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연애를 시작한지 1년여의 시간이 지나 우리는 졸업을 했고 학교가 아닌 각자의 삶의 터전을 꾸리게 되었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는 흔하디 흔한 싸움 한 번 없었고 내가 내 고집대로 하려 할 때에도 민석이는 늘 내 편에 서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데이트를 할 때도, 일상이 힘들어 괜한 투정을 부릴 때도 늘 내 곁에서 나의 편이 되어 나를 달래주었다.
그런 민석이가 변하기 시작한 건 취직 후 채 반년도 되지 않았던 때였다.
"오빠! 오늘 일 끝나고 시간 괜찮아? 나 오늘 일찍 끝나서 오빠 회사 앞으로 가고싶은데~"
그 즈음 일이 너무 바빠서 연락조차 힘겨웠다.
모처럼 시간이 괜찮아 회사 앞으로 찾아갈까 하는 나의 물음에 민석이는
"미안한데, 나 지금 일이 좀 바빠서. 다시 전화할게."
그렇게 끊긴 전화를 붙잡고 난 잠시 멍했다.
조금 큰 회사에 취직한 민석이는 들어간지 얼마 안된 신입사원이라 업무라하기엔 뭐하지만 늘 여러 일로 바빴다.
그러나 그 바쁜 와중에도 내가 전화를 걸었을 때 이렇게 끊은적이 없었다.
잠시 멍했지만 얼마나 바쁘면.. 이라는 생각으로 놀란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 나의 다잡은 마음이 무색하게 민석이는 하루 하루 변해갔다.
1 [오빠!! 바빠요??]
1 [오빠 요즘 일 많이 힘들지? 힘내고 밥 꼭 챙겨먹어!!]
보내놓은 카톡은 퇴근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앞의 숫자 1이 사라지지 않았다.
또 한번 카톡을 할까 하다가도 너무 집착하는 것 마냥 보일까 카톡도 잘 보내지 못한 채 그저 할 수 있는건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아, 미안해.. 오늘 너무 바빴어. 자고 있으려나? 잘 자고 내일 내가 전화할게]
뜨문 뜨문 연락이 이어지다 어느 순간 기다리다 지쳐 잠드는 날이 많아지고
결국엔 그 전 날 몇 개씩 보낸 카톡이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떠야 답장 하나 와 있는 나날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었다.
처음엔 정말 바쁜가보다 하고 이해하려 했지만 전화한다던 민석이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전화하지 않았다.
그런 갑작스러운 변화에 나는 급속도로 지쳐가고 있었다.
[오늘 퇴근 언제 해? 오늘 만날래?]
얼마만인지도 모를 선톡에 들뜰줄 알았던 내 기분은 더 가라앉았다.
바쁠때는 정말 구걸하듯 카톡을 보내야 답장이 하나 올까 말까 했는데 이제 한가해지니 날 찾는가 싶기도 하고
그동안 이렇게까지 연락이 안되고 날 뒷 순위로 미뤄본 적 없던 사람이라 서운함이 물 밀듯 밀려왔다.
[이따 6시에 퇴근 할 수 있을거같아]
[어디서 볼래?]
하지만 내가 서운하다해서 오랜만에 만나자 제안한 것을 거절할 수 없었다.
만날 시간과 장소를 정한 후 나아지지 않는 기분을 애써 털어내려 해보았다.
결국 만나러 가는 그 순간까지도 내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고 그렇게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어, 왔어? 피곤하지?"
본인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내가 한 마음고생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말투에 자꾸만 기분이 상했다.
조금만 더 참자 너무 바쁜 탓이었겠지 마주 앉은 그 순간에도 내 마음을 다스렸다.
내가 자리에 착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웨이트리스가 음식을 내어왔다.
이게 뭐냐는 듯 김민석을 쳐다보니 별 일 아니라는 듯 무덤덤하게 말을 뱉었다.
"너도 일하고 와서 피곤하고, 나도 그렇고.. 그래서 그냥 먼저 시켜놨어. 먹고 가서 쉬라고."
그 쯤 되니 정말 얘가 오늘 날 의무적으로 만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 도 있을거라 생각을 해봐도 자꾸만 예전의 민석이 모습이 떠올랐다.
같은 식당엘 여러번 가고 매번 같은 음식을 먹어도 단 한번도 먼저 메뉴를 정해 주문한 적이 없었다.
같은 메뉴를 먹더라도 늘 나의 의견을 물었던 사람이었는데.
내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나에게 조곤조곤 괜찮냐고 물어보던 김민석이었는데..
남들이 보기에 그럴 수 도 있지 않냐 하겠지만 사귀기 이전 알아가던 시간 6개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1년 6개월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단 한번도 민석인 그런적이 없었다.
연락이 안된 지난 일주일의 시간과 지금 이순간의 상황이 더하고 더해져 커다란 덩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큰 덩어리는 나의 가슴 한 켠에 쿵 하고 내려앉았다.
"오빠, 피곤해?"
"응? 아니, 그게 아니라.."
피곤하냐고 묻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내 기분이 어떤지 알아 챈 김민석이 말을 얼버무린다.
그러고보니 오늘 내 얼굴도 제대로 안쳐다봤네.
오늘따라 2년전의, 아니 취직한지 얼마 안된 불과 몇달전의 김민석이 너무 보고싶었다.
"오빠 미안해. 나 오늘은 속이 너무 안좋아서 집에 먼저 가봐야겠다."
나의 말에 어리둥절해 보이던 김민석이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날 붙잡았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너 여기 좋아했잖아. 메뉴도 너 생각해서 고른건데 마음에 안들어?"
자신의 변한 모습을 전혀 모르는 김민석을 보니 그냥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을 뿌리치고 그대로 돌아나오니 뒤에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ㅇㅇ야, 잠깐만."
다시 한 번 내 팔목을 잡고 돌려세운 민석이의 얼굴엔 당혹감만이 가득했다.
"ㅇㅇ야, 우리 얼마만에 만난건데 이렇게 가.. 너 진짜 속 안좋은거 아니잖아. 왜 그러는데."
서운한 마음, 서러운 마음이 다 한꺼번에 펑 하고 터져버렸다.
난 우리가 각자의 새로운 자리에 서게 되더라도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아무리 바빠도 5분 10분 짬내어 얼굴을 마주했던 학생때가 그리웠다.
물론 서로 거리가 멀어지면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질 것이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연락조차 되지 않고
한순간에 김민석이 변해버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힘들어도 자기전 1분 정말 1분이면 충분했다.
오늘 하루도 서로 수고했다며 토닥여주고 보고싶다며 속삭일 수 있는 그 1분이면 충분했다.
서로가 힘들고 피곤할 때 휴식처로 삼아 쉴 수 있는 사이, 늘 그래왔듯 그런 사이가 지속되었으면 했다.
"오빠가 너무, 낯설다."
그 한마디에 김민석이 두 눈을 파르르 떤다.
"ㅇㅇ야."
늘 그래온 것 처럼 투정부리듯 몇마디 하면 여느 때처럼 그랬냐며 날 다독여줄 김민석인데.
분명 그럴텐데 두려웠다. 그런 내 기억속 김민석 마저 사라졌을까봐.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을 조금이라도 벌리면 그대로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변한 김민석이 미워서. 그리고 자꾸 제자리에 있길 바라는 내 이기심이 미워서.
입을 꾹 다물고 제 자리에 서있으니 내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온 김민석이 날 끌어안았다.
민석이 품에서 내가 선물한 향수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속상하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속상한 마음 알아차리지 못해서 미안해. 오빠가 잘못했어."
"뭐가.. 뭐가 미안한데. 내가 왜.. 왜 속상한데."
"연락 한 통 하는게 뭐가 어렵다고 너에게 답장도 제대로 못해줬을까. 나 되게 나빴다. 나 혼자 직장생활 하는 것 처럼. 나 변한거 아닌데.. 늘 너 보고싶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락도 잘 못해서 미안해. 한순간도 보고싶지 않았던 적 없어. 정말이야."
"거짓말.."
"진짜야. 너한테 전화해서 좋은 소리 이쁜 소리 못하고 맨날 힘들다고만 할까봐 전화도 못했어.. 생각해보면 난 너가 나한테 힘든거 기대주고 풀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늘 너도 내가 너에게 그러길 바랬는데 왜 난 그러지 못 했을까. 너가 기다리고 있었을텐데. 그치?"
다시 전처럼 돌아온 듯한 김민석의 말투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의견 존중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너무 내 생각밖에 못했다."
끊임없이 토닥여주는 김민석의 손길에 조금은 마음이 녹았다.
아직도 어린 애처럼 김민석이 그대로이길 바란다.
6개월 전, 1년 6개월 전. 그리고 2년 전의 김민석 그대로이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김민석이 나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ㅇㅇ야, 오빠 안 변해. 그러니까 너무 무서워하지도, 걱정하지도 마. 늘 이렇게 있을게. 변하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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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죄송하다는 말 뿐이네요..ㅠㅠㅠㅠ 기타 다른 말은 어찌 됐건 다 변명에 불과하니 그저 죄송하단 말씀만 드립니다..ㅠㅠ 늘 오연두 생각을 하곤 있지만.. 네.. 저의 능력 부족이죠..ㅠㅠㅠ 그리고 지난편에 이어놔놓고 싸워서 죄송합니다...허허 하지만 회해를 했죠...! 물론 여주의 일방적인 분노였지만..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ㅠㅠ 한동안 정말 춥더니 또 요즘은 날이 좀 따뜻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늘 아침 저녁 외투 꼭 챙기시고 아프지 마세요!!ㅠㅠ 미세먼지 조심하시구요...ㅠㅠㅠㅠㅠ 참 하고싶은 말이 많은데...ㅜㅜ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나누도록 해요! 워더들.. 너무 늦어서 미안하고 또 미안해요..ㅠㅠㅠ 아프지말고 또 만나요 우리!!! 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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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두는 생각보다 연재가 짧을 것 같아 암호닉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존 암호닉 분들은 그대로 이용하시고 이전에 암호닉 신청하지 않으셨던 워더들은 오연두 이후에 받도록 하겠습니다..ㅠㅠ 매 번 새 글이 시작할 때 암호닉을 새로 받곤 했는데 이번 글에선 받지 않고 차기작에서 받도록 하겠습니다! |
+ '오연두'의 프롤로그는 본 편과 다른 분위기로 인해 내용을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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