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도 쓰기 전에 잠시!
어린 아빠도 초록글 올랐어요ㅠㅠㅠㅠ 무려 2페이지ㅠㅠㅠ 제가 요 며칠 사이에 초록글 쪽지를 몇 개나 받았는 줄 알아요? 진짜 너무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유 - 푸르던
어린 아빠 16
(부제; 그대는, 약)
어쩐지 요즘 식욕이 막 땅기고 그러더라. 시험 끝나고 한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무거운 몸을 일으킬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멍하게 누워 있었다. 배 아프다. 진짜 배 아프다. 어떡하지. 아빠를 부를까 하다가 분명 아빠는 늦잠을 자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숨을 쉬었다. 아, 오늘 정국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어쩌지. 생각은 가득한데 도무지 행동하기가 싫었다.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거리며 휴대폰을 들었다. 정국이한테 연락해야겠지?
딸! 폰을 들고 잠시 고민하는데 문이 벌컥 열린다. 뜻밖에 말끔한 차림의 아빠다. 엥? 내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베시시 웃은 아빠가 나 어때? 하고 물어온다. 늘 그렇듯 최고. 엄지를 척 올려주자 아빠가 정말? 하며 몇 번이고 확인을 하다. 그럼 가짜로 최고라 하겠어요. 아빠를 다시 보다가 진짜 궁금해져 물었다. 어디 가요? 내 물음에 내 방 화장대로 전신을 확인하던 아빠가 흠칫하고는 돌아본다. 이상하잖아. 원래 주말만 되면 일주일 동안의 잠을 몰아서 자는 아빤데. 아침 댓바람부터. 아빠는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보더니 어... 오늘 약속 있어서. 혼자 있을 수 있지? 아, 정국이랑 약속 있다고 했나? 하고 물어온다.
정국이랑 약속 있었는데, 그냥 집에 있으려구요. 내 말에 아빠가 화들짝 놀란다. 왜? 싸웠어? 호들갑을 떠는 아빠가 귀여워 웃음을 터뜨리고는 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배 아프고... 찝찝하고... 나가기 싫어요. 눈치 빠른 아빠는 찰떡같이 알아들었는지 내 앞으로 다가온다. 이마를 짚는 손이 따뜻하다. 배 많이 아파? 아빠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그냥... 콕콕 쑤시는 정도... 조금 더 있으면 아플 것 같아요. 아빠의 옷을 잡고 찡찡거리자 아빠가 어쩔 줄을 몰라한다. 혼자 있을 수 있겠어? 약속 취소할까? 아... 취소하기에는... 안절부절 못하는 아빠의 배를 툭. 밀었다. 중요한 거 같은데 가요. 덤덤한 내 말에 아빠는 어쩔 줄을 몰라한다. 아프다며... 울상을 짓는 아빠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픈 건 맞는데, 아빠 약속 있잖아요. 내 말에 아빠는 겨우 고개를 끄덕인다.
일어나서 아빠를 마중하러 현관 앞에 서자 아빠는 또 얼른 방으로 가라며 성화다. 괜찮은데...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아빠의 옷차림을 정리해주었다. 오늘따라 멋내고... 내가 작게 웃음을 터뜨리자 아빠는 민망한지 자꾸만 웃는다. 마지막으로 아빠의 칼라깃까지 정리해주고는 아빠를 올려다보았다. 대신 정국이 불러서 같이 있어도 되죠? 내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아빠가 고개를 끄덕인다. 많이 아프면 연락하구, 알겠지?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아빠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아, 가야겠다. 한다. 친구 만나러 가요? 그제야 궁금해진 내가 묻자 아빠는 씩. 웃고 만다.
아빠가 나가고 자동으로 현관문이 잠겼다. 휴대폰을 들고는 거실 소파로 향했다. 정국이에게 전화를 걸자 이제 막 일어났는지 비몽사몽한 목소리의 정국이가 받는다. 자다 일어났는지 반쯤 잠겨있는 목소리가 새롭다. 여보세요? 정국이 목소리에 감탄해 잠시 아무말이 없자 정국이는 재차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고 묻는다. 아, 정국아... 후딱 정신이 든 내가 우물쭈물해하며 정국이를 부르자 잠시 말이 없던 정국이가 응... 하고 답한다. 아직 약속 시간 아닌데... 정국이의 말에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나 오늘 못 나갈 것 같은데. 내 말에 정국이가 뭐? 하며 재차 물어온다. 나 오늘 휴가 썼는데. 정국이의 말에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그게... 하여튼 나 오늘 못나가니까 네가 우리집오면 안돼? 내 물음에 잠시 답이 없던 정국이가 낮게 한숨을 쉬고는 언제 갈까. 하고 묻는다.
"음... 원할 때!"
"원할 때 언제."
"어... 사실 지금 오면 안 돼? 보고싶다!"
내가 헤헤거리며 말하자 잠시 말이 없던 정국이도 웃음을 터뜨린다. 못살아. 푸념하듯 말하는 정국이에게 헤헤거리며 얼른 와~ 이쁜 아가씨. 하자 정국이는 이제 완전히 잠을 깼는지 웃음을 터뜨린다. 카톡할게. 끊어!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고는 바로 카톡방으로 들어갔다. 올 때 초콜릿. 간결하게 보낸 카톡은 곧바로 1이 사라지고 정국이의 답이 온다. 웬 초콜릿? 정국이의 물음에 나 아파ㅠㅠ 하고 보내자 이해했는지 정국이가 알겠어. 다른 건? 하고 물어온다. 필요 없어~ 얼른 와♡ 정국이에게 답장을 하고는 휴대폰을 바닥에 던져두었다. 으, 나른하다.
-
혼자 허공을 바라보며 정국이를 기다리는데 이제 배가 더 아파온다. 아까는 그냥 거슬리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묵직함을 넘어서서는 콕콕 찔러오는 기분이다. 아, 이렇게 안 심했었는데. 배를 부여잡고 약을 먹어야하나 고민을 하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럴 줄 알고 아까 열어놨지. 그냥 들어와! 크게 외치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너는 여자애 혼자 있으면서 문도 안잠그고! 신발을 벗기도 전에 잔소리를 퍼붓던 정국이는 나를 보고는 더 깜짝 놀란다. 너는 진짜! 투덜거리듯 말한 정국이가 곧바로 내 방으로 들어가 담요 하나를 들고 나온다. 저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지. 새삼 소름 돋아 하는데 내게 조심히 담요를 덮어준 정국이가 곧바로 내 배에 손을 올린다. 미쳤냐, 떼라. 내가 이를 악물고 말하자 정국이가 한 번 웃고는 아파? 하고 묻는다.
그에 칭얼거리고 싶어진 내가 으응. 진짜 아파. 하고 울상을 짓자 저도 울상을 지은 정국이가 아무 것도 안 먹었지?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으응. 정국이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담요를 다시 한 번 정리해준 정국이가 조금만 기다려. 하며 들고온 쇼핑백을 들고는 부엌으로 향한다. 곧바로 고소한 향이 거실까지 퍼진다. 정국이가 덮어준 담요를 조심스럽게 옆으로 치우고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부엌으로 가자 한숨을 푹푹 쉬며 냄비를 휘젓고 있는 정국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살금살금 다가가 워! 하고는 곧바로 정국이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놀랐잖아. 툴툴거리는 정국이는 내심 싫지는 않은지 나를 밀치지 않고 계속 냄비를 휘젓는다. 네 등이 나보고 안아달래. 헤헤거리며 말하자 정국이도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뭐해? 내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묻자 정국이는 곧바로 불을 끈다. 엄마한테 죽 해달랬어. 움직이는 정국이에게 딸려 쫄쫄 따라가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모가 해주셔? 내 물음에 정국이가 나를 힐끔 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예비 며느리라면서... 어후, 엄마도 주책이야. 중얼거리며 정국이는 자연스럽게 그릇과 수저를 꺼낸다. 이제 떨어져. 내 손을 푼 정국이가 냄비를 들고는 비켜, 하며 식탁으로 향한다. 내가 입을 쭉 내밀자 내 입을 톡. 친 정국이가 데이고 싶어? 하며 웃는다. 아니... 내가 고개를 젓자 내 어깨를 잡은 정국이가 식탁으로 나를 민다.
헐. 와... 진짜 짱이다. 내가 감탄하는 사이 참기름과 간장까지 찾아온 정국이가 맞은 편에 앉는다. 내 그릇에 적당한 양을 덜어준 정국이가 얼른 먹으라며 숟가락도 손에 쥐어준다. 아침부터 이모 귀찮으셨겠다. 내 말에 정국이는 고개를 젓는다. 얼른 나으래. 빨리 먹어. 단호한 정국이의 말에 한 숟갈 퍼서 후후 불었다. 일단 아. 정국이에게 숟가락을 내밀자 입을 꾹 다물고 먹지 않겠다고 고개를 젓던 정국이가 마지못해 입을 연다. 맛있지? 정국이에게 묻고는 이번에는 내 입으로 죽을 넣었다. 헐, 진짜 맛있다. 내가 감탄하자 정국이가 웃음을 터뜨린다. 많이 먹어.
-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그 해 겨울, 아주 심한 감기에 걸린 적이 있다고 한다. 평소 잔병치레가 잦지 않아 아빠는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내가 그렇게 아팠던 게 처음이라고. 아빠는 어쩔 줄 몰라하며 할머니에게 전화하고, 병원을 데려가고 난리를 쳤다고 한다. 주사를 맞은 내가 열이 내리자 겨우 안심을 했다고, 아빠는 내게 말했었다.
-
태형이 눈을 떴다. 이상하게 목이 말라 부엌으로 향한 태형이 아이의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얼었다. 물을 마시다말고 조심스럽게 아이의 방으로 향한 태형이 문을 열었다. 시간은 동이 트기 전, 여섯시 쯤이었다. 고요한 방안에 안심한 태형이 다시 나가려고 하던 차에, 아이가 콜록거리며 기침을 했다. 태형이 깜짝 놀라 서둘러 침대 앞에 섰다. 이불을 들추자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아이가 보였다. 간간히 앓는 소리도 내는 아이를 보던 태형이 아이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불덩이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당황한 태형이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우선 찬물에 수건을 적셔왔다. 아이의 이마에 접은 수건을 올려둔 태형이 거실로 나왔다. 제 엄마에게 전화를 건 태형이 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도통 받지를 않는 것 같았다.
울망울망한 눈으로 아이를 내려다보던 태형이 제 방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대충 걸칠 것을 들고 차키를 든 태형이 다시 아이의 방으로 향했다.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아이를 내려다보던 태형이 조심스럽게 아이를 들어올렸다. 아이에게 패딩을 입힌 태형이 아이를 업고는 집 밖으로 나섰다. 얼마전, 제대 기념, 그리고 성인된 기념이라며 제 아버지가 사준 자동차에 아이를 태운 태형이 서둘러 운전석에 앉았다.
먼허 따둔게 이럴 때 도움이 되나보다. 시동을 건 태형이 서둘러 인근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신호가 걸릴 때마다 힐끔힐끔 아이를 쳐다본 태형이 한숨을 쉬었다. 감긴가. 괜찮아야 할텐데. 한숨을 내쉰 태형이 바뀐 신호를 보고는 다시 차를 출발했다.
응급실에 도착한 태형이 아이를 데리고 간호사에게로 향했다. 침착하게 태형을 달랜 간호사가 서둘러 의사를 데려왔다. 아이의 상태를 진찰한 의사가 태형을 향해 몸을 돌렸다. 감기가 심하게 걸린 것 같습니다. 일단 주사 한 대 놓아드릴게요. 의사의 말에 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커튼을 친 간호사가 아이에게 주사를 놓아주었고 다시 커튼을 치고는 나왔다. 조금 있다가 안정되면 가셔도 되요. 친절한 간호사의 말에 태형이 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옆으로 다가가자 어느새 고른 숨을 내쉬는 아이가 보였다. 땀에 절은 앞머리를 정리해주던 태형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동이 틀 때까지 기다린 태형이 아이를 다시 업었다. 응급실이기에 싸지 않은 진료비를 낸 태형이 다시 아이를 데리고 차로 향했다. 어느새 숨을 새근새근 내쉬는 아이의 옷을 정리한 태형이 다시 집으로 차를 몰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딱 울리는 전화 벨소리에 태형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했네? 제 엄마의 물음에 태형이 울먹울먹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애가 아파가지고... 식은땀 막 흘리는데, 잘못된 줄 알고... 울먹거리는 태형의 목소리를 들은 태형의 어머니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태형을 달래기 시작했다. 응급실 갔다와서 괜찮은 것 같아요. 태형의 말에 그래, 고생했고 너도 얼른 쉬어. 하며 태형의 어머니는 전화를 끊었다.
-
내가 죽 먹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던 정국이는 내가 숟가락을 내려놓자마자 곧바로 물과 약을 가져왔다. 안 민망했어? 내가 약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며 묻자 정국이가 얼굴이 새빨게져서는 얼른 먹으라며 내 손에 쥐어준다. 오구, 우리 정국이! 내가 우쮸쮸거리다 웃으며 약을 먹었다. 약을 꿀꺽 삼키는 모습까지 모두 확인한 정국이가 서둘러 식탁을 치우고는 나를 일으킨다.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끼우고는 애처럼 날 일으킨 정국이가 다시 나를 소파에 눕히고는 담요를 꼼꼼히 덮어준다.
이제 진짜 이러고 있어. 설거지하고 올게. 내 머리를 다시 정리해준 정국이가 유유히 부엌으로 향한다. 물소리를 들으며 누워있다가 그제야 바닥에 내던져놓은 휴대폰이 생각났다. 손만 뻗어 허우적거리자 곧 손에 휴대폰이 걸린다. 다시 자세를 고쳐 눕고는 휴대폰을 보는데 어느새 카톡이 쌓여있다. 당연 으뜸은 아빠다. 괜찮냐며 와있는 몇 통의 카톡을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아빠답다. 괜찮다며 웃는 이모티콘까지 보내니 곧바로 우는 이모티콘이 날라온다. 정국이랑 죽먹었어요! 자랑하는 듯한 내 말에 아빠가 잘했다며 자꾸 ㅠㅠ를 보낸다.
아빠와 카톡을 계속 하는데 어느새 설거지를 마쳤는지 옷에 물기를 닦아내는 정국이가 내 앞에 서있다. 아, 잠깐만. 멀뚱히 날 내려다보던 정국이가 다시 부엌으로 사라졌다가 종이가방을 들고 와서는 내 앞에 선다. 내가 휴대폰을 다시 던져두고는 정국이를 올려다보자 정국이는 내 손에 종이가방을 쥐어주고는 소파 밑에 앉는다. 벌떡 일어나 종이가방에 든 내용물을 확인했다.
"아, 전정국."
"...왜..."
"진짜 귀여운 짓 할래?"
내가 웃음을 터뜨리자 정국이는 민망하다는 듯 웃는다. 바닥을 가득 채운 초콜릿과 젤리를 보며 내가 다시 웃음을 터뜨리자 정국이가 얼른 먹으라며 퉁명스럽게 말한다. 아오, 이뻐! 정국이의 머리를 한 번 끌어안았다가 가장 좋아하는 젤리를 꺼내들었다. 그거 먼저 먹을 줄 알았어. 정국이의 말에 말없이 봉지를 뜯었다. 하나 꺼내서 정국이 입에 넣어주자 정국이도 결국 베시시 웃음을 터뜨린다. 돈 많이 썼겠다... 내가 중얼거리자 정국이는 알면 잘하라며 내 머리를 톡. 쳐온다. 잘하구 있는데... 내가 툴툴거리자 정국이가 더 이쁜 짓도 하고, 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근데 오늘 데이트 못해서 어떡해. 젤리를 씹으며 내가 묻자 정국이가 나를 올려다보고는 무심히 답한다. 이것도 데이트지, 뭐. 그런 정국이의 말에 아프지 않게 정국이의 등을 쳤다. 이게 무슨 데이트야! 보모지. 내 말에 정국이가 웃음을 터뜨린다. 홈데이트, 홈데이트! 하여튼 포장은 잘한다. 내가 다시 담요를 고쳐 덮으며 입을 열었다. 애써 약속 잡았는데 깨서 미안. 내 말에 정국이는 초콜릿을 뜯어 내 입에 넣어준다. 네 맘대로 아플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어른스러운 정국이의 말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다음에는 너네 집 갈래! 내 말에 정국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학교 일찍 마치는 날 갈까? 주말에는 놀러가고. 내가 덧붙여 말하자 정국이는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어. 나 다음주에는 진짜 안아플게. 내 말에 정국이는 아파도 된다며 웃는다. 왜에? 내 물음에 아프니까 애기같아. 하고는 또 웃는다. 으, 방금 느끼했어. 내가 질색을 하자 정국이는 바로 정색을 한다. 분위기를 몰라. 툴툴거리는 정국이의 목소리에 헤헤거리며 웃었다. 생각해보니까 아픈 거 싫어. 다시 말하는 정국이에게 너도 아프지마. 하고 딴소리를 하자 정국이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한참 정국이와 앉아서 티비도 보고, 얘기도 하면서 노는데 아빠는 도통 들어올 생각을 안한다. 저녁까지 먹고 올 생각인가. 여섯시가 다되어가는 시계를 보다가 정국이의 팔을 잡았다. 나 이제 괜찮은데 저녁에 피자 시켜먹자. 응? 내 말에 정국이는 꽤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야, 원래 이렇게 아픈 건 먹고 싶은 거 다먹어야 돼! 툴툴거리는 내 말에 잠시 망설이던 정국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누나가 살게! 신난 내가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자 정국이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근데 아저씨는?"
"몰라, 약속 있댔어."
흐음. 정국이는 그래? 하고는 피자를 입에 문다. 와, 맛있다. 내가 감탄하자 정국이가 콜라랑 같이 먹으라며 내 손에 컵을 쥐어준다. 응응! 너도 많이 먹어! 활짝 웃으며 피자를 크게 물었다. 좋아? 정국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좋아, 얘가 좋아? 유치한 정국이의 물음에 웃음을 터뜨렸다. 정국이는 꽤 심각한지 응? 하며 내 대답을 재촉한다. 피자사주는 네가 좋아. 나름 현명한 답을 하고는 다시 피자를 물었다.
피자까지 다치우고 남은 젤리를 먹으며 티비를 봤다. 어느새 소파에 올라온 정국이도 내 옆에 앉아 같이 담요를 덮고는 티비를 본다. 아저씨가 많이 늦으시는데. 정국이의 말에 그러게. 하고는 시계를 보았다. 아빠가 애도 아니고. 덤덤히 덧붙이자 정국이는 하긴. 하고 만다. 그러다가 날 내려다본다. 왜? 내가 정국이를 올려다보며 묻자 정국이는 씩 웃는다. 그리고는 제 손을 살포시 내 배 위에 둔다. 이제 안아파? 정국이의 물음은 둘째치고 너무 수치스럽다. 내 뱃살. 내가 울상을 짓자 정국이가 웃음을 터뜨린다. 귀여워. 괜찮아. 날 달래듯이 말한 정국이는 괜찮아? 하며 다시 물어온다. 응응.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국이도 다행이라며 내 배를 천천히 쓰담는다.
이제 가야겠다. 그리고는 곧바로 일어나 제 짐을 챙기기 시작한다. 내일도 훈련 가? 당연한 내 물음에 정국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일말고 다음에 놀러와. 내 머리를 쓰다듬는 정국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서 가고, 우리 다음주에 진짜 데이트하자. 내 말에 정국이도 쉬라며 현관으로 향한다.
오늘 고마워! 내가 헤실거리며 정국이를 올려다보자 정국이는 활짝 웃는다. 고마우면 이쁜 짓. 제 볼을 내미는 정국이를 보다가 피식 웃으며 볼을 밀어냈다. 수작부리지 마시죠. 내 말에 정국이는 아쉽다. 하고는 중얼거린다. 그렇게 나를 내려다보다가 그럼 내가. 하고는 내 볼에 빠르게 입을 가져다댄다. 진짜 때린다. 내 말에 정국이는 이쁜 짓. 하고는 나오지마. 하며 문을 연다. 조심히 가. 연락할게. 고마워! 내 말에 정국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닫는다.
시계를 확인하자 아홉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아빠는 언제 올까.
***
자. 어린아빠 왔어여. 아니 여러분 어린아빠도 초록글에 갈 일이에여...?ㅠㅠㅠㅠㅠ 진짜 요즘 초록글 쪽지 얼마나 받는 줄 알아요? 내가? 진짜 너무 고맙다구요ㅠㅠㅠㅠ
휴... 오늘은 딸래미 아파요. 왜냐면 제가 그 날이기 때문에. 흡... 아파요ㅠㅠㅠㅠㅠㅠㅠ 얼른 쓰고 누워있고 싶다요...ㅠㅠㅠㅠㅠㅠㅠ
독방에서 어린아빠 추천한 글 봤어요. 누구에여. 제가 뽀뽀해줄게여. 저 항상 독방 보고 있어여. 헤헤.
늘 고마운 거 알죠? 사랑하는 것도 알죠?'ㅅ'
암호닉
꼬박/탕수육/너를 위해/라현/솜이불/비비빅/뿝뿌/바카0609/슈룰루/구구콘/마틸다/모찌모찌해/오곡/디즈니/햄쮸/연/밥팅이/들레/토마토마/즌즌국/민피디/몽글/맙소사/범블비/샘봄/boice1004/민윤기/슈비두바/눈웃음/초딩입맛/태아빠/우리사이고멘나사이/인사이드아웃/이부/알라/핑구/단쿠키/버블방탄/태꾹/흥탄소년단♥/심지/꾸꾸/다람이덕/판콜에스/독자1/침침맘/플랑크톤회장/현지짱짱/새별/박듀/설탕쿠키