melrani님 / Mercy한양갱님 / PEACE님 / Syoung님 / s130님 / tnrud3657님 * ㄱ,ㄲ 가가나나님 / 가득찬님 / 가락님 / 가젠님 / 간장녀님 / 간절한님 / 갈대영님 / 갈비님 / 갈치님 / 감귤님 / 감님 / 감자님 / 감자님 / 같이의 가치님 / 개님 / 개구락지님 / 개복치님 / 거난영님 / 거뉴경님 / 거부는거부해님 /건도윤님 / 건빵님 / 게이쳐님 / 겨울님 / 결부님 / 경수앨리수님 / 경수해님 / 경슈님 / 경순님 / 고고싱님 / 고고싱님 / 고기반찬님 / 고동소리님 / 고라니님 / 고라니님 / 고리님 / 곤듀님 / 곰돼지님 / 곰탱님 / 공일일이님 / 곶감님 / 과고여신님 / 관대님 / 관짜주세여님 / 굥님 / 굥뚜님 / 굥숭이네 도담로님 / 공듀님 / 굥숭이님 / 구글조닌님 / 구님 / 구사일생님 / 구운달걀님 / 군만두님 / 궁금이님 / 규규귝님 / 규니니님 / 규야님 / 그리다님 / 그문하생이나일세님 / 글잡캡틴미녀님 / 기린뿡뿡이님 / 긴토키님 / 길손님 / 길피수님 / 김면두님 / 김까닥님 / 김꽝꽝님 / 김민덕님 / 김쎄쎄님 / 김작가님 / 까까님 / 까망콩님 / 까푸님 / 깐초님 / 꺄뀨님 / 꺼우져님 / 꼬깔이님 / 꼬깔콘님 / 꼬꼬볼님 / 꼬냑님 / 꼬르륵님 / 꼬꾸미빙님 / 꽁냥님 / 꽃님 / 꽃물님 / 꽃이된다님 / 꽃잎님 / 꽯뚧쐛괣님 / 꾱님 / 꾸덕님 / 꾹꾹이님 / 꿀곰님 / 꿀귤님 / 꿈꾸는나님 / 꿀떡맛탕님 / 꿀잼님 / 꿍스님 / 꿁꿁까까님 / 뀨읭뽀읭님 / 뀨쮸쀼님 / 뀰님 / 끄왕님 / 끈풀린운동화님 / 낑꽁끙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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